천마가 빌런을 너무 잘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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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연하게
그림/삽화
아아연하게
작품등록일 :
2024.08.07 22:04
최근연재일 :
2024.08.26 23:58
연재수 :
17 회
조회수 :
13,728
추천수 :
219
글자수 :
98,440

작성
24.08.14 23:41
조회
7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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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글자
16쪽

8화

DUMMY



“준혁이 하고? 왜, 무슨 일 있어?”

“그게, 아니고··· 막내 오늘 데리고 다녀보니까, 제법 잘 하더라구요. 오히려 저보다 도움이 많이 될 거예요.”


성태가 잠시 생각하더니, 내 쪽을 보고는 이야기한다.


“그래. 그러면 준혁이 네가 가는 거로 하자. 괜찮지?”

“네.”


그때, 갑자기 정윤석 경장이 끼어든다.


“근데··· 정말 막내 보내도 괜찮겠어요? 가서 소통은 어떻게 하려고요. 반장님 중국어 못하시잖아요···”


‘중국어라···’


그러고 보니, 한국에 와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 무림에 있는 동안은 중국어를 사용했었다.


‘왜 무림에서 있을 때는 중국어를 쓴다고 생각 못 했던 거지? 자동 번역 같은 거였나···’


오랫동안 사용한 덕일까.

그 덕에 지금도 중국어는 머릿속으로 생각하면 원어민처럼 나오는 수준이었다.


“저, 중국어 할 줄 압니다.”

“뭐? 그게 정말이야?”

“네, 예전에 좀 배워둬서 어지간한 소통은 할 수 있습니다.”




###



“그런데 보통 보이스피싱을 공안이 협조해 줍니까?”

“보통은 안 해주지. 그런데 이번 사건은 아무래도 한국에서도, 기사도 나면서 사건이 커지니까. 협조 해주는 거 같아.”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기장입니다. 저희 차이나에어 A843 항공편을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 비행기는 이제 곧 연길 조양천 국제공항에 착륙할 예정입니다. ··· ··· ···


“내릴 준비 해야겠네요.”


몇 시간여를, 비행기를 타고, 연길공항에 도착해 또 한 시간여 버스를 타고 마침내 이번 보이스피싱 관할 공안국(公安局)에 도착했다.

공안국(公安局)에 내리니 이미 시간은 밤이 되어있었다.


“한국에서 온 최성태라고 합니다. 이쪽은 제 부하직원 강준혁입니다. 늦은 시간에 이렇게 나와주시고 감사합니다.”


삼촌이 내게 통역하라고 눈치를 주고, 내가 통역을 하려는 순간 저쪽에서 먼저 한국말로 우리에게 인사를 했다.


“반갑습니다. 연길공안국 형사과 과장 조위안 입니다.”

“한국말을 할 줄 아시는군요.”

“조선족 출신이라 일반적으로 소통하는데는 문제 없습니다.”

“다행입니다. 걱정 한시름 덜었네요. 그러면 어디서부터 조사 시작하면 되겠습니까. 소재 파악은 되었습니까?”


조위안 과장이 갑자기 손가락으로 공안국 안쪽을 가리킨다.


“걱정 마십시오. 사실, 이미 체포해 뒀습니다.”

“네?”

“따라오시지요.”


‘벌써 체포했다고? 공조 수사 하자고 연락한 지 고작해야 3일 지났는데···’


무언가 의심스럽긴 했지만, 우리는 우선 조위안의 뒤를 따라 공안국 안으로 들어갔다.


“데리고 와.”


그들이 데리고 온 건 고작해야 2명의 남자들 이었다.

그리고 딱 봐도 어려 보이는 얼굴들이었다.


이건 흔히 말하는 대역이었다.


성태가 어이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묻는다.


“이게 뭡니까?”

“뭐긴요. 그 보이스피싱 그놈들이지요. 이놈들이 주범입니다. 왼쪽에 있는 놈이 사장이라고 하덥니다. 우리는 조사 다 끝났으니, 데려가도 좋습니다.”

“하하···”


최 반장이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터트린다.

하지만 조위안은 아랑곳하지 않고 이야기를 이어갔다.


“관련 자료는 저기 있는 직원에게 받으면 됩니다. 오늘은 늦었으니까, 어디 근처 호텔이라도 가셔서 하루 주무시고 둘 데리고, 내일 돌아가시면 됩니다.”


최 반장이 조 과장을 향해 소리친다.


“아니, 지금 뭐 하자는 겁니까! 딱 봐도 이제 막 스무 살이나 된 놈들인데 이놈들이 주범일 리 없지 않습니까! 장웬 이라는 그 사장 놈이 주범일 텐데 나이가 40이 넘는 그놈이 이렇게 어릴 리 없지 않습니까!”


‘이거 꼬락서니를 보니까, 돈이라도 받은 모양이군···’


“뭔가 한국 경찰이 잘못 조사했나 봅니다. 우리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당신들이 조사하고 있는, 김복순이라는 사람 관련된 보이스피싱은 이 놈들이 주범입니다.“


-쾅!


성태가 옆에 있던, 철제 바스켓을 친다.


“기껏 공조 수사까지 왔는데, 이럴 겁니까!”


조위안도 물러서지 않는다.


“여긴 중국입니다! 당신들이 한국에서 한 조사가 정확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쓸데없는 소리 말고, 저 인간들이지만 데리고 내일 돌아가시오!”


나는 돌아서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는 조위안의 어깨를 붙잡고, 중국어로 그에게 말했다.


“얼마나 뒷돈을 받았는지 모르겠지만, 오늘까지 그 인간들 잡아 오면 지금까지 있던 일은 없던 걸로 해주지.”


하지만 조위안은 내 말은 들은 척도 하지 않은 체 한마디 욕설만을 내뱉고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샤비(傻屄)”


머리를 집고 있던 삼촌이 내게 묻는다.


“저놈한테 뭐라고 한 거냐?”

“별거 아니에요. 정말 저놈들이 범인 맞냐고 중국어로 물어본 거예요.”

“뭐라 그러든.”

“맞다고 하죠.”


삼촌이 다시 머리를 짚는다.


“하아··· 미치겠군. 이럴 거면 대체 왜 공조 수사는 협조하겠다고 한 건지.”

“저놈들이 범인일 리 없어요. 딱 봐도 대타에요.”

“맞아. 누가 봐도 저놈들은 아니야. 부정부패가 심한 나라라는 거야 진작 알고 있었지만, 아무튼 오늘은 늦었으니까, 일단 호텔로 돌아가자··· 내일 일어나서 한국에 연락해서 다른 방법을 좀 찾아보자.”




###



‘분명 그놈 돈 냄새가 났어.’


흔한 돈 냄새가 아니라, 무림에서 흔히 부정부패를 일삼던 관리들에게 나던 냄새였다.


나는 삼촌이 자는 걸 확인하고, 호텔 밖으로 나와 아까 조위안의 어깨에 묻혀든, 천리미향(千里迷香) 이 어디까지 퍼져있는지 확인했다.


천리미향(千里迷香)


그 향기가 무려 천 리까지 이어진다는 향수에 가까운 약물이었다.

거창한 이름에 비해 만드는 법도 어렵지 않고, 사용법도 쉬웠다.

다만, 일반적인 사람들은 그 냄새를 따라갈 수 없었고, 오직 독에 친숙한 자들만 이 냄새를 찾을 수 있었다.


‘혹시나 해서 만들어서 가지고 왔는데···.’


다행히 조위안에게 묻혀놓은 천리미향은 그렇게 먼 곳에 있지 않았다.


나는 최대한 기척을 숨겨가며, 경공으로 향이 향하는 곳으로 달려갔다.


그렇게 30여분을 향기를 따라 갔을까, 마침내 연길시에서 꽤나 외진곳에 있는 오래된 건물 2층에서, 조위안이 보이기 시작했다.


조위안은 건물 안에서, 얼굴에 흉터가 있는 남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같이 있는 놈은 누구지?’


나는 은형술(隱形術)로 최대한 기척을 숨긴 뒤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한국 경찰 놈은 내일이면 돌아갈 거야.”

“고맙소.”


흉터 있는 남자가 고맙다며, 여러 번 고개를 숙인다.


“장 사장. 아무튼 당분간 한국으로 보이스피싱하는건 최대한 조심하라고, 알겠어?”


‘장 사장? 저놈이 그 장웬인가··· 역시 한통속이었군.’


“알겠슴다. 당분간은 몸 좀 사리겠슴다. 조 과장님. 그보다 한 잔 어떠심까?”


장웬이 꺼낸 건 중국에서도 구하기 힘들다는 명주 마오타이였다.


마오타이를 보자, 공안의 눈빛이 달라진다.


“역시 장 사장. 장사 할 줄 아네. 그럼 들어가서 한잔할까.”

“아, 그리고 이거···”


장웬이 주머니에서 봉투 하나를 꺼내, 그의 주머니에 집어넣는다.


“허, 참··· 내가 이런걸 바라고 한 건 아닌데··· 아무튼 잘 쓰겠네.”


더 이상 뭐 볼 것도 없었다.


3층 건물로 되어있는 이 건물은 3층은 직원 숙소 개념으로 쓰이는 듯 보였고, 2층이 보이스피싱 업무를 하는 장소와 안쪽 사장실로 구분되어 있는 듯 보였다.


나는 조용히 그들이 평소 보이스피싱을 하고 있는 사무실로 들어갔다.


보이스 피싱사무실 안에는 그동안 그들이 보이스피싱을 한 흔적들이 여럿 있었다.


그리고 가장 앞에 있는 화이트보드에는 직원들의 성적이 적혀 있었다.


[이번 달 순위]


[1위 : 오철환 / 2,000만 원 / 병원 / 김복순]

[2위 : ··· ··· ··· / 1,400만 원 / 검찰 / 이순구]

[··· ··· ··· ···]


힘없고 가난하고 가장 힘든 시기에 있는 사람들에게 등쳐먹은 것을 마치 올림픽 메달 순위라도 중계하듯 그들은 화이트보드에 자랑스럽게 적어놨다.


‘굳이 살려둘 필요는 없겠군.’


나는 조그만 가방에 넣어온 호랑이 가면을 쓰고, 위에 있는 숙소를 향해 올라갔다.



###



“그런데, 어째 한국 경찰 놈들 순순히 돌아가덥니까.”

“아직은 중국에 있어. 그런데 지들이 안 돌아가면 어쩔 건데, 대타도 넘겨줬으니까. 더 할 수 있는 건 없을 거야.”

“하긴 그렇슴다. 한 잔 받으시지요.”


장웬이 마오타이를 따, 조위안에게 따라준다.


“크··· 좋구만. 그런데, 혹시 이거 가짜는 아니지?”

“가짜라니요. 이거 진짜 힘들게 구한검다. 과장님 오실 때 드리려고, 내가 아껴둔검다.”

“하긴. 어쩐지 냄새부터 짝퉁하고는 좀 다르긴 하더라고. 장 사장. 한 잔 더 따라봐.”

“알겠슴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림다.”


‘샤비(傻屄). 내가 너한테 그 비싼 마오타이 진품을 따라주겠냐.’


장웬이 준비한 마오타이는 짝퉁이었지만, 애초에 그런 걸 조위안이 알 리 없었다.


한 잔 더 술을 마시고 제법 취기가 오른 조 위안이 짝퉁 마오타이를 잡고, 장웬에게 술잔을 받으라 이야기 한다.


“뭐해. 장 사장도 한 잔 받아.”

“감사함다.”

“그런데, 그 대타 놈들은 확실한 거야?”

“걱정 마십시요. 제가 입 무거운 놈들로만, 준비한검다.”

“그래. 괜히 쓸데없는 이야기 새어 나갔다가는 다 끝이야. 알지? 한 잔 더 받아.”


그렇게 조위안이 장웬에게 짝퉁 마오타이를 한 잔 더 따르려던 순간 갑자기 건물의 불이 꺼진다.


“뭐야? 정전인가?”

“제가 알아보고 오겠슴다.”


장웬이 밖으로 나가, 위층으로 올라가 자고있는 직원들을 향해 소리친다.


“뭐야! 무슨 일인데, 불이 꺼진기야.”


그런데 무언가 이상하다.

이 정도로 소리쳤으면, 적어도 몇 명은 일어나야 하는데, 아무도 일어나지 않는다.


‘잠깐만 이거···’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았는데, 자세히 바닥을 살펴보니, 직원들이 침대에 있는 게 아니라 모두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그때 등 뒤로 누군가가 선다.


“누, 누구야···!”


-퍽!!!


장웬이 뒤를 돌기도 전에, 그의 머리 위를 무언가가 때리고, 장웬이 그대로 기절 한다.


“편하게 자다 일어나게나. 일어나면 지옥일 테니.”



###



“으, 으···”


장웬이 괴로운 신음을 내며 눈을 뜬다.


어떻게든 몸을 일으켜보려 해보지만,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않는다.

그리고 눈앞에는 자기 직원들 또한 자신처럼 모두 눈은 뜰 수 있지만, 움직일 수 없는 듯 보였다.


“무리하지 말게나. 어차피, 혈을 눌러놔서, 움직이지 못할 거야.”


유일하게 움직일 수 있는 얼굴을 돌려 소리가 나는 곳을 보니, 그곳에는 호랑이 가면을 쓴, 남자가 서 있었다.


“으, 니 뭐 하는 새끼야··· 누구 사주 받고··· 혹시 서첸 그놈이 보낸기야!”

“서첸? 그게 누군가. 혹시 자네하고 대립하는 조직의 보스인가.”

“서첸 쪽도 아니면 니, 누기야!”


나는 오는 길에 마트에서 사 온, 작은 칼 하나를 들고 그에게 물었다.


“혹시 김복순 할머니라고 기억하나.”

“그게 누군데 이 종간나 새끼야! 얼른 이거나 안 풀어! 정말 죽고 싶은기야!”


그래도 꼴에 조직의 사장인지 이런 상황에서도 꽤나 거칠게 나온다.


“어쩔 수 없군. 대화할 마음이 없어 보이는데, 대화할 수 있게 해줘야지.”

“뭐, 뭐 하려는 거야···!”


나는 그에게 다가가 날이 선 나이프로 그의 오른손 약지를 그대로 베어버렸다.


“끄아아악!!!!!”


장웬이 소리를 치며, 바둥거리려 하지면 혈을 잡힌 것 때문에 손가락 하나 까딱 하지 못한다.


“어때, 나하고 대화할 마음이 생겼나?”

“아, 알았어··· 워, 원하는 게 뭐야···”

“김복순 할머니라고 기억하고 있나? 자네들이 여기서 보이스피싱으로 사기를 친 노인인데.”


장웬이 거의 반쯤 울 듯한 목소리로 답한다.


“그, 그걸 어떻게 기억해··· 여기 하루에 보이스피싱만, 수십 건씩 하는 곳인데···”

“기억 못하나? 화이트보드에는 아주 자랑스럽게 적어놨던데, 1위라고.”


그때 저 멀리 꽁지머리를 한 남자가 말한다.


“제, 제가 했슴다! 그때 건수가 좀 큰 건이어서, 이름을 기억하고 있슴다!”

“그래? 네 놈이 그 범인이라 이거지?”


나는 꽁지 머리 남자에게 다가가 물었다.


“어떻게 보이스 피싱을 했는지 말해보게.”

“벼, 병원이라고 손자 수술비가 필요하다가 빨리 입금하지 않으면, 큰일난다고 이야기 했슴다···”


나는 칼을 들어 그의 앞에 가까이 대고는 다시 한번 물었다.


“혹시, 그 할머니가 그 후에 어떻게 되었는지 알고 있나?”

“자, 잘 모르겠슴다···”

“그래. 잘 모르겠지. 관심도 없을 테고.”


나는 잠시 뒤를 도는척하다 칼을 들고 다시 꽁지머리 남자의 앞으로 다가갔다.

그러고는 살짝 내공을 담아 꽁지 머리 남자의 목을 향해 휘둘렀다.


“나도 자네의 삶과 죽음 따위는 관심 없다네.”



꽁지 머리 남자는 자신이 죽었다는 걸 느낄 새도 없이 목이 잘려 나가며, 이승과 작별했다.


“아아악!!!”

“살려주시라오···!!!”


이곳저곳에서 살려달라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리고 그건, 사장인 장웬또한 마찬가지였다.


“사, 살려주시라요···”


그는 몸을 벌벌 떨면서, 살려달라며 목숨을 구걸했다.


“자네가 여기 사장이지. 내가 자네와 자네 조직원들에게 살 수 있는 기회를 주겠네.”

“그, 그게 뭡니까··· 뭐든 하겠습니다···”

“자네들 요새는 범죄수익을 암호화폐라는 걸로 보관한다며?”


장웬이 잠시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인다.


“네, 맞슴다···”


나는 그에게 종이 한 장을 던져줬다.


“지금 거기 적힌 암호화폐 계좌로 10분 내로 자네가 지금까지 번 돈 모두를 입금하게나. 그렇지 않으면 자네와 여기 있는 모두는 죽게 될 걸세. 아, 참고로 금액을 내게 속일 생각은 하지 말게나. 대략적인 금액은 알고 왔으니.”

“모, 모두 말입니까···”

“왜 아까운가? 아, 참고로 지금도 시간은 흐르고 있다네.”


나는 스마트폰에 맞춰둔 타이머를 그에게 보여줬다.

이미 시간은 9분 40초를 가리키고 있었다.


“··· 알겠슴다···”


나는 그의 점혈을 잠시 풀어준 뒤, 그에게 그의 휴대폰을 던져줬다.


“아까 봐서 알겠지만, 함부로 움직인다면 아마 자네 목은 더 이상 자네 것이 아닐 거야.”


···

···

···

···


어느새 타이머의 시간이 1분을 가리킨다.


“자, 이제 1분 남았다네.”


장웬의 손이 더욱더 빨라진다.


“5··· 4··· 3···”

“돼, 됐슴다!! 지금 입금했슴다!! 모두 21억 모두 입금했슴다!”


계좌를 확인해 보니, 정말로 암호화폐 계좌에는 21억 상당의 코인이 들어와 있었다.


“오, 정말 성공할 줄 몰랐는데 대단하군.”


장웬이 모든 돈을 잃었다는 상실감과 그래도 목숨은 살아있다는 안도감이라는 상반된 감정을 가진 채 준혁에게 묻는다.


“이제 그럼 살려주시는 거 맞습니까···”

“아, 살려줘야지. 그런데 말이야. 혹시 자네들 이 보이스피싱 하고 나서 그 약속들 지켰는가?”

“무, 무슨 약속 말임까···”

“돈을 입금하면 뭘 해주겠다 같은 약속들 말이야. 예를 들어 김복순 할머니한테는 돈을 입금하면 손주를 바로 수술해 주겠다는 약속 같은 거 말이야.”

“그거야··· 당연히···”


장웬의 얼굴이 점점 흙빛으로 변한다.


“그래. 당연히 지켰을 리 없지. 애초에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거짓말이니.”


나는 기지개를 켜며 다시 한 손에 칼을 잡았다.


“그래. 미안하지만, 그래서 나도 자네들처럼 약속을 지킬 생각이 없어.”

“차오니마(肏你妈)!”


장웬이 있는 힘을 향해 내게 달려든다.


그러나 서늘한 나이프 한 번의 움직임이 장웬의 움직임을 멈춘다.

그저 평범한 30위안짜리 칼이었지만, 마치 명검처럼 장웬의 목이 잘려 나간다.


“멍청하구나.”


장웬의 몸이 목과 몸통 둘로 분리된다.

그것이 장웬의 이승에서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보이스피싱 조직의 보스답게 그 또한 거짓말에 속아 죽게 되었다.


나는 장웬의 떨어진 목을 발로 차고는 혈을 봉인 당해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직원들을 향해 웃으며 물었다.


“자, 이제 자네들은 어찌하면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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