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가 빌런을 너무 잘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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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연하게
그림/삽화
아아연하게
작품등록일 :
2024.08.07 22:04
최근연재일 :
2024.08.26 23:58
연재수 :
17 회
조회수 :
13,707
추천수 :
219
글자수 :
98,440

작성
24.08.24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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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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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글자
10쪽

15화

DUMMY

그렇게 얼마나 때렸을까.

김진수의 얼굴이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할 정도로 부었다.


“너, 이 개새끼··· 으그읔··· 뭐 하는 새끼야···”

“싸이코패스네 소시오패스네 해도 아픈 건 마찬가지인 모양이군.”


더 때려주고 싶었지만, 이제 슬슬 직원들이 일어날 시간이었다.


“자, 이제 잠깐 기절해 있게나.”

“이, 미친 새끼가!!!”


온 힘을 다해 달려오는 김진수를 막아내고, 가볍게 혈을 눌러 기절 시킨다.


“차라리 일어나지 못하기를 빌도록 하게나. 그게 자네에게 유일하게 남은 편하게 죽는 길일 테니.”



##



그렇게 한참을 산속으로 김진수를 업고 달려, 마침내 미리 사둔 창고가 있는 곳까지 도달했다.


지난번, 보이스피싱 사건 때 얻은 암호화폐 중 피해자들에게 돌려주고 남은 돈으로, 이런 일이 있을까 하고 사둔 창고였다.


십수 년 전에 한 회사에서 쓰던 창고인데, 워낙 교통 접근성이 좋지 않아, 쓰지 않고 십 년 가까이 방치하던 것을 싸게 구매했다.


창고 안쪽 의자에 김진수를 앉힌 후, 복면을 씌우고 잠시 쉬고 있었는데 문밖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난다.


‘온 건가.’


문밖에 온건 50대쯤으로 보이는 중년의 여성 한 명과 비슷한 나이 또래로 보이는 중년의 남성 한 명이었다.


“다들 오셨습니까.”


중년의 여자가 조금은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당신이 우리한테, 쪽지를 보낸 사람입니까?”

“네, 맞습니다.”

“복수를 하게 해주겠다니, 그게 정말입니까···”

“물론입니다. 안으로 들어오시지요.”


두 사람이 의심스러운 표정을 지우지 못하면서도, 나를 따라 창고 안으로 들어온다.


내가 초대한 두 사람은 20대 남성 피해자 최수현의 어머니 이혜정과 30대 여성 피해자의 아버지 윤택수였다.


이들을 초대한 건, 다른 가족보다도, 자식의 죽음을 먼저 본 이들의 원한이 다른 이들 보다도 훨씬 깊을 거로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창고 안으로 들어오자, 택수가 내게 묻는다.


“근데, 당신은 대체 누구입니까. 그렇게 가면까지 쓰고 대체···”

“제가 누군지는 그렇게 중요한 게 아닌 거 아니겠습니까. 중요한 건, 여러분들이 지금 복수할 기회를 얻었다는 겁니다.”


나는 의자에 앉아 있던, 김진수가 쓰고 있던 복면을 벗겨냈다.


김진수의 얼굴을 보자마자, 혜정과 윤석의 입에서 험한 욕설이 터져 나온다.

“너, 이 개새끼!!!”

“내가 오늘 너 죽여버린다!!!”


나는 잔뜩 흥분해 있는 그들을 진정시키며 이야기했다.


“진정하세요. 아직 시간은 많습니다. 저는 잠시 몇 시간 나갔다 오겠습니다. 이제는 여러분들이 원하시는 대로 하시면 됩니다. 정신은 조금 있으면 깨어나겠지만, 아마 몇 시간 정도는 이놈 손가락 하나 까닥 못 할 겁니다.”


혜정의 얼굴에 미소가 감돈다.


“그 말은···”

“원하시는 대로 하시면 됩니다. 만약 두렵거나 무섭다면, 경찰에 신고하셔도 됩니다.”

혜정이 옆에 있던 남자의 얼굴을 보며 서로 고개를 끄덕인다.


“신고라니요··· 그럴 리 있겠습니까··· 누군지 모르겠지만, 정말 감사합니다.”


혜정과 윤석 둘 다 비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인다.

“그러면 저는 잠시, 나가서 쉬다 오겠습니다.”

그들의 얼굴이 이제는 자식들의 원수를 갚을 수 있다는 환희로 가득 찬다.


###

창고 밖으로 나간 뒤 10분 정도 지났을까.


고통에 몸부림치는 소리.

울음소리.

살려달라고 비는 소리.


창고 밖으로 김진수의 온갖 절규와 울음이 새어 나온다.


자식을 잃은 부모가 그 원수에 대해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을지 감히 나로서는 상상도 하기 힘들었다.


‘잠깐 잠이나 자고 올까···’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으로 가, 나뭇잎을 이불 삼아, 한숨 자고 일어나니 어느새 다섯 시간 정도가 지나 있었다.


‘이제 슬슬 마비 혈이 풀릴 시간이네.’


혹시라도 혈이 풀리면, 김진수가 해코지할 수도 있었기에, 서둘러 창고 안으로 돌아가니, 창고 안은 이미 김진수의 피로 가득 차 있었고, 김진수는 살아있는지, 죽어있는지도 알 수 없을 정도로 온몸이 엉망이 되어 있었다.


한 손에 조그마한 칼 하나를 들고 있는 혜정과 망치를 들고 있는 윤석 둘 다 후련한 듯한 표정이었다.


“이제, 마무리는 제가 하겠습니다. 슬슬 돌아가셔야 합니다.”


혜정이 내 모습을 보고는 눈물을 흘린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흑흑··· 이제, 나는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윤석도 내 손을 붙잡고는 울음을 터트린다.


“흑흑··· 우리 딸 이제 좋은 곳으로 보낼 수 있을 거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아닙니다. 제가 한 게 뭐가 있겠습니까. 다 인과응보 아니겠습니까.”


김진수는 상황이 어떤지도 파악이 안 되는지 같은 말 만 반복하고 있었다.


“쿨럭··· 쿨럭··· 이제, 그만··· 그만해··· 제발···”


나는 그만하라며 애원하는 김진수를 뒤로 하고 둘을 데리고 창고 밖으로 나와 이야기했다.

창고 밖으로 나오자마자, 윤석이 묻는다.


“이제, 저놈은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걱정하지 마십시오. 살려둘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다만 피는 제 손에 묻히겠습니다.”


나는 창고 문을 닫으며 이야기했다.


“다들 이제 집으로 돌아가시면 됩니다. 이 위쪽으로 두 시간 정도 돌아서 가면, 카메라나 이런 것들 하나도 없이 돌아가실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준비해 뒀던 옷도 그들에게 건넸다.


“아 맞다. 그리고 이 앞 냇가에서 씻으신 뒤 지금 입고 있던 옷들은, 전부 두고 그 자리에 두고, 이 옷들로 갈아입고 가시면 됩니다. 남은 옷들은 제가 모두 태워버리겠습니다.”


처음에는 혜정이 고개를 젓는다.


“괜찮습니다··· 저는 이제 사형을 당해 죽더라도 여한이 없습니다.”

“안 됩니다. 만약, 이 일 때문에, 잘못된다면, 하늘에 있는 아드님께서, 제 욕을 얼마나 하겠습니까. 무사히 돌아가서 이제 오늘 일은 모두 잊어버리시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시면 됩니다. 그걸 자녀분들도 원할 겁니다.”


혜정과 윤석이 눈물을 흘리고 내 두 손을 꼭 붙잡으며 연신 고개를 숙인다.


“··· ··· ··· 감사합니다. 흑흑··· 감사합니다. 선생님 정말···”



###



그들이 떠나가고, 준혁이 창고 안으로 들어가니 김진수가 바닥에 기어 살아 나가려고 발버둥 치고 있었다.

“아직 숨은 붙어 있었구나.”

“제발, 살려줘··· 부탁이야···”

“누가 죽이기라도 한다고 그랬나. 이 정도로 벌을 받았으니, 살려줘야지.”


일순간 살려준다는 말에, 김진수의 얼굴에 희망이 비친다.


“그, 그게 정말이야···! 정말 살려준다고?”

“말 하지 않았나. 살려주겠다고, 이제 알아서 도망치면 된다네.”


준혁이 그에게 걸려있던 마비 혈도 모두 풀어준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의심의 끈을 놓지 않았다.


“뭐, 뭐야··· 이제 정말 도망쳐도 된다는 거야?”

“마음대로 하게나. 도망쳐서, 자수를 하던지, 어디 동남아 같은 곳으로 밀항해서 적당히 살던지.”

“저, 정말 살려준다고···? 정말이지?”

“정말이라네. 내 천마 강준혁 내 이름을 걸고 약속하지.”


김진수는 천마 강준혁이라고 하는 게 대체 무슨 소리인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이 정도로 이야기했으면 살려준다는 말이 거짓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다친 몸을 이끌고 서둘러 창고에 있는 큰 문을 향해 뛰어간다.


‘돼, 됐어··· 이대로 인천항으로 가서 밀항을···’


그리고 창고에 있는 큰 문을 열려고 하던 그 순간, 목에 서늘한 감각이 느껴진다.


“으어엌···!”


그리고 잠시 뒤 자신의 눈앞에 보이는 건 목 없는 자신의 몸이었다.


그리고 남아있는 의식 사이로 준혁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정말로 살려줄 거로 생각했다니, 살인귀 주제에 너무 순수한 거 아닌가?”


마지막으로 있는 힘을 짜내 준혁에게 소리친다.


“이름을 건다며···!”

“하하하! 내 이름 따위의 무슨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나는 그저 자네가 한 번 살 수 있다는 희망에 빠진 뒤 다시 절망의 구렁텅이로 빠지는 걸 보고 싶었다네.”


김진수의 의식이 점점 흐려진다.

안단시를 비롯해 한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살인귀는 그렇게 쓸쓸하게 죽어 나갔다.





###


[오늘 아침 안단시 야산에서, 탈옥범 김진수가 목이 잘린 채 발견되었습니다. 그는 몸에는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체였으며, 몸에는 수많은 혈흔 자국과 상처 자국이 가득한 거로 알려졌습니다. 경찰은 누군가가 김진수를 납치해 살해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와, 안단시 최근에 진짜 누가 있나?

└근데, 진짜 이건 개 사이다네. 저런 살인마 새끼를 세금으로 살려둔다는 게 말이 되냐고. 진짜 속 시원하네.

└지난번에 구치소로 갈 때 말하는 거 보고, 진짜 악마라고 생각했는데 진짜 잘 뒤졌네. 사적 제제 싫어하는데, 이 새끼는 진짜 이렇게 죽으니 진짜 속 시원하네.

└ 진짜 안단시 다크히어로 있는 거 같음. 최근 일들 이거 다 같은 사람 소행 아니야?

└일반인이 한 게 아니라 단체 아님? 사람 혼자서 어떻게 이 일을 전부 함.

└솔직히 잡혀도 무죄라고 생각함. 내가 피해자 가족이면, 솔직히 저거 저런 사람한테 오히려 고맙다고 절할 듯.


“··· ··· ··· ··· 반장님. 이거 진짜 집중적으로 조사해 봐야 하는 거 아니에요?”


평소 조용하던 정윤석 경장이 커뮤니티를 보고는 한 마디 꺼낸다.

성태가 한숨을 푹 쉰다.

“후우··· 솔직히 속 시원하긴 하지만, 조사는 하긴 해야겠지. 그런데, 이거 정말 혼자서 하는 게 맞을까? 아무리 봐도 스케일이 어떤 큰 단체에서 하는 거 같은데.”


그때 옆에서 잡범들을 조사하고 있던, 회수가 한마디 한다.


“조사는 무슨 조사에요. 솔직히 김진수 그놈 사형 선고받았어도, 평생 교도소에서 사형수라고 일도 안 하면서 먹고 자고 할 텐데. 오히려 잘 죽여준 거지. 나는 오히려 감사하다고 하고 싶네!”

“야, 서희수! 너는 그래도 그게 경찰이 할 소리냐!”


그리고 갑자기 화살이 내게 돌아온다.

희수가 내 쪽을 보며 묻는다.


“막내. 네 생각은 어때. 이번 김진수 건 솔직히 속 시원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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