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가 빌런을 너무 잘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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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연하게
그림/삽화
아아연하게
작품등록일 :
2024.08.07 22:04
최근연재일 :
2024.08.26 23:58
연재수 :
1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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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09
추천수 :
219
글자수 :
98,440

작성
24.08.19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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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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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글자
12쪽

11화

DUM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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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밤이 드리운 시간이었지만, 금요일이라 그런지 시장 근처에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사실 시장이라고는 해도, 안단 시장은 전통 시장이라기보다는 사실상 유흥가에 가까웠다.


‘어디에 있으려나.’


혹시나 하는 마음에 최대한 기척을 숨기고, 수색하고 있는데 저 멀리 유흥주점 앞에서 익숙한 얼굴이 보인다.


“아···!”


남자의 한쪽 팔의 깁스가 그를 누군지 떠올리게 해줬다.


‘안부 인사라도 해볼까.’


“오랜만이네. 잘 있었나.”

“뭐야. 너, 나 알아?”

“깁스는 뭐하러했어. 그 팔은 내가 아니면 고칠 수 없는데.”


남자가 잠시 멍하게 있더니, 이내 내가 누군지 눈치챈 모양이었다.


“너, 그때 그 새끼!!”

“허허··· 아직도 말하는 투를 보아하니, 남은 팔 하나도 굳이 쓰고 싶지 않나 보네.”


덩어리 남자는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남은 팔 하나를 뒤로 숨기며 몸을 떨기 시작한다.


“요, 용건이 뭐야···.!”

“그건 반말 아닌가? 날 모르는 사람이면 상관없지만,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아는데, 그렇게 반말을 하면 곤란한데?”


한 번의 강렬한 눈빛.

그의 동공이 일순간 떨리더니, 이내 태도가 공손해진다.


“용건이 뭡니까···”

“너한테 용건이 있어서 온 건 아니야. 그냥 아는 얼굴이 있어서 반가워서 인사한 것뿐이지.”


아마 나를 보고도 경찰에 신고할 생각조차도 못 하는 걸 보니, 아마 이자도 뒤가 구린 모양이었다.


‘어지간히 사고 친 게 많나 보군, 신고조차 안 한걸 보니.’


“그럼, 저한테 볼일 없으신 거면, 그냥 갈 길 가시죠··· 내 팔 병신 만든 사람하고 계속해서 이야기하고 싶지 않으니까···”

“볼일은 없는데··· 아, 그러고 보니 여기서 일한다면 알 수도 있겠네.”


주머니에 아까 병원에서 받은 최수빈 일당들의 사진을 그에게 보여주며 물었다.


“별건 아니고, 이 사진에 있는 애들 혹시 이 근처에서 본 적 있어?”

“잠시만요···”


그때 그 소리 지르며, 난리 난리를 피우던 깡패하고 동일 인물이 맞나 싶을 정도로 깡패는 온순해졌다.


‘이런 자들일수록 폭력에 쉽게 굴복하지.’


긴가민가한 표정을 하더니, 이내 무언가 기억난다는 듯, 손뼉을 친다.


“아, 얘네들 몇 번인가 본 적 있는데··· 얘네 시장 공중화장실에서 가끔 담배 피우던 놈들이예요. 상인회에서 몇 번인가 내쫓긴 했는데, 항상 감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 또 와서 그 지랄들이더라고요.”

“정말이야? 덕분에 일이 쉽게 풀리겠네. 고마워.”


그의 어깨를 툭툭 치고 떠나가려던 순간 그가 내 손을 붙잡는다.


“저, 저기···”

“뭐야? 할 말이 남았어?”

“그, 제 팔 좀 원래대로 고쳐주면 안 되겠습니까··· 제발 부탁드립니다. 이것 때문에 조직에서도 병신 취급당하고 이제는 쪽팔리게 막내들이나 할법한 술집 가드나 하고 있습니다.”


정말로 간절한지, 그는 무릎까지 꿇고는 내게 빌었다.

물론 무릎 좀 꿇는다고 해서, 그냥 이 팔을 치료해 줄 정도로 나는 호인이 아니었다.


“조직에서 나왔다는 건 이제 깡패짓은 안 하고 다닌다는 건데, 그건 좋은 거 아니야?”

“조직에서 나온 건 나온 거고, 두 팔이라도 멀쩡해야 다른 일이라도 해서 먹고살 거 아닙니까··· 이제 성실하게 살 테니까, 제발 좀 부탁드립니다···”

“흐음···”


‘뭐 한 번 정도는 기회를 줘도 괜찮겠지.’


“이름.”

“네?”

“이름 말해보라고. 지금 고쳐줄 건 아니지만, 앞으로 너 하는 거 봐서 고쳐주든지 할 테니까.”

“김, 김덕배입니다.”


그의 얼굴에서 조금 희망을 찾았다는 눈빛이 보인다.


“이거 내 전화번호니까, 연락하면, 재깍재깍 나와. 알았어?”

“네, 네···! 알겠습니다. 형님!”


그의 태도는 처음 만났을 때의 오만한 태도는 사라지고, 이제는 오롯이 복종만이 남아 있었다.



##




“아, 씨발. 오늘 애들이 술집 하나 뚫어 놓는다고 했는데, 한지수 그 미친년 때문에, 이게 무슨 개고생이야!”


수빈이, 한쪽 손에는 담배를 문 채 입에서 욕설을 내뱉는다.

아무리 봐도 중학교 1학년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든 태도였다.


“아, 이거 우리 전학 가야 하는 거 아니야?”

“야, 전학은 무슨 전학 우리 엄마 장학사인 거 몰라. 교장이 우리들 절대 전학 못 보내.”

“그렇겠지? 하아··· 하여간 한지수 학교 나오기만 해봐. 진자 가만 안 둬.”


‘정말 상상 이상으로 썩었군.’


덕배가 이야기 한 대로, 공중화장실 근처에, 수빈을 비롯한 가해 학생들이 모두 모여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있는 인원은 역시나 남학생 3명, 여학생 3명.

몇 시간 전에 서에서 봤던 얼굴들 그대로였다.

그 중 남학생 한 명은 중학교 3학년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덩치가 컸다.


‘저 정도면 도경 선배하고 옆에 붙여놔도 별 차이가 없겠는데?’


“그러니까. 내가 적당히 하자고 했잖아! 씨발, 나는 이제 촉법도 아니어서 이거 잘못 까딱하다가는 소년원 가야 한다고!”

“석윤 오빠 그걸 왜 나한테 지랄이야! 나 혼자 다 그랬어? 오빠도 그년 존나게 괴롭혔잖아!”


수빈과 덩치 큰 남자 학생과의 말다툼이 시작된다.


“뭐? 지랄? 이 썅년이 진짜 잘 해줬더니, 끝도 없이 기어오르네.”


석윤이 수빈을 때리려던 그 순간, 준혁이 숨긴 기척을 풀고, 그들 앞에 나선다.


‘슬슬 나가 볼까.’


“역시, 아주 대단하군. 대단해. 누구 하나를 최고라고 뽑을 수 없을 정도로 다들 훌륭한 호로새끼들이야.”


수빈과 그 무리들의 시선이 준혁에게 집중된다.


“저건 뭐야.”

“몰라. 얼굴에 무슨 이상한 마스크까지 쓰고, 미친놈인가 봐.“


석윤이 준혁 쪽으로 다가오며, 바닥에 가래를 뱉는다.


“캭 퉤! 씨발, 지금 우리 기분 안 좋으니까. 진짜 뒤지기 싫으면 꺼져요.”


학생이라 일단은 봐주고 있었는데, 끝을 알 수 없는 싸가지 없는 태도에 준혁의 인내심도 슬슬 한계에 치닫는다.


“허허··· 일단 좀 맞고 시작해야겠구나.”


준혁이 근처 쓰레기통 사이에서 주운, 썩은 동태 한 마리를 한 손에 들고 그대로 달려가, 석윤의 오른팔 팔을 그대로 관통 시킨다.


“끄아아악!!!”


칼도 창도 아니고, 고작해야 썩은 동태 한 마리였지만, 내공을 넣어 팔 하나를 아작내기에는 충분했다.


“너, 너 이 새끼!!”

뒤에 있던 남학생 두 명이 마치 삼류 악당 같은 대사를 하며 달려든다.


“자네들도 좀 맞아야겠군.”


석윤의 팔에 박혀있던 동태를 그대로 뽑아, 이번에는 다른 남학생들 팔에 관통시킨다.


“으아아악!!!!”

“내 팔!!!”


팔이 찢어지고, 뼈가 드러난다.

남학생 3명 모두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그대로, 바닥에 누워 괴로워한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수빈을 비롯한 여학생들이 소리를 지르며 도망친다.


“꺄아아악!!!!”

“도, 도망쳐!!!”


준혁이 빠르게 그녀들을 쫓아 목뒤를 내려치며 기절시킨다.


“허허··· 도망치면 쓰나. 다들, 한숨 푹 자게나. 일어나면 지옥일 테니.”





###


준혁의 준비가 다 끝났을 때쯤, 학생들이 한 명씩 눈을 뜬다.


가장 먼저 눈을 뜬 건 수빈.

그녀는 정신을 차리자마자 살려달라며 소리를 지르려 했지만, 아무리 노력해 봐도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 ··· ··· ···!!!!”


눈앞에는 아까 그 호랑이 가면을 쓴 인간이 서 있었다.


“다들 일어났나 보군.”


어딘지는 자세히 알 수 없었으나, 어딘가의 옥상인 것만은 확실했다.


“무리하지 말게나. 혈을 막아놔서 목소리는 못 낼걸세.”


수빈에 이어 나머지 학생들도 전부 눈을 뜬다.

그리고 가장 눈을 늦게 뜬, 석윤이 눈을 뜨자마자 준혁에게 달려든다.


“이거, 참···”


나는 한 손으로 달려드는 100kg 거구의 그를 막아선 뒤, 그의 머리채를 잡았다.

그러고는 조금 조용해지도록, 맨손으로 그의 어금니를 두어 개 정도 뽑아줬다.


“!!!!! !!!!!”

그는 바닥에 누워 괴로움에 몸부림치면서도, 막힌 혈 때문에 아무런 소리도 내지 못했다.

“자네들이 자는 동안 내가 자네들을 어떻게 할까, 고민을 좀 해봤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학생들이 공포에 몸을 떨기 시작한다.


“사실, 원래대로라면 깔끔하게 다 베어버리는 것이 내 성격이고 특기지만, 그래도 학생들인데 그럴 수 있나. 학생들한테는 어느 정도의 관용과 용서도 필요하지. 안 그런가?”


아파서 누워 고통에 몸부림치는 석윤을 제외한, 나머지 학생 다섯 명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서, 자네들한테 선택권을 주기로 했네.”


준혁이 그들 앞에 여섯 잔의 차를 내보였다.


“이 차를 마시던지, 아니면 여기서 뛰어내리거나 하나를 선택해서 한다면 자네들의 죄를 용서해 주도록 하지. 아, 혹시라도 둘 다 싫다면, 이야기하게나. 내 친히 목을 베어줄 테니.”


준혁이 한 명 한 명의 혈을 풀어주며, 그들의 대답을 기다린다.

그중 가장 먼저 입을 연 건 수빈이었다.


“이, 차가 대체 뭔데요···”

“글쎄. 그건 마셔봐야 알겠지. 차가 겁난다면 여기서 뛰어내려도 된다네. 높이는 5층 정도이니, 운만 좋다면 살지도 모르지. 자네가 괴롭힌 그 친구도 살지 않았나.”


그녀가 차를 손에 쥔 채 떨리는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씨발··· 뭔데요! 아저씨 한지수 그 썅년한테 부탁받고 이러는 거예요? 돈 얼마 받았어요! 우리 엄마한테 얘기해요! 원하는 만큼 줄 거예요.”

“돈을 원하는 만큼 준다? 얼마나 줄 수 있는데 그렇게까지 이야기하는가?”


준혁이 마치 어느 정도 관심이 있다는 듯 놀라는 목소리로 묻는다.


‘돼, 됐어···!’


“다, 달라는 대로 다 줄 거예요. 그러니까 제발 좀 풀어주세요! 쟤네들은 안 풀어줘도 되니까 나만이라도 풀어줘요!”


수빈이 혼자라도 살려달라는 말을 내뱉자, 옆에 그걸 듣고 있던, 다른 학생들이 욕설을 내뱉는다.


“야, 최수빈! 이 썅년아! 지금, 너 혼자 살려는 거야!”

“이 개 같은 년! 너, 진짜 내가 가만 안 둬!!!”


준혁이 수빈의 대답에 크게 웃는다.


“하하하하. 이거 참 역시나 호로새끼들 답게 의리도 없군. 돈을 원하는 대로 준다라··· 그러면 100억도 가능하겠는가?”


100억이라는 말도 안 되는 금액이 나오자, 수빈이 놀라 팔짝 뛴다.


“배, 백억이 어떻게 있어요! 우리집이 재벌도 아니고! 말도 안 되는 소리 좀 하지 마요!”

“그렇지. 이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소리지. 그런데 자네들은 왜 학교에서 그리고 아까 경찰서에서 그렇게 말도 안 되는 짓들을 했나? 자네들이 했던 행동들은 말이 되는 행동들이었나?”


돈?


돈이란 건 있으면 좋았지만, 없어도 그만이었다.


마음만 먹으면 지금이라도 명동 사채시장이건, 야쿠자들 돈이건, 얼마든지 가져올 수 있었다.

그저 뒤처리가 귀찮아서 하지 않을 뿐이었다.


천마를 돈으로 움직이려고 한다는 것 자체가 어리석은 발상이었다.


“나를 푼 돈 같은 걸로 움직이려고 하지 말게나. 선택하게나. 차를 마실 텐가. 아니면 뛰어내릴 텐가. 둘 다 싫다면 내가 친히 목을 베어주는 방법도 있다네. 편하게 고르게.”


수빈이 절망에 가득 찬 얼굴로 고민하더니, 이내 차를 손에 든다.


“아, 알았어요···! 이것만 마시면 정말 풀어주는 거죠!”

“물론이지. 나는 거짓말을 하는 사내는 아니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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