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가 빌런을 너무 잘팸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아아연하게
그림/삽화
아아연하게
작품등록일 :
2024.08.07 22:04
최근연재일 :
2024.08.26 23:58
연재수 :
17 회
조회수 :
13,708
추천수 :
219
글자수 :
98,440

작성
24.08.20 22:06
조회
631
추천
8
글자
13쪽

12화

DUMMY

“후우···”


수빈이 가장 먼저, 차를 마신다.


-꿀꺽.


수빈이 차를 다 마시자, 옆에서 불안한 눈빛으로 바라보던 그녀의 친구가 묻는다.



“어, 어때··· 괜찮아?”

“좀 쓰긴 한데··· 괜찮아···”

“정말이야···? 저, 저도 차 마실래요!!”


수빈이 별 문제가 없는것을 보자, 뒤를 이어 다른 아이들도 하나둘 차를 마시는 것을 선택한다.


“용기 있게 한 번 뛰어내릴 학생들은 없나?”


준혁이 뛰어내리는 것을 권해봤지만, 아무도 들은 척도 하지 않은 체 모두 차를 선택해 마신다.


마지막으로 고통에 몸부림치던, 석윤까지 일어서서 차를 다 마시자 서로 눈치를 본다.

그리고 역시나 수빈이 가장 먼저 나서 준혁에게 묻는다.


“이, 이제 우리 가도 되는 거예요···?”


준혁이 자비로운 미소를 짓는다.


“그러시게. 이제 벌은 다 끝났으니, 가보시게.”


가보라는 말이 나오자마자, 누구라고 먼저 말할 것도 없이 뛰어서 건물 아래로 도망친다.


‘누구 하나 피해자의 고통을 느껴보려는 사람은 없군···’


그리고 도망치는 학생을 보며 준혁이 씁쓸한 표정을 짓는다.


###


밑으로 내려온 수빈이 가장 먼저 이야기를 꺼낸다.


“이, 이제 어떻게 하지··· 일단 경찰에 신고부터 해야 하나···”


수빈이 경찰에 신고해야 하나, 어째야 하나 고민하던 그때, 뒤에서 내려온 석윤이 그녀에게 소리친다.


“야, 이 최수빈 썅년아!! 아까 그렇게 자기 혼자 살겠다고 나까지 버려?”


석윤이 수빈을 죽일 듯이 노려본다.


“그러면 그 상황에서 나보고 어쩌라는 건데! 나라도 살아야 할 거 아니야!!!”


하지만, 이미 석윤에게 마음이 반쯤 떠난 수빈도 지지 않는다.

석윤이 질렸다는 듯이 침을 뱉고 먼저 떠난다.


“퉤! 됐다 됐어! 너 같은 미친년하고 사귄 내가 병신이지!”


그리고 수빈에게 배신당했다고, 생각한 건 석윤뿐만이 아니었다.


“야, 최수빈 다신 연락하지 마.”

“너 때문에 대체 무슨 날벼락이야.”


“씨발! 다들 꺼져! 내 돈에 빌붙던 년들이···”


친구들이 모두 떠나고, 잠시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당황하던 수빈이 일단 집으로 향한다.


‘일단 여기서 벗어나야 해···. 언제 저 미친놈이 마음이 바뀔지 몰라···.’


그렇게 30여 분을 뛰어, 집에 도착해서 문을 열자, 집 안에서 잔뜩 화난 목소리가 들려온다.


“야, 최수빈! 너 지금까지 대체 어디 있다가, 지금 들어오는 거야!”


수빈 반겨준 건 그녀의 엄마 영숙의 걱정 가득한 잔소리였다.

하지만, 지금 수빈에게 그걸 설명할 정신은 없었다.


“엄마!!! 빠, 빨리 경찰에···”


‘뭐, 뭐야···’


“얘는 왜 말을 하다 말아! 경찰에 뭐 어떻게 해달라는 거야!”

“··· ··· ··· ···!”


영숙의 언성이 높아지는데도, 불구하고 수빈이 입만 벙긋거릴 뿐 아무런 말을 하지 않는다.


‘목소리가 안 나와···!’


갑자기 무슨 연유에서 인지 목소리가 나오지 않자, 수빈이 일단 스마트폰을 이용해 문자로라도 대화해보려 하지만 이내 그 방법도 무용지물이 된다.


‘이, 이거 왜 이래···! 누, 눈이 안 보여···!’


바로 앞에 있는 스마트폰인데도 찾을 수가 없다.

마치 눈을 감은 것처럼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 ··· ···!”

“최수빈! 너 왜 그래!! 수빈아!! 수빈아!!!”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낀 영숙이 수빈을 애타게 불러보지만, 그녀는 입만 뻥긋거릴 뿐, 어떤 말도, 어떤 행동도 할 수 없었다.


‘이, 이게 뭐야··· 가, 갑자기 왜···!!!’





###



‘슬슬 효과가 나타났으려나.’


그들에게 준 차는 혼안산(昏眼散)과 농이산(聾耳散)을 섞은 차였다.


혼안산(昏眼散)은 서서히 눈을 흐리게 만들어, 상대를 완전한 장님으로 만드는 독약.

농이산(聾耳散)은 상대의 성대를 서서히 망가트려, 영원히 말하지 못하게 만드는 독약이다.


당가에서 내부인들을 처벌할 때 쓰이는 독약이다.

독약의 재료는 정말 쉽게 구할 수 있는 수준이나, 조합법이 조금만 틀려도 효과가 없어지는 약이기에 현대에서는 거의 제조가 불가능한 독약이었다.


‘무림에 있을 때 당가에서 배워놓은 독약 제조법이 이렇게 쓰일 줄이야···.’


사실 5층에서 떨어지는 걸 선택했을 때는, 운만 좋았다면 아마 몸은 크게 다쳤어도 몇 년간 재활한다면 충분히 다시 일반적인 생활을 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학생이기에 최소한의 용서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이었다.


허나 그럼에도 그들이 선택한건 편해보이는 길이었다.


‘뭐, 이렇게 선택할 거야. 알고 있었지만···’


다음 날이 되고, 경찰서 문이 열리자마자 수빈의 엄마 영숙이 들어와 난리를 친다.


“그 한지수 그년 어딨어! 그녀는 어딨냐고! 그년 때문에 우리 애가 지금 눈도 못 뜨고, 말도 못 한다고!!!”


아마도 어제 자신의 아이가 그렇게 된 것이 전부 지수가 그랬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어디 있어!!! 빨리 말해!!!”


행패를 보다 못한 삼촌이 결국 나선다.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한지수 양 때문에, 지금 따님이 눈도 못 뜨고, 말도 못 한다니요. 깨어나긴 했지만, 아직 한지수 양 병원에 입원 중입니다. 누군가에게 뭘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논리적으로 이야기를 해줬지만, 그렇다고 지금 그 소리가 그녀의 귀에 들릴 리 없었다.


“그년 맞다니까!! 그년이 아니면 대체 누가 이런 짓을 하는데!!! 내가 죽여 버릴 거야!!”


조용히 상황을 보고 있던, 희수가 나선다.


“어머니. 그러니까 지금 말씀은, 엊그제 옥상에서 떨어져서 혼수상태에서 간신히 회복한 여자애가, 동급생 여학생 3명하고 2살 위 남학생 3명을 전부 눈도 못 뜨게 하고, 말도 못 하게 만들었다고 말씀하시는 건가요? 대체 어떻게요?”

“··· ··· ··· ···그, 그건···”


논리적인 물음에 영숙이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한다.


“지금 하신 말이 상식적으로, 말이 된다고 생각하세요? 괜히 엄한 사람 좀 잡지 마세요.”

“··· ··· ··· ···”


영숙이 마치 영혼이 나간 사람처럼 바닥에 풀썩 주저앉는다.


아마 본인도 말이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어딘가에는 화풀이를 하고 싶었기에 이렇게 찾아온 것이다.


잠시 뒤 영숙이 아무런 말도 없이 시체처럼 서 밖을 나간다.


나가는 뒷모습을 보며 회수가 한마디 한다.


“참 한심하다. 남의 자식이 그렇게 되었을 때는 눈 하나 깜빡 하지 않다가, 자기 자식이 그렇게 되니까, 저렇게 난리 난리를 치고. 자기 자식 소중하면 남의 자식도 소중한지 알아야지.“


‘자식의 고통을 지켜만 볼 수밖에 없는 것만큼 고통스러운 것도 없지.’


아마 그들의 부모들에게 이보다 더 한 벌은 없을 것이다.




###



‘··· ··· ··· 씨발···!!!!’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말도 할 수 없다.

들을 수는 있지만, 뭐 하나 제대로 할 수 있는 게 없다.


-쾅쾅!!


의사 표현을 제대로 할 수 없으니, 수빈이 할 수 있는 건 이렇게 물건을 집어 던지는 것뿐이었다.


학교도 자퇴했다.

병원이라는 병원은 다 가봤지만, 독약이 아니라 병으로 인해 이렇게 된 거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왜 이렇게 된 거지··· 나 평생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거야···?’


불안감과 공포가 엄습한다.


들리는 건 하루하루 방 밖에서 우는 가족.

그리고 자신을 병원에 입원시키느냐, 마느냐로 싸우는 엄마와 아빠.


왜 이렇게 된 걸까.

한지수를 괴롭혔던 벌을 받는 걸까.


후회도 하고, 하늘에 용서도 빌어봤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어쩌면 그때 그 뛰어내리라고 하는 선택이 유일하게 자기 잘못을 용서받을 수 있는 길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미 기회는 떠났고, 이제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남은 삶은 암흑 속에서 참회하는 것뿐이었다.



###



안단시 학폭 자살 미수 가해자들 근황.txt [1024]


얼마 전에 있던, 안단시 학교폭력 때문에 중학생 한 명 학교에서 뛰어내렸다가 크게 거의 죽을뻔한 사건 기억함?


최근에 그 사건 가해자들 무슨 돌림병이라도 돌았는지, 6명 전부 시력도 잃고 말도 못 하게 됐음 ㄷㄷㄷ


└이거 진짜예요?

└나 안단 사는데, 이거 진짜임. 벌써 동네에 소문 쫙 퍼짐. 워낙 가해자들이 피해자 심하게 괴롭혀서 진짜 천벌 받은 거 아니냐는 게 중론이더라.

└혹시 마약 이런 거 부작용 아님? 어케 6명이 전부 저렇게 되어버림? ㄷㄷㄷ


└솔직히 이런 소리 하면 안 되는 거 아는데, 존나 속시원하다.

└천벌은 너무 개소고, 누가 총대 잡고 한 거 같은데···

└이미 의사가 병이라고 이야기함. 헛소문 ㄴㄴ


└근데, 안단시에서 뭔가 이런 일 많이 일어나네. 지난번에도 유경 그룹도 둘째가 아버지 찔러서 죽였잖아.

└안단시에 배트맨이라도 있나?

└배트맨 같은 소리 하네. 진짜 음모론 병신들.


└존나 속 시원하다. 나 고딩 때 때리던 그 새끼도 제발 저렇게 됐으면 좋겠다. 법적으로는 못 해도 누가 해줬으면 좋겠어 씨발.

└병신들 법치국가에서 사적 제제를 옹호하네.

└이 새끼가 제일 병신임. 저거 가해자 중에 3명은 촉법이라 처벌도 안 되니까, 사람들이 속 시원하다는 거지 병신아.


희수가 보던 폰을 끄고, 내 쪽을 지긋이 바라본다.


“야, 막내.”

“무슨 일이세요. 선배.”

“혹시 그 학생들 네가 그렇게 만든 건 아니지?”


일순간 당황했지만,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을 하며, 둘러댄다.


“제가 무슨 수로 학생 6명을 저렇게 만들어요. 그리고 이미 병 때문에 저렇게 된 거라고 밝혀졌다면서요.”

“뭐야, 왜 그렇게까지 반응해. 그냥 해본 소린데. 근데 진짜··· 천벌이라도 있는 건가··· 무섭네.”


나는 살짝 그녀를 놀리듯 물었다.“무슨 잘못이라도 하셨어요? 선배. 천벌을 왜 무서워하세요.”


그녀가 내 쪽으로 다가와 다리를 올린다.


“막내야. 자꾸 기어오를래?”

“죄송합니다.”


내 사과에 그제야 그녀의 발이 내려간다.


“그런데 하나 불안하긴 하네.”

“뭐가요?”

“지수 학생 말이야.”

“지수 학생이 왜요? 괴롭히던 애들도 이제 학교도 못 나올 테니, 별문제 없는 거 아니에요?”


그녀가 혀끝을 찬다.


“하난 알고 둘은 모르는구먼. 요새 애들이 얼마나 영악한지 알아? 아마, 이미 지수 학생은 학교 내에는 왕따 내지는 약자로 인식되어 있을 거야.”

“약자로 인식되어 있다고요?”


희수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괴롭히던 애들이 사라진다고 괴롭힘이 멈추는 게 아니라, 그 자리에 가해자만 바뀌어서 다시 괴롭힐 거라고. 차라리 전학을 가는 게 나을 수도 있어.”

“그게 정말이에요?”

“그래. 요새 애들이 얼마나 영악한데, 싸우는 건 우리 때보다 적어졌을지 몰라도 정말 죽기 직전까지 괴롭힌다고. 가서 태권도라도 좀 가르쳐 줘야 하나···”



‘흐음··· 일은 벌여놨으니, 마지막까지 책임은 져야겠지.’




###



일이 끝나자마자, 주저할 것도 없이 바로 그녀가 입원해 있는 병실로 왔다.


“어, 아저씨···”


그녀는 날 보자마자 반가운 표정으로 인사를 건네줬다.


“다음 주면, 퇴원이라고? 이제 몸은 괜찮은 거야?”

“네. 이제 걸어 다닐 수도 있고, 눈만 제외하면 괜찮아요.”


잠시 침묵이 생기고, 이내 나는 그녀에게 그 소식에 관해 물었다.

“그 소식은 들었니?”


어떤 이야기인지 말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지수가 고개를 끄덕인다.


“네···”


그러고는 이내 내 쪽을 바라보며 묻는다.


“아저씨가 그런 거예요?”

“글쎄. 누가 천벌이라도 내린 거 아닐까. 아무튼 지금 기분이 어때?”


그녀가 주먹에 손을 꽉 쥔다.


“참··· 기분이 묘했어요. 아니, 솔직히 말하면, 쾌감이 느껴졌어요. 전 지금까지 제가 착한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 봐요···”

“쾌감이 느껴졌다고?”

“네, 앞으로 평생 죽을 때까지 아무것도 보지도 못하고, 말도 못 하면서 살아갈 게네들을 생각하니까 너무 통쾌하고 기분이 좋았어요··· 저 너무 나쁜 사람인 걸까요?”


나는 그녀의 대답에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 아니야. 네가 피해자인, 이런 상황에서도 그들의 불행에 기뻐하는 자신이 나쁜 사람인가 라고 생각하는 거 자체가 너는 좋은 사람이야.”

“감사합니다···”


나는 웃음을 멈추고, 이내 목소리를 바꾸고 병원에 온 진짜 목적을 그녀에게 말했다.


“그건 그렇고, 지수야. 혹시 너, 나한테 싸움 좀 배워볼 생각 있어?”

“네···? 싸움이요?”


그녀의 표정이 물음표로 변한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천마가 빌런을 너무 잘팸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죄송합니다. 연중입니다. 24.08.30 39 0 -
17 17화 +1 24.08.26 368 9 11쪽
16 16화 +1 24.08.25 444 9 10쪽
15 15화 +1 24.08.24 488 9 10쪽
14 14화 +1 24.08.23 521 11 12쪽
13 13화 +3 24.08.21 619 11 11쪽
» 12화 +1 24.08.20 632 8 13쪽
11 11화 +3 24.08.19 655 13 12쪽
10 10화 +1 24.08.16 707 15 15쪽
9 9화 24.08.15 781 10 14쪽
8 8화 +1 24.08.14 792 14 16쪽
7 7화 +1 24.08.14 841 12 13쪽
6 6화 +2 24.08.12 934 12 13쪽
5 5화 24.08.11 996 16 13쪽
4 4화 +2 24.08.10 1,045 19 12쪽
3 3화 24.08.08 1,110 16 13쪽
2 2화 24.08.07 1,247 15 15쪽
1 1화 +1 24.08.07 1,527 20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