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가 빌런을 너무 잘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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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연하게
그림/삽화
아아연하게
작품등록일 :
2024.08.07 22:04
최근연재일 :
2024.08.26 23:58
연재수 :
1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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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18
추천수 :
219
글자수 :
98,440

작성
24.08.15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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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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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글자
14쪽

9화

DUMMY

“사, 살려주시라요··· 어, 어머니 병원비를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했던검다···”

“나도 장 사장한테 협박당해서 어쩔 수 없이 계속했던 겁니다. 제발 살려주시라요.”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이 각자 자신들의 사정을 이야기하며, 살려달라며 애원한다.


“자네들한테 사기당한 사람들한테는 사정이 없었겠나? 자네들이 등쳐먹은 돈 또한 각자 사정이 있는 돈이었다네. ”


나는 칼등을 손으로 탁탁 치며, 그들에게 위협을 가했다.


‘그래도 다 죽일 수는 없고···’


마음 같아선 여기 남아있는 놈들도 다 죽여버리고 싶었지만, 그렇게 된다면, 사건의 규모가 너무 커진다.


‘이미 주범은 다 처리했으니까···’


나는 몸을 떨며, 내 입만을 바라보고 있는 이들을 보며 말했다.


“한 번 기회를 주도록 하겠네.”


그 말이 나오자,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의 표정이 그제야 조금 풀어진다.


그리고 그때, 아까 장웬가 함께 기절시켰던, 조위안이 깨어난다.

그는 깨어나고도 아직 상황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았는지, 나를 보며 소리쳤다.


“뭐, 뭐야 이거···! 여기 뭐야. 당신 누구야!”


‘그러고 보니까. 저 인간이 남았구나.’


“시끄럽구나.”

“자, 잠깐만 너 그 목소리···”


아마 내 목소리를 듣고, 누군지 눈치챈 모양이었다.


“그러고 보니 자네하고는 어제 이야기를 했었군. 내가 누군지 알겠나?”

“너, 어제 한국 그 새끼···”

“기억력이 좋구나. 그러면 어제 한 말 도 기억나겠군. 내가 분명 이야기 하지 않았나. 어제까지 이놈들을 잡아 오라고.”

“개소리 그만하고 이거나 어떻게 해봐! 대체 나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소리치는 조위안을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이 안타까운 눈빛으로 쳐다본다.


“나는 분명 기회를 한 번 줬다네.”


나는 칼을 들어, 그의 심장을 향해 정확히 찔러 넣었다.


“그으읔··· 쿨럭···!”


그의 입에서 다량의 피가 흘러나온다.


그리고 잠시 뒤, 조위안이 몇 번인가 피를 더 토하더니, 이내 싸늘하게 식어간다.


조위안이 죽는 모습을 본, 사람들이 다시 공포에 떤다.

나는 공포에 떨고 있는 자 중 가장 앞에 있는 사람의 목에 칼을 대고 물었다.

“자네들이 살길을 이제 알려줄까?”

“살려만 주신다면, 뭐든 하겠슴다!!”

“뭐든 하겠슴다!”


나는 칼을 내려놓고, 그들에게 이야기했다.

“그러면, 지금 이대로 공안으로 가서 자네들의 죄를 모두 자백하게나. 그리고 오늘 여기서 있던 일들은 장웬가 조위안이 서로 돈 때문에, 싸우다가 생긴 것이라고 말하게. 이해했나?”

“네, 네..! 알겠습니다!”


나는 가장 먼저 제일 앞에 있는 자의 혈을 풀어주며, 말했다.


“먼저 나가게, 이대로 곧장 공안국(公安局)으로 가면 된다네.”


하지만 가장 먼저 혈이 풀린 자는 아무런 감사의 말도 없이, 달려 나가더니 분명 공안국(公安局)하고는 아무 상관도 없는 방향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으음··· 분명 살길을 열어줬건만. 다들 잠시만 기다리게.”


나는 밖으로 나가, 도망간 남자를 잡아 머리채를 잡고 다시 사람들이 있던 방으로 데리고 왔다.


도망쳤던 남자는 내게 죄송하다며, 몇 번이고 빌었다.


하지만 이미 한 번 기회를 준 사람에게 또 기회를 줄 만큼 나는 선한 사람이 아니었다.


“다들 잘 보게나. 기회를 잡지 않은 사람의 최후라네.”

“사, 살려주시라··· 끄윽···”


왼손에 들려있던, 나이프가 목에 있는 남자의 급소를 정확하게 찌른다.

단말마의 비명과 함께, 남자가 피를 흘리며 그대로 쓰러진다.


나는 쓰러진 남자를 뒤에 던져놓고 사람들에게 이야기했다.


“혹시나 또 다른 마음을 먹고 도망치거나, 오늘 있던 일들을 모두 사실대로 알려도 괜찮다네. 다만 내게 자네들 목숨은 거두는 건 물 마시는 것보다 쉬운 일이라는 걸 명심했으면 좋겠군.”



###



호텔로 돌아와 자고 일어나니, 아침부터 삼촌이 심각한 목소리로 누군가하고 통화하고 있었다.


“아니, 서장님! 하아··· 일단, 알겠습니다···”


나는 옷을 갈아입으며 삼촌에게 물었다.


“뭐라고 합니까.”

“일단 두 놈이라도 체포해서 돌아오라고 한다. 아무래도 중국이라서 한국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이 제한적인 모양이야...”


나는 겉옷을 마저 입으며 이야기했다.


“일단, 공안국(公安局)으로 다시 가서, 상황을 좀 더 보는 게 좋지 않겠어요?”

“후우··· 그래 일단은 다시 가서 조위안 그 인간한테 다시 한번 이야기해 보자.”


그렇게 9시가 되자마자, 공안국(公安局)으로 가니, 역시나 예상대로 사람들이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미 다 자수했나 보군’


나는 모르는 척, 형사팀으로 가 정신없이 움직이는 직원을 향해 말했다.


“어제 한국에서 온 사람들입니다. 조위안 과장 좀 만나러 왔습니다.”


물론 조위안을 만날 수 있을 리 없었다.

지금 그를 만나려면 삼도천을 건너야 했다.


“죄송한데··· 오늘은 조 과장님 못 만납니다.”

“무슨 일이 있습니까?”


‘내가 생각해도 뻔뻔하긴 하네···’


“그게··· 하아···”


공안국(公安局) 직원들이 한숨을 푹 쉬더니 사실대로 털어놓는다.


“사실 어제 조위안 과장이 죽었습니다.”

“아니, 갑자기 어제까지 멀쩡하던 사람이 왜···”


나는 최대한 놀라는 척을 하며 다시 물었다.


“그게··· 아직 조사 중이긴 한데, 그쪽에서 조사하고 있는 보이스피싱 조직하고 조 과장님하고 연결고리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제 거기 조직 보스하고 조 과장님 사이에서 싸움이 일어나 결국 서로 죽인 모양입니다.”


내게 통역을 맡긴 삼촌이 이야기가 길어지자, 내게 다가와 묻는다.


“무슨 이야기를 하길래 그렇게 길게 이야기하는 거야. 그리고 오늘 조위안 이 인간 출근 안 한 건가? 보이지 않네.”


나는 최대한 당황한 표정을 하며, 들은 이야기를 전달했다.


“그게, 반장님··· 그 조위안이라는 인간. 어제 죽었답니다.”

“뭐라고? 아니 어제까지 멀쩡하던 인간이 왜···!”

“보이스 피싱 조직 보스하고 돈 때문에 싸우다가 서로 죽인 모양이에요.”

“··· ··· ··· 그러면 남은 놈들은 어떻게 되는 거야.”

“잠시만요. 확인해 볼게요.”


그리고 역시나 내가 이야기 한 대로 전부 자수를 했는지, 남은 조직원에 관해 물어보자, 직원은 보이스 피싱 조직원들을 넘겨주겠다고 이야기한다.


“아, 그 조직원 말입니까. 보스가 죽어서 그런지, 오늘 아침에 그 조직원 놈들 전부 자수했습니다. 몇 명은 조위안 과장 건 때문에 힘들겠지만, 나머지는 유치장에 있으니 수속 끝나는 대로 데려가셔도 됩니다.”





###




15명의 조선족으로 이루어진 보이스피싱 일당을 체포하는 엄청난 성과를 이뤄내고, 돌아가는 길이지만 삼촌의 얼굴은 그다지 밝아 보이지 않았다.


“이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겠다. 정작 주범은 죽어버렸으니.”

“뭐, 하늘의 천벌을 받은 거 아니겠어요.”

“후우, 그런가···”


‘아, 그러고 보니까···’


나는 삼촌에게 주머니 안에 있던, USB 하나를 넘겼다.


“이거 드리는 걸 깜빡하고 있었네요.”

“USB? 이게 뭐야.”


삼촌이 USB를 받더니, 의아한 표정으로 묻는다.


“사실, 오기 전에 사건 현장 방문했을 때, 챙겨온 거예요.”

“야, 사건 현장에서 마음대로 이런걸···”


나는 목소리를 최대한 낮추며 이야기했다.


“이거 안에 내용물을 확인해 보니까, 안에 20억 정도 암호화폐로 들어있더라고요.”

“뭐? 20억? 설마···”

“네. 아마 그놈들 범죄수익 같아요. 공안한테 넘겨봐야, 우리가 회수할 수 있을 거 같지도 않아서 그냥 들고 온 거에요.”


삼촌이 USB를 받더니, 잠시 망설이다가 다시 내게 돌려준다.


“이건, 네가 피해자들한테 잘 돌려줘. 어차피, 획득경로가 불분명해서 한국으로 가지고 가서, 그놈들 범죄수익으로 인정받기도 쉽지 않을 거야. 그렇게 되면 결국 피해자들한테 돌려주기도 쉽지 않고, 아마 국가로 환수될 거야.”

“··· ··· ···”


삼촌은 걱정하지 말라며 어깨를 툭 치며 이야기했다.


“걱정하지 마. 피해자 명단은 내가 뽑아 줄 테니까. 그런 건 나보다 젊은네가 더 잘하겠지. 부탁 좀 하자.”







###


[얼마 전 중국에서 활동하던 보이스피싱 조직원 15명을 안단 경찰서 형사3팀이 중국 공안과의 공조를 통해 체포했습니다. 이들은 연변을 중심으로 활동했으며, 현재까지 알려진 이들에 의한 피해 금액은 2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전부 검찰로 넘겼어요.”


희수가 검찰로 체포된 조직원 15명을 모두 넘기고 돌아온다.


“수고했어. 피해자들 피해액은 정리 끝났어?”

“아, 네. 금방 보내드릴게요.”


그때 경찰서 안으로 낯익은 인물이 들어온다.


“안녕하세요.”


한 손에 자양강장제 한 박스를 사서 온 남자는 다름 아닌, 복순 할머니의 손자 태식이었다.


나는 그를 안쪽 방으로 불러, 해외 암호화폐 계좌를 만드는 것을 도와준 뒤 그의 계좌에 복순 할머니가 당한 피해 금액을 입금해 줬다.


“지금 입금했습니다. 태식 씨. 복순 할머니가 당한 사기 피해 금액 2,000만 원에 맞춰서 오늘 시세대로 입금했습니다.”

“··· ··· 감사합니다.”


태식이 잠시 망설이다 이내, 내게 묻는다.


“저, 형사님. 혹시, 우리 할머니 그렇게 만든 놈들 이제 어떻게 됩니까.”

“으음··· 잠시 나가서 이야기 하시겠습니까?”


나는 경찰서 건물 밖 사람이 거의 다니지 않는 벤치로 와 그에게 자판기 커피 두 잔을 뽑아 한 잔을 그에게 건넸다.


“커피 드시겠습니까.”

“아, 네. 감사합니다.”


나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신 후 사실대로 그에게 이야기 해줬다.


“태식 씨. 사실··· 이번에 체포되어서 한국에 온 놈 중에 복순 할머니에게 사기 친 놈은 없습니다.”

“그, 그런··· 설마 도망치기라도 한 겁니까!”

“아닙니다. 사실 복순 할머니에게 사기 친 사람은 이미 죽었습니다.”


죽었다는 이야기에 태식의 눈이 커진다.


“네? 죽었다고요?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사실, 이번에 언론에 아직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 있습니다. 이번에 잡힌 보이스 피싱 조직 보스하고, 그쪽 동네 공안국 과장 그리고 조직원 한 명이 서로 내분이 일어나서 서로 죽고 죽이는 바람에, 4명이 죽었습니다. 이번에 체포된 것도 그 때문이고요.”


그가 떨리는 목소리로 묻는다.


“그러면 설마··· 그중에···”

“네. 그 죽은 조직원 중 한 명이 김복순 할머니에게 보이스피싱을 한 놈이더군요.”

“··· ··· ···”


이야기를 다 들은 태식이 아무 말 없이 잠시 침묵한다.


“법의 처벌을 받지 못하게 되어서 아쉽습니까.”


하지만 내 물음에 태식의 얼굴에는 미소가 띤다.

그러고는 잠시 뒤 태식이 미친 사람처럼 웃기 시작한다.


“아하하하··· 그래요. 죽었군요. 아하하하하하하.”


그러고는 실컷 웃은 뒤 내 손을 꼭 잡는다.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형사님. 만약 이 이야기를 못 들었으면, 우리 할머니의 원혼이 풀리지 않았을 겁니다.”

“처벌을 못 받고, 죽어서 아쉽지는 않습니까?”

“어차피 한국에 온다 한들 제대로 된 처벌이나 받았겠습니까. 오히려 이렇게 죽었다고 하니 마음이 한결 편해졌습니다. 내분으로 죽다니, 버러지 같은 놈들에게 어울리는 최후였네요.”


태식이 커피를 다 마시고, 내게 인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간다.

돌아가는 그의 표정은 아까와는 다르게 무언가 마음속 응어리가 풀린 듯한 표정이었다.


‘꼭, 법의 처벌을 받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지···’




###



희수 선배가 일하고 있는 내 옆으로 다가와 장난스럽게, 이야기한다.


“이번 일 대박 터트렸으니, 우리 막내 한 건 정도만 더 하면, 바로 특진하겠네? 우리 막내 특진하면 이제 우리하고는 금방 맞먹겠네?”


이번 사건으로 바로 특진한 건 아니었지만, 형사3팀 전체에 특별 수당과 삼촌과 나는 상당히 많은 진급 점수가 올랐다.


나도 적당히 장난스럽게 답한다.


“그렇습니까? 정말 경사로 승진하면, 선배님하고 야자 터도 되는 겁니까?”

“되겠냐! 네가 승진해도 경장이야! 난 경사야! 말 놓을 거면 승진하고 윤석이한테나 놔!”


희수 선배가 꿀밤을 한 대 때리고는 자리로 돌아간다.


그리고 그 소리를 들은 윤석이 한마디 한다.


“선배··· 시끄러워요···”


정윤석 경장.


바로 위 선배로 오히려 나이는 나보다 한 살 어린데 경찰에 좀 일찍 들어와 나보다 한 계급 높은 경장이었다.

다만 뭔가 경찰과 어울리는 사람은 아니었다.


‘경찰 할 사람으로는 안 보이는데.’


말도 거의 없는 편인 데다가, 체격도 작고, 결정적으로 몸이 굉장히 허약했다.


그는 말을 하자마자 기침을 심하게 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는 회수가 한마디 한다.


“윤석아, 죽겠다. 죽어··· 가서 물이라도 가져가 줄까.”

“괘, 괜찮아요. 여기 물 떠 놓은 거 있어요.”


윤석이 책상에 있던 물을 조금 마시고 그제야 기침을 멈춘다.


기침이 모두 멈췄을 때쯤, 밖에 나갔던 삼촌이 들어온다.

그리고 다시 급하게 옷을 챙기며 말한다.


“관내 자살 미수 사건 발생했다. 사건 장소는 안단 중학교. 나하고 윤석이는 병원으로 바로 가볼 테니까. 준혁이 하고 도경이가 학교로 가봐.”



###


“학교에서 자살미수 사건이라니 대체 무슨 일이죠.”

“글쎄, 학교폭력 때문인가··· 일단 가서 조사해 봐야겠지.”


박도경 경위.


형사3팀 부반장으로, 190cm 키에 100kg이 넘는 몸무게를 자랑하는 거구였다.

물론 단순히 덩치만 큰 건 아니었고, 과거 레슬링 선수 출신이라 엄청난 힘을 자랑했다.


다만, 생긴 것과 덩치와는 다르게, 심성이 워낙 착해 경찰서 내에서 그의 별명은 부처님이었다.


“아, 도착했네요.”


차에서 내리고 보니, 이미 학교는 근처 파출소에서 나와서 주변 사람들을 막고 통제하는 중이었다.


안으로 들어가니, 이미 학생들은 모두 하교한 건지 보이지 않았고 선생님들 몇 명이 밖에 나와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박도경 경위가 현장 정리를 하고 있는 파출소 직원에게 가 묻는다.


“형사3팀 박도경입니다. 어디입니까. 현장이.”

“아, 경위님. 이쪽입니다.”


그리고 눈 앞에 펼쳐진 자살 미수 사건 현장은, 당사자는 이미 없음에도 불구하고 꽤 끔찍한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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