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적함대의 고공폭격기 축구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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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니환
작품등록일 :
2024.08.09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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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베닐의 개들.

DUMMY

“후욱···, 훅···”


여느 때와 같이 오전 훈련 전, 웨이트 훈련장에서 개인 운동을 하고 있을 때였다.


“호오.”


나는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며 조금 감탄했다.


‘전완근도 많이 올랐고, 어깨도 많이 벌어졌네. 등도 제법 괜찮아졌고···, 허벅지 뒷근육은 좀 더 자극할 필요가 있겠네. 조만간 180대가 되면 스프린트도 자주 해야 할 테니까. 이때 아니면 언제 스프린트 해보겠어.’


그 후 인바디를 쟀다.


----------


키 166.23cm

몸무게 69.8kg

체지방 12.3kg

골격근량 39.3kg


----------


골격근량은 나쁘지 않고, 체지방은 좀 더 찌울 필요가 있겠다. 어차피 키가 크면서 체지방이 빠져나가는 식이니까.


그렇게 신체 변화를 확인하고 마지막으로 코어 운동을 하기 위해 짐볼 위에 서 있을 때였다.


툭-


“으앗!!!”


누군가 짐볼을 발로 툭 밀었다. 때문에 짐볼이 크게 흔들렸지만, 다행히도 그동안 뼈 빠지게 균형 감각 훈련을 한 덕분에 넘어지지는 않았다.


“어떤 새끼야!”


나는 휙 고개를 돌려 범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호오···, 제법인데? 나무에서 떨어진 원숭이마냥 넘어질 줄 알았는데 말이야.”


산티아고 몬테로.


이 개자식이 진짜.


안 그래도 근 몇 달 동안 자꾸 웨이트 훈련장에서만 만나면 시비를 걸길래 날을 벼르고 있었는데.


요즘 근육량도 많이 올라오고 키도 제법 자랐겠다.


‘제대로 하극상 한 번 찍어?’


나는 짐볼에서 내려와 그 자식의 멱살을 잡았다.


그러자 황급히 놀란 몬테로는 반사적으로 내 멱살을 잡았고.


그렇게 일촉즉발의 상황이 벌어지던 때.


“둘 다 그만!”


누군가 우리 사이를 갈라놓았다.


키가 190cm에 가까울 정도로 커 보이고, 팔의 완력이 엄청난 녀석이었다.


“같은 라 마시아 선수들끼리 이게 뭐하는 짓이야!”


그는 우선 몬테로에게 말했다.


“내가 저번에도 말했을 텐데, 훈련장에서 후배들 괴롭히는 거 다시 한 번 보이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녀석이 말하자 몬테로는 꿀 먹은 벙어리처럼 시선을 피하고 말이 없었다.


녀석은 이후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훈련 하고 있는 데 방해가 된 건 미안하게 됐다. 하지만 그렇게 무턱대고 달려드는 것이 좋은 건 아니야. 몬테로의 잘못은 내가 대신 용서를 구하마. 다음부턴···, 직접 무력으로 나서지 말고 나에게 말을 하거나 코치에게 사실을 알려줘. 굳이 싸울 필요는 없잖아?”


이 녀석.


처음 보는 녀석인데 머릿속이 꽃밭으로 되어 있는, 전형적인 모범생 타입이네.


지한테 말하라고? 코치한테 말하라고?


여기서 그런 식으로 행동했다간 자기 스스로 자기를 지킬 힘도 없는 찌질이 신세를 면치 못하리라는 것 정도도 모르는 건가?


나는 말없이 녀석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계속 보고 있다 보니 어디서 본 것 같기도 한데···


뭐, 굳이 떠올릴 필요는 없겠지.


“제가 알아서 할게요.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나는 옷매무새를 다듬고 훈련장을 떠나기 위해 짐을 챙겼다.


그때였다.


“정한결 여기 있나?”


후베닐의 코치가 나를 불렀다.


“네 여기 있습니다.”

“따라와. 오늘은 카데테에서 훈련하지 않는다.”

“네? 갑자기요?”


보통 ‘훈련하지 않는다’라는 말은, 팀에서 방출 통보를 할 때 하는 말이다.


“큭큭···”

“잘 가라고 동양인 소년~”


여기저기서 나를 비웃는 후베닐 선수들의 조롱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려보니 몬테로 그 자식도 나를 비웃고 있었다.


우리의 싸움을 말렸던 녀석은 당황했는지 코치를 바라보고 있었고.


기어코 입을 열었다.


“코치님···, 그게 무슨 말이죠?”

“어 베르누이, 너도 여기 있었냐.”

“······, 네.”

“마침 잘 됐다. 음···, 곧 있으면 알게 될 거야. 이따 훈련에서 보자.”


이후 나는 코치를 따라 건물의 복도를 걸었다.


웨이트 훈련장을 빠져나오자 비웃음 소리는 금방 사라졌고.


나는 이해되지 않는 생각을 부여잡고 있느라 머리가 아팠다.


‘갑자기 방출이라고? 당장 지난 컵 대회에서 우승도 하고 MVP도 받았는데? 이건 이상하지 않나? 설마 인종차별인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무렵.


나는 어느 사무실에 도착했다.


끼익-


문을 열고 들어서자 그곳에는 카데테 A의 감독, 후안 바레시가 있었다.


“감독님?”

“어 그래, 한결이 왔냐. 여기 좀 앉아봐라.”


나는 의심스러운 얼굴을 하며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후안 바레시 감독을 바라보며 말했다.


“감독님, 갑자기 이게 무슨···”

“상황이 그렇게 됐다. 나도 상부에서 명령한 거라 어쩔 수 없었어.”

“제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그러는 거죠? 저는 그저 열심히 뛰었을 뿐인데요!”


나는 조금 울분에 찬 목소리로 말했고.


“너무 잘해서 문제인 거야. 여기가 원래 그런 곳이잖냐.”


그 말이 쐐기를 박았다.


아.


내가 너무 나댔구나.


그래서 적폐 세력의 심기를 건드렸구나.


그때 후안 바레시 감독이 말했다.


“근데, 후베닐에 가는 게 그렇게 분통이 터지는 일이니? 나는 네가 좋아할 줄 알았는데.”

“···, 네?”

“말 그대로야. 너 후베닐 A로 승격하게 됐다.”

“아······, 방출이 아니라요?”

“뭐? 방출? 너 같은 에이스를 방출시키는 미친 구단이 어딨니? 하하하하! 설마 내가 너를 방출할 거라 생각해서 그렇게 화가 나 있던 거야? 이거 웃기는 놈이네 크하하하하!”


생각도 못했다.


내가 후베닐 A에 승격하게 되는 건, 지금으로부터 대략 5개월 쯤 뒤인 초여름에 벌어질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때는 훈련 중에 갑자기 다른 코트로 나를 부르더니, 그곳에서 후베닐 선수들과 훈련을 하게 했다.


처음에는 후베닐에 선수가 모자라서 그런 줄 알았는데, 훈련이 끝난 이후에는 내가 지금부터 이곳에서 뛰게 될 거라 했지.


이번에도 당연히 그런 루트로, 그런 시기에 벌어질 줄 알았는데.


“최근 라 마시아 이사진에서 네 이름이 자주 오르내렸어. 그리고 결론을 내렸지. 본래 계획보다 빠르게 승격을 시켜서, 더 높은 차원에서 성장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이야.”

“그런···, 그랬군요.”

“그리고 나도 너와 함께 후베닐 A로 승격하게 됐다. 앞으로 잘 지내보자. 한결.”


감독님의 말을 들으니 곧장 안심이 되었다.


단순히 방출을 면했다는 것이 아니라.


이번 3회차 인생이, 스스로 느끼기 뿐만 아니라 남들이 보기에도 좋은 과정을 거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러고 보니 최근에 키가 많이 컸더구나. 몸집도 커지고. 벌크업 훈련은 따로 하고 있다고 했지?”

“네 그렇습니다.”

“후베닐부터는 전문 트레이너가 함께 웨이트 훈련을 도와줄 거야. 나는 네가 필요 이상으로 훈련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걱정이 되기도 하다만, 네가 스스로 갖고 있는 확고함이 있다면 그걸 믿어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보도록 해.”

“넵! 알겠습니다!!! 열심히 할게요!!!”


그렇게 후안 바레시 감독과 인사를 마친 나는 사무실을 빠져나왔다.


후베닐 A의 훈련은 점심 식사 이후, 오후 2시에 치러질 예정이라고 했다.



* * *



점심을 먹고 옷을 갈아입은 뒤 후베닐 A의 훈련장으로 향했다.


그곳엔 이미 다른 선수들이 모여 있었고.


코치님과 함께 훈련장에 입장한 나는, 모든 선수들 앞에서 소개를 받았다.


“오늘부터 함께 훈련하게 된 한국에서 온 정한결 선수라고 한다. 카데테 A에서 승격했으니까 오다가다 본 놈들도 많을 거야. 앞으로 같이 훈련하게 됐으니 잘 지내길 바란다. 그러면 한결이가 자기 소개를 좀 해볼까?”


코치의 소개에 벌써부터 몇몇 놈들의 눈동자 굴러가는 소리가 들린다.


그중에서도 가장 웃긴 녀석은 산에서 멧돼지라도 본 것 마냥 동공이 쉴 새 없이 굴러가는 몬테로, 저 자식의 얼굴이다.


“하···”

“이건 생각 못했는데···”


그 외에도 웨이트 훈련장에서 나를 놀리던 놈들은 시선을 회피하며 딴청을 피우고 있었다.


나는 그런 놈들 앞에 서서 말했다.


“축구만 잘하면 아무리 인성이 파탄 나 있어도 신경 안 씁니다. 앞으로 잘들 해보자고요.”


나의 소개에 누군가는 눈치 없이 박수를 치다가 멈췄고.


대부분은 나를 견제하는 눈빛으로 서 있었다.


“하하하···, 한결이가 아주 자신만만한 소개를 했구나. 그래도 팀원을 자극하는 건 자제해주길 바란다. 뭐 아무튼! 오늘도 훈련을 시작해볼까?”


그렇게 본격적으로 훈련이 시작되었고.


당연히, 신고식 또한 시작될 것이었다.


바르셀로나 라 마시아 후베닐 A의 전통.


‘카데테에서 후배가 올라오면 첫 연습경기에 묵사발을 만들어버린다.’


“한결이는 블루 팀에서 중앙 스트라이커로 뛰어보자.”


후베닐의 코치가 나에게 푸른 조끼를 건네주며 말했고.


그러자 벌써부터 레드 팀의 센터백들이 눈에 불을 켜고 나를 주시하는 게 느껴졌다.


지금 이곳에 있는 녀석들은 대부분, 2회차 인생 때에는 후베닐에서 보지 못한 놈들이다.


그 말은 즉슨, 둘 중 하나다.


실력이 기대 이하여서 팀에서 방출을 당했거나.


혹은 기대 이상이어서 내가 없는 사이 바르셀로나 B팀, 혹은 성인 팀으로 승격을 했거나.


아마 전자에 가까울 것이다.


후자였다면, 내가 늦게나마 2회차 때 성인 팀 데뷔를 할 무렵 거기서 봤을 테니까.


삐익-!


코치가 휘슬을 불었고.


경기가 시작되었다.


나는 차분하게 블루 팀의 팀원들과 패스를 주고 받았는데.


‘이 자식들, 일부러 그러나?’


같은 팀인데도 패스를 잘 받아주지 않고, 나에게 패스를 돌려주지도 않았다.


“어이 신입! 패스가 너무 길잖아! 똑바로 안 해?”


지랄하고 있다.


분명 오른발잡이인 거 알고 오른발 바로 앞으로 줬는데.


그 후로도 같은 팀원들은 고의적으로 나에게 패스를 주지 않았고.


레드 팀의 수비수들은 공이 없는 상황에서도 나에게 몸싸움을 걸었다.


벌크업을 미리 하고 있었기에 다행이지.


2회차 때 이런 상황을 마주했더라면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이번 기수는 아주 개새끼들 천지구만. 왜 그때 안 보였는지 알겠다.’


대충 상황 파악이 끝난 나는, 공이 레드 팀에게 넘어간 직후 혼자 전방 압박을 걸었다.


이런 풋내기들이 고를 패스 선택지는 뻔하지.


나는 중앙 수비형 미드필더에게 직선으로 압박을 하는 척.


그 녀석이 풀백에게 패스를 주려 하자 곧장 궤적을 틀었다.


타다다다닷-


팍-!


공을 받은 풀백에게 다리 깊숙이 태클을 걸자 녀석이 나뒹굴었다.


하지만 명백히 공을 먼저 건드린 태클이었으므로 코치는 휘슬을 불지 않았다.


“플레이!!!”


나는 공을 잡은 직후 전방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먹잇감을 발견한 하이에나들이 자세를 잡고 나에게 달려들 준비를 하고 있었다.


‘어디 개새끼 기수 실력 좀 볼까?’


탓-


나는 공을 몰고 하이에나 무리를 향해 달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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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뚝배기는 알고 있다. +6 24.09.02 5,858 126 12쪽
26 역대급 고공폭격기. +9 24.09.01 6,036 138 12쪽
25 클럽 월드컵 결승전. +11 24.08.31 6,010 134 11쪽
24 210cm. +9 24.08.30 6,120 119 12쪽
23 주가 폭등. +10 24.08.29 6,232 135 13쪽
22 엘 클라시코 (4). +5 24.08.28 6,075 134 12쪽
21 엘 클라시코 (3). +8 24.08.27 5,996 13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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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해. +11 24.08.14 7,355 158 12쪽
7 라 마시아의 비밀 병기. +9 24.08.13 7,479 145 13쪽
6 라 마시아에 근육 돼지는 없다. +7 24.08.12 7,751 14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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