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적함대의 고공폭격기 축구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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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니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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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9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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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마시아에 근육 돼지는 없다.

DUMMY

후베닐 A에 승격을 한 지도 4개월 정도가 지났다.


라 마시아 시스템이 다 그렇듯, 연령별 팀마다 한 선수가 오래 머무는 모습은 보기 어렵다.


보통은 실력 미달을 이유로 팀에서 방출이 되고.


실력이 좋다면 자연스럽게 월반을 한다.


때문에 내가 후베닐 A에 승격한 이후에도 적지 않은 유망주들이 라 마시아를 떠나 다른 지역, 다른 구단 유소년 팀으로 이적을 했다.


베르누이, 몬테로 이런 녀석들만 빼고.


“한결, 보충제 다 먹었나? 괜찮으면 내 거라도···”

“어어, 그래. 한 잔 말아와 봐.”


몬테로는 나의 후베닐 A 승격 이후, 웨이트 훈련장에서 좋은 파트너로 남아 있다.


예전에 나를 괴롭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기구 운동을 할 때 옆에서 나를 도와주거나, 물을 대신 가져다주는 모습.


심지어 이 녀석은 포지션도 스트라이커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로 바꿨다.


“완전 셔틀이 따로 없는데?”


몬테로가 보충제를 가지러 간 사이 파툼이 내게 말을 걸었다.


“그래도 명색이 개는 개니까.” “안 불편해?”

“불편할 게 있나? 오히려 편하지.”


몬테로의 극적인 변화 이후 후베닐 A에는 평화가 찾아왔다.


사실 그 전에도 이렇다 할 분쟁이 있다고 하진 않았다.


몬테로는 위압적인 모습을 자주 보였지만, 그 편이 오히려 사춘기 남자들이 모인 곳에서 무게를 잡아주었고.


그래서 오히려 코치들에 의하면 ‘관리하기 제일 쉬운 연령대 팀’이 후베닐 A였다.


몬테로가 팀의 기강을 잡고, 베르누이가 팀의 안정성을 잡는.


선과 악의 뚜렷한 통제가 잘 먹히는 곳이 바로 후베닐 A였던 셈이다.


“다른 애들은 불편한 것 같은데?”


파툼이 웨이트 훈련장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나는 그런 파툼의 시선을 따라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러다 나와 눈이 마주친 녀석이 황급하게 고개를 돌리는 것을 본 뒤에야 알아차렸다.


아뿔싸.


내가 문제였구나.


“이거 쓰려고? 써!”


나는 벌떡 기구에서 일어나 무게도 기본값으로 세팅해주고 자리를 떠났다.


“어···? 어어···, 괜찮은데, 하하하.”


저 녀석은 불과 몇 주 전 후베닐 B에서 승격한 녀석이다.


이름이···, 세르히오 네그레도라고 했던가.


빼빼 마른 체형에 키까지 작아서 그런지, 1회차 때의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은 녀석이다.


마침 포지션도 윙포워드를 본다고 했었지.


녀석은 기구에 앉은 채 구부정한 자세로 운동을 시작했다.


‘뭐지···, 처음 하는 건가?’


팔의 각도나 허리의 중심점, 모든 것들이 적절한 자극을 주기에 적합한 자세가 아니었다.


그때였다.


“지금은 한결이 운동 중이었을 텐데, 넌 누구냐.”


몬테로가 운동 중인 네그레도에게 다가가 말했다.


“아아! 아니야! 내가 자리 비켜준 거야! 이거 운동하고 싶은 것 같아서.”


나는 바짝 쫄은 네그레도 옆에 붙어서 안 그래도 신경 쓰였던 자세를 코칭해주었다.


“자 코로 숨 들이쉬고, 입으로 내쉬고!”

“흐읍!, 푸하아···”

“옳지, 잘한다. 딱 서른 번만 더 해보자!”

“흐읍! 푸흐아······”


몬테로는 나의 옆에 물 탄 보충제를 내려놔 주었고.


그 근방에서는 베르누이가 흐뭇한 표정으로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다.


“한결 여기 있나?”


느닷없이 코치가 나를 불렀다.


“예? 무슨 일입니까?”

“바레시 감독님이 찾아. 안 바쁘면 지금 감독실로 좀 와볼래?”

“넵! 금방 갈게요!”


나는 마지막으로 네그레도에게 운동 자세를 당부하고, 짐을 챙겨 자리를 떠났다.


“몬테로! 보충제 잘 마실게!”


쿵-


문을 닫고 나서자 웨이트 훈련장에는 이런저런 대화가 오갔다.


“정한결 저 녀석···, 몸이 더 커진 것 같지 않아?”

“완전 근육 돼지가 돼버렸는걸.”

“키도 계속 크는 것 같던데, 완전 타겟터 스트라이커로 자리를 잡으려 그러나.” “쟤 발밑도 미쳤잖아. 개인기 하는 거 보면 뺏을 엄두조차 안 나던데.”

“괴물이야. 괴물.”


그때 베르누이가 몬테로에게 물었다.


“요즘 조용하게 지내네. 무슨 일이라도 있던 거야?”


그러자 몬테로가 대답했다.


“······, 내 새로운 재능을 알았으니까.”


몬테로가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아도, 그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베르누이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2011년도.


현재 후베닐 A는 지역 대회와 스페인 U-18 대회들을 통해 대략 25개가 넘는 경기를 치렀다.


그리고 현재, 산티아고 몬테로는 경기당 2.3개 가량의 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스페인 U-18 전체 최고 도움 개수를 기록하는 중이다.


이전까지 그의 공격 포인트가 대부분 득점에 치중되어 있었던 것과는 반대되는 행보.


이 행보가 가능했던 배경에는, 압도적인 후베닐 A 스트라이커의 득점이 있었다.


25경기 51골 23도움.


이것이 현재의 정한결이 만 16세의 나이로 U-18 대회에서 기록하고 있는 스탯이었다.



* * *



“부르셨습니까?”


나는 후안 바레시 감독님의 감독실 문을 열고 들어서며 말했다.


“그래, 한결이 왔느냐?”


후안 바레시 감독은 평소와 같이 나를 빵긋 웃는 얼굴로 맞아주셨다.


“갑자기 무슨 일이시죠? 설마 성인 팀 월반이라거나 그런 건 아니죠? 하하하.”

“한결아······” “헉, 진짜인가요?”

“이렇게 농담을 하는 걸 보니 준비가 된 것 같구나···, 그러면 나도 어렵지 않게 말하마.”

“아아, 아니요. 준비 안 됐는데···.”

“맞아. 그런 거 때문에 부른 거 아니다. 너 이 녀석. 요즘 골 좀 넣더니 아주 기고만장해졌구나.”

“하하하하. 놀랐다고요. 저는 아직 한참 자라야 하잖아요.”


사실 지금 같은 시기에 성인 팀으로 월반을 하는 건 마냥 좋은 게 아니다.


성인 팀으로 가면 지금보다 훨씬 치열한 곳에서 경쟁을 해야 하고.


정규 시즌 동안에는 이렇게 자유로운 훈련 속에서 개인적인 벌크업을 할 여유도 갖지 못한다.


현재의 내가 급박하게 벌크업을 하고 있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언제든 ‘바르셀로나 B’로 끌려갈 수 있기 때문에.


“다름이 아니고, 내가 너를 부른 건 말이다···”


후안 바레시 감독님은 드디어 입을 열었다.


“너, 우리 라 마시아 물품 담당 부서에서 가장 주목하고 있는 선수가 누군지 아냐?”

“네? 갑자기 물품 담당 부서라니요.”

“유니폼, 스타킹, 트레이닝복 등등을 제작하고 선수들에게 지급하는 부서 말이다.”

“······, 설마 전가요?”

“그래 이 녀석아. 무슨 애가 하루가 다르게 몸이 크고 그러니까 올해에만 벌써 네 번째 유니폼 사이즈를 수정했단다. 이게 구단 역사상 최초야. 4개월 동안에만 유니폼 사이즈를 네 번? 거의 한 달에 한 번 꼴이잖냐. 이게 얼마나 손이 많이 가는 일인지 아니?”

“아하하하···, 제가 또 한창 클 나이잖아요.”

“최근에는 심지어 단백질 보충제까지 먹어가면서 근육량을 키우고 있다고 들었다. 또 요가며 필라테스며···, 무슨 올림픽이라도 준비하는 거냐?”

“올림픽···, 그것도 군면제 받으려면 나가야 하긴 하는데요···.”

“축구 말고 무슨 철인3종경기 준비라도 하는 거냐고 말이다.”

“······, 그건 아니죠. 저는 축구밖에 없습니다.”

“후······, 바르셀로나 이사진에서 요즘 네 이름이 자주 거론되고 있다고 하는구나. 아무리 눈치가 없어도 요즘 네가 라 마시아에서 가장 주목 받을 수밖에 없는 놈이라는 것쯤은 알고 있지?”

“네, 주변에서 하도 눈치를 주길래···.”

“구단에서는 너에게 과도한 벌크업을 규제하라고 전했다.”

“······네?”

“근육 돼지마냥 몸 키우지 말라는 소리야. 그러면 민첩함도 줄어들고 부상 위험도 많아진다. 무엇보다 바르셀로나 정체성과 맞지 않지. 바르셀로나 출신 레전드 선수들 중 그런 근육 돼지들 본 적 있냐?”

“없죠.”

“나는 너를 믿고, 네가 가는 길이 옳다고 생각하지만 말이야. 요즘은 나도 잘 모르겠다. 이게 축구선수니 프로레슬러니.”


하긴.


내가 봐도 요즘 벌크업을 너무 과도하게 하긴 했다.


이제 겨우 만 16세인 놈이 떡대는 무슨 작은 고릴라처럼 생겼으니까.


하지만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지금부터 내 키는 하루가 다르게, 마치 성장기에 돌입한 대나무 죽순 마냥 클 것이기 때문이다.


“큭큭큭···, 근육 돼지란다. 근육 돼지.”


옆에서 파툼이 쫑알쫑알 비웃어댔다.


하지만 이 목소리는 나에게만 들리는 목소리고, 여기서 내가 “호들갑 좀 떨지마” 같은 말을 했다가는.


“너 지금 뭐라고 했니?”


같은 반응이 나올 것이 뻔했다.


결국 나는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감독실에는 긴 침묵이 이어졌고.


“구단에서는 너의 성장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결정을 내린 거야. 너도 이해하리라 생각한다.”

“······, 그치만···”

“대신. 내가 생각한 게 있다. 한 번 들어보겠니?”


이후 후안 바레시 감독님은 나에게 ‘제안’을 하셨다.


그건 당연히도 거절할 이유가 없는 제안이었다.



* * *



“2011년 5월 13일 금요일 오후 2시 30분, 신장 172.27cm. 몸무게 80.11kg. 5월 6일 대비 신장 0.57cm 성장. 몸무게 0.98kg 증가.”

“오늘도 수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별말씀을요. 저희 입장에서도 정한결 선수 같은 특이 케이스를 매주 측정할 수 있다는 건 제법 흥미로운 일입니다.”


후안 바레시 감독은 구단 이사진들에게 타협안을 제시했다.


“만일 정한결 선수의 근육 증가량이 신장의 성장과 비례하지 않는다면 그때부터 벌크업을 제한하도록 하겠습니다.”


구단에서는 이를 동의했고, 이 시기 동안 나는 성인 팀으로의 월반도 제한을 받기로 했다.


“신체적 성장이 안정기에 접어들었을 때, 그때 새로운 회의를 통해 정한결 승격을 결정할 것. 이것이 오늘 회의의 최종 결론입니다.”


후안 몬테로 감독 본인은 이 결정이 어떤 의미를 시사하는지 잘 몰랐겠지만.


나에게 있어서 이 결정은 하늘이 내린 천운과도 같았다.


덕분에 나는 대한민국 청소년 대표팀의 차출을 구단 차원에서 거부 받은 채 미래 대비에만 집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판단은 얼마 지나지 않아, 중요한 선택에 큰 도움이 된다.


그 후로 몇 개월이 더 지나고,


라 마시아에는 괴담 같은 소문이 돌았다.


후베닐 A에는 몇 개월 째 한 달마다 키가 1cm 이상씩 자라고, 몸무게도 그에 맞게 증가하는 놈이 있다고.


그 녀석은 진작 바르셀로나 성인 팀에 월반해도 이상하지 않을 공격 포인트와 스탯을 기록하고 있음에도, 구단 차원에서 비밀병기 취급을 하고 있기 때문에 세상에 공개를 하지 않고 있다고.


그렇게 2011년이 지나고.


2012년이 지나고···.



2013년이 되었다.


[정한결(대한민국) 만 18세.]

[신장: 184.7cm]

[체중: 89.49kg]


오늘은 13/14 시즌을 앞두고, 바르셀로나 성인 팀이 프리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프리미어리그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경기를 벌이는 날이다.


전반전이 끝날 무렵.


관중석에 있는 바르셀로나의 팬들, 일명 ‘꾸레’들은 익숙하지 않은 등번호와 체격의 한 선수를 보며 말했다.


“저 덩치는 누구야?”

“동양인인가? 우리 팀에 저런 애가 있었어?”


그때 꾸레들 중 유스 선수들에 능통한 한 팬이 말했다.


“드디어 나오는 건가? 소문으로만 듣던, 그 괴물이?”


“자, 준비 됐나. 한결.”


바르셀로나의 감독, 헤라르도 마르티노가 나에게 말했다.


나는 대답했다.


“¡Claro!(물론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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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내가 무릎을 꿇은 건 추진력을 얻기 위해서다. +7 24.09.05 5,465 145 12쪽
29 한 뚝배기 하실래예. +4 24.09.04 5,576 128 13쪽
28 기린은 머리를 휘둘러 공격한다. 나도 그렇다. +5 24.09.03 5,708 129 12쪽
27 뚝배기는 알고 있다. +6 24.09.02 5,859 126 12쪽
26 역대급 고공폭격기. +9 24.09.01 6,036 138 12쪽
25 클럽 월드컵 결승전. +11 24.08.31 6,010 134 11쪽
24 210cm. +9 24.08.30 6,120 119 12쪽
23 주가 폭등. +10 24.08.29 6,233 135 13쪽
22 엘 클라시코 (4). +5 24.08.28 6,075 134 12쪽
21 엘 클라시코 (3). +8 24.08.27 5,996 136 13쪽
20 엘 클라시코 (2). +3 24.08.26 6,102 126 13쪽
19 엘 클라시코 (1). +5 24.08.25 6,364 126 12쪽
18 선택과 집중. +6 24.08.24 6,462 130 12쪽
17 기대치와 함께 커지는 불안감. +2 24.08.23 6,632 12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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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바르셀로나 역대 최장신 스트라이커. +8 24.08.15 7,387 151 12쪽
8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해. +11 24.08.14 7,355 158 12쪽
7 라 마시아의 비밀 병기. +9 24.08.13 7,480 145 13쪽
» 라 마시아에 근육 돼지는 없다. +7 24.08.12 7,752 140 12쪽
5 지는 쪽은 개가 되는 걸로. +13 24.08.11 8,084 120 13쪽
4 후베닐의 개들. +8 24.08.10 8,436 122 12쪽
3 미래가 바뀌었다. +5 24.08.09 9,097 148 15쪽
2 라 마시아에서 살아남기. +9 24.08.09 9,690 151 12쪽
1 작아도 너무 작다. +18 24.08.09 11,765 157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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