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툼.
“정한결과 메시를 막는 방법은 같다. 둘 다 발목을 분지르면 해결 될 일이다. 그 방법 말고는 모르겠다.” - 지네딘 지단(레알 마드리드 감독)
“이번 경기에서 정한결을 어떻게 막을 거냐고요? 주심이 레드 카드를 집에 두고 왔다면 쉽게 막을 수 있을 겁니다.” - 세르히오 라모스(레알 마드리드 주장)
“솔직히 내가 정한결을 상대하는 감독이라도, 정한결을 어떻게 막아야 할지 모르겠다. 내가 잘 아는 건 정한결을 어떻게 이용하느냐 뿐.” - 후안 바레시(바르셀로나 감독)
“저를 막을 수 있는 건 제가 반찬 투정 할 때의 저희 어머니밖에 없습니다.” - 정한결(이은영 아들)
* * *
[FC 바르셀로나 vs 레알 마드리드]
[라리가 엘 클라시코 2차전(캄프 누)]
[선발 라인업]
[FC 바르셀로나] (4-3-3)
GK: 테어 슈테겐
LB: 조르디 알바
LCB: 제라르 피케
RCB: 하비에르 마스체라노
RB: 다니 알베스
CDM: 세르히오 부스케츠
CAM: 안드레 이니에스타(C)
CM: 이반 라키티치
LW: 네이마르 주니오르
ST: 정한결
RW: 산티아고 몬테로
[레알 마드리드] (5-3-2)
GK: 케일러 나바스
LWB: 마르셀루
LCB: 세르히오 라모스(C)
CB: 페페
RCB: 라파엘 바란
RWB: 루카스 바스케스
LDM: 카세미루
CM: 토니 크로스
RDM: 루카 모드리치
CF: 카림 벤제마
ST: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 * *
“네 안녕하십니까~! 오늘 경기도 진행을 맡은 캐스터 배선재.”
“해설 박은성입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렸던 라리가의 가장 큰 빅매치! 엘 클라시코 2차전이 도래했는데요. 이번 경기는 라리가 후반기의 우승 자리가 걸려 있는 승점 6점까지 경기인 만큼, 이번 경기에서 승리하는 사람이 라리가 우승을 차지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겠죠?”
“네 그렇습니다~! 시즌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현재 바르셀로나가 승점 3점으로 우세를 이어가고 있는데요. 이번 경기에서 바르셀로나가 레알 마드리드를 꺾고 승점 3점을 가져간다면 승점 차이를 6점으로 벌릴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 보고 있습니다.”
“이번 시즌 정한결 선수와 리오넬 메시, 그리고 네이마르 선수를 필두로 유럽 전체를 통틀어서 가장 막강한 공격력을 자랑하고 있는 바르셀로나인데요. 현재 라리가 31라운드 기준 89골이라는, 거의 경기당 3골에 육박한 득점 수를 기록하고 있는 바르셀로나입니다.”
“네 그렇습니다. 현재 리그 18골을 기록 중인 네이마르 선수, 그리고 리그 24골을 기록 중인 정한결 선수, 그리고 리그 31골을 기록 중인 리오넬 메시 선수가 있었는데요.”
“하지만 리오넬 메시 선수의 득점 레이스는 최근 잠시 중단 된 상태입니다.”
“복귀가 머지 않았다는 뉴스를 최근에 본 적이 있는데요. 현재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선수가 리그 28골로 바짝 추격하고 있는 만큼, 득점왕 경쟁과 리그 우승 경쟁을 위해서라도 바르셀로나는 리오넬 메시 선수의 복귀가 절실하겠습니다.”
“그러나 리오넬 메시 선수의 부상 이후, 정한결 선수의 폼이 급속도로 다시 살아나며 리그 득점왕 경쟁 레이스에 참가한 상황인데요.”
“오늘 경기에서 정한결 선수가 득점을 기록하고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선수가 득점을 기록하지 못한다면, 정말 득점왕 경쟁 레이스 가시권에 진입할 수도 있는 정한결 선수입니다.”
“비록 스페인 국적을 택하긴 했지만, 한국 출생의 선수가 메시와 호날두 사이에서 득점왕 경쟁을 한다니···, 정말 믿겨지지 않는 모습이네요. 그래서 정한결 선수가 스페인 국적을 선택한 것이 더욱 더 아쉬운 게 사실입니다.”
“지금 대한민국 대표팀에 정한결 선수가 있었다면 매우 막강한 공격 옵션이 되었겠죠. 저도 그건 참 아쉽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경기를 즐겁게 감상할 필요가 있겠죠! 양팀 선수들 경기장에 대열을 갖추었습니다.”
“주심이 경기 시작을 알리는 휘슬을 입에 가져다 댔는데요.”
삐익-!
“경기! 시작합니다! 홈 팀 바르셀로나, 원정 팀 레알 마드리드와의 라리가 31라운드! 시즌 두 번째 엘 클라시코가 시작되었습니다!”
“전반전은 바르셀로나의 선축인데요. 정한결 선수가 이반 라키티치 선수에게 패스합니다.”
“최근 리오넬 메시 선수의 부상으로 산티아고 몬테로 선수에게 주전 자리를 밀렸던 라키티치 선수가 중앙 미드필더로 복귀를 했는데요.”
“산티아고 몬테로 선수가 오른쪽 측면에서 정한결 선수와 좋은 호흡을 보여주었기에, 후안 바레시 감독은 몬테로를 기존 리오넬 메시의 자리였던 오른쪽 윙포워드로 옮겨 클래식한 윙어로서의 역할을 맡겼습니다.”
“몬테로 선수의 크로스는 유독 궤적이 높은데요. 이는 정한결 선수에게 큰 도움이 되겠죠?”
“그렇죠! 아무리 높이에 강점이 있어도 그에 맞는 높은 크로스가 올라오지 않으면 다른 수비수에게 공중볼을 내줄 수 있는데요. 몬테로 선수의 크로스는 정말이지 이 세상에 정한결 아니면 그 누가 받을 수 있을까, 궁금할 지경입니다.”
“두 선수는 바르셀로나의 유스 시스템인 라 마시아의 후베닐 시절부터 함께해온 동료라고 알고 있는데요. 정말이지, 라 마시아는 매번 엄청난 유망주들을 키워내네요.”
경기가 시작되고.
어느 빅매치가 그렇듯, 처음은 탐색전이다.
서로 완전한 베스트 11을 들고 나왔다면 이미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처음부터 부딪치는 경기가 진행 될 수 있지만.
“레알 마드리드가, 파이브백을 들고 나왔군···.”
“리오넬 메시가 없는 바르셀로나라고 방심해선 안 돼.”
양팀의 감독은 서로의 패를 공개하기 전에, 서로의 숨겨진 카드를 주시하는 방법을 택했다.
“전반 주도권을 잡은 바르셀로나, 하지만 섣불리 공격하지 않습니다.”
“바르셀로나는 홈 팀인 입장에서 무리하게 공격을 할 필요도 없죠. 리그 승점만 봐도 우위에 있기 때문에, 사실 무승부만 거두어도 손해 볼 건 없거든요.”
“하지만 레알 마드리드 입장에서는 반드시 이번 경기에서 승점 3점을 따야겠습니다.”
전반 초반.
나는 거의 중앙 미드필더처럼 움직였다.
레알 마드리드가 라인을 높게 올리고 있었기 때문도 있지만, 반대로 우리 팀이 공격적인 빌드업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좌측 메짤라 역할을 맡은 바르셀로나의 주장, 이니에스타 선배의 움직임을 보면 알 수 있다.
거의 후방 지역에 머무르며 동료들에게 손바닥을 내보이는 제스처.
‘천천히, 섣불리 다가서지 말자.’라는 뉘앙스.
그리고 동시에 나에게 손짓을 할 때에는.
‘천천히 끌어당겨 보자.’라고 말하는 듯하다.
툭-
툭-
내가 중앙 지역으로 내려오자 이니에스타 선배는 발밑으로 가벼운 패스를 찔렀고.
나는 등 뒤에서 수비의 압박이 느껴지자 곧장 리턴 패스를 내주었다.
그 한 번의 동작으로 알았다.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에게는 분명한 ‘선’이 있다.
오프사이드 라인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바르셀로나의 공이 어느 정도까지 다다르면 그때부터 압박을 한다.’라는 암묵적 합의의 선과.
‘최전방 공격수, 정한결이 공을 받으면 곧장 압박한다.’라는 심리적인 선.
그 두 조건이 모두 충족되면 뒤를 볼 것도 없이 곧장 압박에 나서는 것이다.
‘양쪽 윙백들이 인버티드처럼 중앙으로 좁혔군. 측면의 가동성을 줄이는 대신 중앙 압박을 택한 거야.’
지단 감독이 머리 좀 썼구만.
머리카락도 없는 양반이.
전반 초반, 레알 마드리드의 수비 전술은 매우 효과적이었다.
일단 중앙 지역을 점유해야 측면 공간으로 밀어넣는 패스를 뿌릴 수 있고.
측면에서 크로스가 올라와야 내가 헤딩을 하든 말든 하는데.
아예 1차적인 패스 공간을 내어주지 않고 수비적인 태세를 갖추는 레알 마드리드의 축구는, 가히 ‘레바뮌’에 속하는 메가 클럽다운 모습이었다.
대충 키 비슷한 센터백을 수비형 미드필더로 세우거나, 세트피스시에 골대 안에 필드 플레이어들 박아넣어서 막으려는 어느 팀들과는 다른 행보.
‘축구는 잔디 위에서 하는 체스다.’라는 말에 가장 잘 어울리는 전술적인 수싸움이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싸움이 가능할 때의 이야기다.
“안드레! 패스!”
내가 이니에스타 선배에게 패스를 요청하자, 그는 곧바로 내 발밑으로 패스를 찔러넣었다.
타다닷-
그러자 동시에 두 명의 선수가 등 뒤와 측면에서 압박하는 것이 느껴졌고.
툭-
휘익-
가벼운 볼 터치로 거리를 벌려놓은 다음, 다리를 굽히고 엉덩이를 뒤로 쭉 빼며 발을 넣지 못하게 막는다.
동시에 측면으로 돌아서며 공을 가로채려는 선수는 팔로 저지한다.
아무리 프리메라리가가 몸싸움에 엄격하다고 해도, 이 정도는 봐주는 편이다.
“몬테로!”
나의 외침과 함께 몬테로는 곧장 측면으로 달렸다.
파앙-!
타다다다닷-
빠르게 길게 뿌린 로빙 쓰루 패스에 몬테로는 이를 악물고 달려가 공을 잡아냈고.
몬테로가 공을 받아내기 위해 달려가는 동안 나도 페널티 박스를 향해 달려갔다.
파앙-!
몬테로는 나의 침투 타이밍에 맞춰 페널티 박스 안으로 높은 궤적의 크로스를 올렸고.
‘됐다!’
적당한 높이, 완벽한 도움닫기, 골키퍼의 위치.
모든 게 완벽했다.
선제골을 넣기에 말이다.
그러나.
쾅!!
뚝-
“으아아아악!!!!”
공중에 떠오른 순간 허리에 엄청난 충격과 함께 눈앞이 깜깜해졌다.
고통 속에서 반쯤 정신을 차리니 나는 이미 땅바닥에 쓰러져 있었고.
주위에서는 선수들이 거친 목소리로 싸우는 소리가 들렸다.
“이 개새끼야!!!”
‘이건······, 몬테로 목소린데. 안 돼···.’
나는 얼핏 고개를 돌려 눈을 간신히 떴고.
그곳에서는 몬테로가 라모스의 얼굴에 주먹을 꽂고 있었다.
‘차라리 손바닥으로 치지···, 주먹으로 때리면 출장 징계란 말이야······.’
나는 고통 때문에 정신이 혼미한 상황에서도, 몬테로의 징계를 걱정했다.
안 그래도 메시 선배도 없어서 경기 뛰는 게 죽을 맛인데.
너까지 없으면···.
······.
그칠 줄을 모르는 허리 통증 속에서, 정신이 점점 혼미해진다.
“끄으으으···.”
내가 할 수 있는 건 단전에서부터 새어 나오는 신음소리를 입 밖으로 흘려보내는 것뿐.
‘이 정도면···, 남은 시즌 못 뛸 것 같은데······.’
그때였다.
“걱정돼? 아니면 후회?”
파툼이 나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원숭이 새끼 또 조잘거리네···, 뭐라도 대답은 해줘야 하는데···.’
하지만 입 밖으로 낼 수 있는 소리는 신음소리밖에 없었고.
“흐읍···, 끅···.”
내가 하염없이 앓는 소리를 내자 파툼이 말했다.
“마음의 소리로 말해도 다 들려. 네가 방금 원숭이 새끼라고 한 것도 들었고.”
‘아 그래?’
“응 꺽다리 새끼야.”
‘잘 됐네 그건···.’
“많이 아프냐?”
‘응, 찰리 아담 코치님한테 빡빡이라고 놀렸을 때 정권 찌르기 맞은 것보다 더.’
“너 그때 울었잖아.”
‘지금은 너무 아파서 울음도 안 나오네. 이거 좀 어떻게 해줄 수 없어?’
“내가 외과의도 아니고 그걸 어떻게 하냐.”
‘무능한 원숭이 새끼···.’
“너 그 말 후회하는 게 좋을 텐데. ‘어떻게 하냐’고 했지 못한다고는 안 했어.”
‘응?’
“그래서, 후회 해 안 해. 그것만 말해.”
‘뭘? 부상 당한 걸 후회하냐고? 그게 후회냐? 아쉬움이지···.’
“없던 일로 하면 되잖아. 우리가 지금껏 그래왔던 것처럼.”
‘뭐? 그게 가능해?’
“네가 후회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후회한다.
존나 후회한다.
등 뒤에서 라모스 그 새끼가 칼을 꽂으려는 것처럼 달려들 줄 알았으면.
그렇게 호기롭게 점프하지 않는 거였는데.
마치 신호등을 건너기 전에 초록불이더라도 좌우를 살피는 보행자처럼.
조심할걸.
후회했다.
“좋아, 그 정도면 될 것 같네. 하지만 알아둬. 원숭이의 능력은 늘 리스크가 있다는걸.”
‘리스크?’
“그래, 너에게 좋은 일만 있지는 않을 거야. 내가 전지전능한 건 아니니까.”
‘일단 빨리 해주기나 해. 너무 아파 죽겠어.’
“그래, 다음엔 후회하지 말고.”
순간 깜깜했던 눈앞이 푸르스름한 빛으로 가득 채워졌다.
나는 점차 허리의 통증이 사라지는 감각 속에서 심장 박동이 점차 빠르게 뛰는 것을 느꼈고.
어느새 통증이 다 가셨을 땐, 서서히 눈이 뜨였다.
“뭐지?”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캄프 누 경기장을 달리고 있었다.
파앙-!
오른쪽 측면에서는 몬테로의 크로스가 날아왔고.
내 등 뒤에선, 점프를 하려다가 그만둔 라모스가 어리둥절한 목소리로 물었다.
“뭐야? 왜 갑자기 멈춘 거지? 크로스가 너무 높았나?”
“예?”
“너 지금 뛰다가 멈췄잖아. 네가 못 받는 크로스도 있었다니···, 놀랍군.”
할 말을 마친 라모스는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고.
“한결!! 집중해!!! 뭐하는 거야!!!”
측면에 있던 몬테로는 나를 향해 외치고 있었다.
“이게···, 무슨 일이지?”
내가 말하자 파툼이 대답했다.
“네가 후회하기 전으로, 돌아온 거야. 라모스는 퇴장 당하지 않았고, 몬테로는 라모스의 죽탱이를 갈기지 않았지. 당연해. 라모스가 너에게 반칙을 하지 않았으니까.”
파툼은 자신 스스로를 ‘전지전능하지 않다’고 말했지만.
이 능력은 뭐야.
수호신이랑 다를 게 없잖아.
- 작가의말
독자 여러분들 즐거운 한가위 되시길 바랍니다.
저는 명절에 먹는 갈비찜을 참 좋아하는데요.
내일은 마트라도 가서 홀로 갈비찜을 해먹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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