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발론 - 첫 번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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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로섭마린
작품등록일 :
2024.08.15 14:54
최근연재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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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2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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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키리

DUMMY

빛의 칼이··· 현란하게 움직이며 주위 공간을 농락하자, 빛을 보고 적의 대장을 잡고자 떼로 몰려들었던 스킨헤드들의 잘린 무기와 팔다리가 허공을 날아다녔고, 남은 스킨헤드들도 전의를 상실하고 우왕좌왕하기 시작했다.


저 정도면 거의 1인 군단인데?


“발키리···”

어느새 내 옆에 와 있던 에릭슨이 감탄하며 내뱉는 소리가 들렸다.

발키리라··· 날개는 안 달린 거 같은데 말이지···

“□□□ □□ □□!”

펜드래건 영주가 날카롭게 외치자, 적과 마찬가지로 넋이 나가 있던 아군이 정신을 차리고 일제히 패주하는 적들을 소탕하기 시작했다.


나는··· 솔직히 감탄하는 심정으로 소녀 영주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스킨헤드 한 놈이 숲 속에서 석궁으로 보이는 무기로 그녀를 겨냥하는 것을 보고 바로 한껏 정신을 집중해서 단검을 날렸다.

빛살같이 날아간 단검이 적의 미간을 정확히 꿰뚫었고, 그 순간에 발사된 석궁이 살짝 들리면서 볼트가 소녀 영주의 머리 위로 스치고 지나갔다.


지휘관이 그렇게 날 쏴주쇼 하고 있으면 어떻게 하냐?

나는 구시렁거리면서 단검을 회수하러 갔다.

영주는 그런 나를 보더니 피식 웃고는 칼을 칼집에 꽂았다.


단검을 회수하고 나니, 적이 떨어뜨린 석궁이 눈에 띄어 주워들었다.

가죽으로 만든 화살통도 매고 있기에 손으로 더듬어 봤더니, 볼트가 여남은 개나 들어 있어서 그것도 풀어서 내가 허리에 매었다.


각개격파가 목표인 우리는 일일이 적을 쫓아가 섬멸할 수는 없었기에, 베디비어와 에릭슨이 각각 소리를 질러 아군을 불러 모았다.

어두워서 확실하지는 않지만, 살아서 도망친 적은 거의 없어 보였다.


두 번째 단계로, 우선 일부 병력이 남아 계속 소란을 피우기로 했는데 그 역할을 에릭슨네 노스맨들이 맡기로 했다.

펜드래건 영주는 에릭슨과 눈을 마주치더니 고개를 끄덕이고는, 가신들을 이끌고 어둠과 숲을 이용해 고개 쪽으로 좀 더 몰래 접근해서, 고개 너머의 적이 접근할 경로 쪽에 매복했다.

그 동안에도 뒤에 남은 에릭슨 일당이 계속 소란을 일으키고 무기를 부딪혀서 떠들썩했고, 내려다보니 우리 야영지는 이제 조용해져서 화톳불만 타오르고 있었다.


우리가 매복하자마자, 고개 위쪽이 어수선해지더니 일단의 스킨헤드들이 어둠 속에서 급하게 오솔길을 따라 내려오기 시작했다.

그래··· 우리를 함정에 빠뜨리려던 시도가 발각되고 되려 기습을 받았으니, 생각이 있다면 남은 부대를 빨리 합쳐서 각개격파를 막아야겠지.

하지만, 이쪽의 전력이 너무 강했다.

적의 첫 무리는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에 도륙당했으니까.


두 번째 무리가 소란을 피우고 있는 에릭슨 일당에 거의 다가갔을 때, 뭔가 이상한 낌새를 챘는지 엉거주춤 그 자리에 멈춰 섰다.

연기를 하려면 좀 그럴듯하게 할 것이지··· 내가 보기에도 에릭슨네 노스맨들의 엉성한 연기가 너무 티났다.

무기 부딪히는 소리는 규칙적으로 나지, 연극조의 함성과 비명들 하며···


지금 쳐야겠다 판단한 내가 급히 펜드래건 영주를 보니, 이미 몸을 낮추고 숲을 나서고 있었다.

과연··· 이 소녀 영주는 천부적인 전투 감각을 지니고 있는 듯했다.

펜드래건 가신들과 함께 뒤따라 이동하며 이미 장전해 놓은 석궁을 들었다.


멈춰서 웅성거리던 스킨헤드 중의 하나가 우리를 발견했는지 급하게 소리를 지르는 순간, 아직 두리뭉실하게 보이는 적들의 실루엣 중 하나에 석궁을 발사했다.

음··· 솔직히 맞았는지 안 맞았는지도 모르겠다··· 어두워서.

그래도 이번엔 숲 속이 아니라 오솔길 중간이라 좀 더 밝게 보이는데도··· 야간 전투라는 게 과연 녹녹지 않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적들이 화들짝 놀라서 반전 대응하려 했지만, 펜드래건 영주가 한 발 빨리 적진으로 돌입했다.

눈부시게 빛나는 칼을 높이 뽑아 들고, 날카롭게 외치며···


“펜드래건!”

또 저러네··· 위험하게시리···

그 가신들이 돼지 멱따는 소리를 지르며 영주를 따랐다.

“펜드래건!”

“브리간티아!”


나는··· 앞서 언급했듯이 심드렁한 성격이라 이런 장면에서도 냉정할 거라고 생각했더랬다.

하지만, 소녀 영주의 눈부신 뒷모습과 물불 가리지 않고 뒤를 따르는 그 가신들의 모습을 보니··· 뭔가 가슴속이 울컥하고 끓어오르는 느낌이었다.

어설픈 총알 한 방에도 목숨이 왔다 갔다 했던··· 불과 2개월 전의 전장에서 느끼던 끝 모르는 두려움과는 좀 다른···


장전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석궁을 팽개치고, 허리 벨트에 찔러 놨던 단검을 뽑아 들었다.

하지만, 아직 이들처럼 ‘펜드래건!’을 외치기에는 좀 머쓱해서 혼자 피식 웃고는 그냥 조용히 전장으로 돌입했다.

거의 1:3에 달하는 전력 차이가 무색하게, 펜드래건의 무리는 적들을 몰아붙였다.


나는 신중하게 움직이며 간혹 위기에 빠진 아군을 돕거나, 영주의 신변에 위험이 오지 않도록 가드 역할에 집중했다.

주변을 온통 밝히며 좌충우돌하는 소녀 영주야 뭐 그렇다고 쳐도, 나머지도 어둠 속에서 피아 간에 소리를 질러대며 싸워대는 터라, 어둠 속에 숨은 암살자처럼 움직이는 나는 시선을 거의 끌지 않았다.

그나마 숫자로 버티던 스킨헤드들은, 에릭슨 일당이 이쪽의 싸우는 소리를 듣고 쫓아와서 뒤를 찌르자 완전히 무너졌다.


스킨헤드들이 거의 죽거나 도주하고 잔적 소탕에 돌입하려는 순간이었다.

돌연 왼쪽 하늘 위에서 플래시가 번쩍번쩍 몇 차례 터졌다.

이건··· 강윤찬과 미리 약속해 놨던 상황이었다.

바위산 위에 있던 적들을 경계하다가, 그들이 산을 내려와서 접근하면 드론에 달린 촬영용 카메라의 플래시를 터뜨리기로···


나는 급히 펜드래건 영주를 불렀다.

“이봐요, 영주님! 나머지 적들이 옵니다!”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미리 말을 맞춰 놓은 상황이었다.

펜드래건 영주는 급히 소리를 질러 아군을 불러 모았고, 에릭슨도 그에 따랐다.


모여든 인원은 나까지 열여덟 명···

두 번의 전투를 거치며 죽거나 다쳐서 이탈한 인원이 그새 여섯이었다.

압도적인 교환비이기는 하지만···

게다가 모인 인원들도 잔부상을 안고 있는 경우가 많았고, 연이은 이동과 전투로 다들 지쳐있었다.


우리가 플래시가 터진 방향을 향해 전투 대형으로 벌려 서기가 무섭게, 세 번째 스킨헤드 무리가 숲 속에서 속속 나와 우리와 마주 섰다.


마침 사위가 밝아지는 느낌에 하늘을 쳐다보니, 달 하나가 슬그머니 구름 속에서 고개를 내밀기 시작했다.

“브란웬 □□ 캄베툼!”

펜드래건 영주의 목소리에 다시 앞을 바라보니··· 그래, 양아치 같은 까마귀 족장 놈이 있었다.

“□□ □ □□□ □□ □□ □□□□!”

문제는··· 그 다음 이야기는 전혀 못 알아듣겠다는 거···

모건이 없으니까 영···

역시 빨리 말부터 배워야 할 듯하다.


까마귀 족장이 뭐라고 반발하고, 둘이 대거리를 하는 동안 나는 적들을 살펴보았다.

적의 숫자는··· 스물 셋, 원래 바위산 위에는 스물 남짓이었는데··· 아마도 패잔병들이 합류한 듯하다.

숫자로 보면, 이쪽이 아직도 불리하다. 다들 다치고 지쳐 있기도 하고.


하지만, 이쪽엔 일인 군단인 펜드래건 영주가 있다···

뭐, 맞붙어도 질 것 같지는 않다.

적들은 이미 두 부대가 박살 나서 좀 위축되어 있기도 하고.

오히려 베디비어 등이 기세등등해서 적들을 도발하고 있었다.


까마귀 족장의 표정을 보니 더욱 그렇다.

두려우면서도 화가 난 그런··· 짜식 알기 쉽네···

그러면서도 하늘을 흘끔흘끔 바라보는 것이 아까의 플래시 쇼가 몹시 신경 쓰이나 보다.

하지만, 인터셉··· 드론은 눈에 띄지 않는 것이 이미 고도를 올렸든지 해서 숨어 있었다.


펜드래건 영주가 단호하게 놈을 압박하자, 놈의 얼굴이 점점 울그락불그락해지는 것이 곧 폭발할 듯했지만, 그 부하들은 별로 싸우고 싶은 표정이 아니었다.

나라도 광선검(?)을 종횡무진 휘두르는 제다이··· 기사와 맞짱 뜨고 싶을 거 같진 않다.

게다가 이쪽은 뭔가 하늘을 번쩍거리게 하는 이상한 마법까지 쓰고 있지 않나···


까마귀 족장이 펜드래건 영주에게 뭐라고 소리를 지르자, 그 부하가 그를 말렸고, 까마귀 족장은 그 부하를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

뭐냐··· 이 촌극은···

눈살을 찌푸리며 그 광경을 바라보던 팬드래건 영주가 마침내 화가 났던지, 볼을 발갛게 물들이며 칼을 뽑았다.


나왔다, 라이트세이버···!

‘치잉~’ 소리와 함께 영주의 칼이 올라가고, 소녀의 날카로운 호통 소리가 캄베툼 부족 위에 떨어졌다.

기백 보소!

스킨헤드들이 무기와 방패를 떨구기 시작했다.


무장 해제를 요구했나?

빈 손이 된 스킨헤드들은 다시 주섬주섬 갑옷마저 벗기 시작했다.

까마귀 족장마저 성질을 부리면서 마지막에 갑옷을 벗자, 펜드래건 영주는 베디비어와 몇몇 가신들을 시켜 그들을 멀리까지 보낸 뒤 놓아주게 시켰다.

마지막까지 악다구니를 쓰며 끌려가는 까마귀 족장의 소리만이 뒤에 남았다.



우리는 부상자와 사망자를 챙겨 야영지로 내려왔다.

베디비어들이 캄베툼 부족원들을 끌고 지나간 뒤라, 이미 우리가 이긴 것을 알고 일행이 마중을 나왔다.

환하게 웃으며 모건이··· 갑자기 안겨와서 좀 당황스러웠다.

“재희 씨, 다행이에요, 다행···”


뭐, 서양인들은 이 정도의 감정 표현을 하는 거겠지 하면서 모건의 등을 두드려줬다.

“괜찮다고 했잖아요, 모건···”

그러면서 보니, 우리를 바라보는 홍수빈의 표정이 왠지 얄궂다···

두 손을 들며, 나는 결백하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수빈아··· 네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거든···

민망해서 고개를 돌리니··· 얼음 인형이 빤히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 이거 참··· 모건 씨, 미성년자 앞에서 우리 이러지 맙시다···


모건이 닦달해서 나는 단검을 바로 반납했다.



베디비어가 곧 돌아왔지만, 이미 밤이 너무 깊어져서 브리간티아에는 내일 귀환하기로 이야기가 되었다.

간단한 끼니를 위해 딱딱한 빵만이 배급되었고, 그것을 먹으면서 우리는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왜 그들을 놓아준 걸까?”

올리비아가 영어로 물었다.


아, 그녀는 까마귀 족장에게 남편을 잃었지···

“정치적인 문제인 것 같아요.”

모건이 대답했다.

“켈트인들의 여러 부족들 사이에서도 뭔가 알력이 있는 것 같은데··· 제가 아직 확실하게는 모르겠지만, 이 브리간티아 부족은 뭔가 소외되는 느낌이었어요.”

“그런···”

“그런데, 어제 보니까 상대적으로 캄베툼 부족은 다른 큰 부족과 혈연관계 같은 걸로 큰 세력에 포함되어 있는 것 같았구요.”


모건의 말을 듣고, 까마귀 족장 브란웬을 말리던 늙은 부족장이 생각났다.

부자지간이라 했었지···

모건이 말을 이었다.

“그래서, 제 생각이지만··· 어쩔 수 없이 그 재수 없는 놈을 놓아준 것 같아요.”


올리비아가 모건의 말을 듣고는 입술을 깨물었다.

“놈은 내 남편과 마틸다의 원수야.”

그녀는 모건에게서 받아 목에 걸고 있던 마틸다의 목걸이를 손으로 만지더니, 결연히 말을 이었다.

“언젠가는 놈을 죽이고 말 거다.”

“······”

다들 말이 없었다. 하지만, 올리비아의 심정이야 공감하리라.


그래, 다행히 펜드래건 영주의 도움으로 강윤찬과 홍수빈을 구해내긴 했지만···

나는 올리비아를 쳐다보았다.

그녀의 두 눈에 결기가 느껴져서,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돕겠습니다.”

다들 내게 고개가 돌아왔다.


“같이 하죠. 그 복수!”

나는 손을 내밀었고, 올리비아가 잠깐 망설이더니 살짝 웃으며 그 손을 잡았다.

“어, 지금 복수한다는 거죠? 저도요. 놈들한테 맞은 만큼 돌려줄 겁니다.”

강윤찬이 그 위에 손을 얹었고···

홍수빈이 잠깐 몸을 부르르 떨더니, 그 위에 다시 손을 얹었다.

“저도··· 제가 뭘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요.”

홍수빈이 손을 얹자, 레이한이 방긋 웃으며 그 위에 또 손을 올렸다.

우리는 해맑은 표정의 레이한을 보고는 다 함께 웃었다.


“얘는··· 무슨 이야기인지 알고 하는 짓인지···”

홍수빈이 쫑알댔다.

모건이 복잡한 표정으로 모두를 둘러보더니, 자신도 손을 올리고는 말했다.

“와우, 이거 좀 무시무시한데요? 다국적 지구인 연합? 그 까마귀 부족장은 곱게는 못 죽겠네요.”


그래··· 뭐든 우리가 이 야만 세계에서 살아갈 원동력이 있으면 되지··· 나는 그냥 그렇게 생각하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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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접견 24.09.08 16 1 12쪽
38 엘프 24.09.07 15 1 12쪽
37 재회 24.09.06 14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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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추적 24.09.04 14 1 12쪽
34 귀환 24.09.03 12 1 11쪽
33 습격 24.09.02 13 1 12쪽
32 24.09.01 11 1 12쪽
31 키아란 24.08.31 13 1 12쪽
30 올리비아 24.08.30 10 1 12쪽
29 바이킹 24.08.29 9 1 14쪽
28 행상 24.08.28 13 1 12쪽
27 에릭슨 24.08.27 12 1 12쪽
26 막간극 - 온천에 간 기사, 인어를 만나다 24.08.26 13 1 15쪽
25 아발론 24.08.25 18 1 12쪽
24 계시 24.08.25 16 1 12쪽
23 캐리어 24.08.24 17 1 12쪽
22 호수의 여왕 24.08.24 15 1 10쪽
21 멀린 24.08.23 23 1 12쪽
20 만찬 24.08.23 40 1 12쪽
19 브리간티아 24.08.22 36 1 12쪽
» 발키리 24.08.22 44 1 13쪽
17 각개격파 24.08.21 26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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