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발론 - 첫 번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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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로섭마린
작품등록일 :
2024.08.15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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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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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세번째로, 최근 흉흉하게 칼리시아에 소문이 돌지만, 우리는 아직 겪지도 보지도 못한 ‘언데드’들이 있었다.

죽은 자들이 다시 일어선다는···


우리가 처음 아발론에 도착했을 때, 켈트족의 장례 문화를 보고 충격을 받기도 했지만, 그 때 매장과 화장의 관습을 놓고 멀린에게 질문을 한 적이 있었다.

그때, 멀린은 이렇게 대답했었다.

“이승과 저승을 확실히 구분 짓기 위해서···”


실제로 우리 일행이나 브리간티아 부족 내에서는 아직 겪지 못한 일이지만, 동쪽으로 멀리 떨어진 숲 속에 외따로 살던 소규모 부족 하나가 언데드, 좀비들에게 전멸한 일이 있었다.

생존자는 사냥을 나갔다가 마을로 돌아갔던 사냥꾼 하나였는데, 마을이 죽은 자들에게 유린당하는 것을 멀리서 목격하고 두려움에 휩싸여 카니브리 부족의 마을로 도망쳤다고 했다.


카니브리 부족 사람들은 그를 미쳤다고 백안시하고 추방해 버렸지만, 그 후 그런 일들이 다른 부족에서도 잊을만하면 한 번씩 발생했고, 언데드들에게 습격당했지만 간신히 격퇴에 성공한 부족까지 나오면서 죽은 자들에 대한 공포는 현실화되었다.

물리적인 위험에는 용감무쌍하지만 초월적인 공포에는 허술하기 짝이 없는 켈트 야만인들에게, 죽은 조상들이 일어나서 자신들을 공격한다는 사실은 엄청난 공포를 불러왔다.


다만, 그 저주스러운 현상은 일정하지 않았다.

모든 매장된 시체들이 다시 일어나는 것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특별한 규칙을 찾을 수도 없었다.


하지만, 공포에 경도된 켈트인들은 자신들의 적인 노스맨들의 장례 방식을 따르기 시작했다.

다행스럽게도, 화장을 한 시신들은 다시 일어나서 사람들을 공격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인간이 아닌 이종족···도 목격한 적이 있다.


브리간티아에서 칼리시아 호수의 동쪽 호변을 따라 이틀쯤 북상하다보면 제법 광활한 늪지가 나오는데, 그곳에 리자드맨들이 거주하고 있다.

리자드맨들은 말 그대로 이족 보행을 하는 도마뱀 종족으로, 늪지 속에 마을을 만들고 폐쇄적인 집단 생활을 하는 종족이었다.


개체 별로 크기나 생김새에 변이가 많고, 일단 호감이 가는 외모가 아니라서(사람이 보기에) 켈트인들은 대체로 그들을 꺼렸다.

그들 자신도 바깥 세상에 관심이 없고 그다지 폭력적인 성향도 아니라서, 우리도 멀리서만 목격했을 뿐 크게 관심을 두지 않고 지나친 일이 몇 번 있었다.



이제 아발론에서 6개월··· 사실 우리는 아직 소위 ‘몬스터’와 일반적인 ‘야수’조차 명확히 구분하지 못한다.

브리간티아 주민들이나 멀린에게 물어봐도 명확한 정의를 내리지 못하니까, 뭐 우리를 탓할 수는 없다.


다이어울프는 몬스터인데, 큰 회색늑대는 그냥 야수?

오리나 양들을 채어가는 독수리는 야수인데 와이번은 몬스터?

뭐, 좀비는··· 그냥 몬스터 맞는 걸로 하자··· 그건 그냥 무서우니까.


하지만, 트롤은··· 명확했다.

놈은 분명한 ‘몬스터’였다.

인간에 대한 살의와 무자비한 폭력성···

독보적인 신체 능력과 회복력···

이곳 아발론의 주민들은 누구나 놈을 두려워했다.



강윤찬은 바로 캐리어를 개방하고, 드론과 태블릿을 꺼내 날릴 준비를 했다.

레이한은 입에다 빵을 물고는, 올리비아와 나에게도 치즈와 빵을 나눠줬다.


“브리간티아 빵도 이제 제법 먹을 만해. 많이 나아졌어.”

나는 레이한의 말에 피식 웃고는 억지로 치즈와 빵을 씹어 삼켰다.

어떤 상황에서도 긴장하지 않는 것이 레이한의 장점이다.


조금 먹은 후에는 올리비아와 교대해서 마차를 몰았다.

올리비아는 별로 먹을 생각이 없는지, 석궁과 곰덫을 준비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적당히 긴장을 유지하는 것이 올리비아의 장점이고.



개간지는, 그동안 꾸준히 넓혀져서 이제는 기존의 브리간티아 전체 경작지의 넓이를 합한 것보다 넓은 면적이 되었다.

뭐, 원래 브리간티아의 경작지들이 너무 소소하고 손바닥만 하기는 했다.


이래서··· 이렇게 숲이 밀려나서 트롤이 자극을 받은 건가?

개간지 한 켠에 벌목 작업을 하는 주민들을 위한 임시 그늘막이 설치되어 있었고, 거기 펜드래건 영주 일행의 말들이 매여 있었다.

마차를 그늘막 옆에 세우고, 장비를 챙겨서 내렸다.


남겨진 말들을 맡아 돌보고 있었는지 어린 소년 병사 하나가 그늘막 밖으로 뛰어나왔다.

“제이킹! 행상에서 돌아오셨군요. 소식 듣고 오셨어요? 영주님이··· 트롤을 쫓아 숲으로 들어가셨는데, 아직···”

소년이 반쯤 울먹이고 있었는데, 나도 알고 있는 녀석이었다.


내가 아르트라 영주에게 건의해서 마을의 소년들 중에 영리하고 날쌘 녀석들을 뽑아서 전령이나 심부름꾼으로 쓸 겸 훈련시키고 있었는데, 그 중의 한 녀석이었다.

“알란, 오랜만이다. 그래··· 자식아 울지 말고! 영주님이 언제 숲으로 들어갔고, 어느 방향으로 들어갔는지 확실히 보고하는 게 네 일이야.”


알란이 억지로 숨을 삼키더니 말했다.

“예, 정오가 막 지났을 때쯤이요. 그리고··· 개들을 데리고 가셨어요. 여기서부터 흔적을 추적해서 호숫가부터 뒤지고, 쌍둥이 바위산쪽으로 넓혀 나간다고 하셨어요.”

“그래. 그 정도면 됐다. 다음은 우리한테 맡겨.”


녀석이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강윤찬에게 눈짓했다.

“윤찬아, 들었지? 시간이 좀 흘러서 문제긴 한데··· 그래도 순서대로 가자.”

“그래유. 그럼···”

강윤찬은 이미 2호기부터 준비를 해 놓고 태블릿을 조작하고 있었다.


“충전 상태도 완벽하고, 그럼 가유!”

작은 드론이 밤하늘로 힘차게 떠올랐다.

드론을 따라 시선을 하늘로 가져가 보니, 트윈 문 중에 언니인 ‘이믈록’이 거의 보름달의 형태였고, 동생인 ‘루너서’는 반대로 그믐달이었다.


우리는 태블릿 화면을 보며 드론이 보내오는 넓은 범위의 적외선 영상을 체크했다.

“지난 번에 곰들을 싹 죠져버린 뒤로는, 이쪽엔 야생 동물도 별로 없는디···”

강윤찬의 말대로 화면에는 주목할 만한 크기의 생물이 잡히질 않았다.


“시간이 많이 지났으니, 이보다는 좀 더 멀리 갔을 거다. 차근차근 수색 범위를 넓혀봐.”

“그래유.”

마음은 급한데, 지루한 시간이 흘렀다.

20분 가까이 시간이 흘렀지만, 가끔 보이는 네 발 동물 외에는 잡히질 않았다.


“이젠 귀환시켜야 해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수색한 범위가 얼마나 되냐?”

“대충 호수 옆으로 10km 정도 되쥬.”

10km라··· 검은 숲에서 그 거리면 그냥 걷기만 해도 꼬박 한나절은 가야 할 것이다.

살짝 초조해지는 것을 느꼈다.


“자, 2호기는 자동 귀환하구유. 1호기는 어느 방향으로 보낼까유?”

나는 아르트라 영주의 행동을 추측해보았다.

“이렇게 하자. 우리는···”

나는 올리비아와 레이한을 잠시 돌아보았다.

어쩐다··· 저들도 데려가기엔 너무 위험하다···


갑자기, 올리비아가 콧방귀를 뀌더니 말했다.

“꿈도 꾸지마, 그런 생각.”

나는 한숨을 쉬고는 말했다.

“무척··· 위험할 겁니다.”

“너는?”


할 수 없이 레이한을 봤더니,

“레이한이 제이킹보다 예쁘고 강해. 걱정마, 걱정마.”

아니, 그게···

나는 여러가지 면에서 반박을 하고 싶었지만, 포기했다.


“윤찬아, 우리는 쌍둥이 바위산을 바라보고 이동할 거야. 호숫가 쪽은 이제 됐으니까, 1호기를 앞장서 보내면서 부채꼴 모양으로 수색하도록 해.”

강윤찬이 물었다.

“그럼 연락은유? 좀 기다렸다 결과를 보고 출발하쥬?”

“아니야, 혹시 모르니 시간을 아껴야 해. 만약 영주 일행을 발견하면··· 우리가 전에 정한 프로토콜 있잖아. 그 방식으로 알려줘.”


강윤찬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유··· 목표를 찾으면 연속 플래시, 다른 위험이나 특이 요소면 3초 간격··· 기억 나유.”

“만약 못 찾으면 그냥 귀환시켜, 우리는 흔적을 찾아가면서 한번 추적해볼 테니까.”

“알았구만유··· 형, 조심해유, 증말.”

걱정이 가득한 녀석의 어깨를 두드려주고 나서, 우리는 출발했다.


드론의 야간 표시등이 하늘에서 움직이는 모습이 가끔씩 보이더니, 시간이 지나자 멀어져서 보이지 않았다.


“너무 서둘지 마.”

올리비아가 앞으로 나서며 나를 가로막았다.

“이런 숲에다가, 야간 수색이잖아··· 게다가 우리는 행상에서 갓 돌아와서 피로가 누적된 상태야. 체력을 보존하자.”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나도 익히 알고 있는 사실들이다.

마음이 좀··· 초조했나 보다.

“나를 믿어봐, 전직 사냥꾼이잖아?”

올리비아가 씩 웃더니 앞장서서 걷기 시작했다.


그녀의 등 뒤에 석궁과 곰덫이 매달려 흔들리고 있었다.

아니, 저 무거운 걸··· 굳이?

하긴, 톤파나 진압봉으로 트롤을 잡기는 좀···

그래···

나에겐 믿음직한 동료들이 있었다.


“전직 경찰 아니었어?”

레이한이 따라 걸으면서 질문했다.

“지난 번에 말했잖아. 경찰이자 사냥꾼.”

올리비아가 답했고,

“그리고 목수.”

내가 덧붙이면서 피식 웃었다.

레이한은 켈트어 배우는 게 좀 늦어서 당시 원탁 회의 도중에 제대로 못 들었던지, 아니면 졸았던 것이 분명하다.



올리비아는 달빛을 의지해가며 꾸준히 우리를 인도했지만, 한동안 흔적이랄만 한 것을 찾지 못했다.

다만 이동 속도는 제법 빨랐다.

사실, 지금 우리가 움직이고 있는 구역은 나와 올리비아가 지난 가을에 샅샅이 돌아다니면서 곰덫을 깔고 다녔기 때문에, 둘 다 익숙한 편이다.

밤이라서 조금 어려움이 있을 뿐.

하지만, 그 외 다른 문제는 없었다.


이 숲의 최상위 포식자는 검은 곰들이었고, 우리가 놈들을 싹 쓸어버렸기 때문에 지금은 두려워할 만한 야생 동물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그런데, 트롤이···

정말, 어쩌면 우리가 자초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한 시간가량을 꾸준히 움직였고, 나는 레이한의 체력이 걱정되어서 뒤돌아 살펴보았지만, 그녀는 언제나와 마찬가지의 해맑은 얼굴이었다.

참, 미스터리한 인물이야···


나는 문득, 처음 그녀를 만났을 때를 회상했다.

6개월 전의 그날, 처음 ‘헬프’를 외쳐대서 숨어있던 우리 위치가 야만인들에게 들통났을 때는 좀 밉기도 했었는데···

트롤이 나타났을 때는 우리를 돌아보지도 않고 혼자 도망가기도 했고···

다시 생각해보니 진짜 얄밉네···


내가 거기까지 생각한 순간, 갑자기 레이한이 내 뒤로 바짝 붙더니 코를 킁킁거렸다.

“냄새가 나.”

응? 뭐··· 뭐가?

어, 그, 그래 우리가 한 일주일 정도 안 씻기는 했지···

하지만, 너도 그건 마찬가지 아니냐···

아니, 혹시 내가 속으로 욕하는 거 알아챘나?


그 때, 올리비아가 손을 들더니, 몸을 낮췄다.

우리는 함께 몸을 낮추고 올리비아 옆으로 다가갔다.

올리비아가 낮은 소리로 속삭였다.

“피냄새야.”

그 소리에 나도 몰래 레이한을 돌아보았다.

눈만 좋은 게 아니라···


나는 머리를 흔들어서 레이한을 머릿속에서 몰아내고, 허리춤에서 단검을 뽑았다.

그리고는 둘에게 내가 먼저 가겠다는 신호를 하고 낮은 걸음으로 숲 사이로 스며들었다.

어느새 올리비아가 석궁을, 레이한이 활을 손에 쥐고 있었다.


전진하는 중에, 내게도 피냄새가 확연히 풍겨오기 시작했다.

이 위치는 드론이 이미 훑고 지나갔다.

이 피냄새는 아마도···

나는 불길한 생각을 떨쳐내며 눈 앞을 가린 수플을 슬쩍 내렸다.


어··· 숲속에 갑자기 나타난 약간의 공간에 개들, 아르트라가 데리고 갔다는 개들이 죽어 있었다.

어쩐지···

밤중에 개들이 추적하는 중이었으면 꽤 멀리까지 짖는 소리가 들렸을 텐데, 지나치게 조용하다 싶었다.


나는 재빨리 주변을 살피고는 앞으로 나섰다.

드론이 이 녀석들의 체온을 감지하지 못했으니, 이미 죽은 지 좀 시간이 지났으리라.

짐작대로 체온이 싸늘하게 식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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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엘프 24.09.07 16 1 12쪽
37 재회 24.09.06 14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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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24.09.01 11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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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올리비아 24.08.30 10 1 12쪽
29 바이킹 24.08.29 9 1 14쪽
28 행상 24.08.28 14 1 12쪽
27 에릭슨 24.08.27 12 1 12쪽
26 막간극 - 온천에 간 기사, 인어를 만나다 24.08.26 14 1 15쪽
25 아발론 24.08.25 18 1 12쪽
24 계시 24.08.25 16 1 12쪽
23 캐리어 24.08.24 18 1 12쪽
22 호수의 여왕 24.08.24 15 1 10쪽
21 멀린 24.08.23 23 1 12쪽
20 만찬 24.08.23 40 1 12쪽
19 브리간티아 24.08.22 36 1 12쪽
18 발키리 24.08.22 44 1 13쪽
17 각개격파 24.08.21 26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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