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발론 - 첫 번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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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로섭마린
작품등록일 :
2024.08.15 14:54
최근연재일 :
2024.09.1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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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4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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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어

DUMMY


까마귀 소리에 잠을 깼다.


으~ 과연 올리비아가 상으로 타왔다는 술은 좀 더 독한 놈이라서 숙취가 남은 듯하다.

고개를 들어보니, 반대편 침대에 강윤찬이 아직도 정신없이 자고 있었다.

그래, 어젯밤 여자들과 마시다가··· 수다의 홍수에 못 견디고 우리 방으로 도망쳤었지···

아니 언어도 서로 다른 4개국의 여자들이 모여서 어떻게 그렇게 수다를 떨 수가 있는 거냐?


나는 정신 차릴 겸 일어나서 창문을 내다보았다.

아직 아침이라서인지, 호수는 물안개를 가득 품고 있어서 멀리 보이지는 않았다.

여긴··· 아무래도 호수를 끼고 있어서 그런지 아침마다 물안개가 자주 끼나 보네···

까마귀 소리를 따라 고개를 들어보니, 성채 꼭대기에 둥지가 있는지 까마귀 여러 마리가 드나들면서 까악거리고 있었다.

시끄럽구만···


강윤찬을 깨울까 하다가, 그냥 놔두고 방을 나섰다.

계단을 슬슬 내려갔더니, 홀은··· 어? 깨끗했다.

상상하기론, 어제의 광란의 만찬의 여파로 아직도 여기저기 반시체들이 뒹굴고 있을 줄 알았는데···


술꾼들도 싹 없어진 데다가, 테이블도 원래의 큰 T자 테이블만 남긴 채로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게다가, 정면 현관과 홀의 뒷문까지 전부 개방되어 호수로부터 시원한 바람이 불어 들고 있어 술냄새나 음식 냄새도 거의 나지 않았다.

신통하네··· 야만인들 치고는··· 게다가 이 성채의 구조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살짝 감탄하게 되었다.


현관으로 나가자, 계단 아래에 편한 옷차림의 아르트라 영주가 막 말에서 내리고 있었다.

아침부터 한바탕 달리고 온 건가? 부지런하네···

싸늘한 아침 공기에 입김이 하얗게 나오고, 찬 바람을 맞았는지 얼굴이 발갛게 상기되어 있었다.

어제 홍수빈에게 영혼을 뺏길 뻔한(?) 피온 영감에게 말을 맡기고는 계단을 올라오다가 나와 눈을 마주쳤다.


“□ □□ □□?”

손을 들며 살짝 웃으며 말을 걸어온다··· 어, 이거 아침 인사 같은 거겠지?

“잘 잤나요, 꼬맹이 영주님?”

웁스, 나도 모르게 ‘꼬맹이’를 붙여버렸다.

못 알아들으니 괜찮겠지?

나는 실수를 감추려고 한껏 미소를 지었다.


영주가 내게 다가와서 뭔가 말하는데, 당최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무조건 이들의 말부터 배워야겠다.

내가 못 알아듣겠다는 제스처를 취하자, 영주가 자기와 나를 가리키더니, 뭔가를 입에 넣는 흉내를 냈다.

아, 밥··· 같이 밥 먹자는 거구만, 나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알았다는 시늉을 했다.

영주가 햇살처럼 밝게 웃더니 본채 안으로 들어갔다.


예쁘네··· 정말 그림같이 예쁘게 생겼다.

비록 꼬맹이···긴 하지만 말이지···

펜드래건 가계에는 다 미녀들만 나오는 건가? 까지 생각하다가,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지, 정신 차리자.

저런 꼬맹이에게 뭘···

나에겐 모건이··· 하고 생각하다가 문득 슬퍼졌다.

아니, 모건하고 아직 진척이 1도 없는데 무슨···


아침 식사 자리에는 아르트라 영주와 그 측근 여전사, 그리고 멀린과 우리 일행이 함께했다.

그래, 역시 모건이 있어야 했다. 서로 말이 통하니까 얼마나 좋아···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절로 형성된다.

모건은 우리 일행이 싱거운 음식에 괴로워하는 사정을 영주에게 이야기하며 소금이나 향신료 등이 없는지 물었다.


“소금··· 그 비싼 것을 음식마다 맘껏 사용했단 말인가?”

영주가 눈이 똥그래지며 놀랐다.

“그대들은 역시 강대한 왕국으로부터 온 귀한 신분의 사람들인가 보군.”

착각은 덤이었고···


영주는 몹시 아까워하는 아이벨을 시켜 주방에서 비장(?)하고 있는 소금을 내어오게 했고, 우리는 간신히 강제 저염 식단에서 약간이나마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어제 저녁부터 거의 굶은 강윤찬이 저돌적으로 식사에 임해서 영주에게 깊은 감명을 주었다.


아르트라 영주가 오전에 영주로서의 일이 있다고 먼저 일어났다.

우리와는 오후에 다시 모여서 이야기하자고 했고.

멀린이 따라나서다가, 우리에게 입을 열었다.


“그대들 덕에 영주가 밝아져서 좋구려.”

모건이 통역하길래 내가 물어봤다.

“우리 때문에? 저희가 특별히 한 일은 없는 듯합니다만···”

“생각해 보시오. 그대들이 오기 전에는 이 넓은 곳에서 우리 세 사람만 식사를 했다오. 뭐 저녁에는 가끔 가신들을 부르기도 했지만···”


모건이 넓은 홀을 쭉 둘러보더니, 공감했다.

“그랬겠네요. 아르트라··· 외로웠을 수도···”

그 말에 그제 밤에 캄베툼 부족과의 전투에 앞서 봤던 모습이 떠올랐다.

전투를 앞두고 혼자서 무거운 짐을 지고 고민하던 소녀의 모습이···

“무엇보다···”

멀린이 말을 이었다.

“그대들은 젊지 않소? 나같은 늙은이만 있는 것보다 그녀에게 큰 힘이 될 거요.”

하고는 영주를 따라갔다.


모건은 멀린의 말을 듣고 고심하는 표정이 되어 계단을 올라갔다.

신경이 쓰이나 보다···

멀린은 우리가 이곳에 남아서 아르트라 영주를 도와주기를 바라는 걸까?

나는··· 그래, 소녀 영주가 안쓰럽기는 하지만, 집에 갈 수 있는 기회가 온다면 당연히 이곳을 떠날 수밖에 없다.


작별 인사 한 마디 못하고 떠나온 가족···

모건과 홍수빈에게 했던 집에 꼭 데려다 주마 했던 약속···

하지만, 또 생각해 보니 이곳에서 꼭 해야 할 일들도 떠올랐다.

올리비아와 했던 복수의 맹세···

그리고 이도현, 장유나, 박정우···

그래, 집에 갈 방법을 찾되 어쨌든 헤어진 후배들은 찾아야 했다.

하나씩 해보자, 하나씩···


생각에 빠졌다가 뒤늦게 방으로 돌아와 보니, 강윤찬이 캐리어···를 살펴보고 있었다.

어, 아무래도 이게 입에 붙어버렸나 보다··· 캐리어···

“뭐하니?”

“아, 형··· 캐리어 점검이쥬. 충전도 하고···”

창문 밖을 보니, 그 새 물안개도 가시고 화창한 날씨가 되어 있었다.


강윤찬이 캐리어를 들어다가 창문 아래 햇빛이 드는 곳에 펼쳐 놓기 시작했다.

안테나와 태양광 패널을 활짝 펼쳐 놓으니 그럴 듯하게 폼이 났다.

나는 문득 궁금증이 들었다.

“그 태양광 패널로 충전하는데 시간이 어느 정도 걸리고, 또 얼마나 활동할 수 있냐?”

“어, 이렇게 날씨가 좋으면유··· 2호기는 2대1 정도 되쥬. 1시간 충전에 30분 비행··· 최대 40분까지는 비행이 되구유.”

그래··· 2호기라면, 작은 놈을 말하는 것일 테니, 그제 밤에 썼던 놈이다.


“근데, 1호기는 4시간을 충전해야 혀유. 대신 비행 시간은 1시간까지 가능하구유. 힘도 훨씬 쎄쥬.”

“지난 번처럼 카메라 기능을 사용하거나 하면, 당연히 비행 시간은 줄어들겠지?”

“당연히 그렇쥬···”

나는 무심코 고개를 끄덕거리다가, 태양광 패널에 연결된 컨트롤 박스에 태블릿을 연결해 놓은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거··· 혹시 스마트폰 충전도 되는 거냐?”

“그럼유··· 스마트폰이야 뭐 일반 어댑터를 쓰는 건데, 어려울 게 있겠슈?”

하면서 들어 보이는데, 정말 가정용 콘센트처럼 생긴 소켓이 4개나 달려 있었다.

어, 그렇다면 통화와 인터넷만 안될 뿐, 이곳에서도 스마트폰을 계속 활용할 수 있다는 뜻이네···

홍수빈은 계속 켈트인들에게 마녀 흉내를 내며 겁을 줄 수 있겠구먼···


그러고 보니, 이 자식 태블릿에, 폰에··· 이 태양열 패널로 모든 것을 활용할 수 있다는 뜻이구나.

테크노-뭐시기를 줄창 주장하더니 자식···

나는 살짝 기분이 좋아져서 녀석의 머리에 헤드락을 걸었다.

“어유 이 덕후 새끼··· 귀여운 놈!”

“아야~ 놔줘유 형님, 아아!”


나는 당장 우리가 가진 스마트폰 등의 활용 가능한 전자 제품의 수를 체크해 보기로 했다.


우선 내게는 스마트폰이 있었지만, 충전기는 없었다.

강윤찬에게는 스마트폰과 태블릿이 있었고, 그 외에도 드론에 부착할 수 있는 소형 카메라와 스피커 따위의 용도 불명의 액세서리들도 잔뜩 캐리어 속에 들어 있었다.

이곳의 스톤헨지에서 수거했던 이도현의 가방도 열어 봤는데, 딱 맞춘 것처럼 충전기가 들어 있었다···

그 외에 간단하게 갈아입을 수 있는 티셔츠와 반바지, 양말과 타월 등이 한 개씩 들어있어서, 다시 이도현과 후배들이 떠올라 살짝 우울해졌다.


내친김에 여자들의 물품들도 확인해 보자고 복도로 나섰더니, 마침 네 명이 함께 방을 나서고 있었다.

“재희 씨, 재희 씨, 글쎄 이 성 지하에 온천이 있대요.”

모건이 신이 나서 말했다.

응? 온천?


“온천···이라뇨?”

“우리들 지금 가서 씻으려 하거든요. 같이 가 봐요!”

어··· 온천에 같이··· 가자고?

내가 당황해서 눈동자가 흔들리는 순간, 홍수빈이 끼어들었다.

“아니 모건 언니, 무슨 소리예요? 둘이 아무리 죽고 못 사는 사이라도 그렇지··· 우선 여자들끼리 먼저 가보자고요.”

어, 수빈아··· 죽고 못 사는 사이··· 라니?

우리 이미 그렇게 찍힌 거니?


여자들이 우르르 몰려가자, 나는 하릴없이 다시 방으로 돌아왔다.

뭐 주인도 없는데 남의 가방을 뒤질 수는 없으니까···

강윤찬이 물었다.

“왜 이렇게 시끄럽대유?”

“어, 이 성 지하에 온천이 있대.”

강윤찬도 잠시 뜨악하더니 말을 이었다.

“아니, 성 안에 온천이 나온대유?”

“어 잘은 모르겠는데, 그런가 봐···”

“워매··· 그럼 나도 가봐야쥬!”

하고 강윤찬이 허둥대길래, 내가 녀석을 붙들었다.

“야, 가긴 어딜 가··· 성추행범으로 몰려서 펜드래건 영주한테 목이 잘리고 싶어?”



영주가 다시 우리들을 호출했을 때는 점심 무렵이 한참 지난 후였다.

그때까지 밥을 먹으라는 소리가 없어서 주린 배를 감싸며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제 밥을 주나 보다 하고 내려갔더니 밥 비슷한 것도 없고, 다만 메인홀의 오른편에 있는 방으로 안내를 받았다.

이동하면서 보아하니 여성 4인방은 뽀얀 얼굴과 촉촉하게 젖은 머리카락이 반짝반짝하는 것이, 과연 온천의 효과를 톡톡히 본 듯했다.


홍수빈이 별 다섯 개짜리 체험 후기를 날렸다.

“옵빠들··· 온천이요··· 겁나 좋아요. 이따가 한번 가 보세요. 시설도 깨끗하고 물도 엄청 뜨거워요. 사람도 없고요.”

어, 그래··· 나도 밤에 한 번 가 봐야지 하고 마음먹었다.

어느덧 이곳에서 삼 일째인데, 한 번도 씻지를 못해서 이제 나도 거의 ‘야만인화’되어 가고 있었으니까···


방에 들어가 보니 아르트라 영주와 멀린만 커다랗고 둥그런 탁자에 덩그러니 앉아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서 오시게.”

멀린이 우리를 반겼다.

모건과 나는 잠시 서로 시선을 교환했는데, 밥 달라고 보채기는 좀 체신머리가 없어 보일 거라는 점에 암묵적으로 동의하고 입을 다물기로 했다.


우리가 쭉 둘러앉자, 영주가 입을 열었다.

“그대들도 그동안 궁금한 점이 많았을 것이라고 짐작한다. 오늘 이 자리는, 서로 궁금했던 점을 묻고 대답하는 ‘과학’적인, 쿨럭! 자리가 될 것이다.”

과연 영주는 하나를 배우면 둘을 아는 영특함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의 창의적인 단어 사용에 통역하던 모건이 사래가 좀 들리고, 우리 일행이 살짝 혼란에 빠지는 불상사는 좀 있었지만 뭐···


나는 지난 밤에 멀린에게 물어봤던 것처럼, 우리가 어떻게 집에 돌아갈 수 있는지를 먼저 물어보고 싶었지만, 눈이 반짝반짝 빛나고 볼이 상기되어 있는 아르트라 영주의 얼굴을 보니 왠지 입이 떨어지질 않았다.

아침에 멀린으로부터 들었던 말도 생각 났고···

그래서 쉽게 말을 꺼내지 못하고 고민하고 있는데, 갑자기 강윤찬이 손을 들었다.

“저기, 근데 혹시 점심밥은 안 주시남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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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24.09.01 11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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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에릭슨 24.08.27 12 1 12쪽
26 막간극 - 온천에 간 기사, 인어를 만나다 24.08.26 14 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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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계시 24.08.25 16 1 12쪽
» 캐리어 24.08.24 18 1 12쪽
22 호수의 여왕 24.08.24 15 1 10쪽
21 멀린 24.08.23 23 1 12쪽
20 만찬 24.08.23 40 1 12쪽
19 브리간티아 24.08.22 36 1 12쪽
18 발키리 24.08.22 44 1 13쪽
17 각개격파 24.08.21 26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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