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발론 - 첫 번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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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로섭마린
작품등록일 :
2024.08.15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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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5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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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발론

DUMMY

영주의 말에 각자 생각에 빠진 듯, 우리 일행은 말이 없었다.

그래, 오늘은 이 정도만 하자.

고민을 많이 해 봐야 할 것 같아···


“알겠습니다. 저희도 생각할 시간을 좀 주시기 바랍니다.”

나는 모건을 통해 자리를 정리했고, 영주가 동의했다.

“이곳에 모인 김에 그대들끼리 이야기해 보는 것도 좋으리라. 그대들은 그··· 다들 ‘평등한’ 관계라고 했었지? 피온에게 이야기해 놓을 테니, 이 장소는 앞으로도 자유롭게 사용하도록.”

하고 영주가 일어서고, 멀린도 따라 몸을 일으켰다.


나는 그들을 배웅하기 위해 일어섰다가, 문득 떠오르는 질문이 있어 모건을 시켜 물었다.

“참, 저희가 살던 세계는 ‘지구’라고 부르지요. 이 곳··· 이 세계는 뭐라고 부르면 될까요?”

영주가 피식 웃더니 대답했다.

“세계를 그냥 ‘땅’이라고 부르다니 그쪽 세계의 사람들은 좀 우습구나··· 우리 세계는 ‘아발론’이라고 부른다.”



아르트라 영주가 자리를 뜬 후, 우리는 그 자리에 계속 남아 이야기를 나눴다.

“아발론··· 그래서 아서 왕의 전설에 그렇게 언급되었던 거군요.”

모건이 감탄하며 입을 열었다.

“언니, 그게 뭔데요?

홍수빈이 물었다.

아무래도 우리 중엔 홍수빈이 이런 쪽에 제일 약한 듯하다.


“아발론은··· 아서 왕 전설을 정리해서 기록한 책에 나오는 이름이야.”

모건은 홍수빈에게 설명하는 동시에 올리비아에게도 같은 내용을 영어로 옮겼다.

올리비아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맞아. 나도 그 내용을 대충 알지. 뭐, 이건 유럽을 통틀어 가장 유명한 전설 중의 하나니까.”


모건이 계속 이야기했다.

“거기에 언급되기를, 아서 왕이 최후에 큰 부상을 입고 아발론이라는 이상향으로 떠났고, 아발론의 여왕 모건 르 페이에게 치료를 받아 불사가 되고 안식을 취했다고 하죠.”

올리비아가 고유 명사만으로도 대충 말한 내용을 아는 듯하자, 모건은 싱긋 웃고 굳이 영어로 옮기지는 않았다.


“그러고 보면 이 이야기의 ‘불사가 되었다’는 부분은 이 쪽 아발론에서 새로운 가문을 이어 나갔다는 식으로 해석해도 될 듯해요.”

홍수빈이 레이한에게 열심히 중국어로 옮겼고, 레이한은 소녀처럼 눈을 빛내며 이야기를 들었다.


뭐, 그 이야기는 나도 어느 정도 알고 있다.

올리비아가 말한 대로 워낙 유명한 이야기이고, 수많은 변주의 문학 작품들과 영화 등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으니까.


“맞쥬··· 아발론은 엑스칼리버가 만들어진 곳이라고도 해유. 비비안에게 받았다고도 하구, 모건 르 페이가 줬다고도 하구···”

모건이 강윤찬의 말을 올리비아에게 옮기자, 올리비아가 와우 하면서 물었다.

“그쪽 동네 사람들인 우리야 뭐 그렇다고 해도, 너희들은 대체 어떻게 이렇게 잘들 알고 있냐?”

“우리는 역사 ‘신비’ 동호회거든유. 원래 그런 사람들이 모인 모임이구만유.”

강윤찬이 실토했다···


모건이 ‘역사 동호회’가 아니라 ‘역사 신비 동호회’ 였냐며, 자기를 속였다며 잠시 나를 타박하는 해프닝이 있었다.


“그렇다면, 지구의 전설과 아르트라한테 들은 이쪽의 전승이 아귀가 딱 맞는 거네요? 그렇구나··· 여기가 아발론··· 아발론의 여왕··· 모건 르 페이···”

홍수빈이 결론을 지었다.

근데 너는 또 언제부터 영주하고 맞먹기로 한 거냐?



“그러고 보면,”

강윤찬이 우리가 앉은 둥근 탁자를 만지면서 입을 열었다.

“이 탁자가 어쩌면 아서 왕의 원탁일지도 모르겠네유. 지가 지금 전설의 장소에 와 있는 건감?”

홍수빈이 반박했다.

“오빠, 그건 아니죠··· 그 원탁이라면 천 오백 년이나 된 물건인데, 이렇게 멀쩡할 리가 있나요.”


천 오백, 천 오백 년이라··· 나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역시 그 부분에서 아귀가 맞지 않는다···

아르트라가 30대라고 했으니, 대충 30년씩만 잡아도 900년··· 이쪽은 세대가 더 짧을 것 같으니 아마 그 보다 더 적을 것이다.

모건이 알고 있는 대로 50대라고 하면 천 오백 년이지만···

이것 참···


모건이 그 동안에도 차분하게 강윤찬과 홍수빈에게 설명을 해 주고 있었다.

“원탁의 기사는 브리튼, 그러니까 지구에서 있었던 것이니까 아무래도 이 테이블은 아니겠죠. 대신 아서 펜드래건이 이곳에서 새로운 원탁의 기사들을 조직했을지도 모르겠네요. 아, 아르트라한테 물어보면 좀 알려나?”

다들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지 잠시 조용해졌다.


“혹시 말이쥬, 그 호수의 여왕이 그렇게 오래 살 수 있다면, ‘멀린’도 그럴 수 있지 않을까유?”

강윤찬이 갑자기 침묵을 깼다.

그런데, 그 내용이 좀 파격적이다···


“오빠, 그건 또 뭔 소리에요? 멀린님이 왜요?”

아, 역시 홍수빈은 아서 왕 전설에 약한가 보다.

친절한 ‘모건 언니’가 다시 설명을 시작했다.

“멀린은, 아서 왕의 전설에 등장하는 마법사의 이름이죠. 켈트족 전승에 의하면 드루이드라고도 하는데 아무튼, 아서 왕의 아버지 대부터 활약을 해서 아서 펜드래건의 왕위 복권과 이후의 업적에도 큰 공헌을 해요.”

“엑스칼리버의 전설과도 직접적인 관련이 있어. 하지만, 그 역시 아서 왕이 아발론으로 떠나면서 같은 시기에 행방을 감추지··· 이후의 행적에 대해서는 기록이 없어.”

내가 이어받아서 이야기를 마무리했고, 모건과 올리비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오홍··· 그러고 보니 스톤헨지에서··· 언니가 한번 이야기했던 것도 같네요. 그러니까 아까 윤찬 오빠의 말은··· 에엑! 그럼 그 ‘멀린’이 저 ‘멀린’ 영감님이라는 얘기예요?”

강윤찬이 안경을 쓰윽 치켜 올리며 비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에엑! 말이 되는 소릴 해요! 멀린 영감님 나이가 천 오백 살이 넘는다구요?”

홍수빈이 질색하며 강윤찬의 등짝을 찰싹찰싹 때렸다.


그러면서 레이한에게도 강윤찬의 말을 옮기자, 그녀도 ‘에엑’ 거리면서 함께 강윤찬을 괴롭히기 시작했다. 불쌍한 놈···

“그건··· 나중에 멀린한테 직접 물어보기로 하죠.”

모건이 웃음 지으며 녀석들을 말렸다.


“자, 그런 문제는 아마 우리가 호수의 여왕을 만나거나 하는 과정에서 차차 알게 될 거야.”

내가 화제를 돌렸다.

“우리가 일단 오늘 결정해야 할 문제는··· 아까 아르트라 영주가 말한 대로, 당장 호수의 여왕을 찾아 떠날 것인가, 아니면 여기서 잠시 머무르면서 이곳의 말과 문화를 배우면서 때를 기다릴 것인가 하는 문제겠지.”


홍수빈이 한숨을 포옥 내쉬면서 말했다.

“잠시 머무른다고 하지만, 사실 정확한 기약은 없는 거겠죠?”

“맞아. 하지만···”

내가 말했다.

“지금 우리는 이곳 아발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지. 당연히 집에 가는 방법도 모르고, 현재로서는 그 방법에 대한 힌트는 ‘호수의 여왕’에게 있는 것 같아.”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 반드시 호수의 여왕을 찾아가긴 할 거야.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이곳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다는 것쯤은 다들 알겠지? 무엇보다 말이 통할지도 모르겠고 말이야.”

모건을 한번 돌아보고 다시 말을 이었다.

“물론, 우리에겐 모건이 있지(이 부분에서 모건이 고개를 들고 좀 으스댔다). 하지만, 충분하지는 않다고 생각해. 우선 이곳의 말과 글을 배우고 정보를 모으자. 그런 다음 호수의 여왕을 찾아가도록 하자고. 아르트라 영주와는 상관없이 우리가 결정하면 말이지. 이게 내 의견이야.”


그리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무엇보다! 우리는 언제든지 여기 원탁에 둘러앉아서 회의를 할 수 있어. 나를 포함해서누구 한 사람이 강요해서 모두의 거취를 제한하는 일은 없을 거야.”

모건이 눈을 반짝이며 나를 바라보았다.

어, 좀 쑥스럽네··· 그래도 이 말은 꼭 해야겠다.


“그리고 나는, 너희들에게 한 약속들을 분명히 기억하고 있어. 그 약속이 이 야만스러운 땅에서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는 힘이 될 거야.”

하고 말하면서 모두를 둘러보았다. 모건, 강윤찬, 홍수빈, 올리비아··· 어 그러고보니, 레이한과는 아무런 약속도 한 적 없구나···


“지는 찬성이구먼유.”

강윤찬이 아까 홍수빈들에게 얻어맞은 등짝을 어루만지며 손을 들었다.

“뭣보다··· 도현이랑 정우, 유나를 꼭 찾고 싶어유. 그럴려면 좀 시간이 필요할테구유.”


홍수빈도 손을 들었다.

“저도 선배들을 두고 집에 가고 싶진 않아요. 찬성! 하지만, 오빠! 저 집에 데려다준다는 약속, 꼭 지켜야 해요?”

홍수빈이 그러고 나자, 레이한이 따라서 ‘찬성! 찬성!’ 하면서 손을 들었다···

음··· 쟤는 말 뜻은 알고 저러는 건가?


모건이 소근소근 통역해주던 말을 듣던 올리비아가 입을 열었다.

“나는···”

잠시 눈시울이 붉어지는 듯하더니,

“나는, 반드시 남편과 마틸다의 복수를 할 거야! 너희들은 좋은 녀석들이라···”

다시 말을 이었다.

“나를 돕겠다 약속했지만, 너희들에게까지 짐을 지우고 싶지는 않아. 하지만, 그 모든 복수를 마치고 나면 나도 집에 돌아가고 싶어. 나도 찬성!”


“모건은요?”

내가 묻자, 홍수빈이 입을 비쭉거리더니 말했다.

“바늘 가는데 실 따라가겠죠. 뭐... 흥! 뭘 또 물어봐요?”

아니, 우리 그런 사이 아니라니까?

모건의 얼굴이 새침하게 변하더니, 갑자기 혀를 꼬고 말하기 시작했다.

“오우~ 우리 영쿡 싸람, 그게 므쓴 말인지 모르겠씀미다.”

아니, 이 여자는 또 왜 이런담···


우리의 첫번째 원탁회의는 그렇게 끝이 났다.


동료들이 우르르 방으로 올라가고,

나는 문득 지하에 있다는 온천에 호기심이 가서, 숙소로 올라가는 동료들과 반대로 계단의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내려가다 보니, 이런 성채의 지하에는 보통 각종 고문 도구가 즐비한 음침한 감옥들이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떠올라서 살짝 긴장했는데, 의외로 계단을 내려간 곳에는 깔끔한 문 하나만 달랑 달려 있었다.

어, 들어가도 되는 거겠지?


나는 슬그머니 문을 열어 보았다.

특별한 장식은 없는, 자연석을 울퉁불퉁하게 다듬어서 만들어진 복도가 짧고 둥글게 꺾여 있었고 그 끝에는 같은 석질의 자연적인 동굴처럼 보이는 작은 방이 있었다.

작은 방은 호수 쪽으로 비스듬히 채광이 되어 전혀 어둡지 않았고, 통풍도 잘 되어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휴게실··· 같은 개념인가? 군데군데 사람이 앉아서 쉴 만한 돌들이 인위적으로 놓여 있었다.

밤에는 좀 어두울지도··· 하고 생각하며 보니, 동굴의 한쪽으로 다시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이 자연석으로 형성되어 있었는데, 그곳으로부터 수증기가 올라오고 있었다.

저기가 온천이구나···하고 계단을 따라 내려가 보았다.


계단 아래는··· 별천지였다.


그곳에는 뜻밖에 넓은, 메인홀의 두 배 정도 넓이의 공간이 펼쳐져 있었는데, 뜨거운 온천물이 솟아 나오는 높은 곳을 중심으로 해서 마치 작은 파묵칼레처럼 층층이 온천물이 흘러내려오고, 가장 아래층에는 절반까지 호수물이 들어올 수 있게 설계되어 있었다.

게다가 지하로 내려왔는데도 불구하고 마치 노천탕처럼 시원한 공기가 통하고 있어서 주위를 살펴보니, 자연석 석주들이 촘촘히 늘어서 있어서 시야만 차단하고 있을 뿐 분명 어디선가 바람이 드나드는 듯했다.

그나저나, 조명도 없이 왜 이렇게 밝지? 하고 자세히 살펴보니 온천수 자체도 빛을 내뿜는 데다, 석주들도 표면에서 은은하게 발광하고 있었다.

인 성분이 들어있나?


암튼 이거··· 대박이구만. 규모만 더 컸어도··· 온천욕 관광지로 개발하면 떼돈을··· 하고 생각하다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어, 내가 ‘홍수빈화’ 되어가는 것은 아니겠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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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만찬 24.08.23 40 1 12쪽
19 브리간티아 24.08.22 36 1 12쪽
18 발키리 24.08.22 43 1 13쪽
17 각개격파 24.08.21 26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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