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발론 - 첫 번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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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로섭마린
작품등록일 :
2024.08.15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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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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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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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탁회의

DUMMY

때가 되자 우선 동료들과 이도현이 원탁의 방에 모여들었고, 좀 있으니 베디비어가, 그리고 다시 아르트라와 멀린이 참석했다.

나는 먼저 검은곰 부족의 장로 에릭슨으로부터 전해 들은 바이킹들의 도래에 대한 이야기와 봄 대침공에 대한 정보를 이야기했다.


“아발론의 노스맨들이 욤스바이킹과 그들과 함께 신앙의 자유를 찾아 건너온 이들의 후손이라니···”

모건이 감회가 서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크누트 대왕 시절에 바이킹들의 기독교 개종이 급격하게 이루어졌다고들 하죠··· 한편으로는 북구 신앙이 너무 갑작스럽게 소멸해서 학자들이 의문시하기도 해요.”


“욤스바이킹도 그렇죠. 활발하게 용병 활동을 하던 그들이 갑자기 자취를 감춘 것도 역사의 미스터리로 남아있어요.”

이도현이 강윤찬의 도움을 받아 덧붙였다.

녀석은 아직 켈트어를 할 줄 몰라서, 강윤찬과 홍수빈이 통역을 해 주고 있었다.


“그나저나, 봄 대침공이라니··· 대체 얼마나 많은 수가 쳐들어오려는 걸까요?”

“까짓 노스맨들이 아무리 쳐들어와도, 우리 칼리시아의 상대는 못된다. 모조리 박살 내주지!”

모건의 걱정스러운 말에 베디비어가 콧김을 내뿜으며 자신감을 내보였다.


어이, 아저씨··· 지금 노스맨들이 쳐들어오기도 전에 그 칼리시아가 내분으로 쑥밭이 될지도 모른다고.


“우선 이 문제는 칼리시아 부족 회의에 올리도록 하지. 우리 브리간티아 단독으로 대비할 수 있는 사항은 아니야.”

아르트라 영주가 결론을 내렸다.


그 다음에는 브레비스의 키아란 족장에게 들었던 이야기들, 그러니까 카니브리와 캄베툼 부족이 획책하고 있는 브리간티아를 축출하려는 시도와 그들이 펜드래건 성을 노리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펜드래건 성이··· ‘왕’의 상징이라구요?”

모건은 살짝 충격을 받은 듯했다.


“그건, 그냥 펜드래건 성이 탐나서 그러는 거 아닌감유? 그 왜 칼리시아에는 이 성만큼 잘 지어진 곳이 없다면서유.”

강윤찬이 의견을 제시했다.


“이유야 어쨌든, 놈들은 브리간티아를 없애버리고 싶은 거잖아용. 우리가 먼저 선수를 쳐서 놈들을 없애버리죠.”

“난 무조건 찬성이야.”

홍수빈의 원한 서린 말에 올리비아가 서늘하게 맞장구쳤다.

어··· 무섭네···

하긴 저 둘은 카니브리는 몰라도, 캄베툼의 까마귀 족장이라면 반드시 죽여버리고 싶은 이유가 있을 테니까.


반면에 멀린이나 베디비어 같은 순종 칼리시아인들은 곤혹스러운 표정이었다.

그들 입장에서는 이 문제가 그들 종족 내부의 문제인데다가, 종족 내에서 왕따를 당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라 곤혹스러울 수밖에···


멀린이 고민 끝에 입을 열었다.

“우선은··· 무작정 카니브리나 캄베툼을 적대할 것이 아니라, 우리가 부족장 회의에 직접 참석해서 적극적으로 반박을 해야 할 듯하네.”

“하지만 멀린, 놈들은 이미 우리 행상 마차를 공격했습니다. 이젠 더 이상 그들이 우리의 ‘형제’라고 볼 수 없어요.”

베디비어가 우울한 얼굴로 말했다.


“게다가 지금은 바이킹들의 대공세를 앞두고 있죠.”

내가 입을 열었다.

“카니브리는 큰 부족입니다. 무작정 때렸다고 맞받아칠 게 아니라, 우리 편을 많이 만드는 게 중요하죠. 물론 싸우지 않고 지나간다면 그게 가장 좋습니다만··· 이걸 행운이라고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마침 놈들이 우릴 공격했고 우리는 그 증거를 갖고 있습니다.”


아르트라 영주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결론을 내렸다.

“우선은 대화로··· 그래, 나는 돌아오는 트윈문의 부족장 회의에 참석하겠다. 그래서, 형제의 맹약을 깬 대족장을 압박하고 우리 브리간티아를 축출하려는 의도를 막겠다.”


“그 전에···”

모건이 덧붙였다.

“이번 알반 축제를 크게 열고 주변의 소부족들을 초청하죠. 마침 아르트라의 성인식도 있으니까 기회가 좋네요.”

“그 기회에 족장들을 설득해서 아군의 수도 늘린단 말이지? 괜찮구먼···”

멀린이 동의했다.


마지막으로, 엘프 왕자 타바른에게 술을 먹이고 토해내게 만든 이야기들을 모두에게 알렸다.

“그러니까···”

멀린이 골치가 아픈지 관자놀이를 주무르며 말했다.

“저들은 ‘투어허 데 다난’이라고 불리고, 4개의 신성한 보물을 각각 수호하는 4개의 도시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지금은 고리아스와 무리아스 두 도시만이 남아있다는 말이로군···”

“예, 피니아스와 팔리아스의 두 도시는 ‘피르 볼그’라는 종족에게 멸망당했는데, 그 중 팔리아스가 바로 여기 브리간티아의 옛 이름이고요.”

“팔리아스···"

아르트라 영주가 혼자 조용히 되뇌었다.


“아니, ‘피르 볼그’는 또 뭐래유? 도현아, 너 혹시 모르냐?”

강윤찬의 질문에 이도현이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짜식이 아는 게 없다니께···”

강윤찬의 투덜거림 속에 모건이 조용히 손을 들고 말했다.

“음··· 사실 제가 그 이름들을 조금 알고 있어요.”

모두가 깜짝 놀란 가운데, 모건은 가만히 생각을 정리하더니 계속했다.


“아일랜드 쪽, 그러니까 게일인들의 전설처럼 내려오는 이야기 중에··· 방금 말씀하신 이름들이 나오죠. 올리비아, 혹시?”

모건이 올리비아에게 묻자, 그녀가 인상을 찌푸렸다.

“어··· 그건, 사실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진 수준의 전설은 아니고··· 나도 솔직히 자세히는 몰라. 하지만, 그 ‘투어허 데’라든지 ‘피르 볼그’라는 말들은 옛 게일어로 알고 있어.”

모건이 말을 이었다.

“그렇죠. ‘투어허 데 다난’은 대충 ‘신의 사람들’이란 뜻이 되고요. ‘피르 볼그’는 ‘배낭을 멘 사람’이란 뜻이랍니다.”


올리비아가 고개를 끄덕거리자, 모건이 계속 말을 이었다.

“아일랜드의 전설을 역사처럼 정리해 놓은 문서에, 이 두 종족이 차례로 도래해서 주도권을 놓고 다투었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헤에~ 우리는 다들 입을 벌리고 할머니가 해 주는 옛날 이야기를 듣는 아이들처럼 모건의 이야기를 들었다.

“사실, 현대의 역사학자들은 그런 문서가 기독교 전파 후에 성경의 영향을 받아 만들어진 일종의 ‘가짜 역사’로 보고 있지만요.”


어··· 나는 문득 의문이 떠올랐다.

“그런데, 그건 ‘지구’의 아일랜드 전설이잖아요 모건? 왜 아발론의 엘프들이 같은 명칭을 쓰고 있는 걸까요?”

모건이 어깨를 으쓱했다.

“그게 저도 궁금하네요.”

어··· 그래··· 그렇다면 뭐···


“그럼, 일단 전설 이야기들은 뒤로 미뤄놓죠. 현안을 먼저 이야기하자면, 우리가 대충 엘프 왕자를 상대하면서 알아낸 것을···”

나는 모건을 보았고, 그녀는 계속하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타바른 왕자는, 으흠··· 분명 우리 영주님에게 반하기는 한 거 같아요.”

내 말에 아르트라 영주가 살짝 얼굴을 찌푸렸고, 홍수빈이 ‘푸흡’하고 웃음을 참았다.


“하지만, 저들이 우리에게 접근한 원래 목적이 순수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첫째, 타바른 왕자는 이 펜드래건 성 자체나, 혹은 펜드래건 성에 있는 ‘무엇’에 목적이 있는 것 같아요. 그것이 유형의 무엇인지, 아니면 무형의 상징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한숨을 쉬고 말을 이었다.

“두 번째, 왕자는 어··· 이 말을 하기에는 좀 죄송하지만, 여기 칼리시아 분들을 ‘동등한’ 대상으로 보고 있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태도나 말에서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브리간티아를 전략적 교두보로 삼고자 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전략적 교두보?”

베디비어가 무심코 물어봤다.

“여기, 브리간티아에 고리아스의 병력을 집중시킨 후, 주변을 병탄 하겠다는 야심이 있더군요.”

“나도 분명히 그렇게 들었어. 제이 킹의 말이 옳다.”

아르트라 영주가 동의하고 모건도 고개를 끄덕이자, 원탁 주변의 공기가 싸해졌다.


이도현이 문득 손을 들었다.

“제가 알기로 타바른 왕자나 고리아스의 성향은 대충 방금 형이 말한 것과 일치해요. 최근 들어서 주변의 약소 부족이나, 멸망한 옛 도시의 유민들을 공격해서 흡수하거나 잡아오는 광경을 종종 봤거든요.”

그렇구나··· 그럼 뭐.


“개자식이네.”

올리비아가 내뱉듯 영어로 말했다.

그녀의 말에 이도현의 동공이 흔들리더니, 혼자 한국말로 중얼거렸다.

“무서운 누난데요?


아르트라 영주가 마지막으로 결론을 내렸다.

“우리는··· 아니 나는 고리아스···의 청혼을 받아들이지 않겠다.”

그 말에 멀린과 베디비어의 표정이 시원섭섭해졌다.


지금 같은 내우외환의 상황에서 엘프들이 순수하게 도움이 된다면 물론 좋았겠지···

하지만, 세상살이 경험이 얼마 안 되는 나조차, 아무 조건 없이 순수한 선의로만 남을 돕는 사람 따위 본 적이 없다.

아니, 그런 ‘사람’은 있을 수 있겠지만, 그런 ‘집단’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 나의 지론이었다.

세상 쓴맛 정도는 충분히 봤을 멀린이나 베디비어가 그런 이치를 모를 리는 없겠지.


그런데, 정작 아르트라 영주는 아직 말을 마치지 못한 듯 주저주저하더니 다시 입을 열엇다.

“그리고, 어제 제이킹이 내게 물었지···”

응? 뭘?

“중요한 것은 ‘저들의 의도’보다 ‘우리의 의지’라고 했지?”

아··· 그거 말이군.


“나는···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것 한가지··· 백성들이 모두 행복하게 사는 브리간티아를 만들고 싶다. 아니, 나아가 칼리시아의 모든 켈트인들이 행복했으면 좋겠어. 그리고···”

영주가 나를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독립성’에 대해 물었었지? 그건 당연한 거야. 비록 칼리시아인들이 당장 행복해지지 못하더라도, 그걸 결정하는 것은 칼리시아인들이어야 해. 고리아스가, 아니 그 어느 누구라도 우리에게 행불행을 강요하게 둘 수는 없다!”


어... 이건 아르트라 영주의 ‘선언’ 같은 건가?

좀 단순한 접근이긴 하지만···


“맞습니다, 영주님! 브리간티아! 칼리시아!”

억, 깜짝이야··· 갑자기 베디비어가 돼지 멱따는 소리를 질렀다.

이 아저씨 좀 흥분해서 원탁을 두들기고 있다.

어, 그러면 안되지··· 그거 나름 댁의 영주님이 아끼는 원탁이라고···

근데, 멀린조차 왠지 흐뭇한 할아버지 미소를 짓고 있네···


내 동료들은 잠시 뻘쭘하게 서로 눈치를 보더니, 분위기 띄우기 좋아하는 이도현이 앞장서서 소리지르며 박수를 치자 다들 따라서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어우~ 난 이런 거 좀 닭살인데···

저어기~ 지구에 있는 빨간색 좋아하는 나라들의 무슨 대회 같잖아?


다들 소란스러운 가운데 아르트라가 말을 덧붙였다.

“그리고, 난 절. 대. 타바른 왕자를 사랑하지 않아!”

무셔라··· 근데 왜 그 말을 하면서 나를 죽일 듯이 보는 거냐?

나는 타바른 왕자가 아니잖아?



아르트라 영주는 원탁회의가 끝나자마자, 브리간티아 부족의 주변에 있는 중소부족들에게 돌아오는 동지 축제에 부족원 전체를 초대하는 전령들을 보냈다.


보통 칼리시아인들은 부족 별로 계절 축제를 즐겼지만, 때로 규모가 크거나 부유한 부족이 주변의 중소 부족을 초청해서 함께 축제를 지내기도 했다.

이런 경우, 대개 ‘너희 부족은 우리 부족의 형제다(물론 내가 형이라는 뜻)’ 라거나, ‘우리 부족이 이렇게 잘 산다’ 따위의 정치적 함의가 들어가 있는 경우가 많았다.


모건과 멀린이 머리를 맞대고 쑥덕거린 결과, 이번 축제는 브리간티아에서 아예 크게 인심을 쓰는 쪽으로 방향을 정했다.

참석하는 부족마다 이제는 우리에게 넉넉한 소금과 술(물론 보드카) 같은 것도 선물로 안겨주고, 승마, 씨름, 궁술을 겨루는 미니 올림픽도 열어서 상품으로 모피도 풀기로 했다.

전령들에게도 이런 사실을 분명히 각 부족에 알리도록 충분히 훈련을 시켰다.


우리가 축제를 통해 중소부족에게 알리고 싶은 내용은 이거다.

‘자, 호수의 여왕의 가호를 받는 브리간티아의 영주가 드디어 성인이 되었다. 우리는 이렇게 부유하니, 돌아오는 부족장 회의에서 우리 편을 들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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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엘프 24.09.07 15 1 12쪽
37 재회 24.09.06 14 1 12쪽
36 트롤들 24.09.05 13 1 13쪽
35 추적 24.09.04 14 1 12쪽
34 귀환 24.09.03 12 1 11쪽
33 습격 24.09.02 13 1 12쪽
32 24.09.01 11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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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올리비아 24.08.30 10 1 12쪽
29 바이킹 24.08.29 9 1 14쪽
28 행상 24.08.28 13 1 12쪽
27 에릭슨 24.08.27 12 1 12쪽
26 막간극 - 온천에 간 기사, 인어를 만나다 24.08.26 13 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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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계시 24.08.25 16 1 12쪽
23 캐리어 24.08.24 17 1 12쪽
22 호수의 여왕 24.08.24 15 1 10쪽
21 멀린 24.08.23 23 1 12쪽
20 만찬 24.08.23 40 1 12쪽
19 브리간티아 24.08.22 36 1 12쪽
18 발키리 24.08.22 43 1 13쪽
17 각개격파 24.08.21 26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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