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이 울리는 스마트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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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8.16 18:25
최근연재일 :
2024.09.13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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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3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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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국 직원(3)

DUMMY

“삼계명···?”


섬뜩한 반응도 잠시, 익후는 어벙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삼계명이··· 뭐죠?”

“네?”

“네? 아니, 삼계명? 그게 뭔데요?”


그의 물음에 당황스러웠다.

그러게, 삼계명이 뭐지? 나도 모른다. 물어보기만 하면 상황 정리 끝나는 줄 알았지!


아무것도 안 알려준다고 할 때부터 예상했어야 했다.


이럴 줄 알았지! 또 나만 미친놈 만드는구나. 개 같은 괴담들아.


“아, 그으게··· 뭐냐면요···”


여기서 모른다고 하기도 이상하지 않은가.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리다 대충 지어내기로 했다. 이러나저러나 수상하다면 뭐라도 말하는 게 나을 테니.


“관리국 암호 같은 거라던데요. 모르세요?”

“왜··· 내가 모르고 있지?”


반응이 이상하다. 보통 ‘그런 건 없다.’라거나, ‘외부인인 당신이 그런 걸 어떻게 아냐.’고 답하는 게 정상 아닌가?


“내, 내가 모르는 걸··· 어떻게 알고 있지?”


익후의 시선이 이쪽을 향한다. 뚱뚱하고 습해 보이기만 하던 그의 얼굴에 변화가 생겼다.


“얼굴이 왜 커진 것 같지? 몰래 뭐 먹은 거면 돈 내세요. 무슨 직원이라고 해도 안 봐주니까.”

“어떻게 알았어?”


역시. 나 없는 새에 몰래 뭐 처먹었구나. 새벽에 라면 먹고 잔 얼굴처럼 부어있다.


갑자기 반말? 애초에 이놈은 몰래 뭐라도 먹으려고 PC방에 온 게 아닐까 하는 합리적 의심이 들었다.


산만 한 덩치를 보면 가능성이 있는 생각이다.


왜, 배고픈 멧돼지가 야밤에 산에서 내려와 농작물을 마구 파헤쳐 놓고 간다지 않나.


오죽하면 이런 생각까지 하겠는가! 오늘 종일 이상한 것들만 마주쳐서 그렇다.


“아오, 뭐 비밀 집단 어쩌고 하더니, 순 양아치네. 뭐 먹었어요?”


이렇게 빨리 흔적도 없이 먹을 수 있는 건··· 과자? 햄버거?


음식 진열장을 살피며 뭘 빼먹었을까 살피는데, 뒤에서 익후가 귀가 찢어질 듯한 목청으로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어떻게 알았냐고! 내가 모르는 걸 왜! 어떻게!“


잔뜩 상기된 멧돼지 같은 얼굴로 나를 노려본다.


“뭐야? 돈 없어요?”


“삼계명! 그게 뭔데! 나도 알고 싶다고!!“


그제야 대화 핀트가 맞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음식 얘기가 아니었다.


삼계명.

그가 묻는 건 명백히 삼계명에 대한 거란 걸 알았다.


양 손바닥을 펴 들고 그를 진정시켰다.


“진정하세요. 제가 뭘 알고 있다는 게 그렇게 중요합니까? 삼계명 알아요 몰라요? 아니, 그 전에··· 얼굴 괜찮으세요···?”


익후의 얼굴이 좀 전보다 더 커진 것 같다.

부었다. 정도가 아니라 물속에 오래 있어 퉁퉁 불어 터진 것처럼 변한 얼굴.


불과 1초 사이, 모든 이목구비가 살로 뒤덮여 작아져 있었다.


이건 음식 좀 먹었다고 생길만한 변화는 아니다. 그제야 내가 괴담에 사로잡혀 있었음을 깨달았다.


“잘난 척···”


어느새 볼살이 입을 덮었다. 푸들푸들 떨리는 볼 사이로 들리는 웅얼거림이 들렸다.


또 무슨 일이 벌어질까 두려웠다. 차라리 포기하고 싶어 아득해지는 정신을 붙잡기 위해 억지로 말을 뱉었다.


“예? 뭐라고요?”

“내가 모르는 거··· 나도 알고 싶어···”


모르는 것. 알고 싶다. 잘난 척. 놈의 입에선 세 가지 키워드가 계속해서 맴돌았다.


익후는 자신이 뭐라 말하고 있는지 알고 있을까.


살에 묻혀 먹먹한 목소리엔 광기로 가득 차 있었다.


“나도··· 알고 싶···어···”


뭘 그렇게 알고 싶다는 건지 도통 이해를 할 수 없었다.


한참 웅얼거리는 사이, 끊임없이 불어난 살은 기괴한 형태를 갖춰 나갔다.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난 살은 마치 커다란 짐볼을 연상케 하는 형태가 되었다.


사람의 신체가 저렇게 공처럼 반듯한 구 형태가 될 수 있는 건가? 그럴 리가. 괴담이라 가능한 영역임이 확실하다.


이젠 더 이상 부풀어 오르지 않는 익후에게서 뒷걸음질 치며 카운터 책장을 뒤졌다.


매뉴얼 어딨어!


얇게 코팅된 매뉴얼을 꺼내 모든 항목을 살폈지만, 역시나 지금 상황과 같은 내용은 어디에도 적혀있지 않았다.


“돌겠네. 매뉴얼에 이런 건 없었잖아!”


“절넌축! 절넌축! 훠지머!”


이젠 뭐라 말하는지도 알아듣기 어려운 경지에 도달했다. 그래도 저 말을 대충 해석해 보자면.


- 잘난 척! 잘난 척! 하지 마!


라는 말이 되시겠다.


일이 이 지경까지 왔는데도 멀찍이 보이는 손님들은 게임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괴담이 맞는구나.


어쩐지 이름부터 이상하다 했다! 사람 이름이 어떻게 패익후냐고.


이상한 점은 또 있었다.


다 함께 있는 공간에서 이런 소란이 대체 왜 나에게만 보이는 걸까? 평생 귀신을 보거나 가위 한 번 눌려본 적 없다.


환각 혹은 귀신. 그런 건 아닌 것 같다.

나에게만 보이는 환각이라면 남개 녀석이 다 알고 있는 건 이상하다.


그러니 이건 현실이다.


이제 와 하는 말이지만, PC방 알바 말고 다른 일을 찾아볼 걸 그랬다.

미스터리 PC방. 인생은 이름을 따라간다더니. 미스터리한 일들이 판을 치고 있지 않나.

물론 상호명이 사람 이름은 아니지만 아무튼!


공이 된 익후, 공익후와 잠시간의 대치 후, 커다란 공이 기우뚱 흔들리더니, 이내 이쪽을 향해 서서히 굴러오기 시작했다.


“어?”


느릿하게 굴러오는 공익후의 그림자가 발끝에 드리워졌다.


미로 탈출 게임에서 굴러오는 커다란 돌을 보는 캐릭터의 입장을 실감했다.


저거에 깔리면 최소 쥐포 행이다. 무조건 피해야 한다.


심장이 거세게 뛰었다. 반대로 가슴은 서늘해지며 눈은 재빠르게 피할 장소를 물색했다.


왼쪽? 오른쪽? 어디로 가든 저 커다란 인체 공을 피할 방법은 없다.


카운터에서 커터 칼이라도 꺼내 쥐었다. 칼에 찔려 따끔하면 자기가 알아서 뒤로 물러나지 않을까 했다.


데굴데굴.


미친 인간 공이 굴러오는 속도가 빨라졌다.

이런 미친놈이. 평지에서 이 정도의 가속도를?


오도 가도 못하는 진퇴양난의 상황에서 커터 칼을 쥔 손을 앞으로 쭉 뻗었다.


그 순간이었다.


- 탁.


아무것도 없던 허공에서 공익후와 내 사이로 무언가 뚝 떨어졌다.


그와 동시에 손목에 시큰한 통증이 느껴져서 들고 있던 커터 칼을 놓치고 말았다.


- 쩔그렁.


커터 칼이 바닥에 떨어졌다.


다시 커터 칼을 주울 시간조차 없는 촉박한 상황.


내 앞을 막아선 작은 체구의 존재에게 공익후가 닿기 직전이었다.


인간으로 추정되는 존재는 그저 손을 앞으로 뻗을 뿐이었다. 그것도 아무것도 들려있지 않는 맨손을 말이다!


저러다 손가락이 꺾이지 않을까 했는데, 큰 오산이었다.


손가락에 찔린 공익후의 몸이 가늘게 떨리더니, 수면 위로 물방울을 떨어뜨린 것처럼 파장이 일었다.

파장은 공익후의 몸을 따라 넓게 퍼져 나가더니···


- 쾅!


인간 공, 패익후에게 닿은 손은 멀쩡할 뿐, 되려 공이 터져나갔다.


모 히어로 영화의 손톱이 긴 주인공이 생각나는 장면이다.


풍선 터지는 소리의 몇 배나 되는 굉음이 공간을 집어삼켰다.


- 삐이이이이.


입대해서 처음 사격했을 때가 생각이 났다. 이어플러그를 하고 있음에도 귀를 뚫고 들어오는 총소리에 귀에서 이명이 들렸었지.

그때 멍해진 귀는 며칠이 지나고 나서야 나아졌다.


하물며 지금은 이어플러그도 없이 맨 귀로 근거리에서 큰 소리를 맞아 버렸다. 마치 그때와 비슷한 이명이 귀에 울렸다.


갑작스런 굉음에 몸이 그대로 굳어 버렸다.


눈만 멍하니 뜬 채, 공익후의 변화 모습을 눈에 담았다.


터진 익후의 몸은 살점이나 핏자국 하나 없이 조각난 채, 공기 중에서 그대로 산화해 흩어졌다.

형광등 불빛이 가루(패익후였던 것)에 반사되어 반짝거린다.


그 신기한 광경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관리국 직원이니 뭐니 하던 익후가 사실은 괴담이었다니!


음··· 사실 그리 놀랍지도 않았다. 놈이 괴담일 수도 있겠다고 계속 염두에 두고 있었지 않나.


“관리국 직원은 양복을 입지 않아.”


명백히 내게 건네는 말에 눈앞의 존재를 바라봤다.


내 앞을 막아선 존재는 자그마한 체구에 후드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그 모습에 곧바로 연상되는 사람이 하나 있었다.


“아까 그··· 벌레 잡아 달라고 했던 손님··· 맞죠?”


이상한 명령을 했던 손님. 파란색 후드의 모자를 벗은 여자가 돌아본다.


나이는 이십 대 초반 정도? 나와 비슷해 보인다.


새하얀 피부에 검은 단발머리가 잘 어울린다.

펑퍼짐한 후드티를 입고 있어서 몸의 선은 잘 보이지 않지만, 목선이나 얼굴형을 봤을 때 선이 굵은 체형은 아닐 것 같았다.


다만, 목을 이리저리 돌리며 스트레칭하고 있어서 흔들리는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목뒤의 문신이 특이했다.


일부만 보였을 뿐이지만, 마치 마법진처럼 보이는 그림이었다.

언뜻 글자도 보인 것 같지만 워낙 찰나의 순간이어서 제대로 보지는 못했다.


아무튼 정말 무슨 티비에 나오는 아이돌을 보는 것 같다.


아까도 느꼈지만, 여전히 비정상적으로 아름다운 외모에 눈이 부실 지경.


평소 밖에서 지나치듯 만났다면 감히 말도 못 건넬 아우라가 느껴진다.


“여기서 기다려.”


손을 탁탁 털어낸 여자는 주머니에서 검은색 장갑을 꺼내 착용하더니, 곧장 출입구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아니, 지금 나가면-”


- 딸랑.


뭐라 말릴 새도 없이 문을 박차고 나갔다. 고요한 적막이 감도는 실내에 문에 달린 종이 딸랑거리는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관리국 직원은 양복을 입지 않는다.

여자의 말을 근거로 판단해 보면, 패익후는 이상한 존재가 맞다. 양복을 입고 스스로를 관리국 직원이라 칭했으니.


반대로 생각해 보면, 편한 복장으로 PC방에 있던 그녀는 관리국 직원일 수도 있다는 말이 된다.


그뿐 아니다. 내게 시켜 익후에게 증명패와 삼계명을 물으라 한 걸 보니, 이렇게 될 줄 알고 있었던 것이다.

괴담을 상대하는 방법도 알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그녀도 믿을 수 있는 사람인 가는 다른 얘기다.


나를 해치지 않는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으니.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 5분도 채 지나지 않아 여자는 장갑을 벗으며 들어왔다.


문밖에 서 있던 자칭 사장을 ‘처리'라도 하고 온 걸까? 직접 보지 않아 모르겠다.


여자가 걷는 발걸음을 따라 붉은 길이 만들어졌다.


뭔가 싶어 여자를 살펴봤다. 새까만 장갑이라 눈치를 못 챘는데 장갑에선 붉은 액체가 뚝뚝 흐르고 있었다.


“저기···”

“따라와. 갈 곳이 있어.”


그거 혹시 피냐고 물으려 했지만, 이쪽은 쳐다보지도 않은채 제 할말만 하는 여자.


그녀는 대답도 듣지 않고 성큼성큼 PC방 안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래. 묻지 말자. 저게 피면 뭐? 내가 뭘 할 수 있지?


- 띠링!


여자를 따라갈까 말까 고민 중, 주머니에 넣어둔 스마트폰이 진동하며 알림 소리가 울렸다.


이번엔 PC방 카운터 쪽이 아닌 정말 바지 쪽이다!


재빠르게 폰을 꺼내 들었다.


[naM_Dog: 뭐야? 네가 처리한 거야?]


남개의 반응이 이상했다. 모든 걸 보고 들을 수 있는 것 아니었나?


“보고 있던 거 아니었어?”


[naM_Dog: 그전까진 그랬지. 근데 ‘따라쟁이'가 ‘분노'하고 나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어.]


따라쟁이와 분노.

패익후는 따라쟁이라고 하는 괴담인 걸까? 분노는 공이 된 상태를 말하는 거고?


그럴듯한 예상이었지만, 결국 정답을 알 수는 없었다.


대답하지 않고 있으니 녀석이 메시지를 하나 더 보냈다.


[naM_Dog: 혹시 거기 너 말고 누가 더 있어?]


“...”


녀석의 질문에 말문이 턱 막혔다.


남개는 내 상황이 ‘보이지 않았다'고 했었지. 그리고 주변에 누군가 있냐는 질문.


여기서 두 가지를 알 수 있었다.


저기 걸어가고 있는 후드티 여자는 괴담이 아니라는 것. 만약 괴담이었다면 해결해야 남개와 대화가 가능했을 터.

이렇게 멀쩡히 대화하고 있다는 건, 괴담은 아니라는 뜻이다.


그리고 모종의 이유로 저 여자와 함께 있으면 남개가 상황을 볼 수 없다는 것. 이 부분은 잘 모르겠다. 전파 방해 장치라도 들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발걸음을 옮겨 후드티 여자 근처로 다가갔다.


“들리냐?”


···


남개는 아무 말 없이 잠잠했다. 마치 들리지 않는 것처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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