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이 울리는 스마트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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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8.16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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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6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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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PC방. 매뉴얼(1)

DUMMY

“아저씨···”


녀석은 흐느끼는 목소리로 계속 나를 불러댔다.

전역한지 얼마 안 돼서 아저씨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무서워서 그냥 대답했다.


“왜, 왜 그러니?”


말을 더듬고 말았다. 공포에 잠식당한 입이 제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었다.


CCTV에 비친 녀석은 신경쓰지 않는다는듯 입을 쩍 벌리고 웃었다. 목이 덜렁거리는 상태에서 저렇게 웃으니까 공포영화가 따로 없었다.

단순히 영화였으면 얼마나 좋을까. 문제는 이게 실제 상황이라는 거지.


웃고 있는 얼굴과 흐느끼는 슬픈 목소리가 전혀 매치가 안 된다.


“우리 엄마는 어디 있어요?”


네 엄마를 왜 여기서 찾니...

대충 그냥 밖에 있다고 하고 내보낼까.


“너희 어머니는 저기 밖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혔다.


매뉴얼, 매뉴얼이 어디있지?


분명 뭘 하지 말라고 적혀 있었는데···

황급히 매뉴얼을 찾아 다시 6번 항목을 체크했다.


[6. 출입구쪽 전등이 3번 깜빡인다면 관리자 컴퓨터의 CCTV를 확인하세요. 절대 직접 보려고 하지 마세요. 누군가 질문을 한다면 대답만 해주세요. 단, 거짓말은 안 됩니다.]


와, 미친. 조질뻔 했네.

거짓말을 하지 말라는 매뉴얼을 잠시 잊고 있었다.


그냥 웃긴 매뉴얼이라 생각해서 알바 초반에 한번 읽어본 게 다였다.

순식간에 9가지 항목들을 외울수도 없지 않은가!


“후···”


남개가 분명 살고 싶다면 매뉴얼대로 하라고 했었지.

그냥 게임에서 만난 평범한 사람인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녀석에 대해 아는 바가 단 하나도 없었다.

일단 살기 위해 이 악물고 매뉴얼의 지시를 따르기로 마음 먹었다.


“밖이요?”


화면 속 녀석이 카메라를 바라보던 시선을 내쪽으로 돌리려는 게 보여 대답을 서둘렀다.


“아, 아니! 너희 어머니가 누구시니? 나는 잘 모르겠네! 하하하!”


빠른 판단으로 녀석의 고개는 다시 원상태로 돌아가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었다.

화면 너머의 녀석과 눈이 마주치니 등골이 오싹했다.


“후···”


한숨 돌렸네. 녀석의 질문을 다시 기다리는데 휴대폰 알림이 울렸다.


곧장 휴대폰의 잠금을 해제했다. 역시나 남개 놈이었다.


[naM_Dog: 잘했어.]

[이담: 너 뭔가 알고 있지. 너 이 새끼 이거 다 뭐야?]

[naM_Dog: 진정해. 아, 그리고 앞으로 넌 채팅을 할 수 없을 거야. 늦게 알려줘서 미안.]


남개의 메시지가 올라오기 무섭게 화면의 채팅 바가 비활성화 되었다. 이젠 오직 받는 것만 가능한 단방향 통신만 가능했다.

메시지 작성중이라는 표시와 함께 강제로 음성통화 채널에 참여되었다.


#음성통화 참여자

이담


들어와 있는 참여자는 나 하나뿐. 특이한 점이 있다면···


“나가기 버튼이 왜 안 눌려?”


채널 나가기는 물론이고 어플 종료도 안 되는 기이한 상황이 연출되었다.

휴대폰 종료도 안 된다.


해킹인가? 남개 놈. 이런 것도 할 줄 알았어?

그런데 휴대폰 종료는 양 사이드 버튼만 누르면 되는 건데, 왜 안 되지.


당황한 사이 남개의 채팅이 연이어 올라왔다.


[naM_Dog: 진정해.]

[naM_Dog: 너는 항상 음성통화에 들어와 있을 거야. 대신 네가 살아남을 수 있게 도움을 줄게.]


“너는 음성채팅방에 들어와 있지 않은데? 내 말이 들리긴 하냐?”


생각해보니 놈의 목소리를 들은 적이 한번도 없었다. 채팅으로 약속을 잡고, 게임 내에서 만나도 인게임 채팅으로만 대화했으니까.


[naM_Dog: 응. 잘 들리지.]


“이용자가 엄청 많은 대기업 주관 프로그램인데, 이렇게 개인이 설정을 바꿀 수 있는 건가?”


[naM_Dog: ㅋㅋ 나중에 알려줄게.]


심지어 다른 게임 채널은 이미 삭제되어 흔적도 남지 않았다.

남아 있는 건 오직 녀석과의 채팅방 뿐.


이 녀석의 정체는 뭘까? 그저 게임에서 만난 말 잘 통하는 친구라고만 생각했는데.


띠링!


[naM_Dog: 지금은 궁금해하지 말고 매뉴얼대로만 하면 돼. 이 이상은 나도 말 못해주니까. 잘해봐. 너는 살아남았으면 좋겠다.]


남개의 메시지가 끝났다.

동시에 들리는 아이의 목소리.


“아저씨, 여기는 어디에요?”


다시 들린 기괴한 목소리에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


일단은 남개의 말처럼 매뉴얼대로 하자. 밑져야 본전이니까.

혹시나 말을 안 따랐다가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억울하잖아.

매뉴얼대로··· 매뉴얼대로···


“후우··· 나중에 설명 제대로 해야 할 거야. 남개.”


[naM_Dog: 물론! :)]


짜게 식은 눈으로 남개의 채팅을 흘겨보곤 주머니에 폰을 쑤셔 넣었다.

심호흡을 쎄게 갈겨주고 아이의 질문에 하나씩 대답했다.


“여기는 PC방이야.”

“PC방이 뭔데요?”

“게임을 하는 곳이지.”

“게임은 뭐죠?”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오락거리 라고 해야 하나?”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없으면요?”


엇. 그러게.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안 받아도 게임을 하려고 하던데.


“음··· 그냥 재미를 위해 한다고 하자.”

“그럼 거짓말 한 거네요?”

“아니지. 이건 생각이 바뀐 거니까 엄밀히 따지자면 거짓말은 아니야. 과거의 생각과 현재의 생각이 항상 같을 수는 없잖아?”

“그런가요?”

“그런 거야.”


재밌다는 듯 낄낄거리는 탓에 아이의 목이 더욱 심하게 덜렁거렸다. 정말 그로테스크한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올라오는 구역질을 간신히 참았다. 시각적으로만 괴로워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피 냄새라도 나면 진짜 토할 것 같다!


꼬마의 수차례 이어지는 질문을 추가로 받아쳐냈다.

과자, 음료수, 컴퓨터 등, 주로 PC방 내부에 있는 물건들에 대한 질문이었다.


이상한 건, 왜 기본적인 것들을 하나도 모르고 있는 걸까?


목소리나 화면으로 보이는 모습은 적어도 초등학교에는 취학했을 나이로 보이는데···

부모가 엄해서 PC방은 모른다고 치자.

과자나 음료, 라면 같은 식료품에 대해 무지한 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어디 외국이나 오지에서 살다온 걸까?

아니지. 외국에도 과자는 있잖아.


“이건 뭔데요?”

“사탕이네. 네 손에 들린 것도 사탕아니니?”


여전히 고개는 들지 않은채, 화면 속의 꼬마가 가리키는 것에 대해 알려주었다.


“이걸 사탕이라고 하는구나··· 내 보물이에요.”


쏟아지는 질문러쉬가 마무리 되었다.

잠시 망설이던 아이가 울먹이는 목소리로 물었다.


“아저씨는 엄마를 못 봤다는 거죠?”

“그럼. 난 네 엄마가 누군지도 모르는 걸.”


울먹임과 웃음을 반복하던 녀석의 목소리가 처음으로 진지해졌다.


“아, 다행이다.”


엄마를 찾고 있는 미아 꼬맹이 아니었어? 꼬마의 대답에 위화감이 들었다.


“뭐가?”

“히히.”


아이의 웃음 속엔 작은 기쁨이 들어 있었다. 엄마를 못 찾아준다는데 왜 저렇게 웃을까.

그 이유는 곧바로 알 수 있었다.


이변이 일어났다.

눈 깜빡할 사이, 화면 속의 아이의 목은 어느새 붙어 있었다. 작은 지팡이 모양 사탕을 연신 핥아대는 녀석의 눈가가 반짝였다.

화질이 나빠서 자세히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것이 물기에 반사된 빛이라는 건 알 수 있었다.


고개만 들면 보일 카운터 너머 꼬마의 고해성사가 시작됐다.


“집 밖에 나와 본 게 처음이에요. 바깥은 이렇게 신기하네요.”


꼬마는 술취한 엄마를 피해 도망쳤다고 말했다.


“엄마가 나만 보면 때려요. 이번에 엄마가 나를 찾으면 정말 죽을지도 몰라요.”


그제야 화면 너머로 꼬마의 팔다리에 가득 나 있는 시퍼런 멍이 눈에 들어왔다.


“나를 숨겨줘서 고마워요. 아저씨.”


이어지는 말은 아이가 학대를 당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얼마나 세게 맞았는지, 얼마나 많이 맞았는지.


꼬마의 설명에 말문이 막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그럼 저는 이만 갈게요. 엄마가 못 찾는 곳으로 도망 가야겠어요.”


인간에게는 응당 있어야 할 양심이라는 감정이 수면 위로 피어올랐다.


녀석은 귀신이 맞는 건가?

만약 되도 않는 매뉴얼 하나만 믿고 생사의 갈림길에서 도움을 청하기 위해 여기까지 온 아이를 무시하는 건 아닐까?


어른이란 아이를 지켜주어야 한다.

이것은 우리 사회에서 약속된 보이지 않는 규율.


그래, 세상에 귀신이 어디있겠나.

그런 생각을 하며 고개를 드려는데.


띠링!

알림이 울렸다.


망설이지 않고 뒤집힌 스마트폰을 들어 곧장 화면을 켰다.


[naM_Dog: 고개 들지마.]

[naM_Dog: 절대. 절대. 절대. 안 돼.]


여기서 남개 녀석이 나를 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분명 나는 고개를 든다 어쩐다 말을 하지 않았다.


“날 보고 있는 건가?”


중얼거려봤지만 녀석은 조용했다.

음성채팅방에 들어가 있으니 안 들리는 건 아닐테고.


“됐다. 그래도 덕분에 머리는 차가워졌어.”


녀석이 도움이 됐다.


고개를 들고 꼬마를 쳐다볼까 하던 생각을 털어내었다.


방금까지 목이 덜렁거리던 장면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사람이 그럴 수는 없다. 더 마음이 흔들리지 않게 이 녀석은 귀신이 맞다고 단정지었다.


고민을 마치자 꼬마의 말이 이어졌다.


“얼른 가야겠어요. 엄마는 내가 어디 있든 늘 찾아 오거든요. 여기도 들켰을지 몰라요!”


뭐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침묵을 지켰다.


덩달아 꼬마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뭔가 이상해 잠시 기다리는데 머리 위로 인기척이 느껴졌다.

동시에 무언가가 나를 쳐다보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어릴적부터 시선에 민감했다. 멀리서 누군가 나를 보고 있으면 귀신같이 캐치해 고개를 돌리곤 했다.

그러니 지금 느껴지는 감각도 결코 착각은 아닐 것이다.


온 몸이 한껏 긴장해 이마와 볼을 타고 식은땀이 주륵 흘러내렸다.


CCTV 화면에 머리를 박을 기세로 갖다댔다.

꼬마의 목이 길게 늘어나 카운터 위로 쭉 뻗어 나를 보고 있었다.


뱀이냐?


“킥킥. 이번 알바생은 눈치가 빠르네.”


머리 위에서 지금껏 들리던 꼬마의 어린 음성이 아닌 스산한 목소리가 들렸다.


절로 욕이 나올 것 같은 입을 꾹 틀어막으며 최선을 다해 가만히 있었다.

버티는 것만이 상책이다.


남개 이 새끼야! 뭐라고 말이나 좀 해봐라!

미친 것처럼 메시지를 보낼땐 언제고 이럴때만 조용하네 얘는.


얼마가 지났을까. 시계 초침이 움직이는 소리마저 들리지 않는 공포스런 순간이 지나고.


훅.

머리카락이 살랑일 정도의 바람이 일었다.

동시에 나를 압박하고 있던 기묘한 감각도 사라졌다.


“갔···나?”


계속 체크하던 화면 속에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PC방 카운터 주변엔 공허함이 느껴졌다.


그렇게 꼬마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악몽 같은 상황이 순식간에 끝나서 어안이 벙벙했다.


뭘 어떻게 한 것도 없는데 상황이 종결됐다.

끝이야? 진짜?


시끌벅적한 안쪽 손님들과는 다르게 적막만이 흐르는 카운터 주변.

얼마간 출입구쪽 전등을 가만히 바라봤지만, 다시 전등이 깜빡거리는 일은 다시 일어나지 않았다.


문득 이 기괴한 상황이 혹시 꿈 속인가 싶어 뺨을 세게 때려봤다.


짝!


“아프다!”


이번엔 반대쪽.

짝!


“시발, 아프다아아아아!”


소리를 고래고래 내질렀다. 내가 정신병에 걸려 환각, 환청을 본 상황이 아니라면 살아남은 게 분명하다!


“뭐야?”

“모기라도 붙었나. 왜 저래?”

“어디 박았나? 야야! 집중해! 스킬을 다 처 맞고 있냐!”

“아 씨! 저 알바 때문에!”


큰 소리에 야간에 자리를 지키고 있던 손님중 몇몇이 카운터 쪽을 보며 수군거렸다.


그런 수근거림이 오히려 반가웠다.

이제야 비로소 원래 일상으로 돌아온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런데··· 손님들은 내가 얘기하는 걸 못 들었나?

뺨 때리는 소리랑 고함은 듣고, 꼬마랑 나눈 이상한 대화는 못 들었다고?


대체 뭐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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