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이 울리는 스마트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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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8.16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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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3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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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7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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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PC방. 매뉴얼(2)

DUMMY

카운터에서 벗어나 가장 가까운 손님에게 다가갔다.


“저··· 손님?”

“예?”


시선은 모니터에 둔 채 목만 슬쩍 빼며 대답하는 남성에게 물었다.


“혹시 저쪽 카운터에서 저랑 어떤 꼬마랑 뭐라 말하는 거 들으셨나요?”

“네? 카운터에 있었어요? 아까 시간 충전하러 갔었는데 없어서 화장실 갔나보다 했는데.”

“아까라면 언제죠?”


딸깍. 타닥타닥.

손님은 게임을 멈추지 않고 대답했다.


“음··· 한 5분 전쯤이요. 아! 왜 나만 죽이러 와!”

“아아, 알겠습니다. 시간 충전 필요하세요? 돈 주시면 시간 넣어 드릴게요.”

“오, 그럼 저야 감사하죠. 여기요.”


그제야 이쪽을 보며 현금을 건네고 다시 게임에 집중하는 손님을 두고 돌아왔다. 손님의 컴퓨터에 시간을 추가하며 멍하니 카운터 앞의 출입구를 바라봤다.


5분 전이면 한창 꼬마와 얘기를 나눌 시점이다.

내가 자리에 없었다고? 그럴 리가 없다. 계속 꼬마와 대치하며 카운터에 앉아 있었으니까.


어떻게 된 상황인지 모르겠다.

헛것이라도 본 걸까?

아니, 사실 실제로 보지는 못했지. 화면으로 카메라 너머만 본 거니까.


졸다가 가위라도 눌린 걸까 생각하다 고개를 저었다.

남자 손님이 아까 카운터에 왔었다고 했다. 만약 내가 졸고 있었으면 그냥 깨웠을 것이다.


오늘 음식 서빙할 때 빼고 카운터 쪽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 설령 서빙 중에 누군가 카운터에 왔다고 하더라도 쉽게 발견하고 뛰어갔을 거다.

여긴 그렇게 넓은 PC방이 아니니까.

여긴 혼자 일해도 충분한 작은 PC방이었다.


“공간이 격리라도 되는 건가?”


띠링!


근본적인 부분에 의문을 표하는데 주머니 속에 넣어군 폰에서 알림이 울렸다.

확인하자 역시나 남개였다.


[naM_Dog: 살아남았구나. 잘했어. 보상으로 아무 질문 한 가지에 대답해 줄게.]


질문이라. 곧바로 떠오르는 의문을 그대로 뱉었다.


“넌 누구냐?”


[naM_Dog: 신중하게 물어봐야 할 걸? 정말 그 질문으로 할 거야?]


“으음··· 앗! 알았어! 다른 걸로 할게! 취소 취소!”


생각해 보니 너무 애매모호한 질문이었다. 저 정도는 그냥 ‘나? 사람!’ 따위의 변변찮은 대답으로도 회피할 수 있으니까.


후, 정신 차리자. 무슨 질문이 적당할까.

잠시 고민하다 상황 자체에 든 근본적인 의문을 표하기로 했다.


“만약 매뉴얼대로 안 했으면 어떻게 되는 건데?”


잠시 잠잠하던 채팅창에 뭔가 올라왔다.


아무 말 없이 올라온 5초 남짓의 짧은 동영상 하나. 망설임 없이 영상의 재생 버튼을 눌렀다.


“...이게 뭐야?”


내가 뭘 보고 있는 거지?


짧은 영상은 금방 끝났다. 소리 없는 흑백 영상은 충격적이었다.

눈을 비비고 나서 다시 재생 버튼을 눌렀다.


장소는 익숙한 곳이었다. 아까까지 보고 있던 CCTV와 같은 구도.

PC방이었다.


화면 속, 카운터에 앉아 있던 남자가 고개를 들고 꼬마를 직접 쳐다보고 있는 상황으로 시작된 영상.

그러자 꼬마가 들고 있던 지팡이 사탕이 길게 자라나며 남자의 머리를 강타했다.


사방으로 피가 튀며 CCTV의 렌즈에 묻으며 화면 일부가 가려졌다.

사람의 머리가 잔인하게 터져 죽은 것보다 충격적인 부분은 따로 있었다.


“이거 나지?”


그렇다. 영상 속 남자는 바로 나였다.

합성인가 싶어 여러 번 영상을 돌려봤다. 머리가 터지는 장면이 수차례 반복되었다.

신경질적으로 영상을 껐다.


눈을 감았음에도 머리가 터지는 잔상이 아른거렸다.


띠링!


[naM_Dog: 맞아. 네가 매뉴얼에 따르지 않으면 벌어졌을 미래야.]


“미래라고?”


점점 남개의 정체에 대해 의구심이 들었다.


합성 여부를 판단할 정도의 지식은 가지고 있지 않다.


아무리 그래도 미래라니··· 말이 안 되잖아.

영상이 합성이든 아니든 신빙성이 떨어지는 말이었다.


“아까 네가 보내 줄 때, PC방 알바 괴담이라고 했었지?”


녀석은 또 말이 없었다.

이 새끼는 지 유리할때만 입을 여네.


“에휴. 됐다. 내가 찾아보지 뭐.”


카운터 관리자 컴퓨터에서 인터넷을 열어 PC방 괴담을 검색했다.

그러자 모 PC방의 충격적인 매뉴얼이라며 올라온 글이 하나 있었다.


구체적인 내용은 달랐으나, 비슷한 구석이 있는 매뉴얼.


연관 검색어로 규칙 괴담, 나폴리탄 괴담이 떠 있었다.


“규칙의 형태를 하고 있는 나폴리탄 괴담의 일종···”


기괴한 상황에서 규칙을 제시하고 그를 따르지 않으면 벌칙을 받는 괴담.


나폴리탄 괴담에 대한 설명을 쭉 읽는데 녀석에게 채팅이 왔다.


[naM_Dog: 앞으로 네가 마주쳐야 할 일 중 극히 일부야. 익숙해지는 게 여러모로 이로울 거야. 정신이든, 생명이든.]


미친놈이. 이런 일이 계속 일어날 거라고?


“지금 벌어진 일보다 더한 일도 있나?”


[naM_Dog: 질문은 끝이야!]


이왕 얘기해줄 거 좀 더 해주지.

애초에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 자체가 이놈 때문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에이. 아니겠지.

녀석은 꾸준히 내게 이런저런 조언을 해줬었다. 매뉴얼을 읽으라던지, 조심하라든지.


특히 꼬마와 대치할 땐 고개를 들지 말라는 제대로 된 충고도 해줬고.


“넌 미래를 볼 수 있는 거냐?”


녀석은 또 입을 다물었다.

진짜 답답해 죽겠네. 속 시원하게 얘기해주면 덧나냐?


됐다 됐어. 미래를 보는 사람이 세상에 어딨어?

그냥 몰래카메라의 일종 아닐까? 여기는 거대한 세트장이고.


어디 설치된 카메라라도 있나 싶어 고개를 들어 천장을 싹 훑었다.

카메라는··· 없네.


하기야 별 볼 일 없는 알바를 상대로 몰래카메라를 해 봤자 화제도 안 될 텐데.


뜬금없이 예전에 뉴스에 나온 게임의 폭력성을 주제로 하는 기사가 생각났다.

손님이 한창 많은 시간대 PC방의 전력 차단기를 내리면 게임 중인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가.

이것도 그런 영상물 중 하나로 쓰일 예정인가?


모 알바생에게 일어나는 기상천외한 상황! 알바생의 반응은?

하는 제목으로 말이다.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생각에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띠링!


[naM_Dog: 꿈, 몰래카메라. 그 무엇도 아니야. 현실이야.]


미래만 보는 게 아니라 독심술도 가능한 거야?


“닥쳐. 이딴 게 현실이라고?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


띠링!

띠링!

띠링!


윽박지르듯 말을 하던중, 연속으로 데스코드 알림이 울렸다.

뭐야 하고 보니 남개 녀석은 꽤 다급해 보였다.


[naM_Dog: 야. 준비해.]

[naM_Dog: 매뉴얼 잘 기억해.]

[naM_Dog: 꼭 살아남아.]


녀석의 채팅을 다 읽기 무섭게 출입문이 열리며 중절모를 쓴 남자가 들어왔다.

남자는 곧장 카운터로 다가오더니 입을 열었다.


“어, 나 여기 사장인데. 알바생인가?”


꼬마 귀신이 왔을때와 같이 싸늘한 한기가 느껴졌다.

인 외의 무언가를 마주하고 있는 오싹한 기분.


‘사장님은 여기 말고도 관리하는 곳이 많아. 이런 작은 PC방은 신경도 안 쓰실 테니까 편하게 일해. 오시지도 않을 거야.’


처음 알바를 시작할 때 매니저 형이 했던 말이 머릿속을 스쳤다.


이상한 일을 겪고 난 후라서 그런지 평소였으면 자연스럽게 응했을 상황이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감을 무시하지 말자.


남자의 말에 어떠한 반응도 하지 않았다.

호흡도 멈추고 고개를 숙여 매뉴얼을 빠르게 훑자, 매뉴얼의 7번 항목이 눈에 띄었다.


[7. 본인이 사장이라고 말하는 사람에게 대꾸하지 말고 무시하세요. 사장은 이곳에 오지 않습니다.]


다급한 남개의 채팅이 끝나고 들어온 오싹한 느낌의 남자.

괴담, 괴이, 귀신, 미스터리 등. 이런 분야에 대해 상식이 전무한 나지만, 눈앞의 남자에게선 인간이 낼 수 없는 분위기가 잔뜩 풍겼다.


싸늘함? 아니다. 조금 더 깊은 감정이다.

오싹함? 그보다 훨씬 공포스러웠다.

분명 이목구비가 있는데 보이지 않는 것처럼 느껴진다. 말을 하고 있는데 귀에 와닿지 않는다.


나는 내 감을 믿기로 했다.

만약 사람이라면 나중에 매니저 형한테 혼 좀 나고 말지 뭐!


대꾸하지 말고 무시하라는 매뉴얼을 철저히 따랐다.

혼잣말도 하지 않고 아예 눈도 감았다.


자칭 사장은 계속 뭐라 말했다.


“여기 사장 왔다니까! 어이, 알바생 아냐? 너 이름 뭐야?”


무시하자 놈의 언성이 높아졌다.

자칭 사장은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다.


목청이 어찌나 큰지 귀가 다 얼얼했다.


“하··· 매니저 이 새끼는 뭐 이런 놈을 알바로 뽑았어?”


내 이마를 손가락으로 툭툭 미는 느낌이 났다. 다리에 힘을 꽉 주고 균형을 잡았다.

시발··· 뭔 개지랄을 해봐라. 내가 반응하나!


이를 악물었다. 치아가 마찰하며 뿌드득 소리가 새어 나왔다.


“가서 커피나 한잔 타 와!”


놈이 이마에서 손을 떼고 물러났다.

눈을 감고 있어도 알 수 있었다. 목소리가 점점 멀어졌거든.


자칭 사장이 손님이 많을 경우를 대비해 편하게 대기라하고 놔둔 소파에 털썩 앉는 소리가 들렸다.


“커피 타 오라고!!”


멀리 떨어졌으니 눈을 좀 떠봐야겠다. 어느 정도 멀어졌나 궁금하기도 했고.

몰래 경찰에 신고라도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게 실수였다는 건 금방 깨달을 수 있었다.


번쩍. 눈을 뜨자.


“내 말 안 들려!!!!!!!!”


놈의 얼굴이 바로 눈앞에 있었다.

입술을 꽉 깨물고 있어서 망정이지, 하마터면 소리라도 지를 뻔했다.


곳곳에 때가 덕지덕지 묻은 수염 덥수룩한 남자의 얼굴이 코앞에 있다.

눈은 열병에 시달리다 실핏줄이라도 터진 것처럼 붉었고, 피부는 곰보마냥 지저분하기 짝이 없었다.


필사적으로 비명을 참는 사이, 갑자기 놈의 눈동자가 빙글빙글 돌아가기 시작했다.

사람이라면 당연히 한방향으로만 돌아가야 할 눈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놈의 코가 기이하게 커지고 줄어들고 반복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자 놈의 입에서 검은색 지네가 기어 나왔다.


한 마리, 두 마리, 세 마리.

점차 밑도 끝도 없이 늘어난 지네가 PC방 바닥을 기어다닌다.


정신이 나갈 것 같은 상황에서 한 가지를 깨달았다.


“아씨, 또 죽었네! 우리 정글은 어디서 뭘 하고~ 상대 정글은 탑에 사는데~“

”간다고! 네가 빨리 뒤져놓고 지랄은!“


놈의 얼굴 너머, 소란스럽고 정신없는 상황 속에서 손님들은 아무 이상도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게임에만 열중하고 있었다.


-콜! 콜! 체크. 삥.


건어물을 씹으며 온라인 포커를 치고 있는 아재까지.


바닥에 지네가 기어다니는 와중에 평소와 같은 손님들이 보였다.

아, 이것도 나만 느끼는 거구나. 그렇게 생각하자 그제야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어차피 저 지네도, 자칭 사장도 가짜일 테니까.

마음이 좀 놓였다.


쿵쾅대던 심장이 점차 평소의 안정을 찾아갔다.


그제야 조금 차분하게 자칭 사장의 면모를 들여다볼 정신이 생겼다.


데굴데굴.


그래··· 가짜라는 건 알겠는데··· 얼굴만 좀 치워주면 좋겠네.

아무리 그래도 눈이 따로 구르는 모습은 너무 기괴하잖아.


진짜 징그러워 죽겠네!


놈의 기괴한 행동이 얼마나 지속됐을까.

손바닥 가득 땀이 배어 뚝뚝 흐를 지경까지 왔을 때였다.


물구나무를 섰는데 얼굴은 똑바로 서 있는 것처럼 보이는 자칭 사장이 모든 행동을 우뚝 멈췄다.

그 순간 바닥에 있던 지네들도 사라졌다.


온갖 지랄을 떨던 놈이 바닥에 떨어진 중절모를 주워 쓰더니.


“음, 여기가 아닌가?”


하고 나가는 게 아닌가!


아이고 시발, 세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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