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이 울리는 스마트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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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8.16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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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3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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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4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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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국 직원(1)

DUMMY

고민은 짧고 결단은 빨랐다.

대강 손님들의 위치와 상태를 파악했다. 다행인 점은 손님들의 위치에선 비상문이 잘 보이지 않았다.

술에 취한 손님들도 있다.


일단 문부터 따보자.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손님들 눈치를 살폈다.

다행인 점은 알바생이 뭘 하는지 궁금해하는 사람은 없었다는 것이다.


차르륵. 커튼을 치웠다. 그러자 자물쇠 2개로 잠겨진 녹색 철제문이 보였다.

오랫동안 방치해온 덕에 여기저기 녹이 슬어있는 문.


열쇠는 PC방에서 관리하고 있었기에 자물쇠 따는 건 문제가 없었다.

쩔그럭거리는 자물쇠를 막 하나 따고 치웠을 순간이었다.


“저기요!”


누군가 남은 자물쇠 하나를 따려는 찰나 내 어깨를 짚으며 다급하게 말을 걸었다.


“아악! 깜짝아. 뭐 필요한 거 있으세요?”


돌아보자 정장 차림의 남자가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보통 새벽 손님은 수가 적어 인상착의 정도는 자연스레 인지하고 있는 편이다. 그런데 양복 차림의 손님은 없었으니··· 지금 막 들어 온 건가?


이 새벽에 웬 양복일까 생각했으나 PC방에 어떤 복장을 하고 오던 손님 마음이니 그러려니 했다.

이런 거 하나하나 궁금해하면 일 못한다.


남자의 모습을 정의하자면··· 직장 상사의 술자리 권유를 이기지 못해 매일 술을 퍼마시게 돼 살이 찐 불운의 샐러리맨?


재킷은 자리에 두고 온 건지 상의는 셔츠만 입고 있었는데 뱃살이 불룩 튀어나와 있었다. 하루 종일 외근이라도 한 건지 땀이 말라 굳어진 머리에 셔츠의 단추는 살에 꽉 끼어 죽여달라 소리치고 있는 것 같았다.

혹시나 저 단추가 발사되어 얼굴에 맞을까 싶어 남자의 맞은편에서 슬그머니 옆으로 한걸음 비켜섰다.


“지금 뭘 하는 겁니까!”

“저··· 손님? 왜 그러시는 거죠?”


다짜고짜 성을 내는 남자.


“당신 지금 이 문 열려고 했죠!”

“네. 그런데 왜요?”


남자의 말에 떨떠름하게 대답했다.

이 사람은 왜 이렇게 흥분한담? 알바생인 내가 건물 문을 열든 말든 무슨 상관이라고?


“하아··· 이러시면 안 됩니다. 일단 저 자물쇠부터 도로 잠그시죠.”

“아니 누구신데요? 손님 아니에요?”


남자는 한숨을 푹푹 내쉬며 바닥에 떨어진 자물쇠를 도로 잠그고 열쇠를 내게 건넸다.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어떻게 저지할 수도 없었다.


어이가 없어서 그를 가만히 쳐다보는데 대뜸 자신의 소개를 하는 남자.


“저는 관리국 파견팀 소속입니다. 방금은 워낙 경황이 없어 윽박지른 점은 사과드립니다.”


자물쇠를 다 채우고 나니 젊잖아진 투로 말하며 악수를 청했다.

당황한 속내를 감추고 내민 손을 마주 잡았다.


남자의 정체는 모든 직종의 사람들이 무서워한다는 진상이었다.


관리국? 파견팀?

그게 뭔데 십덕아. 라고 하고 싶은 걸 가까스로 참았다.


새벽에 양복 입고 PC방 오는 것부터 이상하다 싶었는데 자기만의 세상에 빠져있는 사람인가보다.

이런 사람이랑 대화해봤자 피곤한 건 이쪽이다. 대충 맞춰주고 내보내야겠다.


“지금 관리국 파견팀이 뭐냐고 생각하셨죠? 처음들으셨을 만합니다. 일반인들에겐 철저하게 숨겨져 있는 기관이거든요.”

“아··· 네···”

“일단 이쪽으로.”


진상 손님은 나를 카운터 쪽으로 안내하며 말을 이었다.

굳이 대꾸하기 귀찮아서 어기적거리며 맘대로 하라는 심정으로 그의 뒤를 따랐다.


“세상엔 온갖 기이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그것을 한낱 미신이라고 여기며 이렇게 부르곤 합니다. 귀신, 괴이, 괴담, 이상 현상. 단어 자체는 그리 생소한 게 아닐 겁니다.”

“저희 관리국은 그런 이상 현상들을 관리하고 격리하는 기관입니다. 일반인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발생 전후에 조치하는 거죠. 여기까지는 이해하셨나요?”


남자의 입에서 나온 단어는 오늘 겪어본 일들이었다.

그의 말대로 단어 자체는 그리 생소한 말은 아니었다. 그런데 그 타이밍이 조금 이상할 뿐이었다.


하필 오늘. 그것도 이상한 일들을 몇 번 겪고 나서 탈출하려는 바로 지금 이 순간에.


혹시 진상이 아니라 나를 구원하러 온 사람일까?

그런데 도와줄 사람은 1층 비상벨을 눌러야 온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리고 일반인들에겐 숨겨진 비밀 기관의 직원이 스스로 소개하다니? 보통은 물어봐도 아니라고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여러 의문점에 혼란스러운 와중 남자의 말은 이어졌다.


“당신은··· 음.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계속 그쪽, 이쪽, 당신이라고 부른 순 없으니까요. 아, 저를 다시 한번 소개하자면 관리국 파견팀 소속 패익후라고 합니다.”


이마에 흐른 땀을 닦으며 말하는 모습이 여간 정신없는 게 아니었다. 그런 중요 기관에서 일하는 사람이 왜 이렇게 정신 사납냐.


게다가 이름부터 이상하다.

패익후? 우리나라에 패씨가 있었던가?


“저는 고이담입니다. 여기 미스터리 PC방 알바생이고요.”


어디 앉을 자리 없냐고 묻는 그를 카운터에 마련된 의자를 끌어와 앉혔다.


“고이담··· 이름부터 괴담스럽네요. 자··· 어디부터 설명을 드려야 할까··· 아! 혹시 오늘 이담씨에게 일어난 일들에 대해 아는 게 있나요?”


여기서 흠칫 놀라고 말았다.

다른 손님들은 내가 뭔 지랄을 떨어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몰랐다. 그런데 패익후는 내가 겪은 일들을 알고 있다!


처음엔 그저 이상한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이젠 그 생각이 조금씩 바뀌고 있었다.


“제게 일어난 일들··· 혹시 그게 뭔지 아시는 겁니까?”

“그것들은··· 현대 기술과 과학으로 정의되지 않는 이상 현상입니다. 어쩔 땐 인간에게 도움도 주긴 하지만, 대부분의 존재는 인류에게 해악만 끼치죠. 그것들을···”


음··· 뭐, 괴담이라고 하려나? 이미 남개가 알려줘서 알고 있다.

그런데 도움이니 해악이니 하는 소리는 못 들었는데.


“그것들을 우리는 괴담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살이 잘 오른 멧돼지 같은 다리를 꼬고 앉은 그가 비장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미 명칭 정도는 알고 있었기에 그리 놀랍지 않아서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그렇군요.”


일단 여기까지는 남개의 설명과 같다.


“그런데 제가 그런 일을 겪었다는 건 어떻게 알았어요? 다른 손님들은 모르던데요.”

“하하! 제가 괜히 관리국 직원이겠습니까. 다 방법이 있죠. 쭉 지켜본 결과 이담씨는 꽤 잘 해결해 내더군요. 혹시 비결이라도 있습니까? 저희 관리국이 사용하는 방식과 꽤 유사하던데···”


내게 묻는 눈초리가 상당히 매서웠다.

비결이라··· 카운터 선반 위 책 사이에 끼워놓은 코팅된 매뉴얼이 삐죽 튀어나와 있었다.


이건··· 말하지 말자.


“하하, 글쎄요. 비결이랄게 있나요. 제가 어릴 때부터 감이 좋았거든요. 그냥 이상해 보이는 사람들이길래 내보낸 것뿐인데요. 뭐.”


당연히 남개에 대한 설명도 생략했다.

관리국에서 나왔다는 사람에게 메시지로 괴담을 상대할 팁을 일반인에게 알려주는 존재가 있다고 하면 어찌 되겠는가.


잠깐. 그럼 남개도 관리국 소속 직원인가? 가장 가능성 있는 추측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괴담의 정보를 속속들이 알고 있겠는가!


내 추측이 맞다면 숨겨주길 더더욱 잘했다. 그래도 위급할 때 도와준 친구다.

관리국. 지금까지 살면서 처음 들어본 기관이다. 딱 봐도 폐쇄적인 집단 같은데 녀석이 한 행동이 기밀 유출이면 큰일이지 않겠나.

게다가 아직 남개 녀석이 관리국 일원이라는 확신도 없었고 말이다.


“그렇군요···”

“사실 부르는 이름은 많아요. 우리는 괴담이라고 부르지만 일본에서는 괴이라고 부르죠. 또 미국에서는 미스터리라고 하고요. 이름만 다르지 본질은 비슷합니다. 게다가 그것들은 관리국에서 자체적으로 등급을 나누고 관리하고 있어요.”

“등급이요?”

“음··· 이를테면 오늘 이담씨가 상대한 괴담이 총··· 다섯 개 였죠?”


익후의 말에 나도 궁금해졌다. 몇 개나 있었지 하고 손가락으로 하나씩 꼽아봤다.


첫 번째. 꼬마 미아 귀신.

두 번째. 자칭 사장.

세 번째. 느리게 가는 시간.

네 번째. 미친 구직자.


음? 손가락이 하나가 빈다. 익후는 총 다섯 개라고 했는데··· 하나가 더 있었던가?

네 손가락이 접힌 손을 들어 보이며 물었다.


“네 개인데요? 하나는 뭐죠?”

“으음? 아, 하하! 네 개였군요! 아아··· 그렇지. 제가 착각했나 봅니다! 하하하!”


와, 이건 눈치 없는 사람도 알아차릴 만큼 성의 없는 거짓말이었다.

저렇게 당황하는데 누구보고 믿으라고?


“저, 정확한 수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말을 돌리려는 노력이 가상했지만 어림도 없다.


“하나는 뭔데요?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었나요? 뭐 없었던 것 같은데···”

“하하··· 제가 숫자를 착각했나 봅니다. 별로 중요한 건 아니니 개의치 마시죠.”


그게 왜 안 중요해 인간아. 어쩌면 내 목숨이 달린 일일지도 모르는데.

내가 모르는 일이라면 아직 끝나지 않은 괴담일 확률이 높지 않겠나.


집요하게 캐묻기 위해 입을 여는데 익후의 말이 한발 빨랐다.


“그, 그것 중에 가장 등급이 높은 괴담은 과연 무엇일까요!”

“호오···”


좀 치네. 순식간에 사람의 관심사를 돌려버렸다.

이건 나도 좀 궁금한데? 이 정도는 해야 비밀 집단의 직원이 될 수 있는 건가.


익후는 손뼉을 한 번 쳤다.


“지금 맞춰보시면 정답을 알려드리죠!”


주제 전환에 대한 보상까지 확실하다. 이 정도면 넘어가 줄만 하지.

아무 생각도 없이 넘어가려는 건 아니다.

관리국 직원이라는 사람이 앞에 있는데 설마 무슨 일이라도 생기겠나. 알아서 처리해 주겠지.


가장 위험한 등급이라···


아무래도 최면을 걸려고 한 구직자 괴담이 가장 강하지 않을까?

나머지는 그냥 아무런 반응 하지 않고 무시하니 알아서 나갔었다.


자신 있게 정답을 외쳤다.


“알바 구하러 온 여자?”

“호오··· 그 다음은요?”


흥미로운 표정으로 계속 맞춰보라며 분위기를 띄운다.

맞춘 건가?


“다음은··· 느리게 가던 시간!”

“오오오! 쭉 말해보시죠!”


괴담의 발생 시간의 역순으로 읊었다.


“자칭 사장이요. 마지막으로는 미아 꼬마!”


등급은 단순하게 생각했다. 어렵다 쉽다가 아니라, 살상력이 있느냐 없느냐였다.


최면을 걸어서 창문 밖으로 스스로 떨어지게 만든 구직자.

시간의 흐름이 체감되지 않아 허기진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았던 이상한 시간. 아마 그대로 있었다간 찍소리도 못 내고 굶어 죽지 않았을까?

그다음은 자칭 사장이다. 놈의 입에서 쏟아져 나오던 벌레와 기이한 몸동작은 아직도 눈에 선하다. 미친놈.

마지막으로 미아 꼬마. 남개가 보여준 영상에선 내가 죽었지만··· 그래도 이 꼬마가 제일 등급이 낮을 것 같았다. 퇴치 방법 자체도 질문에 대답해 주니 돌아갔지 않은가.


이런 의식의 흐름으로 정답을 얘기하니 익후의 눈이 휘둥그레 졌다.


“정답입니다! 다 맞추셨군요! 정말 대단하십니다. 좀 더 자세히 말씀드리자면, 우선 저는 관리국 내에서 C급 정보까지 알 수 있습니다.”

“C급이요?”

“네. C급이면 괴담의 등급을 알 수 있죠.”


괴담의 등급은 총 5가지.

낮은 등급 부터 그린, 옐로우, 레드, 퍼플, 별 등급으로 나뉜다고 한다.

색깔로 잘 가다가 웬 별이냐 묻자, 익후는 목소리를 낮추고 이렇게 대답했다.


“저는 알 수 없는 정보지만··· 별 등급은 또 세부적으로 나뉜다고 알고 있어요.”


신기했다.

이상 현상의 등급을 나누고 사냥한다니. 어디 판타지 만화나 소설 속에서나 등장할 법한 얘기가 아닌가.


“그럼 제가 겪은 괴담은 어느 정도 되나요?”


내심 가장 높은 등급은 퍼플쯤 되지 않을까 싶어 기대에 찬 목소리로 물었다.

그러자 익후는 검지 손가락을 쭉 펴고 좌우로 흔들었다.


“무슨 소리를. 무려 별 등급이에요!”

“엥? 별이 제일 높은 등급이라면서요?”


내가 겪은 괴담이 가장 높은 등급이라고? 세상엔 착한 괴담밖에 없는 건가.


놀란 표정을 지어 보이자 익후는 껄껄 웃어댔다.


“하하하! 이렇게 놀란 표정을 지을 때! 그때가 가장 보람을 느낍니다. 역시 일반인들을 상대할 때 제일 재밌네요.”


목젖이 다 보이도록 웃어젖히는 모습에 거부감이 슬쩍 올라왔다.

이름도 이상하고, 직업도 처음 들어보는 집단의 소속.


오늘 겪은 일들을 알고 있다는 점으로 조금 신뢰하고 있었지만, 이상한 사람인 건 사실이다.


문득 괴담을 상대하고 있을 땐, 메시지를 보낼 수 없게 됐다는 남개의 말이 떠올랐다.

녀석은 비상문으로 탈출하라고 해놓고 지금껏 말이 없다.


어딘가 찜찜한 기분이 들었다.

마음 깊숙한 곳에서 올라오는 꺼림칙한 감정.


혹시 얘도 괴담은 아니겠지···?


띠링!


익후를 의심하는 순간 어디선가 알림음이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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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괴담이 울리는 스마트폰 24.08.16 20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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