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이 울리는 스마트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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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8.16 18:25
최근연재일 :
2024.09.13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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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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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6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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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괴담이 울리는 스마트폰

DUMMY

“이담아, 그럼 나 먼저 퇴근한다~”


매니저 형이 주방 밖의 카운터에서 얼굴만 내밀고 인사를 건넨다.


“예에!”


그에 간단하게 대답만 하고 만들던 짜장라면을 마무리하고 가스 불을 껐다.

라면을 그릇에 잘 담아서 33번 PC 손님에게 전달하고 카운터로 돌아와 의자에 앉았다.


“후···”


오후 8시 52분. 손님 수의 변동이 많은 애매한 시간대.


그런데 오늘따라 사람이 왜 이렇게 많은 거야? 에어컨을 빵빵하게 켜고 있는데도 바삐 움직인 탓에 땀이 줄줄 흘렀다.


“저기요! 여기 스피커가 안 돼요!”


멀리서 들려오는 문의에 곧바로 일어났다.

잠시 스피커 좀 건드려보는 척하고, 마우스로 [스피커], [헤드셋] 이라고 적힌 프로그램을 번갈아 클릭했다.


[스피커로 변경이 완료되었습니다!]


변경 완료 알림이 떴다.


“···”


그래도 먹통인 스피커를 보며 가만히 앉아 기다리는 손님에게 말했다.


“이거, 자리 옮기셔야 될 것 같아요.”

“아··· 저기도 안 돼서 옮긴 건데···”

“하하, 고장난 것 같네요. 죄송합니다!”


그걸 고칠 줄 알았으면 내가 알바를 하고 있을리가 있나. 어디 컴퓨터 수리하는 업체에 취직해서 방문출장 수리를 하고 있었겠지.


툴툴거리는 손님을 보내고 자리를 정리한 뒤, A4용지에 커다랗게 ‘스피커 고장'이라고 적은 뒤 모니터에 붙여놨다.


이러면 내일 매니저 형이 조치를 취할 것이다.


이후엔 똑같은 알바생의 하루였다.

짜장라면을 만들면 냄새를 맡은 하이에나들의 주문이 몰리고, 다른 컴플레인 들어오면 해결하고.


그렇게 시간을 보낼 무렵, 미성년자 손님들이 우르르 PC방을 나갔다. 곧 오후 10시가 된다는 반증이었다.

미성년자는 오후 10시 이후 출입이 안 되니까!


이제야 숨통이 좀 트이겠군.

더 할 일도 없겠다 자리에 돌아와 멍하니 PC방 관리자용 컴퓨터를 바라보는데 바탕화면에 적힌 번호가 눈에 띄었다.


[010-444-444]


얼굴한번 본적없는 사장님 번호라는데, 대체 세상 어떤 사람이 본인 전화번호에 4로 연속된 숫자를 넣을까?

듣자하니 돈이 엄청 많다던데, 부자들은 역시 이해하기 힘든 사람이 많은가보다.


띠링!

오, 스마트폰 알림이 울렸다.

PC방 알바중에 폰 보면서 월급루팡하는 것만큼 재미진 일도 없지.

울린 알림소리에 즉시 주머니에서 폰을 꺼내 들었다.


아, 그 전에 확인해야할 부분이 있다.


“주문 안 들어왔지?”


먹거리 주문이 늦어지면 컴플레인이 들어오기 때문에 항상 유의해야 한다.

지난번에도 주문이 밀리는 바람에 늦어져서 배 툭 튀어나온 아재한테 욕을 바가지로 먹었다.


다행히 들어온 주문은 없었다.


지금 시간은 오후 9시 53분. 미성년자 손님들이 대거 빠지고 손님이 조금 줄어들 시간이다.

물론 새벽에 술취한 손님들이 많이들 오겠지만··· 그게 지금은 아니지!


“무슨 알림일까~”


스마트폰 상단에 떡하니 데스코드라고 적힌 알림이 떠 있었다.

주로 게임을 할 때 사용하는 음성 채팅 프로그램중 하나다.

물론 문자 채팅도 가능하지.


들어온 알림을 확인하니 발신자는 익숙한 사람이었다.


[데스코드 메세지]

[naM_Dog: 헤이, 이거 봄?]


온라인 게임 속에서 만난 친구인 남개였다. 본명은 모른다. 그저 다들 남개라고 부른다.


뭘 봤냐는 거지? 호기심에 곧바로 해당 알림을 눌렀다.


그러자 주르륵 떠 있는 녀석의 채팅.


[PC방 알바 괴담.]


이 새끼가 미쳤나? 지금 PC방 알바 중인 사람한테 이런 걸 보낸다고?

최고다.

안 그래도 심심했는데 당장 봐야지.


[1. 오후 10시 이후 모든 PC 예약석을 걸어두고 카운터에서 반드시 신분증 확인 후 예약석 풀어주세요.


2. 가끔, 시간이 안 간다고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그건 착각이 아닙니다. 굶어죽지 않게 음식을 잘 섭취하세요.


3. 95번 PC쪽 비상문은 안전 계단 없는 탈출용 비상문입니다. 수시로 잠금장치 확인하고 안전사고 유의해주세요.

(해당 비상문에서 노크 소리 들린다고 하는 손님이 계시면 양해를 구하고 자리 이동 해드리세요.)


4. 새벽에 면접 보러 왔다고 하는 사람의 질문에 웃으면서 돌려보내세요. 정색하지 마세요. 조치 후 주방에 들어가 문을 잠그고 5분간 기다리세요.


5. 새벽 시간대 울리는 96번 PC 메세지는 오류입니다. 우리 PC방에는 96번 PC가 없습니다. 무시하세요.


6. 출입구쪽 전등이 3번 깜빡인다면 관리자 컴퓨터의 CCTV를 확인하세요. 절대 직접 보려고 하지 마세요. 누군가 질문을 한다면 대답만 해주세요. 단, 거짓말은 안 됩니다.


7. 본인이 사장이라고 말하는 사람에게 대꾸하지 말고 무시하세요. 사장은 이곳에 오지 않습니다.


8. 이 모든 항목이 일어나는 상황엔 즉시 탈출하여 1층 비상벨을 울리세요. 도와줄 사람이 올 겁니다.


9. 만약 탈출하지 못했다면 매뉴얼은 소용이 없습니다. 그냥 마음대로 하세요.]


녀석이 보낸 메시지는 총 9가지 항목으로 이뤄진 매뉴얼이었다.


“음···?”


읽다보니 어딘가 익숙했다.

즉시 허리를 숙여 카운터 아래를 훑었다.


“찾았다.”


카운터 아래에 있는 금고에 붙어있는 PC방 매뉴얼.

쭉 읽어보니 남개가 보내준 메시지 내용과 토시 하나 빠트리지 않고 동일했다.


매니저 형이 말하길. 사장님이 장난삼아 만들어 놓았다고 했던 매뉴얼이다.


그런데 만에하나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이대로 해보라고 했었지. 재미있지 않겠냐며 말이다.


[이담: 그래서 이게 뭔데?]

[naM_Dog: ㅋㅋ 너 알바 중이라며. 그냥 한번 보라고. 혹시 아냐 도움이 될지? 저대로 안 하면 죽는다던데.]

[이담: 이거 이미 우리 PC방에 있음.]


녀석은 메시지를 입력중이라는 표시만 뜨고 잠시 말이 없었다.


관리자 컴퓨터 스피커에서 정각을 알리는 소리가 튀어나왔다.

시계를 보니 10시가 되었다.


띠링!

[naM_Dog: 그래, 조심해라. 매뉴얼 잘 보고.]


남개는 의미심장한 말을 짧게 남겼다.


이제 밤이니까 진상 조심하라는 건가?

별 의미 없는 말에 싱겁다 생각하며 폰을 끄고 할 일이 없나 찾는 순간이었다. 입구쪽 천장 전등이 한번 깜빡거렸다.


“전기가 약한가?”


잠시 전등을 바라보는데 전등이 연속으로 한번 더 깜빡거렸다.


일하면서 이런 적이 없었는데, 남개 놈이 이상한 괴담 같은 걸 보내줘서 괜스레 오싹해졌다.

PC방에 있던 매뉴얼도 이상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데 동조했고 말이다.


가만히 전등을 노려봤다.


깜빡. 총 3번의 깜빡임이 나타났다.


“아 씨···”


뭔가 쎄하다. 타이밍이 너무 기가 막히다는 생각을 하며 매뉴얼 판을 꺼냈다.

전등이 깜빡거린 곳에서 묘한 한기가 느껴졌다.


매뉴얼을 펼쳐 지금 상황에 맞는 항목을 빠르게 훑었다.


“6번··· 출입구쪽 전등이 3번 깜빡인다면··· CCTV? 오케이.”


이런 건 믿져야 본전이다. 귀신따위를 믿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밤이고 손님도 별로 없는데 무섭지 않은가!


곧바로 관리자 컴퓨터 바탕화면에서 CCTV라고 되어 있는 프로그램을 실행했다. 잠깐 로딩이 뜨더니 여러개로 분할된 흑백 화면이 나타났다.


화면 중에서 출입구를 가리키는 CCTV를 찾아 확대했다. 그와 동시에 어린아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저씨···”


카운터 앞쪽이 바로 출입구다.

고개만 들면 보이는 곳에서 들리는 웬 어린아이의 목소리에 움찔했다.


[절대 직접 보려고 하지 마세요.]

매뉴얼에 적힌 문구가 아니었으면 당장이라도 고개를 처들고 뭐가 있나 확인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대신 관리자 컴퓨터 모니터를 쳐다봤다.

CCTV속 화면엔 지팡이모양 사탕을 든 아이가 카메라를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다. 기겁해서 고개를 떼려고 했지만, 매뉴얼을 기억하고 가까스로 참아냈다.


“시발··· 이게 뭐야 대체···!”

“아저씨···”


목소리는 계속해서 들렸다. 어쩌면 흐느끼는 것처럼 느껴지는 목소리에 소름이 돋았다.


간혹 이 시간에 PC방에 몰래 들어와 게임을 하려는 꼬마들은 많았다. 미성년자 손님은 야간에 출입이 불가하니 쫓아내는 게 내 일이니까 별 문제는 없다.


하지만 지금은 원초적인 공포가 몰려왔다. 이상하게 매뉴얼과 딱맞는 정보, 남개의 영문 모를 조심하라는 안부의 말, 마지막으로 그냥 저 꼬마가 너무 기괴했다.


“미치겠네 진짜···!”


세상에 목이 덜렁거리는 사람이 대체 어디 있냐고!


“아저씨···”


내가 드디어 미친 건가? 야간 알바를 하는 게 아니었다.

수면 패턴이 불규칙해지니 사람이 돌아버리네.


띠링!

남개가 보낸 데스코드 문자 알림이었다.


[naM_Dog: 살고 싶으면 내 말 들어. 매뉴얼대로 해야 돼.]


얘는 뭘 알고 이러는 건가?

아, 그냥 차라리 기절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기절했다 깨어나면 상황이 정리되어 있지 않을까?



작가의말

잘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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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상한 PC방. 매뉴얼(1) 24.08.16 15 0 12쪽
» 괴담이 울리는 스마트폰 24.08.16 21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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