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이 울리는 스마트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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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8.16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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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3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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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5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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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국 직원(2)

DUMMY

타이밍 한 번 기가 막히다. 드디어 기다리던 녀석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분명 남개는 괴담을 상대 중일 땐 메시지를 못 보내게 되었다고 했다. 하지만 이렇게 메시지가 왔다는 건, 패익후가 괴담이 아니라는 것 아니겠나.


“아무 데나 가서 면접을 보겠다고 하는 사람이 있어요. 유명한 진상이죠. 동네 어딜 가든 그런 식으로 구직을 한다고 합니다. 미친 사람은 피하는 게 답이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없는 자리에서 울렸던 메시지 있죠?”

“저···”

“예예. 96번 PC요! 이 PC방으로 보면··· 원래 96번 PC 자리가 있었는데, 모종의 이유로 없앤 것 같네요. 그런데 시스템상에는 남아 있어서 가끔 오류 메시지가 오는 거고요. 또 알려드릴 게 뭐가 있을까···”


익후는 꽤나 그럴듯한 얘기를 나열해 가며 괴담 발생 이유를 설명하고 있었다.


“저 잠시 핸드폰 좀 볼게요. 알림이 와서요.”


옆에서 열변을 토하는 익후에게 양해를 구하고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음?”


그러나 예상과 다르게 텅 빈 알림창이 보인다.

왜 아무것도 없지? 뭔가 이상했다. 분명 알림이 울렸는데 스마트폰에는 어떠한 메시지도 와 있지 않았다.


스마트폰의 화면을 이것저것 터치하며 내가 잘못 들었나 생각하는데.


톡톡.


“저 이담 씨. 폰이 아니라 여기서 울린 것 같은데요?”


내 어깨를 두드린 익후는 관리자 컴퓨터를 가리키고 있었다. 이 새끼 뭐하냐는 표정은 덤.


화면 우측 상단에 깜빡거리며 작은 창이 하나 떠 있었다.

아, 뭐야. 핸드폰이 아니라 손님이 보낸 문의 사항 알림이었다.


남개가 보낸 데스코드 알림이 아니니, 패익후도 괴담일 가능성은 남아 있다는 것. 조심 또 조심해야 한다. 매사에 신중을 기울여 행동하자.


“하하하! 그러네요.”

“여자 친구라도 있으신가 보네요. 이야~ 청춘이네요.”


그런 거 안 키운다.

얼마나 급하게 폰을 꺼냈으면 저런 착각을 할까. 얼굴이 화끈거렸다.


“후···”


쪽팔림을 안고 관리자 컴퓨터에 온 메시지를 확인했다. 66번 PC에서 보낸 메시지였다.


[66번 PC: 여기 벌레 있어요.]


다짜고짜 벌레가 있다는 메시지. 몇 개월의 알바 생활로 터득한 손님 말 해석기를 돌려보자.


- 여기 벌레 있어요! 꺄악! 무서워~ 잡아 주세요!


벌레 잡아달란 말이군.

답장을 남기기 전에 혹시 또 빈 자리에서 온 괴담 메시지일까 싶어 고개를 쭉 내밀고 66번 PC가 있는 자리를 확인했다.


어디 보자··· 여기가 30번이니까···

아, 저기네.


확인 결과 다행히 빈 자리에서 온 메시지는 아니었다.

66번 PC가 있는 자리엔 하늘색 후드를 푹 뒤집어쓴 손님이 자리에 앉아 있었다.


지금 간다며 메시지를 남기고 곧장 일어섰다. 옆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익후에게도 벌레를 잡고 오겠다고 하고 이동했다.


66번 PC 자리 주변에 다른 손님은 없었다. 다리를 의자 위에 올려 쪼그려 앉은 자세로 게임을 하는 손님뿐. 후드를 쓴 작은 체구의 손님에게 다가갔다.


“저 손님··· 여기 벌레가 있다고···”


가까이 가니 후드가 살짝 벗겨져 옆 모습이 훤히 보여 손님의 옆얼굴을 직관할 수 있었다.

와. 이 사람 뭘까.


예쁘다.


어깨까지 내려오는 칼단발에 작은 얼굴. 작고 오똑한 코와 얇은 입술이 돋보이는 그녀는 엄청난 미녀까지는 아니더라도 꽤 매력적인 미형의 소유자였다.


가까이 다가가자, 단발머리 여자는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모니터 뒤를 가리켰다.


저 뒤에 있나 보군.

심장이 뛰었다. 벌레가 무서워서가 아니다.


오늘이야말로 알바하면서 번호를 따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여기서 꿀팁 하나. 벌레 따위는 한 손으로 잡는 모습으로 여성의 마음도 사로잡는다.


“잠시만요.”


낮게 깐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양해를 구하자 그녀가 의자째로 살짝 물러났다. 그 틈으로 몸을 비집고 들어가 모니터 뒤를 살폈다. 한 손엔 물티슈를 든 채로 언제든 포획할 수 있게 마음의 준비를 끝마쳤다.


“어디 있냐···”


하지만 한참을 찾아봐도 벌레는 코빼기도 비추지 않았다. 아름다운 여성을 괴롭히는 사특한 벌레 녀석을 찾기 위해 각종 기기가 연결된 선도 들쳐 봤지만 보이는 건 먼지뿐이었다.


쾅!


“아오! 아파라!”


설상가상으로 머리를 빼내는 와중에 모니터 옆면에 머리까지 부딪혔다. 커다란 소리가 PC방 내부를 울렸지만 쪽팔림이 앞서는 바람에 고개도 들지 못했다.


“쓰으읍···”


머리를 비비며 통증이 가라앉기를 기다렸다. 눈가에 눈물이 찔끔 고인 건 무시해 줬으면 한다.


“저, 손님.”


아무래도 벌레는 없다고 말하려는데 여자가 내 팔을 꽉 잡았다.

갑작스러운 스킨쉽에 가슴이 떨렸다.


벌레는 못 잡았지만 번호는 따이는 건가!


“피, 필요한 거 있으세요?”


혹시 번호? 라는 사족은 달지 않았음에도 돌아온 건 싸늘한 침묵뿐이었다.


“...”

“일단 이거 놓고 얘기하시죠.”


꽈악.

또 괴담인가 싶어 팔을 잡고 있는 손을 떼려는데 악력이 장난이 아니다. 어릴 때 골목에서 양아치 형들에게 잡힌 느낌이다.


겉으로 보기엔 가녀려 보이는데 어디서 이런 힘이···

무지막지한 힘에 꼼짝도 못 하고 있는 와중 여자가 귀에 속삭였다.


“증명패를 보여달라고 해. 그 뒤엔 삼계명을 읊게 해.”

“네···?”


그녀는 속사포처럼 빠르게 말을 마치곤 손을 치우고 물러났다. 정말 뜬금 없는 말과 상황이었다. 삽시간에 일어난 일에 어안이 벙벙해졌다.


얼얼한 팔을 문지르며 멍하니 그녀의 얼굴을 마주 봤다.

벗겨진 후드 밖으로 조명이 떨어져 여자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천사다. 아니, 이상한 행동을 하는 걸 보니 악마인가?

나도 모르게 멍하니 얼굴을 보다가 퍼뜩 정신을 차렸다. 아무리 예뻐도 그렇지 다짜고짜 제압하고 이상한 말을 하는 여자 앞에서 정신을 놓다니.


달리 말하면 그만큼 예뻤다는 말이다. 연예인이 새벽에 일탈로 몰래 PC방에 온 건 아닐까 싶을 정도였으니 말 다 했지.


“증명-”

“쉿.”


단어 하나 뱉기도 전에 그녀가 검지 손가락을 들이밀었다.

손끝에서 과일 내음의 향수 냄새가 풍겼다.


“조용히. 가서 저 남자···에게 물어봐. 명심해. 물어보지 않으면 네가 죽을 수도 있으니까.”


역시 괴담이구나. 오늘 쌓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생각해 보면, 이상한 말을 하는 것들은 죄다 괴담이었다.

물론 패익후도 아직 용의선상에 올라가 있다.


의문이 가득한 표정으로 쳐다보자, 그녀는 후드를 다시 뒤집어쓰며 말했다.

“더 알려줄 수 없어. 지금은 네 자리로 돌아가.”


씨발. 또야?

그놈의 비밀이 또 발목을 붙잡는다. 남개도 그렇고 이 여자도 그렇고. 뭘 그렇게들 숨겨대는 건지.

말할 수 없는 비밀이라도 있는 게 아니라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카운터 쪽을 힐끔 바라본 그녀는 다시 자세를 고쳐 앉고 키보드와 마우스를 잡았다. 현재 그녀가 하고 있는 건 FPS 게임이었는데 스코어가 처참했다.


2킬 11데스 1어시스트.

옆집 할머니가 해도 저거보단 잘하겠다.


들고 왔던 물티슈를 치우는 척하며 힐끔 살폈다.


- 아악! 도와줘!


게임 내 캐릭터가 도와달라는 비명을 지르며 폭사한다. 몰래 살핀 지 1분도 되지 않아서 벌써 두 번이나 죽었다.

처참한 게임 실력에 고개를 저으며 자리를 뜨려는 찰나였다.


자꾸만 늘어가는 데스 수에 화를 참는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그녀.


“짜증 나네··· 게임 총은 왜 이렇게 안 맞는 거야? 반동도 이상하고. 현실이었으면 다 죽일 수 있는데. 개발자들이 총을 안 만져 봤나···”


뒤에서 들린 말에 목덜미가 서늘했다.

마치 본인은 총을 잘 알고 있다는 말처럼 들렸다.


긴가민가했다. 지금까지의 괴담과 비슷한 면이 있으면서도 달랐다.

미아 꼬마, 자칭 사장, 미친 구직자를 떠올려 보면 놈들은 모두 이상한 요구를 하나씩 했다. 이 여자도 패익후에게 질문을 해보라는 이상한 요구를 했다.

하지만 그것 말고는 별다른 징조가 없었다. 매뉴얼에 나와 있지 않기도 했고.


오늘따라 유독 이상한 일들이 자꾸만 일어나는 상황에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내 평화로운 일상 라이프는 어디 가고 이딴 괴담 라이프가 차지하고 있단 말인가!


청소 도구가 들어있는 바구니를 든 손이 덜덜 떨렸다. 억울하다! 집에 가고 싶어!


살짝 얼얼했던 팔은 금세 평소대로 돌아왔다. 해코지한 것도 없고 반말은 나이 많은 손님들 패시브인지라 익숙했기에 그냥 자리를 벗어났다.

진상이든 괴담이든 무시하는 게 상책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카운터로 천천히 돌아가며 여자가 한 말을 되새겨 봤다.


증명패와 삼계명.

증명패는 뭐, 딱 봐도 신분을 증명할 수단이다. 그런데 삼계명은 뭐지? 성경에 나오는 십계명 그런 건가.


서둘러 카운터로 돌아온 나를 보며 익후가 묻는다.


“벌레가 아니라 괴물이라도 잡고 왔어요? 표정이 이상한데.”


관리국 직원과 총을 잘 아는 이상한 여자를 동시에 저울에 올려 보았다.


이름하여 공포의 저울.

어느 쪽이 더 무서울까?


증명패··· 신분을 증명할 수단이라···

혹시 익후가 관리국 직원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


곧 저울이 기울었다.

어차피 둘 다 괴담 후보다. 매뉴얼에 없으니 확신하지 못할 뿐.


익후에게 그런 질문을 하라는 걸 보니 여자는 모종의 이유로 익후를 견제하고 있는 것 같다.

괴담을 괴담으로 잡을 수 있으면 좋은 거 아닐까.


머리가 지끈거렸다.

에이, 내 주제에 무슨 깊은 고민이냐. 잘 모를땐 마음이 가는 대로 행동하면 된다. 물론 그 여자가 예뻐서 마음이 간 건 절대 아니다. 절대!


“저··· 익후 씨.”


침을 꿀꺽 삼키고 익후를 불렀다.


이상한 질문임을 알고 있기에 선뜻 묻기에 꺼려졌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굳혔다. 오늘 이상한 일이 연속해서 일어났으니 지금도 최선을 다해 조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패익후. 자칭 관리국 직원.

그래도 나름 인류를 위해 일한다는 집단의 사람이 질문 조금 했다고 죽이기야 하겠나.


“왜 그러십니까?”

“즈, 증명패를 보여주세요.”


더듬거리며 존재조차 모르는 증명패를 보여달라 했다. 사실 여기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증명패를 보여준다고 해서 그쪽 세계에 대해 아는 게 없는 나로선 제대로 알아볼 수도 없고.


“음? 증명패요? 으음··· 여기요.”


내키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품속에서 얇고 작은 나무판을 꺼내든 익후.

보통 회사원들이 들고 다니는 칩이 내장된 플라스틱 출입 카드를 생각했는데··· 웬 나무?


“이게 증명팬가요?”

“아무것도 모르고 달라고 한 겁니까? 대체 증명패라는 건 어떻게 알았어요?”


익후가 건넨 고동색 나무 조각을 이리저리 돌려봤다.


이름: 패익후

사번: FA-1221

소속: 파견팀


진짜로 이름이 패익후였구나. 이게 왜 가명이 아니지?

도로 내밀자, 휙 낚아채듯 증명패를 가지고 간다.


그런 신경질적인 모습이 조금 이상했지만 침착하게 다음 질문을 던졌다.


“그럼 삼계명을 읊어보세요.”

“···삼계명?”


녀석의 눈빛이 싸늘해졌다. 오··· 사람 하나는 그냥 죽이겠는데?

대체 그 여자, 나한테 뭘 알려준 거야?

뭔데 반응이 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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