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이 울리는 스마트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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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8.16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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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9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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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PC방. 매뉴얼(3)

DUMMY

여기가 아닌가? 같은 소리 하네.

온갖 생쇼는 다 해놓고 이제 와서 뭐? 여기가 아닌가?


아오, 진짜 저게 사람이었으면 한 대 쳤다.

아니지. 한대로 끝날 리가. 면전에 침도 튀고 염병을 했는데 최소 파운딩에 기절까진 받아 내야겠다.


그럼에도 참아야 한다...

진짜 어이가 없어 돌아가실 지경이지만 뭐라 따질 수도 없었다.

매뉴얼에 적혀 있는 대꾸하지 말라는 말을 철저하게 지켜야 했다. 마지막에 괜히 중얼거렸다가 꼬투리 잡히면 안 되니까.


“흠, 흠!”


딸랑~

출입구가 열리고 자칭 사장이 헛기침을 남기며 PC방을 나갔다.


덜컹거리는 문이 멈출 때까지 가만히 활동을 멈춘 채 기다렸다.


3초 정도 지나고 의도적으로 숨을 들이쉬었다.

온몸으로 혈액이 돌며 다리에 힘이 탁 풀렸다.


“허억··· 허억···!”


그제야 거친 숨을 내뱉으며 의자에 앉아 호흡을 토해냈다.


“와··· 진짜··· 개 같은···”


빡침과 공포가 적절히 배합된 색다른 기분이었다. 다시는 느끼고 싶지 않은 기분.


어찌나 세게 쥐고 있었던지 손바닥을 펼치자 하얗다 못해 창백해진 피부가 보였다.

감각이 없는 손을 주물럭거리며 경직된 목을 풀며 생각했다.


이 정도라면 안 믿을 수도 없겠다고.


사람 대가리가 360도로 빙글빙글 돌아가고 아가리에선 뭔 벌레가 수천마리가 기어 나왔다.

보통 상황에선 절대 일어날 수도 볼 수도 없는 광경을 두 눈으로 똑똑히 봐버렸다.


이런 상황은 보통 둘 중에 하나다.


내가 미쳤거나. 혹은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이 진짜거나.

그런 생각을 하는데 문득 말도 안 되는 가설이 하나 떠올랐다.


“설마 매뉴얼에 적힌 걸 다 겪어야 하는 건 아니겠지···?”


급격히 불안해져서 앞으로 몇 개나 남았나 싶어 천천히 매뉴얼을 훑었다.


“음···”


[8. 이 모든 항목이 일어나는 상황엔 즉시 탈출하여 1층 비상벨을 울리세요. 도와줄 사람이 올 겁니다.]


1층에 비상벨이 있었나? 오다가다 한 번도 못 봤는데.

솔직한 심정으로는 그냥 지금 탈출하고 싶다.


“어라?”


그러네. 그냥 집에 가면 되네.

왜 계속 일을 하려고 했을까. 손님들은 그냥 내버려두고 혼자 집에 가면 되는 거잖아?


난 너무 양심적이라 탈이야.

이런 위급 상황에 도망 좀 가는 게 어때서?


사실 8번 항목보다 무서운 건 그 아래에 적힌 매뉴얼이었다.


[9. 만약 탈출하지 못했다면 마음대로 하세요.]


맘대로 하세요. 저 말은 네가 뭔 짓을 해도 소용없을 테니 즐기라는 말 같아서 공포를 자극했다.


“남개야, 이제 뭘 하면 되냐? 나 그냥 퇴근하면 안 돼?”


[naM_Dog: 지금은 안 돼. 매니저도 전화 안 받을 거야.]


아, 그러네. 매니저 형한테 전화해서 교대를 부탁 했으면 되는 일이었다.

방금 퇴근한 사람한테 미안하긴 하지만···


뚜르르.

남개의 말은 가볍게 무시해 주고 곧장 매니저 형한테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여러 번 울리고, 곧 전화를 받을 수 없다는 안내음이 흘러나왔다.


남개는 곧바로 메시지를 보내왔다.


[naM_Dog: 말했잖아. 못 나간다고. 정상적인 방법으론 나갈 수 없어.]


캬! 이 새끼. 이럴 때만 채팅이 빠르네!

실제로 만날 일이 있다면 죽탱이에 주먹 한번은 갈기고 만다.


눈에 띄기만 해라. 진짜 뒤졌다 넌.


남개에게서 온 데스코드 메시지를 읽으니 어이가 없었다.


“왜 이딴 일에 내가 휘말려야 하냐? 그냥 나가고 싶다고! 방법을 내놔!”


녀석에게 따지는 와중에 기발한 생각이 떠올랐다.


내가 왜 나갈 방법을 물어보고 있지? 그냥 출입구로 자연스럽게 나가면 되는 거잖아?

들어왔던 곳으로 나가면 그게 탈출이지.


망설이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 카운터를 빙 돌아 출입문 손잡이를 잡았다.


일부러 주저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사실 이런 괴상한 일들이 일어나고도 출입구로 멀쩡히 탈출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나가면 죽는다거나 문이 안 열리는 모종의 장치가 되어 있겠지.


그냥 나 이렇게까지 할 수 있다는 보여주기식 행동이다.

누구한테 보여주는 액션이냐고? 당연히 지금도 날 쳐다보고 있을 놈.

남개에게 보여주려는 거다.


다리에 힘을 주고 문을 당기려는 순간이었다.


띠링!

알림이 왔다. 이럴 줄 알았지.

녀석은 내게 바라는 게 있다. 그게 뭔지는 모르겠으나, 원하는 바가 있다면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주어야 할 거야.


손잡이에서 손을 떼지 않은 채 한손으로 스마트폰을 꺼냈다.

녀석이 보낸 메시지는 이러했다.


[naM_Dog: 후··· 출입구로 나가면 죽어. 진정하고 돌아와. 설명해줄테니까.]


진작 이렇게 나올 것이지.

피차 피곤하게 기 싸움을 걸어?


정상적인 방법으로 나갈 수 없다는 예상은 적중했다. 놈을 백 퍼센트 신뢰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다른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얌전히 출입구를 두고 돌아와 카운터 의자에 앉았다.

스마트폰을 카운터 위에 툭 올려두고 대답을 촉구했다.


“자, 이제 설명해 봐. 여기서 나갈 수 있는 방법과 네가 원하는 게 뭔지.”


데스코드 앱을 켠 채로 말하자, 음성채팅방에 강제 참여된 내 프로필이 깜빡거렸다.

음성을 감지하고 말하고 있다는 걸 표시하기 위한 시스템이다.


채팅방에 참여하지 않고도 어떻게 내 말을 듣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naM_Dog: 평범한 삶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해?]


뭔가 정보를 주는 줄 알았던 남개는 뜬금없이 평범한 삶을 언급했다.


“그게 무슨 말이야?”

[naM_Dog: 원래 네가 살던 삶으로 돌아갈 수 없어. 왜냐? 너는 이미 눈을 떠버렸거든.]


눈을 뜨다. 녀석의 말에 짐작 가는 바가 있기는 했다.

지금껏 살며 평생 가위 한번 눌려본 적 없는 몸이다. 그런데 오늘만 해도 기이한 일들을 벌써 두 번이나 겪은 상황.


아, 세 번인가?


엄마를 피하는 꼬마 귀신.

자칭 사장.

마지막으로 남개 녀석과의 일들을 포함하면 세 번이 맞다. 이 녀석도 이상한 건 매한가지니까.


[naM_Dog: 일단은 내 말을 믿어. 그게 당장 살아남는 유일한 방법이니까. 이번 일만 해결하면 알게 될 거야. 세상에 대한 비밀을.]


아무것도 모르고 들었을 땐 제법 흥미로울 말이다.

세상에 대한 비밀이라니?

방구석에서 배를 벅벅 긁으면서 TV로 보기에나 좋은 말이지 실제로 이상한 일들을 겪어보니 솔직히 조금 두려웠다.

괜히 이상한 일에 발을 담근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몰려왔다.


“후··· 그래, 일단 살아야 하니까···”


녀석이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오늘 출근할 때도 들어왔던 출입문으로 나가면 왜 죽는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따르기로 했다.

남개의 말을 다 믿는 건 아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일들을 보면 딱히 나를 해하려는 의도는 없어 보였다.


[naM_Dog: 그래. 일단 내 말을 믿고 일부터 해. 주문 들어왔다!]


그 뒤론 일단 평범하게 일을 했다.

손님들의 음식 주문과 바닥 청소, 흡연실 청소를 하며 바삐 움직였다.


“여기요. 주문하신 라면 나왔습니다.”

“아! 사장님! 여기 만두도 하나 주세요.”

“여기 라면 추가요! 단무지 많이!”


이상하게 오늘따라 음식 주문이 많았다. 스무명 남짓한 손님들이 라면 냄새를 맡더니 너나 할 것 없이 음식을 주문하는 게 아닌가!


새벽에 주문하는 사람은 많지만, 이 정도로 주문이 폭주하지는 않았다.

음식 단가가 비싼 피시방 물가에서 추가 주문도 서슴없이 한다니, 배고픈 사람이 많은가 보다.


“아이고, 삭신이야.”


모든 일을 끝내자, 드디어 좀 앉아서 쉴 수가 있었다.


평소에 알바하던 짬으로 미루어보아, 이 정도면 새벽 4시는 됐지 않았을까?


하지만 웬걸, 시계는 이제 막 자정이 지난 0시 3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엥? 미쳤나?”


휴대폰을 꺼내 봐도 시간에 변화는 없었다.


데스코드를 켜서 남개와 주고받은 메시지 시간을 확인했다.

녀석이 PC방 알바 괴담이라며 메시지를 보낸 시간이 21시 53분이다. 그렇다는 건 그 후로 이제 두 시간하고 조금 더 지났다는 말이 된다.


시간이 조금밖에 지나지 않은 어이없는 상황에 출근해서 지금까지 한 일과 시간을 하나씩 적어 내려갔다.


20:00 출근 후, 인수인계.

20:50 매니저 형 퇴근.

21:53 남개에게 PC방 알바 괴담 메시지 도착.

22:00 꼬마 귀신.

22:50 자칭 사장.

23:32 - 23:43 남개와의 대화 약 10분.


이상 현상을 마주친 시간은 남개와 주고받은 메시지로 유추했다.


마지막으로 남개와 대화를 나눈 게 약 10분.


그 뒤로 음식 서빙, 바닥 청소와 화장실 청소, 흡연실 청소를 모두 마쳤다.

손님들이 다 먹고 남은 그릇도 수거해 설거지까지 완벽하게 마치고 앉았다.


[오전 12:04]


지금도 봐라. 데스코드를 보며 타임라인 정리를 마치고도 고작 1분이 지났다.

이게 말이 되나.


자, 다시 타임라인을 보자.

남개와의 대화 후 약 30분 정도가 흘렀다.

나머지는 그렇다 쳐도 평소엔 장소별로 20분씩은 쓰던 청소 시간이 10분으로 줄었다는 말이다.


혹시 청소를 대충 했나 싶어 PC방 내부를 돌며 상태를 확인했지만, 각 구역은 막 청소를 끝내 깔끔하게 잘 정리된 상태였다.


“이게 뭐지···?”


심지어 중간중간 손님들이 주문하는 음식도 만들어 나르고 했다. 최소 3시간에서 4시간 정도는 흘러야 정상이다.

차라리 2시간 정도 됐다고 하면 아, 오늘 그냥 정신이 없어서 힘든가보다 생각 할 거다.

그런데 이 정도로 비정상적인 시간 흐름은 분명 무슨 문제가 있다고 밖에 생각되지 않았다.


이럴 땐 나만의 지식 주머니. 남개가 최고지!


“남개, 이거 뭐야?”


[naM_Dog: 지금 해줄 수 있는 말은 하나뿐이야. 매뉴얼을 잘 봐.]


곧바로 매뉴얼을 꺼냈다.

아, 미친. 2번 항목에 떡하니 적혀 있는 시간에 대한 매뉴얼.


[2. 가끔 시간이 안 갈 때가 있습니다. 그건 착각이 아닙니다. 굶어 죽지 않게 음식을 잘 섭취하세요.]


해결 방법은 없었다. 그저 음식을 잘 섭취하라는 어이없는 설명뿐.


우리 PC방은 식대가 따로 없고 알바가 아무거나 꺼내 먹어도 된다는 게 유일한 위안거리였다.

속으로 눈물을 흘리며 냉동 볶음밥을 전자레인지에 돌렸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잘 익은 볶음밥을 꺼내 봉지째로 퍼먹었다. 배가 고픈 건 아니었지만, 음식을 잘 섭취하라니까 먹을 뿐이다.


잘 익은 새우의 통통한 식감이 느껴지고 고소한 기름 맛이 입안을 풍족하게 만들었다.

짭조름한 냉동 새우볶음밥을 으적으적 씹어 삼키며 생각했다.


아, 기름 너무 많네.

낙지볶음밥 먹을걸.


“으, 배부르다.”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볶음밥 푸드 파이팅이 끝날 무렵, 관리자용 컴퓨터에 알림이 떴다. 익숙한 기계음의 멘트가 함께 흘러나왔다.

먹고 남은 쓰레기를 버린 후, 손을 닦고 알림을 확인했다.


[96번: 저기요. 옆자리가 너무 시끄러워요.]


아아, 뭐야. 평범한 컴플레인이다.

별거 아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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