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환한 고인물이 특전을 독식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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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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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7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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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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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 (3)

DUMMY



 당혹스러움이 느껴졌지만, 차분히 계속 기사들을 살펴보았다.

 혹시나 이것이 영화나 게임의 이야기는 아닐까 싶어 꼼꼼히, 끝까지 하나하나 읽었다.

 하지만, 이 모든 기사는 틀림없이 현실에서 일어난 일들을 말하고 있었다.


 [ 다섯 왕의 섬 2차 레이드도 공략 실패.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알려져. ]

 [ 현지 개척 기자들에 따르면 ‘강권 장태강’은 본인의 클랜을 이끌고 다섯 왕의 섬 레이드에 도전했으나, 공략에 실패했다는 소식이 오늘 전해졌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약 1.5레벨의 스탯 손실과 함께 그의 상징적인 건틀렛이 소멸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다. 무기 복구에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 앞으로의 섬 공략도 지지부진할 것이라는 관계자들의 의견이 이어졌다. ]


 ㄴ 장태강도 실패했으면 앞으로 두 달은 더 걸리겠네

 ㄴ 저 건틀렛 A등급짜리라 들었는데 멘탈 나갈 듯

 ㄴ 1.5레벨 손실이면 선두권 개척자들한테는 엄청 크지 않나? 거의 80 언저리 아니었음?

 ㄴ 북미 쪽은 이미 5계층 하늘섬 중반부 공략중이라던데

 ㄴ 전 세계 드랍템이 다 미국으로 가는데 못하면 그게 이상하지 ㅋㅋㅋ 6계층 몇달정도 걸릴 지 궁금하네 한 반년?


 “A등급?”


 또 하나 강한 기시감이 느껴졌다.

 익숙해도 너무나 익숙했다.

 등급으로 분류되는 기본 아이템 체계.

 레벨이 존재하지만, 보유한 능력치에 따라 늘어나거나 줄기도 하는 유연한 시스템.

 하지만 그런 것보다도 눈에 들어오는 것은, 댓글 창에 적힌 ‘4계층 하늘섬’이라는 언급이었다.


 “레닉수스···.”


 그랬다. 저 이야기들은 모두 내가 미래에서 플레이하던 게임, ‘레닉수스’의 설정과 그야말로 판박이였다.

 나는 황급히 검색창에 레닉수스를 입력했다.

 하지만 녹색 검색창에서 나오는 결과는 레닉수스가 라틴어로 저항, 반항을 뜻한다는 내용 말고는 쓸데없는 광고와 비슷한 단어로 검색된 뉴스들밖에 보이지 않았다.


 이 이름은 모를 수도 있다.

 실제로 레닉수스라는 게임명은 세계관 내부에서 한 번도 등장한 적이 없었다.

 게임을 하는 플레이어들만 알고 있을 뿐이었지.


 ‘그렇다면.’


 게임 안에서 누구나 시작하자마자 알게 되는 정보를 검색해 보면 된다.

 나는 곧바로 생각나는 단어를 검색했다.


 [ 신예의 둥지 ]


 [ 기초 훈련 통과하면 어느 양성소 가는게 좋나요? ]

 [ 마력 테스트 쉽게 통과하는 법 알려준다 ]

 [ 튜토리얼 시험 살아남는 법 ]

 [ 무자본 제작직 시작 가이드 ]

 [ 1년 이상의 개척자 경력 강사들 다수 보유! ]


 끝도 없이 많은 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 내용들도 다 엇비슷한 것이 게이트에 처음 들어갔을 때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지, 어떻게 해야 튜토리얼을 통과할 수 있는지 등을 물어보는 내용이 대다수였다.

 헛웃음이 나왔다.

 어쩌면 이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그 예상이 현실이 되자 당혹감이 가득 차올랐다.


 ‘신예의 둥지’.

 그곳은 온라인 게임 레닉수스에서 캐릭터를 만들게 되면 가장 처음 발을 내딛게 되는 섬.

 소위 말하는 ‘튜토리얼 스테이지’의 이름이었으니까.



**



 “후우···.”


 한참 검색을 이어가다가 잠깐 머릿속을 정리하기 위해 옥상으로 올라와 바깥을 바라보았다.

 오늘처럼 담배가 땡기는 날은 오랜만인 것 같았지만, 그저 한숨을 깊게 내쉬는 것으로 담배를 대신했다.


 ‘진짜 한대 딱 피고 싶긴한데···.’


 좀 무안한 이야기지만 난 진짜 담배는 펴본 적이 없었다.

 미래 세계에서 피던 전자담배는 그냥 수증기나 다름없는 특수 합성 연기를 마시는 게 다였다.

 그러면 알티가 연기의 신호를 따라 뇌 속에 약하게 신경 흥분 작용을 일으켜서 흉내만 내주던, 그런 안전한 가짜 담배였다.


 “알티야, 네가 그립다.”


 온갖 규제 리미터가 다 고장 나있어서 불법 담배도 흉내 내주던 내 고물 친구여.


 다시 한번 깊게 한숨을 내쉬고는 옥상 담벼락 너머를 바라보았다.


 시야 저 끝 멀리 현대의 도시 한 가운데에 하늘을 찌를 듯한 붉은색 게이트가 우뚝 솟아 있었다.

 매끄럽지만 불규칙한, 마치 거대한 붉은 유리 조각을 바닥에 박아 넣은 듯한 모습.

 반짝이고 매끄러운 표면은 햇빛에 닿을 때마다 피 같은 붉은빛을 반사하며 주변을 물들였다.


 아까는 나무들에 가려 보지 못했는데, 이렇게 보니 참 이질적인 풍경이었다.


 “이게 다 무슨 일인지.”


 일단 상황을 정리해 보자.

 정말 오랜만에 돌아온 원래 세상은, 내가 알던 세상이 아니게 되었다.


 이 세상은 게임 ‘레닉수스’와 결합되고 말았다.

 혹은 침식이라고 해도 맞겠지.


 물론 그 이름을 아는 것은 나뿐이고, 이 세상 사람들은 모두 이계, 타 차원, 게이트 너머 등으로 그 세상을 지칭하고 있었다.


 게이트의 등장은 내가 이 세상에서 사라진 지 약 2주 정도 지난 시점이었다고 한다.

 바닥에서 솟아난 거대하고 붉은 유리 조각들은 전 세계에 수백 개가 넘게 솟아올랐고, 이로 인한 지반 붕괴로 인명피해까지 있었다곤 하는데.


 그런 ‘사소한’ 피해는 곧 모두에게 잊혀지고 말았다.

 저 게이트로 인해 전 세계에 '대개척시대'가 열리고 말았으니까.


 ‘플레이어가 아닌 개척자라.’


 먼저 게이트를 탐험하러 들어간 ‘개척자’들.

 초창기엔 정말 많은 사람들이 실종 처리되었지만, 살아남아 그 세상에 적응한 개척자들은 같은 인간이 맞나 싶을 정도로 변해있었다.


 그들은 단순히 생존한 것이 아니라, ‘시스템’의 힘을 받게 되었던 것이다.

 마치 게임 캐릭터처럼 능력치와 레벨이 생기고, 마력과 기, 신성력 등 다양한 힘을 다룰 수 있게 되었다.

 심지어 현실로 돌아온 뒤에도 약간의 능력 저하만 있을 뿐 힘 자체는 유지되었기 때문에, 개척자 중에서도 선두를 달리는 사람들은 그야말로 부와 명예, 인기를 손에 거머쥘 수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게이트 속 생명체, 몬스터의 부산물들은 높은 부가가치를 가진 신소재로 연구되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에테르 오브’는 전 세계가 가장 탐내는 부산물이었다.


 ‘그냥 경험치 구슬이 그런 식으로 쓰일 줄이야.’


 몬스터를 수백, 수천 마리는 잡아야 한번 뜰까말까한, 보통 경험치 구슬이라 부르던 아이템.

 에테르 오브 속을 자세히 바라보면 끝없이 기운이 회전하고 있는데, 아주 간단한 가공 과정을 거치면 터빈 내부에서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회전력을 공급한다고 한다.

 이게 에너지 혁명의 계기가 되었고 지금은 가장 보편적이며 가치 있는 부산물이 되었다고.



 어느새 저물어가는 하늘.

 저 멀리 새빨갛게 빛나는 게이트 때문일까, 저녁노을이 평소보다 더 붉게 보이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저 게이트의 등장으로 대다수의 국가가 매 분기 엄청난 성장률을 보이게 됐다고 한다.

 자칭 전문가란 사람들은 우주개발의 시대가 게이트로 인해 저물게 되었다며, 향후 100년간 이 세상이 발전할 동력은 게이트가 최우선이라는 말을 떠들곤 했다.


 ‘틀린 말은 아니야. 하지만 아무도 모르고 있어.’


 바로 이 게임의 엔딩이, 온 세상의 멸망이라는 어처구니 없는 끝으로 정해져 있다는 것을.


 레닉수스는 출시 당시부터 초반의 분위기와 다르게 점차 다크 판타지가 될 것이고, 멸망이 예정된 세계라는 것을 대놓고 알려주었던 게임이었다.

 운영진들은 밝은 이야기가 처절하게 변해가는 것이 좋다고, 마지막에는 플레이어들만 남겨놓고 온 세상이 멸망해 버릴 수도 있다며 자랑스럽게 이야기할 정도로 취향이 확고했다.


 하지만 그 이야기는 기존 예고처럼 천천히, 자연스럽게 변해가지 못했다.

 유저 이탈과 함께 운영진은 다른 게임 개발에 들어갔고, 지휘권을 손에 쥔 생성형 AI가 운영진의 의도를 너무나도 빨리, 그리고 강하게 반영해 버렸던 것.


 ‘그 결과 플레이어들의 고향이라는 원천 세계까지 멸망했어.’


 생성형 AI가 한 것은 오직 미리 정해진 전개를 빨리 펼쳐낸 게 끝이었으니까, 만약 정상적으로 운영되었다고 해도 분명 원천 세계는 멸망했을 것이다.

 게임 속에서 그 원천 세계가 어떤 곳인지는 나조차 모른다.

 하지만 지금 이 상황에선 어디에 대입될지 불 보듯 뻔하지 않나.


분명 이 세상이 멸망하겠지.


 이게 바로 내가 조금 전까지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고 있던 이유였다.

 그토록 고생하고 또 고생하다가 원치 않게 과거로 돌아왔는데, 이제는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으면 이 세상이 멸망할지도 모른다고?


 “미래로 보냈다가, 갑자기 멋대로 돌려보내는 걸로도 모자라서, 이젠 세상이 멸망할 지도 모른다는 스케일 큰 걱정까지 해야된다니.”


 답이 돌아오지 않을 걸 알면서도 허공에 혼잣말을 내뱉는다.


 누군가는 그런 생각을 할지도 모르겠다.

 갑자기 사실상 나 혼자 즐기던 온라인 게임이 현실이 되었고, 전 세계가 게이트에 주목하고 있는 상황이면 둘도 없을 행운을 얻은 것 아니냐고.

 알고 있는 미래를 전부 활용하고, 철저하게 성장할 수 있는 코스를 짜맞추고, 누구보다 빨리 성장해 최정상에 오를 수 있지 않느냐고 말이다.


 그럼, 그 힘을 이용해 결말을 틀어버리는 것도 가능하지 않겠는가.


 솔직히 크게 틀린 말은 아니다.

 세세한 정보를 모두 기억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고인물들의 기준으로 반드시 알아야 할 성장 포인트나, 최초 클리어 보상이 말도 안 될 정도로 푸짐한 비밀 던전, 쓰레기인 줄 알았더니 사실 엄청난 효율을 보여주는 특성 같은 것들은 얼추 기억하고 있다.


 미래를 안다는 것은 상상도 못 할 이점을 가지고 있다.

 가상현실의 몸을 움직이던 기억도 그대로 있으니, 능력치의 보정이 있다면 당시의 움직임을 재현할 자신도 있다.


 분명 그렇긴 한데···.


 ‘그건 내가 정상적으로 계단을 밟아 성장했을 때 할 수 있는 말이고.’


 조금 전의 기사를 다시 한번 떠올려본다.

 ‘강권 장태산’이 공략에 실패했으나 목숨을 건졌고, 그 대가로 1.5레벨 수준의 하락이 있었다는 기사.

 또한 ‘그가 실패했으니, 한동안은 공략이 힘들겠다는 댓글’이 있었다는 걸로 보아, 선두권인 것이 분명했다.


 그런 장태산의 추정 레벨은 80레벨 근처라는 댓글이 있지 않았나.


 ‘겨우, 80.’


 그래, 내게는 가늠이 안 될 정도로 낮은 레벨이었다.

 내가 처음 레닉수스를 시작했을 때 만든 캐릭터의 레벨은 150이었다.

 업데이트가 계속될수록 점핑 캐릭터의 시작 레벨은 더 올라갔고 말이다.


 점핑 캐릭터.


 오랫동안 운영된 온라인 게임에서 흔히 들어가는 시스템으로, 특정 레벨 이하의 콘텐츠를 건너뛰고 곧바로 높은 레벨로 게임을 시작할 수 있도록 해주는 기능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온라인 게임은 대다수의 유저층이 최상위 레벨 콘텐츠를 즐기고 있으니, 신규 유저나 복귀 유저가 홀로 플레이할 필요 없이 빠르게 합류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시스템이다.


 그리고 나는 오로지 그 점핑 캐릭터만 만들어본.

그 아래의 세상이 어떤지 전혀 알지못하는.


반쪽짜리 고인물이었다.



**



 옥상 담벼락에 턱을 괴고 게이트를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한참이고 고민하고 또 고민해 보았지만, 결국 나오는 결론은 하나였다.


 ‘들어가지 않는다는 선택지는 없다.’


 그래. 나는 저 게이트에 들어가야만 했다.

 내가 아끼는 동생도, 어쩌면 누나도 저 안에 있을지도 몰랐으니까.


 게이트 안의 세계는 마치 전설 속 황금향 엘도라도라도 되는 것 마냥 표현되곤 했지만, 실제론 그리 낙천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공간이 아니었다.

 게임 안에서는 죽어도 다시 태어나면 그만이다.

 끝없이 죽으면서 보스의 패턴을 파악하고, 수십 번의 도전 끝에 보스를 클리어하는 것으로 짜릿한 도파민을 얻는 것이 이 게임의 묘미.


 하지만 어린아이도 현실과 게임은 다르다는 것 정도는 알 것이다.

 가치 있는 금은보화가 널려있어도, 이를 얻다가 목숨을 잃게 된다면 본말전도 아니겠는가.


 저 세계 안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대다수가 생존과 안정을 가장 중요한 목표로 놓았고, 곧 경험치 오브를 비롯한 여러 부산물을 대부분 자신에게 재투자하는 것이 일반적인 선택이 되었다.


 높은 계층의 섬으로 이동하기보다 전투든 생산이든 안정적인 생활을 구축하고 자리를 잡는 것을 더 선호하게 되었고 말이다.

 적정 레벨을 훨씬 초과했음에도 한 섬에 틀어박히게 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물론 게이트에 입장하는 사람은 여전히 많았지만, 냉혹한 자본주의는 국가 경쟁력이라는 키워드를 내세우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방안을 내놓았다.

 단순히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일정량의 지원금을 주는 것에서 시작하여, 신규 개척자들을 위한 교육과 지원을 아끼지 않기 시작했다.

 그 지원은 점점 개척자 본인뿐만 아니라 주변 친족들에게 이익이 가는 방식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그 특혜라는 이름의 등 떠밀기가 보육원까지 손을 뻗게 된 것 같고.’


 그 녀석 또한 거기에 말려들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확한 사정은 몰라도, 운동 하나는 재능이 넘치는 녀석이 이유 없이 꿈을 접을 리 없었다.


 만약 자기가 개척자가 되는걸로 보육원의 동생들이 편해질 수 있다면, 당연히 해야한다고 여겼겠지.

 머리도 잘 굴러가고 손익도 잘 따진다고 스스로 자신하면서도, 정작 그 저울 위에 본인의 고난은 올리지 않는 우둔한 인간.

녀석은 그런 사람이었으니까.


 ‘누님이 연락이 안 되는 것도 분명 게이트와 관련이 있겠지.’


 도윤이가 게이트 너머로 향한 순간, 누님도 그 너머로 향했을 게 불 보듯 뻔했다.

 문자 내용으로 보아 같이 간 건 아닌 것 같지만 말이다.


 둘 다 허무하게 목숨을 잃을만한 사람들은 아니지만, 그래도 사람 일은 모르지 않는가.

 두 사람이 게이트 속 세상으로 향한 것이 거의 확실한 이상, 나 또한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 새는 없었다.


 “까짓거.”


 해보자.


 뭐가 됐든 가만히 있으면 세상이 망할지도 모르니까.

 동생과 누나도 다시 만나고, 돈도 벌고, 강해지고, 그러는 김에 겸사겸사 세상도 구하고.


 그리고 곤란한 듯 이야기하긴 했지만, 반쪽짜리 고인물이라는 게 그렇게까지 난처한 상황도 아니었다.


 ‘지금 가진 지식으로도 최소한 튜토리얼 초입 구간만큼은 완벽한 클리어가 가능하고. 또.’


 또, 만약의 이야기다.

 게이트 너머의 이계는 내가 아는 ‘레닉수스’의 세상과 동일한 것으로 보인다.


 만약 정말로 시스템 하나하나까지 빠짐없이 ‘완전히 동일하게’ 그 세상을 가져왔다면.


 ‘아무도 모르는, 아직 누구도 열지 못했을 그 기능을 먼저 선점할 수 있다.’


 물론 그렇게 원하는 대로 다 풀릴거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아니면 아닌 대로 정석으로 밀고 올라가면 된다.

 중간 과정을 모르는 게 뭐 대수인가.


 오로지 재능 하나만으로, 이 게임의 정점에 서있지 않았던가.


 그렇게 출발을 마음먹자, 주먹이 조금 떨리기 시작했다.

 그건 이제부터 목숨을 건 세상으로 나아간다는 것에 대한, 긴장이나 공포 같은 떨림이 아니었다.


 가슴 한쪽 구석에서 전해지는 간질간질한 감각.

 새로운 도전에 맞서는 설렘과 흥분이 뒤섞인 두근거림.


 대규모 레이드 콘텐츠 입구 앞에서 장비를 다 벗고, 맨몸에 방패와 단검만 들고 들어갈 때 느껴지던 바로 그 감각이다.


 꽈악.


 두어 번 주먹을 꽉 쥔 뒤 게이트를 바라보았다.

 어쩌면 목숨을 잃을지도 모르고, 겨우 다시 만나게 된 소중한 사람들을 잃을지도 모르고.

 심지어 전 세계가 통째로 멸망할지도 모른다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에서.

 어이없게도 나는 미소 짓고 있었다.


 조금 몰입했을 뿐인 일반인이라.


 ‘중독자 맞네, 나.’


 이런 상황이 오자, 결국 인정하게 되었다.

 알티가 있었다면, 그 녀석도 [ 부정하진 않겠습니다. ] 라고 대답하지 않았을까.

 처음부터 다시, 아니 아예 새로운 시작의 여정에 녀석이 없다는 것이 꽤나 허전했지만, 불평한다고 녀석이 돌아올 일은 없지않나.


 나는 건물에서 내려가기 위해 몸을 돌렸다.

 게이트 너머로 가기 전까지, 정말로 완벽히 동일한 세상인지 정보 수집을 조금 더 해봐야 했다.


 문득, 죽은 줄로만 알았던 그때 했던 다짐이 떠올랐다.

 짧지만 굵은 삶도 아닌, 길고 굵은 삶.


 모든 것을 다 가진 욕심 덩어리 삶을 살아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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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경계를 넘는 자 (3) 24.09.09 1,045 36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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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경계를 넘는 자 (1) +1 24.09.07 1,226 44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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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돌풍을 몰고 오는 (4) 24.08.31 1,307 41 18쪽
14 돌풍을 몰고 오는 (3) 24.08.30 1,333 40 18쪽
13 돌풍을 몰고 오는 (2) 24.08.29 1,433 39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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