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가엽기 짝이 없구나, 지성있는 도마뱀이여.”
이제껏 살면서 한번이라도 드래곤을 직접 본 적이 있는가? 그 흉부는 모든 것을 지워버리는 지옥불조차 우스운 화염을 담고 있으며 그 발톱은 강철조차 종이장처럼 찢어 발긴다. 그것은 쓰러진 자들의 피로 만들어낸 붉은 왕관을 쓴 채로 광풍을 이는 거대한 날개를 천천히 펄럭이며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두 눈으로 그저 고고하게 세상을 바라보는 관조자다.
[그대의 눈은 이 마룡왕 드래고니아를 보고 있는 것이 아니군. 나의 뒤에 있는, 더욱이 거대한 무엇인가를 보고있어. 대체 그 연약한 인간의 몸으로 무엇을 보고 있는 거냐?]
거대한 산조차 무색하리만큼의 마룡왕. 그 앞에 선 인간 여성은 산으로 빚어낸 골렘의 머리 위에 서서 드래고니아를 무심히 쳐다보고 있었다.
“세상의 관조자. 필멸의 대항자. 운명의 억지력이여. 내가 그대를 보고 있지 않음은 그대도 나를 보고 있지 않기 때문이 아닌가?”
여성은 오른손을 튕기며 대답했다. 그러자 그녀의 주위로, 또 골렘의 주위로 거대하고도 수많은 돌검들이 하나 둘 씩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이것이 나의 길이네. 이것이 필멸을 막기 위한 차악이며, 거대한 운명의 수레바퀴의 시작을 막는 일일세.]
“그럼, 나는 나로서 자네의 앞에 설 수 밖에 없군.”
여성은 손을 들어 수많은 검들을 움직여 마룡왕을 조준하게 했다.
[자네는 누구지?]
“나는 리니아. 내가 바로 인류의 정점이며 나의 걸음이 인류의 전진이다!”
리니아의 외침을 시작으로 마룡왕, 그 중에서도 43대 마룡왕 드래고니아와 그녀의 싸움이 시작됐다. 그들은 천지개벽과도 같은 상흔을 지상에 남기며 40여일을 밤낮으로 싸운 뒤, 어느쪽이라 할 것도 없이 서로 탈진하여 땅의 흙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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