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사마휘 제자는 천통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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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해엄청
작품등록일 :
2024.08.18 15:48
최근연재일 :
2024.09.0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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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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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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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6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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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쪽

5. 사람의 마음을 훔치는 서신(1)

DUMMY

넝쿨째 굴러 온 호박, 괴량.

요리법을 사겠다는 그의 제안을 받아들여, 가격 타협을 시작했다.


“비단 1필은 어떤가?”

“이 요리법은 고금(古今) 최초이자, 초패왕 항적처럼 최강이라 자부합니다.

이 비법은 자유(괴량) 선생께서 비단 500필은 충분히 뽑고도 남을 가치라 확신합니다만?”


“화, 확실히 이 요리는 지금껏 맛봤던 것 중 가장 맛있긴 하네.

하지만! 비단 500필이 어디 지나가는 똥개 이름도 아니고, 어떻게 이 요리가 500필 만큼의 값어치가 있다는 게야!”

“처음엔 돈이 많은 귀족들 중심으로 이 요리를 파시는 겁니다.

그러다 차차 장사가 되지 않는다면, 가격을 좀 낮춰서 백성들을 공략하십시오. 그리 하신다면 비단 500필이 아깝지는 않을 것이외다.”


형주 괴씨 일족이면 방씨 일족보다 훨씬 잘 나가는 대부호로 유명하다.

그런데 이리 말하는 걸 보면, 역시 가진 자가 더 하면 더 했지, 덜 하진 않는구나.


“비단 1필의 가치가 얼마인지는 아는가? 자그마치 쌀 한 섬이야, 1섬! 그런데 중간 관직이 받을 수 있는 녹봉 수준으로 요리법을 사달라는 것이··· 이게 맞는 말인가!”

“이 요리법은 단기적 가치가 아닌, 장기적 가치입니다. 두고두고 팔아먹을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주셨으면 합니다.”


사실 이 요리법을 이 정도로 강매한다는 건 내 자신으로서도 너무하긴 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급박했다.

손책의 강동 정벌에 빠르게 대응하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야 하거든.


또한, 협상에 임할 때는 상대보다 자신이 약해보이면 흥정의 값어치가 뚝뚝 떨어지는 법이다.

상황을 봐서 강하게 밀어붙일 땐 붙여야 하는 법이다.


“생각해보십시오. 나중에 후손들이 이 요리를 팔면서 이렇게 홍보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대부호 괴량 으로부터 전해져 내려온 괴씨 일가의 비법 요리, 계사면! 괴씨 31대 후손인 괴 모씨가 만드는 구수하고도 담백한 육수와 탱글탱글한 면발을~ 지금 맛보십시오!”

“어··· 으음···.”


반박을 하지 못 하는 거 보니, 괴량의 머릿속에서 나름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모양이다.

당연할 수밖에. 고대인보다 지능이 훨씬 높은 현대인조차도 끔뻑 넘어가는 게 홈쇼핑 광고다.

그 광고 수준으로 설명을 했으니, 정신을 놓을 수밖에 없겠지. 지금 이 빈틈, 놓칠 순 없다!


“여기 형주를 다스리는 경승(유표)께도 이 요리를 맛보이며 자신이 개발한 거라 자랑도 해보시고. 여러 귀족에게도 이걸 맛보게 해보십시오.

그러면 다들 한동안은 이 요리의 늪에 빠져서 허우적거릴 겁니다.”

“어··· 흐흐흐··· 그, 그럴까나?”

“아, 참! 경승께서는 욕심이 있는 인물이니, 우선은 귀족들에게 먼저 요리를 팔고! 그 이후에 소문이 그 분의 귀까지 들어가면 그 때! 맛 보게 해주시면 될 겁니다.”


맛있다는 소문을 듣고 기대감에 음식점을 찾아가 먹는 것과, 생소한 음식을 보여주며 그걸 먹이는 건, 순서만 바꿨다 해도 그 느낌이 확연히 다른 법이다.


“그리고 괴씨 일가의 재력은 비단 500필은 우스울 정도라고 들었습니다.”

“아··· 하하하! 자네가 뭘 좀 아는구만!”

“그러니··· 비단 500필에 사주실 거죠? 아까 드신 음식 값까지 포함하면 절대! 나쁘지 않은 거래입니다.”

“어··· 흠흠··· 그, 그러지 뭐! 내 인심 썼네!”

“좋습니다.”


거래가 성사되었고, 요리법과 면발 뽑는 기계를 넘겨주는 대가로 비단 500필을 받아, 방씨 일가에게로 향했다.


“어서 오십시오, 연월 님!”

“아, 아닛! 그 많은 비단은 대체 어디서 났는가?”


방덕공과 방림, 하인들이 문 앞까지 마중 나왔다.


“요리 비법을 돈 받고 팔았습니다. 형주 호족의 괴씨 일가에게 말이죠.”

“괴씨면 괴량이겠군. 그 놈은 돈 욕심이 많은 놈이니 말이야.”

“과연, 돈 욕심만큼은 어느 군웅을 둬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하하하!”

“계사면이라 했던가? 꽤나 맛 좋은 요리였는데, 이거 아쉽게 되었어. 계속 장사를 했다면 그 이상 벌었을 터인데.”

“저희는 어차피 장사를 오래 하려고 돈을 번 게 아닙니다. 군자금이 필요해서 한 거죠.

또한, 손님이 그 자밖에 오지 않아서, 장사는 힘들었을 겁니다.”

“손님이··· 오지 않았다고?”


방덕공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혹시, 왜 손님이 오지 않았는지 대략적으로 예상이 가십니까?”

“괴량 그 놈 짓인가 보군. 주변에 텃세를 부려, 손님이 자네 가게로 가지 못하도록 훼방을 놓았을 걸세.”

“사람들을 조종할 정도로, 그렇게나 큰 가문입니까?”

“서주에서 가장 큰 호족이 ‘미씨’와 ‘진씨’라면. 이 곳 형주에서는 그 중 하나가 ‘괴씨’니까 말일세.”


서주 대부호 미씨 일가와 비슷하다고 할 정도면, 괴씨 일가의 세력이 얼마나 어마어마한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괘씸한 놈이군. 안 그래도 때려 패고 싶었는데··· 그래도 유표 밑에 있는 놈이라, 건들긴 힘들고 말이지. 안 그래, 아우님?”

“썩 유쾌한 만남은 아니긴 했지.”


감녕의 발언에 긍정하면서도 다음을 생각했다.


“이 비단, 혹시 저희를 대신해서 팔아주실 수 있겠습니까?”

“음. 팔아서 세력을 키우는데 쓰려는 겐가?”

“그렇습니다. 그리고 맨 입으로 팔아달라는 소리는 아닙니다. 팔아주시는 조건으로 비단 50필을 드리겠습니다.”

“겨우 팔아주는 걸로 비단 50필씩이나? 그건 너무 부담스럽네. 20필이면 몰라도.”

“그러면 20필로 하지요.”

“나로서는 고마울 따름이군.”

“그리고, 저번에 산적 퇴치하겠다고 모았던 사병들은 어찌 되셨습니까?”

“지금은 농사일에 쓰고는 있네만, 이 다음은 어떻게 해야 될지 고민일세.”

“그렇습니까? 그러면 저희에게 그 사병을 팔아주실 수 있겠습니까?”

“괜찮겠나? 굳이 내 사병을 사주지 않아도 되는데 말일세.”

“저희로서는 빠르게 사람들을 늘릴 수 있으니 좋지요. 게다가 방씨 일가가 모은 사병이면, 다른 곳에서 모집하기보다는 믿을 만하니까요.”

“고맙네. 정말 고맙네, 사마 공!”


그리고 이걸 빌미로 몇 가지 부탁을 말하기로 했다.


“방 공(公)의 근심거리를 제가 지워드렸으니, 저도 부탁 몇 가지만 해도 되겠습니까?”

“물론이네! 허심탄회하게 말해보게나!”


그리하여 방덕공에게 몇 가지 부탁을 전했다.


* * *


감녕과 병사들이 방씨 일가의 농사일을 도와주러 간 사이.

홀로 남아 흙바닥에 나뭇가지와 물뿌리개를 이용해 글자들을 썼다.


강동십이호신

정보, 황개, 한당, 장흠, 주태

진무, 동습, 감녕, 능통, 서성

반장, 정봉


“흐으음··· 쉽지 않아.”


손책은 손견으로부터 물려받은 병사들과 손씨 가문을 따르는 정보, 황개, 한당과도 같은 베테랑 무장들.

그리고 그 옆으로 많은 인재들이 있어서 전면전을 벌이기는 쉽지 않은 인물이다.

게다가 그 뿐인가? 손책은 지휘에도 능하지만, 그보다 더 뛰어난 건 다수와의 난전에서도 잘 싸운다는 점이다. 이것이 강동의 호랑이로 알려진 손책의 저력.


그런데 내 진영은 그와 반대로. 무장이고, 책사고 간에 인재풀이 너무 빈약하다.


나중에 대장군을 시키겠노라는 약속으로 영입할 수 있었던 감녕은 분명 뛰어난 장수다.


하지만 감녕 만으로는, 원 역사에서 강동십이호신으로 알려진 다른 무장들을 동시에 상대하기엔 절대적으로 힘들다.


게다가 손책 옆에는 주유가 있다.

비록 그가 아직 나이를 많이 먹지 않아서 경험 면에선 부족할지는 모르겠어도. 손책의 빈틈을 그가 잘 보완해주려 할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손책과 주유는 피보다 끈끈한 사이니까 제외하고.

나머지 인재들을 내 편으로 끌어들여, 손책의 힘을 최대한 빼고 전쟁을 시작하는 수밖엔 없다.


기대해라, 손책!

내가 네 놈의 무기를 절반 이상 내 것으로 만들어줄 테니까!


“사마 공!”

“오! 방 공! 오셨습니까! 고생 많았습니다.”


독고와 병사들의 호위를 받으며, 방덕공이 도착했다.


“부탁한 그 서신은 이각에게 잘 전달하셨습니까?”

“그렇소. 처음엔 날 별 볼 일 없이 봤었는데, 뇌물과 함께 사마 공이 준 서신을 전달해주니까 태도가 갑자기 돌변하더군.

그 자가 자신의 기병 부대 호위까지 붙여준 덕분에 서주까진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지.

대체, 그 서신에 뭐가 쓰여 있기에 사람의 태도가 그리 바뀐단 말이오?”


궁금증을 털어놓으며 이각에게서 받아온 문서를 내게 건넨 방덕공.


“이각과 곽사는 서로 싸우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런 그들의 사이를 다시 좋게 붙여줬을 뿐입니다.”

“그 둘을 다시 화해를 시켰단 말입니까? 서신 하나로?”

“예, 그렇습니다. 그 결과로 이렇게 실익(實益)을 취한 것이구요.”


방덕공에게 이각이 준 문서의 실체를 보여줬다.


“이, 이건···! 회계 태수로 임명하겠다는 교지 아닙니까!”

“그래요. 이걸 이용해서 회계 태수 직에 오를 겁니다.”


* * *


이각은 방덕공에게 받은 서신 속 내용 때문에 찝찝했다.


‘곽사와 싸운 원인이 곽사 처의 이간질 때문이라··· 게다가 황제는 이 곳을 빠져 나가려고 조조와 내통을 하고 있다고?’


만약 이 모든 게 사실이라면, 자신은 곽사와 더 이상 싸우지 않고 친하게 지내야 했다.


‘일단 이 일이 어떻게 일어났는지 알기 위해선 곽사와 친해질 필요가 있겠어. 이 재물은 나 혼자 독차지하려고 했는데··· 아쉽게 되었군.’


이각은 곽사의 처소에 가서, 병사들이 지키고 있는 문 앞에서 그를 불렀다.


“이보게, 곽다(郭多). 지금 자리에 있는가?”


곽다는 곽사의 이명으로, 이각이 그를 친근하게 부를 때의 이명이었다.


“흥! 자네와는 할 말이 없으니 썩 돌아가게! 그렇지 않으면 목이 달아날 게야!”


곽사의 호위병이 이각에게 무기를 겨눴으나, 그는 태연히 웃으며 말했다.


“이보게, 곽사! 우리 한 때 같은 주군을 모셨었는데, 사이가 이래도 되는가? 먼저 돌아가신 중영(동탁)께서 이걸 보셨다면 피눈물을 흘리셨을 걸세!”


동탁은 자신이 살아있을 때, 가끔씩 서로 다투는 이각과 곽사를 불러 모아, 싸우려 하지 말고 친하게 지내라는 말을 했었다.

이각은 동탁의 말을 떠올리며, 곽사에게 이와 같은 말을 한 것이었다.


“크흠···.”


안에 있던 곽사 또한, 동탁 얘기가 나와서 마음이 편안하진 않았는지, 문을 열고 나와 이각을 맞이했다.


“그래. 무슨 일인가?”


이각은 자신이 데려온 병사들을 통해, 노숙에게 받은 재물의 일부를 곽사에게 주며 말했다.


“자네에게 이런 선물을 주려고 왔다네. 다시 한 번 잘 지내보자는 의미로 말일세.”

“크음! 무슨 바람이 불어서 갑자기 이러는 게야?”


곽사는 이각이 특별한 일이 없다면, 자신에게 이렇게 잘 대해주지는 않을 거란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각의 의도가 궁금했다.


“내, 자네에게 긴히 상의하고자 하는 말도 있어서 그렇다네.”

“뭘 의논하려고 그러시나?”

“일단 적당한 자리를 잡아서 대화를 하는 게 어떻겠나? 이왕이면 문화(가후)도 같이 불러들여서 말이지.”

“가 문화까지? 중요한 일이란 말인가?”


가후와도 같이 의논해야 된다는 이각의 말에 곽사는 놀랐다.

왜냐면 가후는 항상 그들이 중요한 일을 처리할 때에 불러서 의견을 구했던 자였기 때문이다.


“우리의 장래가 걸린 문제라네.”

“흐음. 그렇다면 알겠네.”


편전에 들어선 이각과 곽사는, 탁상 앞에 서로 마주 본 상태로 앉았다. 그들의 뒤에는 각기 병사들이 지키고 섰다.

가후는 이각과 곽사의 사이에 앉아, 눈치를 보다 말을 꺼냈다.


“이 공(公), 무슨 일이시기에 이렇게 한데 모인 것입니까?”

“문화. 자네에게 부탁할 것이 있어서 이리 부른 걸세.”

“부탁이라면···.”

“그간 친했던 우리가 갑작스럽게 사이가 돌변하여 서로 싸우지 않았나?”

“···그랬었지요.”

“그런데 그 싸움의 원인을 최근에 알게 되었는데, 그게 참··· 지금 생각해도 어이가 없단 말이지?”

“무슨 내용이기에 그렇습니까?”

“이보게, 곽사. 듣고 놀라지 말게나.”

“···알았네.”


이각의 얘기를 들은 곽사는 얼굴이 벌게졌고, 가후는 차분히 있었다.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린가? 고작 비첩이 들어올 것을 염려해, 내 처가 자네와 나 사이를 이간질을 시켰단 말인가?”

“크음··· 이래서 듣고 놀라지 말라고 하였는데···.”

“자네··· 나와 친해지고 싶은 건가? 아니면 오늘 여기서 사생결단을 내고 싶은 건가? 농이 지나치군, 그래?”


곽사가 일어서서 칼을 뽑으려 했지만, 이각은 아랑곳 않고 가후에게 말을 꺼냈다.


“싸움은 이 모든 진상을 알고 나서 해도 되지 않은가? 아니 그런가, 문화?”

“···맞습니다.”

“이보게, 가후! 정말 이 말이 신빙성이 있다고 보는가?”


이에 가후는 망설임 없이 답했다.


“일부함원 유월비상(一婦含怨 六月飛霜)이라 했습니다. 여자의 한은 비를 내리지 않게 하고, 남자의 한은 유월에도 서리를 내리게 하니. 가능성이 없다고 보기엔 어렵사옵니다.

그간, 이 공과 곽 공께서 문란하고 방탕하게 지냈사오니, 여인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남편이 혹 첩을 들이지 않을까 염려하여 질투심에 일을 일으켰을지도 모르지요.”

“으으음···.”

“곽사. 자네의 처가 어떤 성격인지는 자네가 잘 알고 있지 않겠나?”

“그건 그렇지만···.”


곽사 또한 자신의 아내가 질투가 심하단 걸 알고는 있었다.

그가 한 때, 첩을 들이고 싶다는 말을 했다가 아내에게 얻어맞은 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자신이 이각과 싸운 게, 자신의 아내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 하니, 그는 이대로 있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후··· 이 일을 어떻게 밝히면 좋겠는가?”


가후는 막힘없이 대답했다.


“간단하옵니다. 첩을 들이셔서 그녀를 떠보면 되는 일입니다.”


이후.

곽사는 가후의 계책대로 움직여, 자신의 처에게서 그간의 사실을 알아내는데 성공했고, 곽사는 이 모든 소란의 원인인 처를 자신의 손으로 죽이게 되었다.


“미안하네, 치연(이각의 이명).”

“괜찮네. 살다 보면 서로 오해하는 일도 있지 않은가?”


서로 다시 친해진 이각과 곽사.

이각은 한 가지 문제를 해결하였으니, 이제 다른 문제를 없애려고 나섰다.


헌제가 묵고 있는 처소로 이각과 곽사의 군대가 몰려왔다.


“황제와 그를 따르는 무리는 신속히 우리를 맞이하라! 그렇지 않으면 모두 다 죽여 버리겠다!”


이각과 곽사의 불같은 성격을 잘 알고 있던 그들은, 어쩔 수 없이 이각과 곽사를 맞이했다.


“대체 무슨 일이오?”


헌제가 묻자, 이각은 껄껄껄 웃으며 답했다.


“폐하! 역적의 잔당 중 하나인 조조의 수하가 지금 이 곳에 있다고 하여 이렇게 온 것이옵니다!”

“뭐라? 조조의 수하가 여기에 있다고?”

“그렇사옵니다, 폐하!”

“짐은 그런 얘기를 들어도, 모르겠는데···.”

“허면, 저희가 알아서 처리할 수 있게 허락을 해주십시오! 물론, 허락하지 않더라도 저희가 알아서 하겠지만 말입니다, 크하하하하!”


이각의 호탕한 웃음소리에 서늘한 살기가 깔려 있었다.

헌제를 따르는 대신들 대부분은 덜덜 떨고 있었으나, 동승과 종요, 한빈은 의연하게 서 있었다.


“그, 그렇다면 그대들이 알아서 처리하게.”

“그렇다면 폐하는 저희가 모시도록 하지요. 여봐라! 어서 폐하를 모셔라!”


이각의 병사들이 헌제를 끌고 가듯 모셔갔고.


“자, 이제 이 중에서 조조의 수하가 누구인지만 가려내면 되는데···.”

“고민할 게 뭐가 있겠는가? 다 죽이면 되지 않겠나?”


곽사의 말에 이각이 크게 웃으며 말했다.


“크하하하! 곽다, 자네의 말이 참으로 지당하군. 여봐라!”

“옙!”

“조조군의 수하가 나올 때까지 한 명씩 잡아다 쳐 죽여라!”

“알겠사옵니다!”


그들의 병사들이 헌제를 따르는 자들을 한 명씩 붙잡아, 처형을 시작했다.


“나, 난 아니오! 난 아니란 말이오··· 캬아아악!”

“난 모르는 일이오··· 제발 살려주시오! 아아악!”


곧이어 종요와 한빈의 차례가 되자, 그들은 동승에게 다가갔다.


“저희가 희생할 터이니, 꼭 헌제를 탈출시켜주시길 바랍니다.”

“···알겠네.”


종요와 한빈은 조조를 모시고 있는 순욱과 아는 사이였다.

해서, 순욱과 서로 소식을 주고, 받는 상황이었는데.

반면 동승은 나중에 헌제를 탈출시켜 조조에게 의탁하면 어떨지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이 사실을 종요와 한빈에게 알려주지는 않았다.

다만, 동승이 헌제를 극진히 모시고 있었으므로, 종요와 한빈은 그가 헌제를 탈출시킬 수 있을 거라 여겨 이렇게 말했던 것이다.


“뭘 그리 속닥거리느냐! 어서 나오지 못할까?!”

“역적 이각과 곽사는 들어라!”

“하하하하! 우리가 네 놈들이 찾던 그 조조군의 수하이니라!”


그들은 옷 속에 감추고 있던 칼을 꺼내, 근처에 있던 이각과 곽사의 병사들을 베어 넘겼다.


‘그 서신이 정녕 사실이었단 말인가?’


이각은 속으로 놀란 상태였고, 곽사는 병사들에게 부르짖었다.


“뭣들 하느냐! 어서 저 버러지들을 쳐 죽이지 않고!”


병사들이 함성과 함께, 그들에게 달려들었다. 종요와 한빈은 수적으로 불리한 싸움이었음에도 용감하게 싸웠으나, 몸 곳곳에 상처를 입고 주저앉았다.


“마지막 유언은 없는 게냐?”


이각과 곽사가 거만한 눈길로 자신을 노려보고 있어, 이에 분노한 종요가 이렇게 말했다.


“내, 저승길 동료로 너희들을 삼지 못한 게 안타까울 따름이다··· 어서 죽여라, 이 역적 놈들아!”

“소원이 그렇다면, 들어줘야겠지!”


이윽고, 종요와 한빈의 목이 바닥에 굴러다녔다.


“네 놈! 이름이 뭐냐!”

“···동승이옵니다.”

“네 놈도 이 자들이랑 뭔가 연관이 되어 있지 않느냐? 아까 뭐라고 속닥거리는 거 같던데.”

“그들이 말한 건 단지, 헌제를 잘 모셔달라는 말 뿐이었습니다.”

“거짓말 하지 마라! 어딜 나를 속이려고 드느냐!”


이각이 화를 내자, 지금까지 가만히 있던 가후가 끼어들었다.


“이 공, 참으시지요! 저 자는 동 상국의 사위인 우보의 부곡으로 있던 자입니다. 저들과는 아무런 연관도 없을 줄로 아옵니다.”


동탁은 죽기 전, 상국이라는 최고위 직책을 달고 있었다.

가후는 동탁을 예우하는 뜻에서 이렇게 언급하며, 이각을 말렸다. 그래야 동승을 살릴 수 있을 것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저 자가 우보의 부곡이라고?”


이각이 되려 묻자, 이번엔 동승이 그의 앞에 무릎을 꿇고 말했다.


“문화의 말이 맞사옵니다! 저는 그의 부곡으로 있으면서, 동 공과 두 분을 줄곧 따랐었는데, 어찌 저의 충심을 몰라주시는 겁니까?”

“허어··· 충심이라고 하였느냐?”

“그렇습니다! 저는 종요와 한빈이란 자들이 헌제를 탈출하려고 작당 모의하고 있는 것을 알고, 이에 감시를 하고 있었습니다. 헌데, 훌륭하신 공께서는 어찌 제 마음을 몰라준다는 말입니까!”

“···흠, 그래?”


석연치 않은 부분은 있었으나, 동승의 말 또한 일리 있다고 생각한 이각이었다.


“문화가 이 일을 잘 알고 있으니, 그에게 물어보는 게 어떻겠사옵니까?”

“···지금 이 말이 사실이냐, 문화?”


가후는 얼굴 색 하나 변하지 않은 채, 태연하게 답했다.


“예, 그렇사옵니다.”

“으음··· 그럼 아군을 죽일 뻔 했군.”


이각은 병사들을 거둬들였고, 동승은 겨우 살아남게 되었다.


황궁에서 피바람이 분지 이틀 뒤.

가후는 이각을 보게 되었다.


“오오, 문화! 이게 어찌된 일인가?”

“별 다른 일은 아니옵고, 한 가지 여쭙고 싶은 게 있어서 왔사옵니다.”

“그래? 자네가 궁금한 게 있다니 신기한 일이로군 그래. 어서 말해보게나!”

“혹시··· 곽 공의 건도 그렇고, 이번 일도 그렇고. 어떤 자가 이런 일을 알려준 건지 말씀해주실 수 있겠사옵니까?”

“흐흐··· 이걸 말한 상대가 누군지, 그게 궁금한 게로군?”

“예, 그렇사옵니다.”


가후는 이번 일로 헌제를 쉽게 탈출시킬 수 없게 되어 허탈함과 동시에, 이런 일을 대체 누가 꾸몄는지 궁금했다.


“양양현의 어느 호족이 재물을 들고 날 찾아왔었네. 어떤 자를 회계 태수로 삼아줬으면 좋겠다고 하더군.”

“그런 일이 있었사옵니까?”

“음. 그래서 태수를 원하면 이 정도론 부족하다고 내 말했더니··· 아니, 글쎄. 내게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알려주면 해줄 수 있겠냐고 하더군.”

“그래서. 어떻게 되었습니까?”

“당연히 승인해줬지. 그래서 이렇게 된 것이고.”


가지고 있었던 그 날의 서신을 가후에게 보여주는 이각.

가후는 그걸 받아 읽더니, 표정이 점점 굳어진 채로 이각에게 돌려줬다.


“사마화. 자는 연월이라···.”

“이제 궁금증이 해결되었는가?”

“네. 덕분에 마음이 후련해졌습니다. 감사하옵니다.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술 한 잔 하고 가지 않겠는가? 자네 표정이 어째, 썩 좋지 않은데. 기분이라도 풀어야지?”

“말씀은 감사하오나, 요즘 소인이 건강이 좋지 않아, 술은 자제하고 있사옵니다.”

“흐음~ 몸이 불편해서 그랬던 건가? 그러면 속히 물러나 쉬도록 하라.”

“감사하옵니다.”


가후는 물러나, 자신의 처소로 향하면서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사마연월이라··· 무서운 자로군. 서신 하나로 사람을 움직이게 하다니···.”


가후는 한편으로는 궁금했다. 사마화 라는 인물이 과연 어느 정도일지를. 직접 만나 보고 싶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해당 화의 글자 수만 9천 자가 넘어서 끊어 올릴까 했는데... 그러면 감이 없을 거 같아서 못 끊었네요. 글이 다소 길게 느껴지실 수도 있겠지만, 양해 바랍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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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4

  • 작성자
    Lv.54 내소원칼퇴
    작성일
    24.08.26 22:19
    No. 1

    잘보고가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1 굉장해엄청
    작성일
    24.08.27 00:09
    No. 2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6 k9******..
    작성일
    24.08.26 23:40
    No. 3

    그냥 한마디 사실 소설 제목 보고 란 볼려 했음 제목이 이전에 나온 삼국지의 엑스트라 리메이크 버전인줄 아직 초반이니 보고는 있디만 제목을 바꾸시는기... 이 비슷한 작품은 화웅으로 빙의한 현대인 내용인데 인간적으로 1화당 너무 짧게 가서 하차 작품 나 처럼 오해할 여지가 많다고 생각함.그냥 오지랍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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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글
    작성자
    Lv.31 굉장해엄청
    작성일
    24.08.27 00:11
    No. 4

    저도 다른 삼국지물 다 찾아 읽어보면서 언급하신 작품도 제목은 보긴 했는데, 이렇게 오해가 생길 수도 있다는 걸 이제 알았네요. 삼국지의 엑스트라 라는 작품 쓴 작가 분과 같은 사람이 아니며, 이건 그 작품의 리메이크 작품이 아닙니다. 제목 변경하면서 추가로 공지 달아두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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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사마휘 제자는 천통을 꿈꾼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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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9. 오군을 장악하다. 24.09.02 64 2 13쪽
8 8. 회계를 거점으로 삼다 24.09.01 82 2 12쪽
7 7. 거병 소식 +1 24.08.30 94 2 18쪽
6 6. 사람의 마음을 훔치는 서신(2) 24.08.28 111 2 16쪽
» 5. 사람의 마음을 훔치는 서신(1) +4 24.08.26 123 5 21쪽
4 4. 행운은 또 다른 행운을 부르고 24.08.26 150 5 14쪽
3 3. 뜻밖의 행운 +2 24.08.25 178 6 15쪽
2 2. 설득과 교전 (수정) 24.08.23 215 5 16쪽
1 1. 대장군이 되고 싶었던 자 (수정) 24.08.23 304 5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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