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사마휘 제자는 천통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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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해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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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8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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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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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1 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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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회계를 거점으로 삼다

DUMMY


군사를 이끌고 회계에 다다르자, 그들은 성문을 걸어 잠갔다.


“누구냐!”


움직이기 불편할 법한 긴 의복과 생김새를 보아하니, 무관은 아닌 것 같은데.

설마 이 곳 태수로 있다던 왕랑이 저 자인가?


“회계 태수 왕랑은 듣거라! 속히 성문을 열고 황명을 받으라!”


생각에 잠겼을 때, 옆에 있던 노숙이 대신 나서서, 상대에게 부르짖었다.


“화, 황명이라고? 그게 대체 무슨 소리냐!”

“이걸 봐라!”


노숙은 교지를 꺼내어, 그에게 펼쳐 보이며 외쳤다.


“황명이 담긴 공문서다! 이걸 보고도 헛소릴 지껄이는 게냐!”

“······.”


자기들끼리 뭐라 말하고 있었으나, 여기까지 얘기가 들리지는 않았다.


이윽고, 성곽의 병사들이 분주히 움직이기에, 혹시나 화살을 쏘지 않을까 싶어서 방어 태세를 취했다.


“···성문이 열린다!”


그런데, 감녕의 말처럼 성문이 서서히 열리고 있었다.


활짝 열린 성문을 통해, 아까 봤던 자가 병사들을 이끌고 나왔다.


“내가 회계 태수 왕랑이다! 황명이라니, 그게 무슨 말인지 확인을 해봐야겠다!”

“그럼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해 보거라!”


양측 병사들의 경계 속에서, 노숙은 왕랑에게 교지를 건네줬다.


왕랑은 점차 표정이 굳어지더니, 이내 바닥에 무릎을 꿇고, 이마를 바닥에 박았다.


“송구하옵나이다! 태수로 임명되신 분인지 몰라 뵈었습니다!

소인이 황명을 거역하려 하다니, 소신을 죽여주시옵소서!”


왕랑을 따르는 자들이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상황이 좋게 돌아가자, 그를 보고 저음의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은 난세이니 이렇게 경계하는 게 당연하겠지.

자네는 할 일을 한 것뿐인데, 내가 자네 같은 인재를 죽여서야 되겠는가? 어서 일어나게.”


“하오나···.”


“이쯤하고 그만 일어나게. 그대가 내 말을 듣지 않는다면, 이는 곧 나를 망신시키는 일이란 걸 모르는 것인가?”


“······.”


“자네를 따르던 이들도, 자네가 죽는 일은 원하지 않을 걸세.”


여기까지 말을 마치자, 왕랑은 그때서야 일어서서 공손히 인사를 올렸다.


“소인은 왕랑. 자는 경흥(景興). 태수님께 인사드리옵니다!”


왕랑의 인상은 융통성이 없는 원칙주의자 아저씨처럼 보였다.


“반갑네. 난 사마화, 연월일세.”


이후, 관아로 진입하여 널찍한 공간이 있는 내부에 모여, 얘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소인은 주흔. 자는 대명(大明)입니다.”


“이 몸은 우번. 자는 중상(仲翔)이오.”


“이 둘은 저를 옆에서 보필하며, 회계를 다스리는데 도움을 줬던 자들입니다. 부디, 사마 공께서 이들을 받아주었으면 합니다.”


주흔과 우번이라.

이 시점에 이 자들이 여기에 있었던 모양이군.


주흔은 단양태수 직을 맡았을 정도로 능력이 있는 자였고.


우번은 《주역》에 주를 달고 공융에게 칭찬 받을 정도로 뛰어난 유학자다.


그런데 우번이 여기 회계에 있는 걸 보면, 그의 진가인 상대방을 설득시키는 능력은 아직 두각을 드러내지 못 했나보군.


“하하하! 왕랑! 유능한 사람들을 소개시켜주다니, 참으로 고맙소이다!”


원 역사에서 손책은 우번에게 화흠을 설득해 항복을 받아내라는 명을 받았을 때, 이를 충실히 이행했다.


내가 우번을 잘 이용한다면, 어쩌면 세력을 순식간에 확장시킬 수 있지 않을까?


“신하된 도리로, 어찌 이를 행하지 않겠습니까···.”


“말씀 감사하옵니다, 주군!”


경흥은 고개를 숙이며, 겸손을 떨었고. 주흔은 감격하여 인사를 올렸다.


반면, 우번은··· 나를 게슴츠레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왜 그렇게 보고 있는 것인가, 중상?”


“이 몸은 외모만 그럴 듯한 자의 말을 평소에 믿지 못하는 병에 걸려서 그렇소.

어째서 이 몸이 인재인지, 그대는 이 몸이 따를 만한 영웅인지 말을 해줄 수 있소이까?”


이 놈이 날 시험에 드려 하네?

역시 우번인가?

태도도 그렇고, 성깔도 그렇고.

마음에 안 드니, 말로 혼내줘야겠어.


“이보시오, 중상···.”


“괜찮소이다, 왕랑. 이 자는 내 능력이 궁금해서 이리 말했을 것이니.”


우번을 말리려던 왕랑을 제지한 후, 그에게 다가갔다.


“중상.”


“할 말이 있다면 바로 말하시오.”


“내 그대를 설득한다면, 그대는 날 깍듯이 모셔주겠소?”


“당연하지요. 허나, 기대에 어긋난다면 이 몸은 떠날 거요.”


역사에서 너무 강직하여 다른 이들의 미움을 샀다고 들었는데, 성깔이 보통 아닌 걸 보면 여러 사람들의 미움을 살 만 했다고 본다.


“알겠네. 그럼 듣고자 하는 바를 말할 터이니, 잘 들어주게나.”


그렇게 설전은 시작되었다.


* * *


우번은 자신의 몸을 넙죽 바닥에 대고, 절을 올렸다.


“···아직 얘기가 다 끝나지 않았는데, 왜 그러는가?”


“무지한 소인이 교룡을 미처 몰라 뵈었나이다!

이제야 진정으로 모실 분을 뵈었사온데, 실언을 한 점으로 인해 고개를 들 수 없을 정도로 민망하고 부끄럽기 때문이옵니다!”


“흐흐흐.”


“소인은 이제 주군의 것입니다. 그러니, 아까의 불충으로 용서가 되지 않는다면, 신을 엄벌에 처해 주시옵소서!”


사마화는 웃음을 흘리며, 우번에게 다가가 몸을 일으키며 답했다.


“이제 나를 위해 일해야 될 사람인데, 몸부터 상하게 해서 어디 쓰겠나?”


“···크흐흑.”


우번은 그의 말에 감격하여,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소인, 이제부터 목숨을 바쳐 주군을 따를 것입니다!”


“그래, 당연히 그래야지. 할 일이 많으니 잘 부탁하겠네.”


“맡겨만 주십시오, 주군!”


옆에서 지켜보던 노숙과 감녕 등은 이 모습을 보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이후, 사마화는 왕랑, 주흔, 우번을 통해 회계를 무난하게 장악할 수 있었다.


“비록 거점을 얻었으나, 이제 시작이옵니다, 주군.

일단은 주변의 태수들에게 친서를 보내어, 동맹을 맺어두는 것이 어떻겠사옵니까?”


노숙의 말에 왕랑 또한 나섰다.


“참으로 좋은 생각이옵니다! 주군께 가장 큰 위협은 손책이니, 그들과 사이좋게 지내심이 낫다고 봅니다.”


“좋은 의견입니다. 속히 시행토록 하세요.”


* * *


“크윽! 어째서 이런 일이···!”


“대장! 어서 이 곳을 빠져 나가셔야 됩니다!”


장강은 시체들로 강의 물살이 막힐 정도로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다.


‘어쩌다 이렇게 된 게냐! 대체 어째서!’


빼앗긴 우저를 번능, 설례와 함께 급습해 되찾을 수 있었던 우미. 그에겐 잠시 숨고르기가 필요했으나.


손책은 그들이 제대로 재정비할 틈을 주지 않았다.


‘오경과 손분 그 놈들도 쉽게 뚫지 못 한 이 곳의 지형을 제 집 드나들듯 하다니··· 과연, 손견의 아들은 뭐가 다르단 말이냐!’


우미는 쉽게 퇴각 명령을 내릴 수가 없었다.

아니, 퇴각 명령을 내린다 해도 이 곳을 멀쩡히 빠져나갈 수 있을지도 의문이 들었다.


“번능 대장과 설례 대장이 도망치고 있습니다! 어서 저희도 퇴각 명령을 내려주십시오!”


“아서라! 네 놈은 지금 이 상황이 눈앞에 보이고도 쉽게 도망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하하하하! 다 덤벼라! 이 백부(伯符, 손책)가 상대해주마!”


손책과 황개가 이끄는 1군이 앞을 휩쓸고 있었고.


“이 덕모(徳謀, 정보)의 창을 받아라!”


그 뒤로는 정보와 그의 부장으로 있는 한당, 장흠이 있는 2군이 좌측의 퇴로를.


눈길을 확 사로잡을 정도의 미청년이 지휘하고 있는 3군이 남동쪽의 퇴로를 틀어쥐고 있었다.


“필사즉생(必死則生)! 반드시 죽고자 하면 살고!”


“행생즉사(幸生則死)! 요행히 살고자 하는 자는 죽을 것이다! 나를 따르라!”


「오자병법」 제3편 치병(治兵)편에 나오는 구절을 외던 우미는, 굳은 결심과 함께 남은 병사들을 몰아 주유를 급습했다.


“크하하하하! 한 명이라도 더 지옥으로 데려가주마!”


‘지, 진형이!’


우미의 발악에 감명 받은 병사들은 그를 따라 죽기 살기로 싸웠고.

그들의 기세에 주유의 병사들이 밀려나고 있었다.


‘백부(손책)가 부장으로 삼은 진무가 아니었다면 병사들이 뿔뿔이 흩어졌을 거야!’


진무로서는 오경과 손분을 1년 간 상대하며 잔뼈가 굵어진 우미를 완전히 막아내진 못 했고.


“어디서 이런 무지막지한 놈이···.”


“자! 퇴로가 뚫렸다! 퇴각! 퇴각이다!”


우저산을 둘러싼 이 날의 당리구, 횡강진 전투로 손책 군은 남녀 1만 여 명을 포로로 붙잡는 대승을 거뒀다.


“젠장! 장영의 복수를 하고 싶었는데! 어떻게 이런 대패를 당한단 말이냐···.”


“말릉성으로 향하시는 겁니까, 대장?”


“착융 그 놈은 이미 전의를 잃고 성 안에 틀어박혔으니 우리에게 별 도움이 못 된다!”


말릉성에서의 회전에서도 유요 군은 대패했다. 착융은 성 안에 틀어박힌 채, 주변을 관망할 뿐이었다.


“그럼 어디로 가실 생각이십니까?”


“우선 곡아로 가, 병력을 충당하고! 다음은 그 분(유요)의 군세에 합류해, 손책과 다시 전투를 치를 것이다!”


“알겠습니다, 대장!”


* * *


오군에는 아이들로부터 이상한 동요가 퍼져 나가고 있었다.


허공흉악난삼강(許公兇惡亂三江)

허공은 흉악하여 강을 어지럽히니.


함모수도미견광 (陷母囚徒未見光)

어머니를 가두어 빛을 보지 못하게 하네.


고대급심주도거 (高岱急尋舟渡去)

고대는 급히 배를 찾아 도망치고.


강남이월면재앙 (江南已越免災殃)

강남을 이미 건너 재앙을 면하였도다.


“아니, 이게 대체 무슨 소리야!”


허공은 자신의 지인들을 불러 모았다.


“요즘 들리는 괴상한 동요, 자네들도 들어봤는가?”


“드, 들었긴 하네만···.”


오군을 힘과 인맥으로 장악한 허공. 그는 정당한 오군 태수가 아니었다.


본래 오군태수였던 성헌은 그의 힘에 밀려 허소에게 도망갔고.


성헌 덕분에 효렴(孝廉)으로 천거한 고대(高岱)는 성헌을 위해 서주목 도겸에게 오군의 구원을 해줄 것을 청하려다 허공에게 죽을 뻔 했다.


“그럼 무슨 내용인지도 알고 있겠지?”


허공의 어두운 과거를.

그것도 자신의 지인 중 극히 일부만이 알고 있는 치부를, 누군가가 아이들의 동요로 까발리고 있었으니, 허공은 심기가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알고 있네. 하지만···.”


“하지만?”


“아직 이 곳의 호족들도 그렇고, 살고 있는 백성들도 조용하니 이 또한 거짓임을 알고 있어서 가만히 있는 게 아니겠는가?”


그러나 오군 사람들은 그냥 조용히 있는 게 아니었다. 허공의 식객들이. 그의 세력이 꽤 커서 가만히 있는 거였다.


또한 오군의 호족, 오의 사성 또한 이는 쉽게 움직일 문제가 아니었기에 잠시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가? 그럼 다행이지만.”


허공과 그의 지인들은 아직 이러한 배경을 눈치 채지 못 했기에, 이대로 넘어가려 했다.


“그래도 옛말에 세 사람만 우기면 없는 호랑이도 만든다고. 저런 소문도 이왕이면 없애는 게 낫지 않겠나?”


찝찝한 소문이 나도는 건 끝끝내 마음에 걸렸던 허공.


“비록 반발이 어느 정도 나오긴 하겠지만, 애들 입단속을 시키도록 하겠네. 그럼 되겠는가?”


“부탁하지.”


그리하여 소문은 잠잠해졌으나.


“···그 소문이 사실이었나.”


“비록 허공이 저희 호족들을 탄압하고 있진 않지만, 이전의 태수처럼 언제 저희도 그 꼴이 나지 않을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게다가 그는 정당한 방법으로 태수의 자리에 앉아 있는 게 아닙니다. 정녕 한(漢)을 위해 그 자리를 앉은 건지 의문입니다.”


“흐으으음··· 그렇다고 허공을 대신하여 이 곳 오군을 다스릴 자가 마땅치는 않은데.”


“최근 회계 태수로 부임한 사마연월이란 자는 어떻겠습니까?”


“사마연월?”


“예. 비록 지금 조정은 이각과 곽사의 꼭두각시가 되었지만, 그래도 조정에서 내려온 칙서로 태수가 된 인물입니다.”


“연월, 그 자라면 이전 태수였던 왕랑과 그 밑의 부하들을 내치지 않고, 회계를 잘 다스리고 있다 들었습니다.”


“···적당한 자로군.”


“오군도 회계처럼 잘 다스려주기만 한다면야···.”


“저희 육(陸)씨 집안은 사마연월을 지지하겠습니다!”


“우리 장(張)씨 집안도 별 다른 이의는 없네.”


“주(朱)가는 그대들을 따르도록 하지.”


“그럼 결정된 게로군.”


이번엔 오의 사성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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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0. 강동 전쟁(1) 24.09.03 66 0 12쪽
9 9. 오군을 장악하다. 24.09.02 63 2 13쪽
» 8. 회계를 거점으로 삼다 24.09.01 82 2 12쪽
7 7. 거병 소식 +1 24.08.30 93 2 18쪽
6 6. 사람의 마음을 훔치는 서신(2) 24.08.28 110 2 16쪽
5 5. 사람의 마음을 훔치는 서신(1) +4 24.08.26 123 5 21쪽
4 4. 행운은 또 다른 행운을 부르고 24.08.26 149 5 14쪽
3 3. 뜻밖의 행운 +2 24.08.25 177 6 15쪽
2 2. 설득과 교전 (수정) 24.08.23 214 5 16쪽
1 1. 대장군이 되고 싶었던 자 (수정) 24.08.23 303 5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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