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축구가 너무 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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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군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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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9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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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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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3. 입맛이 그리 텁텁하지만은 않다

DUMMY

(제이 온레이트) - Fox Sports News 앵커

“첫 번째 소식입니다. 시작부터 매우 흥미로운 뉴스를 전해드릴 수 있게 되었는데요. 여러분들은 드웨인 모이 스톤이라는 이름을 아마도 알고 계실 겁니다. 이번 가을 하와이 카후쿠 고등학교에 입학한 신입생 풋볼 선수입니다. 그런데 이 친구가 어제 오후, 네바다 라스베이거스의 한 쇼핑몰에서 강도를 잡아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

.


(리스 데이비스) - ESPN SC 펀디츠

“이 태클을 좀 보세요. 우-! 보기만 해도 제 등이 아파지는 느낌입니다. 이 친구는 14살이에요. 14살요! 저 체격과 스피드가 14살이 내는 것처럼 느껴지십니까? 이건 미쳤어요. 더구나 이 친구는 쿼터백입니다. 쿼터백. 라인맨도 아니고, 라인배커나 세이프티도 아니고, 코너백은 더더욱 아니죠. 다시 한번 강조드립니다만? 이 친구는 14살 쿼터백입니다.”


.

.


(밥 코스타스) - NBC FNIA 호스트

“이제 사람들은 깨달았을 겁니다. 정확히는 소매치기들이요. 드웨인 모이 스톤의 물건을 건든다? 바로 저런 태클을 당할 각오를 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 친구는 전설이에요!”


.

.


(스털링 윌커슨) - KWWN 라디오 호스트

“이 친구는 너무나도 우수해서. 다수의 고등학교 풋볼 선수들이 학업이 가장 큰 걸림돌일 때, 드웨인 모이 스톤은 중학교 졸업반 과정을 가볍게 월반하고 14살에 고등학교에 입학했습니다. 심지어 이번 중간고사에서는 거의 A+를 받았다네요? 대체 뭐 하자는 겁니까? 사기도 정도껏 치자고요!”


.

.


(애덤 주커) - CBS Sports 호스트

“라스베이거스의 시장 캐롤라인 굿맨은 이 영상에 너무 큰 감명을 받아, 오늘 드웨인 모이에게 표창장을 주기로 했다고 합니다. 왜 아니겠어요? 저라도 그랬을 겁니다.”


***


거짓말 하나 보태지 않고.

어젯밤부터 난리가 났다.


모든 스포츠 미디어가 첫 번째 소식으로 어제의 일을 보도했고, 내 소셜 미디어 팔로워는 순식간에 50배가 되었다.


오늘 우린 인근 클라크 고등학교의 풋볼 필드를 빌려 훈련을 했는데, 방송 관계자들이 너무 많이 와서 정상적인 진행이 되지 않았을 정도였다.


결국.

감독님은 방송 관계자들을 쫓아내야 했다.

피눈물을 삼키면서.


은근 스포트라이트를 좋아하는 분이니까.

쫓아내고 싶진 않았을 거다.


아무튼.


훈련이 끝나가고 있을 무렵, 어제 예고한 대로 시장공저에서 보낸 사람들이 도착했다.


그리고 난 팀과 함께 이곳으로 왔다.

어디냐고?


어디겠어.

.

.


#. 2016년 9월 16일

#-1. 미국, 네바다 라스베이거스

#-2. 시청 앞


이번 생에 본 가장 많은 사람이 단상 아래에 있다.

아니 대체 이게 뭐라고.


물론 고등학생이 강도를 잡았으니 시(市) 차원에서 표창장을 주는 건 이해가 되지만, 이건 무슨 과장을 조금 보태 전쟁영웅이 금의환향한 정도다.


눈앞의 풍경을 보면서 느끼는 것.


젠장.

여기도 전생만큼 풋볼에 미쳐있네.


지구상에서 고등학교 운동선수가 이 정도의 폭발적인 관심을 받을 수 있는 경우의 수는 풋볼이 유일할 거다.


“오늘.”

“···.”

“오늘 우리는 한 멋진 청년을 위해 이 자리에 와 있습니다. 그는 매우 용감하고 자랑스러운 미국의 시민이자, 동시에 전미에서 가장 유망한 풋볼 선수기도 합니다.”


다시 들려오는 환호성과 휘파람 소리.

장담하는데.

시장님도 저걸 즐기고 있다.


캐롤라인 굿맨(Carline Goodman) 시장님은 2011년에 당선되어, 현재는 재선 임기를 보내고 있단다.


내가 왜 이걸 아는 거람.

차에서 내내 들어서일 거다.


“우리는 어제 보았던 이 소년의 행동에서, 올바른 일을 하는데 나이는 중요하지 않으며, 망설이지 않는 용기야말로 세상을 바꾼다는 걸 배울 수 있었습니다.”


저기요, 시장님.

그건 너무 갔는데요?

강도 잡은 거 하난데, 뭐?

세상을 바꿔?


문제라면 미국인들의 종특이 이러한 것을 너무나도 좋아한다는 점에 있었다.


하와이의 섬 소년이 최고의 환락 도시인 라스베이거스로 수학여행을 와서 자신의 짐을 훔쳐 가려던 전과가 8개나 있는 잡범을 태클로 잡았으니 말이다.


아메리칸드림.

두 번째 기회.


미국인들이 가진 오만함의 근간이기도 한 감성을 제대로 자극한 것도 모자라, 나는 전미가 인정하는 최고 풋볼 유망주였다.


국뽕 치사량에 취해 해롱해롱 대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는 뜻이다.


물론.

이 나라가 풋볼에 얼마만큼 미쳐있는지를 모른다면, [‘너무 오버하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긴 네바다 라스베이거스.

관광객도 많지만.

풋볼에 가장 열광하는 도시 중 하나다.


“이제, 여러분들에게 소개하겠습니다!”


마침내!

입학식 날에 들었던 교장 선생님 훈화보다도 길고 지루한 이야기 끝에, 드디어 내 소개가 이어졌다.


“드웨인 모이 스톤-!”


단상 아래 한쪽에 자리 잡은 악대가 연주를 시작하고, 계단 위로 올라서자 또 한 번 뜨거운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시장님이 마이크 앞에서 걸어 나오신다.

이쪽으로 오는데?


악수까지는 생각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포옹해오실 줄은 몰랐다.


“네가 무척 자랑스럽구나.”

“어··· 감사합니다.”


이후는 전형적인 미국식 보여주기의 극치였다.


삐까번쩍한 상패.

꽃다발.

나름 하와이를 흉내 낸다고 레이(Lei)도 걸어줬다.


레이란, 목에다 걸어주는 꽃목걸이다.

참고로 레이 자체가 ‘목에 걸다’라는 의미가 있다.


본토 사람들이 레이를 목에 건다고 하면.

목에 거는 걸 목에 건다로 들린다.

뭐, 하와이 나름의 유머라고 할 수 있겠다.


“어···.”


전날 만났던 공보관님은 나중에 문자를 보내어, 단상에서 할 2분 정도의 스피치를 준비하라고 했다.


힘들면 적어주겠다고 했지만.

난 사양하며 직접 하겠다고 했다.

정치적으로 이용당하긴 싫다.


“가족들이 놀라고 기뻐하더라고요. 제가 다치지 않았는지를 가장 먼저 물으셨는데, 저는 튼튼한 몸을 물려주셔서 괜찮다고 했습니다. 실은 전 이곳으로 풋볼 게임을 위해서 왔고, 학교는 수학여행을 즐기고 있습니다. 라스베이거스는 멋진 도시인 것 같고, 저희가 있는 동안 환영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 도시에 좋은 일을 한 것 같아서 기쁩니다. 감사합니다.”


스피치를 끝내고 손을 들어 올리자.

또 한 번 군악대가 연주했다.


얼른 단상을 내려가니, 교장 선생님이 다가왔다.

오늘 새벽, 비행기를 타고 황급히 오셨다.


“네가 여러모로 우리 학교를 살리는구나.”

“제 물건을 지키려던 것뿐인데요, 뭐.”

“알지만, 그 말은 하지 말렴. 무슨 뜻인지 알지?”

“Yes Sir.”


훈련이 끝나자마자 이런 식으로 시달리고 나니, 객실의 침대가 무척 그리워졌다.


하지만, 당장은 그럴 수 없을 것 같다.

인터뷰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와- 근데.

이게 다 뭐야.


NBC?

CBS?

ESPN?


마이크에 박혀있는 로고가 하나같이 전국적이다.

카메라도 보이는 것만 십여 개다.


“14살에 전국적인 스타가 되었는데, 기분은요?”

“음- 거기까진 잘 모르겠어요. 아까도 말했지만, 저는 풋볼 게임을 위해서 왔고 동료들과 함께 내일 경기를 잘 치러서 승리하는 게 목표입니다. 오늘 일이 기쁘지 않다는 건 아니지만, 내일 승리한다면 더 기쁠 거예요.”


언제쯤 침대에 누울 수 있을까.

한동안은 조금 힘들 것 같다.


***


#. 2016년 9월 17일

#-1. 미국, 네바다 라스베이거스

#-2. 비숍 고먼 고등학교

#-3. 풋볼 필드


일반적인 고등학교 풋볼 경기 관중석의 풍경은 학부모/학생/응원단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리고 이들 사이.

소수의 스카우트가 끼어 있다.


하지만.

오늘은 평소와는 완전히 달랐다.


백여 명이 넘는 대학 관계자들.

그와 비슷한 방송가의 사람들.


결국 비숍 고면 고등학교 측은 부족한 좌석으로 인해, 급하게 임시 천막을 설치해야 했다.


“이런 모습을 본 적 있습니까?”

“아니, 전혀.”


당장 NCAA Division 2만 하더라도, 만원 관중을 채우는 일은 쉽지 않다.


하물며 내셔널 챔피언십도 아닌 고등학교 경기의 관중석이 부족하다는 건 꿈속에서나 가능했다.


라스베이거스와 먼 미네소타에서 날아온 베테랑 리크루터의 눈에 탐욕이 그득그득 들어찬 이유다.


‘이대로 잘 크기만 하면···.’


일명 MGG로 불리는 미네소타 골든 고퍼스의 리쿠르터 모리스 혼(Maurice Horn)의 머릿속엔, 본래라면 풋볼 역사를 바꿨어야 했을 남자가 떠오르고 있었다.


조니 멘젤(Johnny Manziel).

일명 ‘조니 풋볼’로 불렸던.

NCAA 역사상 가장 스타성 있는 쿼터백이다.


너무나도 뛰어난 재능을 지녔던 조니 멘젤은 입학만으로 텍사스 A&M이 기부금을 7억 달러나 받게 할 정도로 커다란 기대를 모으던 선수였다.


그러나 나약한 멘탈리티와 심각한 워크에씩 문제를 드러낸 데 이어, 결정적으로 마약에 빠지면서 커리어가 망가졌다.


매일 밤 술과 클럽에 찌들어 사는 사진이 인터넷을 통해 번져나갔고, 결국 그를 지명했던 클리블랜드는 또 하나의 실패한 1라운드 픽을 인정하고 방출을 해버렸다.


그게 불과 1년 전의 일이다.


“이거 정말 미쳤네요.”

“···.”


이례적으로 리쿠르터와 함께 학교의 이사 중 하나를 라스베이거스로 보낸 오번(Auburn)의 남자들도, 비슷한 감정을 느끼며 주변을 바라보고 있다.


이대로만 자라준다면.


“최소 30억처럼 느껴지는 건, 저만 그런가요?”

“아닐세, 아니야. 나도 마찬가지네.”

“그렇죠?”


과거부터 미국의 모든 대학은 학교를 졸업한 후 사회·경제적으로 성공한 이들로부터 기부를 받아왔다.


그리고 이는 매년 금액이 달랐는데, NCAA Division 1 SEC에 소속된 대학은 최소 2억 달러에서, 많게는 8억 달러에 이르는 기부금을 모은다.


앨라배마 오번의 경우, 올해 총 3억 8천만 달러의 기부금을 모았고 이에 나름대로 만족했다.


한데 만약 드웨인 모이 스톤이 기대대로 성장해 오번에 입학만 해준다면, 매년 10억 달러도 가능할 것 같았다.


리크루터들의 손이 일제 바빠진 이유다.

그들은 현장 분위기를 학교에 전했다.


그리고 그러는 사이.

양 팀 선수들은 경기를 준비했다.


홈팀 라커룸에서는 감독 케네스 산체스가 열정적으로 작전을 지시했고, 원정팀 감독인 가빈 트래비스 또한 어려운 상대임을 인정하면서도 최선을 다하라고 외쳤다.


조금씩 달아오르는 분위기.

이윽고, 필드에 선수들이 등장했다.


***


【“터치다운-!!”】

.

.


▷ 1Q – 13:17

06 – 06 비숍 고먼

00 – 00 카후쿠


경기 시작 2분도 되지 않아 허용한 터치다운에, 벤치는 심각하게 술렁였다.


“대체 뭔 일이 일어난 거야?”

“수비가 너무 쉽게 뚫렸어.”

“그런 걸까? 수준 차가 아니고?”

“헤이, 헤이!! 조용히 해!!”


당황한 감독님이 일단 조용히 하라 외치고 코치님과 긴급회의에 들어갔지만, 나였다면 저렇게 안 했다.


그리고 난.

가만히 있지 않아도 된다.

왜?

쿼터백이니까.


자리에서 일어나 동료들의 앞으로 나갔다.


“괜찮아! 우리가 득점하면 돼!”

“Let`s Go-!”

“바로 그거야! 쟤네 수비를 박살 내보자고!!”

“YEAH-!!”


공격 라인에게 파이팅을 불어넣은 뒤, 한쪽에 서서 열심히 몸을 푸는 리시버들에게로 다가섰다.


“빈자리만 찾아!!”

“후우!”

“내가 바로 찔러 넣어주겠어!!”

“COME ON!!”


경기 시작부터 쉽지 않다는 걸 알려준 2분이 지나고, 서둘러 우리 공격팀이 필드로 나갔다.


비숍 고먼의 킥오프로 공격이 시작된다.

일단 나는 사이드라인에서 대기했다.


“모이. 잘 들으렴.”

“Yes Sir.”


감독님의 목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 격양되어있다.

강팀에 이른 실점.

이러시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스프레드로 출발해. 한 번에 너무 욕심을 부리지 말고, 조금씩 나아가서 퍼스트 다운을 만들어. 무슨 말인지 알지? 여긴 원정지고 빠른 실점으로 애들이 흔들리고 있어. 바로 공격권을 넘겨주면, 기세가 완전히 넘어갈 거야.”

“Yes Sir.”

“좋아.”


감독님의 지시가 끝났을 때.

비숍 고먼이 킥을 했다.


엔드라인 근처까지 날아온 볼은 엘비스의 품에 안겼다.

이제부터는 열심히 달리면 된다.

그런데.


“OH SHIT!!”


감독님이 욕설을 내뱉는 상황이 발생했다.


우리 엔드존에서 20야드도 채 못간 지점에서 상대 62번의 태클에 걸려 넘어졌기 때문이다.


앞으로 우린 70야드 이상을 나아가야 한다.

훨씬 강한 팀을 상대로.

난 바로 헬멧을 썼다.


등 뒤에서 선수를 교대하는 코치님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재빨리 공격 지점으로 달려간 나는 바로 무릎을 꿇어 작전을 지시했다.


“H-스프레드! 45 알파! 알겠지?”

“그래.”

“좋아. 쫄지말고. Let`s Go!”


***

H-Spread.PNG

<H-Spread>


1. 타이트엔드를 블로커로 활용함

2. 라인쪽에 많은 블로커를 붙여 공간을 만들고

3. 거기로 하프백이 뛰어들도록 만듦


4. 물론 스프레드기 때문에 와이드리시버도 공격옵션임

5. 본문에선 러싱 전술로만 씀


***


허들을 끝내고선 공격을 준비했다.

일단은 로토의 뒤에 바짝 붙었다.


스프레드(Spread)는 언더센터가 기본이니까.

눈을 돌려 상대 라인을 살폈다.

뭔가.

예감이 좋지 못하다.


“그린- 30!! HUT!”


스냅(Snap)을 전달받자마자 뒤로 돌아, 달려드는 하먼에게 볼을 건넸다.


라인맨들 사이로 뛰어들어 보지만.

1야드도 전진하지 못했다.



.

(댄 파우츠) - CBS 아나운서

“비숍 고먼의 수비가 단단해 보이는군요. 좋은 디펜시브 라인을 가진 팀입니다. 하와이의 카후쿠가 이를 뚫어내려면 상당한 노력이 필요해 보이는데요. 상대적으로 부족한 재능을 가빈 트래비스가 어떤 식으로 채울지도 주목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



감독님은 두 번째도 일단은 러싱을 원했다.

다만 포메이션은 스프레드에서 바꿨다.


“스플릿을 할 거야! Z더블! X블록!”


***

Split Back Double.png

<스플릿 백 포메이션>


***


스플릿 백(Split Back)은 일명 프로 셑(Pro Set)으로도 불리는데, 타이트엔드를 본격적으로 라인에 가담시키고 쿼터백 뒤에 두 명의 하프백을 두는 포메이션이다.


패스와 러싱을 절반씩 섞어 쿼터백에게 자유를 줄 수 있지만, 감독님은 무조건 러싱을 바라는 중이다.


이러면, 속임수를 잘 줘야 한다.


두 명의 하프백(HB)이 동시에 앞으로 달려나가기 때문에, 한쪽에 속임수를 주어 미끼로 쓸 수 있다.


성공하게 된다면 상대를 속이는 셈이라 굉장히 먼 거리를 달릴 수 있지만, 실패한다면 직전 러싱 전술처럼 1야드도 전진 못 할 가능성이 크다.


“그린- 50!! HUT!!”


볼을 받아서 돌아선 나는 좌우로 손을 뻗었다.

일종의 야바위 같은 거다.


어느 쪽으로 볼을 전달했게?


라인 끼리 부딪히는 도중 쿼터백이 어느쪽으로 패스를 전달할 지를 확인하는 건 무척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쿵!

“Fuck!”


이번에도 비숍 고먼의 수비는 우리 공격을 저지했다.

두 번 합쳐 겨우, 1야드를 나아갔다.


세 번째 다운.

사실상 공격 기회는 이번이 마지막이다.

네 번째는 펀트(Punt)를 할 테니까.


우리 쪽 엔드존이 가까운 지금, 퍼스트다운을 만들 확률이 희박하다면 펀트를 해서 공을 멀리 보내는 게 옳다.


『“나쁘지 않았어, 스플릿, 델타 45로 가.”』


나쁘지 않았다고?

감독님!

우리 같은 걸 본 거 맞아요?


이렇게 외치고 싶지만, 수신은 이쪽으로만 된다.

일단 나는 다시 허들을 진행했다.


“스플릿, 델타 45야.”

“···.”

“···.”


불안해하는 동료들의 눈빛.

결국, 난 이렇게 했다.


“더블 디코이로 하자.”

“뭐?”

“진심이야?”

“그래. 스플릿 더블 디코이. 델타 45. 내가 라인을 보고 블루라고 외치면, 내가 달릴 거니까 잘 막아줘.”

“좋아, 해보자.”

“Let`s Go!”


똑같은 방법으론 라인을 뚫을 수 없다.

그래서 난 지시를 살짝 뒤틀었다.


쿼터백은 언제든 벤치의 작전이 여의치 않을 땐 임기응변으로 전략을 뒤틀거나 바꿀 수 있고, 코치님들도 이미 내가 유연하게 오디블(Audible)을 한다는 걸 안다.


실패하면 모든 책임은 내가 지겠지만.

그게 두렵거나 하진 않다.


다시 로토의 뒤.

난 수비 라인을 살폈다.

아까와 다른 건 보이지 않는다.


전부 라인으로 뛰어들겠지.

그럼, 기회가 날 수 있다.


“블루- 80!! 퀵S!!”


마지막 퀵S는 오른쪽 와이드 리시버인 로이스 파오에게 전달하는 메시지였다.


직선으로 달리다가 중앙으로 꺾어서 움직이는 라우트(Route)를 지시한 것인데, 거기로 코너백과 세이프티가 모여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야기했다.


“HUT!!”


스냅을 전달받고, 아까처럼 뒤로 돌았다.

대신 이번엔 왼손만 뻗었다.


두 명의 하프백들이 날 스쳐 지나가고, 스크리미지 라인 쪽에서 10명이 넘는 거구들이 부딪히는 틈을 타 나는 뒤돈 상태에서 왼쪽으로 빙 돌며 달리기를 시작했다.


그리고 공격 방향으로 완전히 돌아선 순간, 나는 앞쪽에 꽤 많은 공간이 있음을 발견했다.


가보자.


본격적으로 달리기를 시작하고, 속았다는 것을 안 비숍 고먼의 왼쪽 라인배커가 따라붙었다.


등번호 74번이 넘어지며 다리를 겨냥한다.

그래서 난 훌쩍 뛰어올랐다.


“?!”


발 끝에 살짝 뭔가 걸리는 느낌이 났지만, 균형은 무너지지 않았고 착지도 무난하게 이뤄졌다.


점프 덕분에 늦춰진 가속도를 다시 끌어 올렸을 땐, 로이스 파오에게 달라붙었던 세이프티가 달려들고 있었다.


나는 품 안으로 볼을 집어넣어 보호했고.

자세를 잔뜩 숙여 태클을 대비했다.


쿵!


충격이 느껴진 순간.

난 이번엔 오른쪽으로 빙그르르 돌았다.


무너진 무게중심.

왼손으로 필드를 짚는다.

볼은 아직 품 안에 잘 있다.


그래서난 계속 달렸다.

앞쪽으로 비숍 고먼의 코너백이 보인다.


정면으로 부딪치면 잡힐 것 같다.

아까처럼 태클을 흘릴 수 있을까?

안 될 것 같은데.


오른쪽.

수비와 사이드라인 사이에 공간이 조금 있다.

저기다.

저기로 가자.


얼마를 더 나아가던 내게로 태클이 들어왔다.

버티고 싶었지만, 결국 밀려나고 만다.

하지만, 괜찮았다.

무려 60야드 이상을 달렸으니까.


벤치와 관중석에서 큰 함성이 터져나왔다.

달려드는 동료들.

힘껏 점프해 허공에서 몸을 부딪쳤다.


그러곤 외쳤다.


“너무 느려!! 너무 느리다고!!”


동료들의 사기를 끌어 올리기 위해.

그리고 난 거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쟤네도 우리랑 같아!! 같은 고딩이라고!!”


기세 좋게 밀어보는 1쿼터 초반.

하지만.


【“터치다운-!!”】


우리의 위치가 어디쯤인지.

또 내가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그걸 확인하는 결과에 만족하기로 했다.

.

.


▷ GAME SET

14 07 06 14 – 41 비숍 고먼

07 00 14 07 – 28 카후쿠


고등학교에서의 첫 번째 패배.

하지만.


“너 진짜 대단하더라.”

“차라리 전학을 와. 우리랑 같이 뛰어.”

“팔로우해도 되지?”


입맛이 그리 텁텁하지만은 않다.


***


[랭킹 Top 100은커녕 1,000위 안에도 진입한 공격수가 하나도 없었음에도, 드웨인 모이 스톤은 작년 전국대회 챔피언을 상대로 28점을 만들어냈다. 의심의 여지 없이. 얘는 진짜배기다. - 버키 브룩스(기자) Via Twitter]


.

.


[끝났네. 2020 NCAA 리쿠르팅 랭킹 1위는 앞으로 4년 동안 변하지 않을 거야. (웃음)(불) - 카메론 울프(기자) via Twitter]


.

.


[비록 팀은 졌지만, One Man Carry라는 걸 언제 써야 하는지 제대로 보여줬어. 형편없는 동료들의 저력을 어디까지 끌어낼 수 있는지도 – 데이비드 카(기자) via Twitter]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노력할게욧!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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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034. 차라리 오토바이에 치이는 게 나았을 걸? +45 24.09.13 9,739 482 19쪽
33 033. 팬티를 적실 만큼 맹렬한 걸로 +82 24.09.12 10,426 492 19쪽
32 032. 우리의 이번 시즌은 정말 대단할 것 같다 +39 24.09.11 10,664 477 18쪽
31 031. Welcome! 신입생과 전학생! +33 24.09.11 11,054 528 18쪽
30 030. 야, 나한테 뛰어와야지 +69 24.09.10 11,447 708 21쪽
29 029. 터치다운 패스를 만들어야 한다 +33 24.09.09 11,392 547 19쪽
28 028. 아주 많이 즐길만했다. +30 24.09.09 11,829 510 18쪽
27 027. 제대로 된 놈이 하나도 없냐? +34 24.09.08 12,400 514 16쪽
26 026. 어떤 일이든 하는 게 옳다 +41 24.09.07 12,476 593 16쪽
25 025. 순수하게 꿈을 좇고 있을 뿐이다 +29 24.09.07 12,752 496 19쪽
24 024. 나쁠 것 하나 없는 거래다 +43 24.09.06 13,224 585 19쪽
» 023. 입맛이 그리 텁텁하지만은 않다 +35 24.09.05 13,496 601 20쪽
22 022. 엄-청 시끌벅적하겠지? +60 24.09.04 13,440 637 19쪽
21 021. 와- 오늘도 보람찬 하루였어 +28 24.09.04 13,411 521 17쪽
20 020. 역시. 키워 쓰는 맛은 각별하다 +31 24.09.03 14,067 512 19쪽
19 019. 지금 여기, 살아 있노라 외치고 싶어진다 +34 24.09.02 14,286 566 17쪽
18 018. 아무 일도 없었지만, 더럽혀진 것 같아 +25 24.09.02 14,595 505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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