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축구가 너무 쉬움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스포츠, 현대판타지

새글

김군0619
작품등록일 :
2024.08.19 13:29
최근연재일 :
2024.09.19 12:10
연재수 :
40 회
조회수 :
550,109
추천수 :
20,409
글자수 :
304,972

작성
24.09.06 12:00
조회
13,224
추천
585
글자
19쪽

024. 나쁠 것 하나 없는 거래다

DUMMY

시즌 첫 번째 패배 후.

약간의 변화가 생겨났다.


동료들은 훈련 때 더 집중했고.

더 전투적으로 실전에 임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

.


▷ 2016.09.24. GAME SET

00 00 00 00 – 00 모아나루아

21 10 14 14 – 59 카후쿠


.


▷ 2016.09.30. GAME SET

00 00 00 00 – 00 카이저

17 28 07 10 – 62 카후쿠

.

.


아주 괜찮았다.


***


#. 2016년 10월 3일

#-1. 미국, 하와이 오아후

#-2. 호놀룰루, 카후쿠 CDP

#-3. 카후쿠 고등학교


새로운 달이 시작되면서, 학교 복도 곳곳에 여자애들의 사진이 달라붙게 됐다.


이른바, 여왕 선발전.

학교의 퀸(Queen)을 뽑는 기간이다.

전생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그런데, 그때 퀸이 누구였더라?

알 게 뭐람.


“모이! 모이!”

“왜?”


마르커스가 이렇게 급하게 달려온다는 건, 뭔가 또 쓸데없는 짓을 하려고 한단 의미다.


아니나 다를까.


“누구한테 걸래? 배당이 짭짤해.”

“뭐?! 꺼져. 쓸데없이···.”

“왜? 재미있잖아!”

“너 그거, 퇴출 사유인 거 알지?”

“?! 지, 진짜?”

“병신.”


하여간에 사람은 참 착하고 좋지만 조금은 모자란 내 친구는 본인이 하는 짓이 팀 퇴출 사유라는 걸 모른다.


누가 퀸이 될지에 베팅하는 것도 일종의 도박이고, 또 그걸 앞장서서 진두지휘하는 건 엄연한 운영 행위다.


학교에서 알면 난리가 나지 않겠어?

당연히 팀에서도 퇴출이다.


“난 빠질래.”


잔뜩 겁먹은 마르커스가 허리춤에 차고 있던 돈 가방을 풀며, 이건 어떻게 하느냔 눈빛을 보낸다.


“어쩌긴, 주인한테 도로 돌려줘야지.”

“거의 1,000달러인데?”

“젠장, 마르커스! 대체 몇 명한테서 받은 건데?”

“한··· 50명 정도?”


많이도 받았다.

난 몰라.

알아서 해.


“안 돌려주면, 감독님한테 이른다?”

“젠장. 이럴 줄 알았으면 시작도 안 했지.”

“나눠준 규정집은 괜히 있냐?”


보나 마나 읽지 않고 처박아 두었겠지.

나는 점심시간이 끝나기 전에 얼른 처리하라고 했다.

마르커스는 고개를 푹 숙이고 걸어갔다.


어이구, 저 바보 진짜.


사람은 참 착하고 좋지만 조금 많이 한심한 친구를 한동안 바라보던 나는 할 일이 떠올라 다시 발걸음을 재촉했다.


2교시 수업이 끝났을 때, 메이시 선생님이 잠시 사무실에 들르라는 메시지를 보내왔기 때문이다.


똑똑-

“부르셨나요?”

“오- 그래, 모이. 앉으렴.”

“문은 닫을까요?”

“아니. 안 그래도 돼.”


문을 열어둔 채로 바로 옆 소파에 앉았다.


그런데 왜 부른 거지?

특별히 올 만한 일은 없는데.


동료들은 성적 관리가 안 돼서 하루가 멀다고 호출을 받지만, 난 기껏해야 [“친구들에게 공부를 가르쳐주지 않으련?”]이라는 식의 부탁을 받을 때나 왔다.


“실은 조금 전에, 워싱턴에서 왔다 갔어.”

“··· 허스키스요?”

“응.”


허스키스(Huskies).

워싱턴 대학을 대표하는 풋볼팀을 뜻한다.

Pac 12 디비전 소속이며.

작년 7승 6패로 성적이 좋지 못했다.


그러나 올해 소포모어 쿼터백, 제이크 브라우닝(Jake Brownign)이 각성하면서 현재까지 Pac 12전승을 달리고 있다.


그런데.

걔네가 왜?


“너에 대해 굉장히 자세한 걸 묻더라.”

“진짜요?”

“응. 성적은 어떤지. 교우관계는 어떤지. 평소 학교생활이나 네 태도 같은 것들. 너는 똑똑하니까, 이게 무슨 의미인지는 잘 알고 있겠지?”


물론이다.

이건 리쿠르팅이다.


곧 제안이 오겠는데?


“앞으로도 계속 이런 상황이 올 것 같은데, 너랑 진로에 관해서 대화를 나눠본 적은 없는 것 같아서. 워싱턴이 내게 여러 질문을 했는데, 딱 하나 대답하지 못한 게 있었거든.”

“그게 뭔데요?”

“너 SEC로 갈 거니?”


NCAA Division 1 Football.

이는 총 10개의 리그로 구성되어 있다.


AAC

Big Ten.

Pac-12.

기타 등등.


아무튼.

그중 가장 수준과 인기가 높은 곳이 바로 SEC다.

현재 최고의 팀인 앨라배마도 여기에 있다.


“내가 신입생과 이런 대화를 나누고 있다는 게 믿기지 않네. 어쨌든. 앞으로도 비슷한 질문을 받을 것 같아. 그리고 난 앞으로도 이 일을 계속해야 하는데, 대학 리쿠르터들에게 나쁜 인상을 심어주고 싶지 않아. 이해하겠니?”

“그럼요. 100%요.”

“세상에나. 넌 진짜 14살 같지 않구나.”

“자주 들어요. 그 말.”


선생님의 상황을 나는 정말 100% 이해했다.


만약 내가 SEC만을 원하는데.

메이시 선생님이 그건 아니라고 말한다?

해당 리크루터와의 신뢰가 박살 나 버린다.


그럼 그 피해는 온전히 카후쿠 고등학교 풋볼팀으로 돌아갈 것이고, 메이시 선생님은 직장과 명성을 잃고 두 번 다시는 AAA로 근무할 수 없을 거다.


그러니.

이건 중요한 문제가 맞았다.


“음- 아직은 결정하지 않았다고 해주실래요?”


미적지근한 태도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난 진짜 당장은 생각이 없다.


물론, 대학 측의 마음을 이해 못 하는 건 아니다.

만약 내가 지금 진학을 결정한다?

그럼 대계(大計)를 세울 수 있다.


나와 함께 대학으로 진학하는 2020년 졸업반 애들한테, [“드웨인 모이 스톤과 함께하지 않을래?”]라는 식으로 리쿠르팅 하는 게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난 그게 싫다.

괜히 괘씸하거든.


어디 편한 길로만 가려고.


NFL과 대학 Division 1 풋볼을 갈망하는 것과는 별개로, 난 NCAA 자체는 좋아하지 않았다.


미국에서 가장 부조리하고.

또 부패한 집단이니까.


“그들이 똥줄 좀 타도록 해주시면 좋고요.”

“하하. 내게 주도권을 주는 거니?”

“전 선생님이 좋거든요. 늘 저희를 위해서 열심이시잖아요.”

“오~ 모이.”


감동했다는 표정으로 가슴팍에 손을 얹는 메이시 선생님에게, 나는 이만 가보겠다고 말하며 일어섰다.


그나저나 워싱턴이면.

“네 번째인가?”


비숍 고먼과의 경기가 끝난 이후부터 오늘까지, 워싱턴 허스키스를 포함한 네 개의 학교가 진학을 제안해왔다.


또 비숍 고먼을 포함한 17개의 고등학교는 진학이 아닌 전학을 제안하며, 10만 달러에서 40만 달러에 달하는 뒷돈을 슬그머니 내밀기도 했다.


물론 돈은 내가 아닌 부모님께 주려고 했지만.

그리고 당연하게도.

부모님은 그를 단칼에 거절했다.


우리가 거지인 줄 아냐면서.

한 사람은 엉덩이를 걷어차이고 쫓겨났다.

농담 아니고.

진짜로.


아무튼.


라스베이거스를 다녀온 다음부터.

나는 확실히 많이 유명해졌다.


TV 방송에서 나와 15살 때의 저스틴 비버 중 누가 더 유명할까를 논할 정도로 말이다.


만약 본토에 살았다면 엄청 피곤했을 거다.

그나마 하와이라서 여유를 가질 수 있다.


“헤~이.”

“안녕, 브리타나.”

“있잖아, 모이. 네가 날 좀 밀어주면 안 될까?”

“퀸 말이야?”

“응.”


메이시 선생님 사무실에서 3교시 수업이 있는 교실로 가는 길까지, 마주치는 모든 퀸 선발 참가자가 하나같이 내게 자신을 지지해 달라고 이야기했다.


일단은 빠져나가야 했기에.

난 생각해보겠다고 답했다.


현재 정배는 치어리더 부의 주장 스테파니와 환골탈태에 성공한 어떤 신입생 여자아이로 알고 있다.


에효.

알 게 뭐람.

얼른 수업이나 들어가야겠다.


***


#. 2016년 10월 5일

#-1. 미국, 하와이 오아후

#-2. 호놀룰루, 카후쿠 CDP

#-3. 카후쿠 고등학교

#-4. 풋볼 필드


요즘 훈련 분위기는 정말 최고다.

다들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든다.


“더 빨리 움직여!”

“다리를 쉬게 놔두지 마!!”

“더 세게 밀어붙여!”


비숍 고먼과의 경기가 끝나고 며칠 뒤부터, ESPN/247Sports/MP와 같은 주요 사이트에서 새롭게 갱신된 고등학교 리크루팅 순위를 올렸기 때문이다.


전체 174위였던 시오엘레는 전체 130위 포지션 5위까지 순위를 끌어 올렸고, 309위였던 로토는 무려 200계단 이상 뛰어올라 98위에 안착하며 Top 100에 진입했다.


하지만.

가장 큰 상승은 다른 이들의 몫이었다.


로이스 파오.

세코페 라투.

칼루나 니히파리.


본래 2,000위 밖이었던 로이스는 인상적인 두 개의 터치다운 덕분에 590위가 됐다.


또 팀의 타이트 엔드 세코페는 Yahoo로부터, [‘카후쿠의 모터 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평과 함께 883위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가장 놀라운 건 칼루나 니히파리다.

쟤는 지금 205위다.


전체 50위 포지션 랭킹 8위 와이드리시버 타이욘 린지(Tyjon Lindsey)를 상대로, 두 번이나 리시브를 저지하는 등 속도에서 대등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눈에 보이는 결과물들이.

팀의 원동력이 되어주고 있다.


“모두 모여!!”


훈련이 끝나고, 감독님이 모두를 모았다.

참고로 올해 정규리그는 끝난 상태다.


우린 OIA 블루 디비전 내에서는 7승 무패의 성적을 거뒀고, 비숍 고먼전 패배는 시즌 전체 성적으로만 기록되어 마지막 순간에 영향을 끼친다.


쓸데없이 복잡한 NFHS 규정 때문이랄까.

애초에 고등학교 팀 랭킹도 제멋대로다.

객관적인 자료가 전혀 못 된다.


아무튼.

우린 한쪽 무릎을 꿇고, 감독님의 이야기를 기다렸다.


“우린 빌어먹도록 좋은 팀이 됐다!”

“···.”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야! 플레이오프! 더 나아가 오픈 디비전 토너먼트에서 그 빌어먹을 세인트 루이스를 물리쳐야 한다! 그래야 전국대회에 나가서 챔피언이 될 수 있어! 무슨 뜻인지 이해하나? 우린 챔피언을 노린다! RED RAIDERS!!”

“OORAH!!”


가빈 트래비스 감독님도 요즘은 본격적으로 내셔널 챔피언을 말하고 있다.


일단 전국대회에 나가려면 앞으로 다섯 번의 승리가 더 필요한데, 마지막이 하와이의 끝판 대장 세인트루이스일 것은 거의 자명한 일이다.


이야기가 끝나고 해산하기 전.

감독님이 나를 따로 호출했다.


“모이? 미안하지만, 앞으로 추가 훈련은 안 했으면 한단다.”

“어째서죠?”

“학교가 너무 유명해졌거든.”

“···.”


확실히 최근 주변을 기웃거리는 사람이 늘었다.

그중 몇몇은 좋은 심보는 아닐 거다.


최대한 조심해서 훈련하곤 있다지만 꼬투리를 잡으면 한없이 많이 잡힐 수도 있는 게 사실이라서, 아쉽지만 감독님의 말을 따라야 할 것 같다.


그리고 나는 이를 친구들에게 전했다.

다들 깜짝 놀라는 모습이다.


“뭐? 진짜로?”

“응. 누가 꼰지르기라도 하면 다 끝나니까.”

“젠장. 하다 안 하면 불안한데.”

“그래서 말인데···.”


필드에서 훈련하지 못한다면.

실내에서 훈련하는 방법도 있다.


“밤 9시 반에 웨이트트레이닝 2시간? 진심이야?”

“응. 일주일에 세 번. 어때?”


로이스와 칼루나는 차가 있다.

또 로토는 임대 주택이 걸어서 3분 거리다.

마르커스랑 카오노히는 숙소에서 재우면 된다.


좁아터지긴 했어도.

세 사람이 잘 정도는 되니까.

내가 바닥에서 자지 뭐.


“아쉬운 대로 그거라도 할까?”

“그리고 앞으론 미팅도 하자.”

“미팅?”

“응. 전술 미팅. 기존의 것들을 복습하는 거야.”

“댐- 그건 좀 땡기는데?”

“네 머릿속에서 기상천외한 것들이 나오잖아.”

“그럼, 할 거야?”

“당빠지-”


전생에서 코치와 감독을 하며, 젊은 선수들에게 매년 했었던 이야기가 있다.


핑계를 대려면 뭐든 댈 수 있듯.

훈련도 하려면 뭐든 할 수 있다.


주로 팀 훈련이면 끝난 줄 아는 녀석들에게 했던 말인데, 그들을 닦달해 체력단련실이나 회의실로 이끌어 더 나은 풋볼 선수로 만들었던 게 바로 나다.


필드에서 훈련하지 못하는 건 아쉬워도.

풋볼 선수로 성장시킬 방법은 많다.


“일단, 오늘은 쉬자.”

“그럼 오랜만에 지오반니나 갈까?”

“좋아. 다들 어때?”

“나 돈 없어.”

“됐어. 오늘은 내가 살게.”


통 크게 나오는 로이스 파오를 형님으로 떠받들며, 우리는 씻고 나서 카후쿠 최고의 인기 식당 지오반니로 향했다.


“이런, 세상에나! 이게 누구야?! 모이!”

“안녕하세요. 자리 있어요?”

“카후쿠의 스타가 왔는데, 없어도 만들어줘야지. 들어오렴. 음식도 무료로 줄 테니까, 마음껏 먹고 가.”


식당의 주인 지오반니 씨의 말에, 로이스를 따르던 친구들이 순식간에 나를 왕으로 떠받들기 시작했다.


“오~ 우리의 왕(Moi)이시여.”

“물 가져다드릴까요?”

“젠-장. 태세 전환 속도 보소.”

“큭큭큭.”


빠르게 만들어진 자리의 테이블 위로, 엄청난 양의 음식이 담긴 접시들이 올라왔다.


이거 꼭.

할머니의 집에 있는 기분인데?


“··· 이거, 너희 할머니 스타일 아냐?”

“나도 방금 그 생각했어.”

“와-우. 이거, 각오하고 먹어야겠는데?”


밥을 먹던 와중, 바로 근처에 골프를 치러 온 관광객들이 날 알아보고 사인을 요청해 왔다.


이것도 근래에 자주 겪는 일이다.

그런데.

어째 내 접시가 굉장히 허전하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여기에 분명.


“헤이! 내 새우 어디 갔어?”


재빨리 눈을 피한 마르커스가 입을 가리고 오물거린다.

이 자식이 범인이네.


그래서 난 바로 헤드록을 걸었다.


"읍-! 읍!

“뱉어 이 새끼야, 뱉어!”

“늦었어. 금방 뱃속에 들어갔어.”

“그럼 뱃속에서 다시 원상복구 시켜서 뱉으라고! 내가 그 새우 깐다고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아?”

“악! 아파! 내가 새로 하나 까줄게, 내가!”

“필요 없어!”

“그럼 어쩌라고?!”

“아까 그 새우 그대로 내놓으라고, 새끼야!”


언제부터인가.

마르커스와 내가 이렇게 놀고(?) 있으면, 친구들은 한편의 시트콤을 본다는 표정으로 우릴 쳐다보곤 했다.


“너희 둘 완전히 덤&더머라니까.”

“뭐?! 왜 얘랑 나랑 엮는 건데?”

“진짜 그렇게 보이는 걸 어떻게 하라고.”

“···.”


자고로 옛말에.

독수리는 비둘기와 함께 날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독수리도 비둘기 무리에 섞이면 비둘기처럼 보인다는 뜻이다.


이게 퍼뜩 생각난 나는 마르커스에게서 떨어졌다.

그러곤 접시를 챙겨 최대한 떨어진 곳에 앉았다.


“대체 뭔 지랄인겨?”

“꺼져. 너랑 나랑은 앞으로 딱 이 정도 거리야.”

“웃기시네.”

“좆까.”

“너나 까.”


아, 젠장.

이게 아닌데.


또 어느샌가 마르커스와 투덕거리고 있다.


“낄낄낄. 것 봐. 내가 말했지? 덤&더머.”

“젠-장. 넌 이제 나한테 말도 걸지 마.”

“새우 하나 가지고 쪼잔하게···.”


누가 처음 말했는지 모르지만.

내 생각에 그는 엄청난 현자다.

뭔 말이냐고?


남자는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애새끼라는 사실을 가장 먼저 안 사람을 이야기하는 거다.


전생에서 40년을 살았고.

이번 삶에서 거의 15년.

그런데도 난 왜 이런 게 즐거울까?


참으로,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


#. 2016년 10월 7일

#-1. 미국, 하와이 오아후

#-2. 호놀룰루, 카후쿠 CDP

#-3. 카후쿠 고등학교

#-4. 교장실


교장실에서 날 찾는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나는 이번에도 틀림없이 리크루팅 때문일 거로 생각했다.


그런데.

내가 틀렸다.


“필요한 거요?”

“그래. 뭐든 들어주마.”

“···.”


존 해거티 교장 선생님은 내가 자리에 앉기 무섭게 필요한 것들은 뭐든 사주겠다고 말씀하셨다.


굉장히 위험한 발언이라는 걸.

본인은 전혀 모른 것 같다.


“혹시 제가 뒷돈을 받는 건가요?”

“뭐? 그럴 리가! 절대 아니란다.”

“그러면 조금 자세히 설명해 주실래요?”


나의 질문에, 선생님들이 서로를 돌아봤다.

그리고 또 선생님이 아닌 분도 계신다.


학교 회계 담당은 또 왜 있는 건데?


“솔직히 말해주면, 비밀을 지켜줄 수 있겠니?”

“불법적인 게 아니라면요.”

“오, 그건 절대 아니란다.”

“그럼 지킬게요.”

“좋아.”


한 번 더 교감 선생님을 바라본 교장 선생님이 어떠한 서류를 내 앞으로 내밀었다.


“언더 아머가 네 유니폼을 파는 건 알지?”

“네. 물론이죠.”

“그 수입이 학교로 들어왔단다.”

“그래요?”

“그래. 그런데 그게···.”

“?”

“생각보다 금액이 많더구나.”

“얼마인데요?”

“서류를 한 번 보겠니?”


고개를 끄덕인 나는 테이블 위 종이를 들어 올렸다.

어디 보자, 적힌 숫자가.


4.

그리고 단위는.


“400만 달러요?”

“··· 엄청나지 않니?”


오, 세상에나.

이거 진짜 엄청난 거 맞네.

고등학교 풋볼 선수가 유니폼으로만 400만 달러를 팔았다.


아니.

이건 정산금이니까.

실제 판매 금액은 두 배쯤 되지 않을까?

그러면 대강 800만 달러다.


중요한 건, 이게 끝이 아닐 거라는 사실이다.

대강 1차 정산금쯤 될 거다.


“그래서 우리는 이 400만 달러 중에 100만 달러 정도는 네게 투자하기로 했단다. 돈으로는 줄 수 없지만, 네게 필요한 것은 제공할 수 있어. 숙소를 새로 짓는 것도 가능하고.”

“아, 그러면.”

“?”

“부탁드릴 게 있어요.”


전에도 말했지만.

학교에는 기숙사가 없다.


그래서 멀리에서 온 애들은 대여섯 명씩 돈을 모아 학교와 가까운 곳의 주택을 임대한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집안 형편이 그나마 괜찮은 애들의 이야기고, 돈이 없는 애들은 임시로 지은 슬럼가에서나 볼 수 있는 형편없는 곳에서 지낸다.


“학교 뒤쪽에 숙소를 만들어주세요.”

“상의해보마. 가능할 거란다.”

“그리고 혹시 돈이 남으면, 체력단련실 있죠? 거기 기구들 좀 새것으로 바꿔주시고요. 그러고도 또 돈이 남으면, 버스. 버스를 바꿔주세요. 중고도 괜찮으니까, 조금 큰 녀석으로요.”


이 모든 게 100만 달러로 될지는 잘 모르겠다.

다행히, 교장 선생님은 알겠다고 했다.


“우선, 체력단련실부터 손보마.”

“멋지네요.”

“네가 우리 학교를 바꾸고 있는 거란다. 그러니까 앞으로도···.”

“사고 치지 않고 풋볼을 잘할게요.”

“하하. 너는 워낙에 똑똑하니까, 믿고 있단다.”


뭔가 해서 왔는데.

완전 비즈니스였다.


학교는 나를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수입을 올릴 것이고, 내 요구를 들어줌으로써 수입의 지속력을 유지하려고 한다.


결국에 내가 풋볼을 잘하면.

4년간 돈은 계속 들어올 테니까.


뭐.

나쁠 것 하나 없는 거래다.


“그럼 가봐도 되나요?”

“그러렴.”

“Yes Sir.”


교장실 밖으로 나선 순간, 지나가던 로토가 날 발견하곤 낄낄거리며 다가왔다.


“무슨 사고 쳤길래, 저기에서 나와?”

“시꺼. 내가 넌 줄 알아?”

“낄낄낄. 아니면, 뭔데?”


친근하게 어깨동무해오는 로토를 올려다보며.

난 의미심장한 눈빛을 보냈다.


“야.”

“?”

“조만간 나를 또 받들어 모실 준비나 하셔.”

“웃기시네.”

“내기할까?”


나를 전혀 믿지 않는 로토의 태도가 180도 바뀐 건, 주말이 지난 월요일 체력단련실을 본 다음이었다.


“어떤데? 앙?”

“··· 씨이팔. 존나게 좋아.”

“말했잖아. 내가 누구라고?”

“모이. 우리의 왕.”

“정답이야.”


작가의말

음, 조만간 또 연참 가능하면 말씀드리고 올리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3

  • 답글
    작성자
    Lv.51 김군0619
    작성일
    24.09.06 15:15
    No. 31

    레이븐즈 팬분들께는 진짜 죄송한 말이지만.
    트레이드 요청했을 때 딴데 갔어야 하지 않나...
    오늘 레이븐즈 오라인 절망이던데요
    물론 마홈즈는 비슷한 오라인데리고 잘하긴 합니다

    라마는 뭔가...
    NBA의 케빈 듀란트 느낌이랄까
    스탯적으로 신이긴 해도
    팀을 승리로 이끌기엔 2%부족한?
    이대로면 전형적인 스탯관리형 듀얼스렛으로 갈수도...

    물론 전 라마가 잘해줘서
    마홈즈 원맨 고트로 가는 분위기를 바꿔줬음 합니다
    자고로 혼돈이 제맛이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4 혈압강림
    작성일
    24.09.06 15:16
    No. 32

    딱 고딩때만 느낄수있는 친구관계들 잼씀

    찬성: 6 | 반대: 0

  • 작성자
    Lv.99 마루군
    작성일
    24.09.06 16:09
    No. 33

    고교생활 약 200편에 대학 리쿠르팅 외전 한 30편 주시고 대학생활은 450편쯤에 프로팀 리쿠르팅 외전 50편쯤...마지막으로 프로생활 500편쯤에 마지막 외전 한 100편 주시면 딱 저랑 맞을거같습니다 ㅇㅅㅇ
    2년정도로 완결각 딱 서고 좋네요 LoL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99 하후묘재
    작성일
    24.09.06 16:47
    No. 34

    SEC 가자
    오늘도 잘 보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유하아빠
    작성일
    24.09.06 18:01
    No. 35

    지오반니 새우트럭인가요? ㅋㅋㅋㅋ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51 김군0619
    작성일
    24.09.06 18:15
    No. 36

    어어엇!
    맞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세상의아침
    작성일
    24.09.06 18:33
    No. 37

    경기 내적인 부분과 외적인 부분의 밸런스가 좋네요. 솔직히 주인공 빼고 다른 선수들 인상이 다소 희미하긴 한데... 아무튼 항상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찬성: 0 | 반대: 1

  • 작성자
    Lv.99 hango
    작성일
    24.09.06 18:45
    No. 38
  • 작성자
    Lv.59 이공02
    작성일
    24.09.07 00:25
    No. 39

    아 너무 재밌고 좋다
    더 보고 싶은데 더이상 볼게 없다는게 아쉽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1 md9913
    작성일
    24.09.07 02:28
    No. 40

    애들 대사들이 영어로 말해지면 딱 분위기가 맞을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게 너무 좋네요. 나중에 본토 가면 리얼 흑인 슬랭도 나올텐데 어떻게 한국어 대사로 묘사하실지 기대가 큽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51 김군0619
    작성일
    24.09.07 02:29
    No. 41

    이미 했는데 반응이.... ㅠㅠㅜ
    씨봉방거
    싸물어
    여물어
    음경!!
    조끄튼거!!
    ...
    다 이상하대요 ㅠㅠ
    연구할게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0 미드키커
    작성일
    24.09.07 09:48
    No. 42

    아ㅋㅋㅋㅋ 씨봉방거가 그래서 나왔구나ㅋㅋㅋㅋ 읽을땐 팍 식었는데 아하ㅋㅋㅋ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0 ly******..
    작성일
    24.09.08 03:52
    No. 43

    잘보고갑니다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미식축구가 너무 쉬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본문 진도와 함께 나아가는 풋볼 용어!! (포지션 추가/09.16) +5 24.09.15 363 0 -
공지 2017/18 카후쿠 고등학교 로스터 24.09.12 402 0 -
공지 2016/17 카후쿠 고등학교 로스터 +3 24.09.07 741 0 -
공지 연재 시간 공지(매일 오후 12시 10분) 24.09.06 239 0 -
공지 추천글 감사합니다. +1 24.09.04 347 0 -
공지 안녕하세요, 김군입니다. +8 24.09.04 1,010 0 -
공지 후원 감사합니다. 24.09.04 8,671 0 -
40 040. 우린 이 승리를 즐길 자격이 있다 NEW +26 12시간 전 4,269 299 19쪽
39 039. 오늘도 우리의 공격은 거침이 없다 +31 24.09.18 6,302 380 18쪽
38 038. 난 성인군자는 아니다 +17 24.09.17 7,315 360 19쪽
37 037. 제가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게 해주세요 +38 24.09.16 7,870 430 19쪽
36 036. 나는 줄곧 그렇게 해왔다 +33 24.09.15 8,567 402 18쪽
35 035. 그러게, 좀 더 잘하지 그랬어 +33 24.09.14 9,258 439 18쪽
34 034. 차라리 오토바이에 치이는 게 나았을 걸? +45 24.09.13 9,740 482 19쪽
33 033. 팬티를 적실 만큼 맹렬한 걸로 +82 24.09.12 10,426 492 19쪽
32 032. 우리의 이번 시즌은 정말 대단할 것 같다 +39 24.09.11 10,666 477 18쪽
31 031. Welcome! 신입생과 전학생! +33 24.09.11 11,056 528 18쪽
30 030. 야, 나한테 뛰어와야지 +69 24.09.10 11,449 708 21쪽
29 029. 터치다운 패스를 만들어야 한다 +33 24.09.09 11,392 547 19쪽
28 028. 아주 많이 즐길만했다. +30 24.09.09 11,829 510 18쪽
27 027. 제대로 된 놈이 하나도 없냐? +34 24.09.08 12,402 514 16쪽
26 026. 어떤 일이든 하는 게 옳다 +41 24.09.07 12,476 594 16쪽
25 025. 순수하게 꿈을 좇고 있을 뿐이다 +29 24.09.07 12,755 496 19쪽
» 024. 나쁠 것 하나 없는 거래다 +43 24.09.06 13,225 585 19쪽
23 023. 입맛이 그리 텁텁하지만은 않다 +35 24.09.05 13,498 601 20쪽
22 022. 엄-청 시끌벅적하겠지? +60 24.09.04 13,441 637 19쪽
21 021. 와- 오늘도 보람찬 하루였어 +28 24.09.04 13,413 521 17쪽
20 020. 역시. 키워 쓰는 맛은 각별하다 +31 24.09.03 14,068 512 19쪽
19 019. 지금 여기, 살아 있노라 외치고 싶어진다 +34 24.09.02 14,288 566 17쪽
18 018. 아무 일도 없었지만, 더럽혀진 것 같아 +25 24.09.02 14,595 505 1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