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축구가 너무 쉬움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스포츠, 현대판타지

새글

김군0619
작품등록일 :
2024.08.19 13:29
최근연재일 :
2024.09.19 12:10
연재수 :
40 회
조회수 :
550,105
추천수 :
20,409
글자수 :
304,972

작성
24.09.15 12:10
조회
8,566
추천
402
글자
18쪽

036. 나는 줄곧 그렇게 해왔다

DUMMY

#. 2017년 9월 6일

#-1. 미국, 유타 프로보

#-2. 브리검 영 대학교


여긴 커다란 곳이다.

정말, 정말 커다랗다.


전 세계에 있는 모든 사립 대학 중 가장 큰 캠퍼스란 명성을 과시라도 하듯, 브리검 영 대학교(이하 BYU)는 내게 그 웅장한 자태를 보여주었다.


“바로 여기가 신입생들이 머무는 곳입니다.”

“시설이 좋아 보이네요.”

“전부, 하느님의 은혜죠. 멋진 선배님들이 학교를 위해 잊지 않고 후원금을 보내주니까요.”


돈으로 만든 커다란 캠퍼스뿐만 아니라.

BYU를 상징하는 다른 것들이 있다.


모르몬교.

아너 코드(Honor Code).

초코우유.


그리고.


“그럼 이제, 풋볼 필드로 가볼까요?”

“기다리기 힘들었어요.”

“하하. 따라오세요.”


풋볼.


현재 앞에서 걷는 여성은 루시 헌트라는 분으로.

BYU의 홍보 담당자다.


“와우.”

“응?”

“이거 맛있네.”

“벌써 다 드셨어요?”

“갤런 정도는 우습게 마시겠어.”


가빈 트래비스 감독님이 손에 쥐고 있는 빈 플라스틱 병을 보며 아쉬운 입맛을 다신다.


그래서 난 들고 있던 것을 감독님께 건넸다.

나중에 하나 더 달라고 하지 뭐.


“이것 때문에라도 BYU로 진학하는 녀석도 있겠는데?”

“그 정도예요?”

“최고야. 크리미하면서도 전혀 느끼하지 않고.”


대체 언제부터 감독님이 초코우유의 전문가가 되셨는지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굉장한 맛인가 보다.


아무튼.


현재 내가 감독님과 함께 BYU 홍보담당자를 따라 캠퍼스를 걷고 있는 이유는 바로, 며칠 전 이곳에서 정식으로 방문을 요청해 왔기 때문이다.


학교에 도착한 서신은 대단히 정중하면서도.

또 종교적인 내용을 담았다고 한다.


내용에 감동한 교장 선생님은 이를 받아들였다.

그리고 나 역시 마찬가지.

감동은 하진 않았고.


하와이 또한 BYU처럼 모르몬교와 떼래야 뗄 수 없는 관계기에, 정중한 요청을 거절하는 것 자체가 어딘가 옳지 않게 느껴졌다.


그나저나 진짜.

더럽게 넓네.


총면적만 무려 560에이커(2.3 ㎢)란다.

빌딩도 311개나 있다.

믿겨지나?

대학 캠퍼스 건물이 311개나 있는 거다.


이 정도면 카후쿠나 파이아의 민가보다 많다.

참고로 카후쿠가 대략 6㎢정도 크기다.


즉 대학 캠퍼스 하나가 카후쿠의 1/3보다 크다는 뜻인데, 이곳에서 길을 잃고 기도하는 사람이 분명 있을 거란 생각을 해본다.


“저희 하와이 캠퍼스는 가보셨나요?”

“아뇨. 애석하게도요.”

“거기도 멋진 곳이랍니다. 꼭 가보세요.”

“시간이 되면 꼭 그럴게요.”


예의 바른 척을 하기가 엄청 힘들다.

사실 입고 온 옷도 좀 끼고.


급하게 셔츠를 구한다고 대충 아무거나 골라 입다 보니, 목과 팔뚝 부근이 당장이라도 터져나갈 것 같다.


동작을 크게 하지 못하는 이유다.

안 그래도 아까 단추 하나가 터졌다.

대충 바느질을 하긴 했지만.


“저기, 필드가 보이죠?”

“라벨 에드워즈 스타디움이네요.”

“오-! 이름을 알고 있었어요?”

“구글을 좀 돌려봤죠.”

“잘하셨어요.”


쿠거스가 사용하는 경기장의 명칭은 BYU 역사상 최고의 풋볼팀 감독이었던 분의 이름을 따서 지어졌다.


라벨 에드워즈라는 사람인데.

딱히 몰라도 상관없다.


하지만, 스티브 영은 그렇지 않다.

조 몬태나의 뒤를 이었던 전설적인 쿼터백.


왼손잡이로서 포티나이너스의 황금기를 완성했고.

바로 이곳 BYU 출신이다.


외에도 짐 맥마흔이나 마크 윌슨과 같은 우수한 쿼터백들도 BYU를 졸업하고 NFL에서 스타가 됐다.


끼-익.

탁.


캠퍼스를 구경하기 위해서 차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는 지금, 우린 주차장에서 내려 스타디움 쪽으로 걸어갔다.


“우선, 감독님을 먼저 만날 거예요.”

“넵.”


루시 헌트를 따라 얼마를 더 걷자.

한 사무실 앞에 도착하게 됐다.


똑똑똑-


노크 후 문을 연 루시가 먼저 안으로 들어갔다.

감독님이 그 뒤를 따랐고,

나도 냉큼 안으로 들어섰다.


딸깍.


문 옆에서 기다리고 있던 루시가 문을 닫았고, 책상 앞에 앉아있던 남자분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내게 너무 익숙한 얼굴과 체형.

그렇다.

폴레네시안이다.


“반갑습니다. 환영하네.”


감독님에 이어 차례대로 나와 악수한 이분이 BYU의 감독 칼라니 시타케(Kalani Sitake)다.


통가 출신으로 신시내티 벵갈스의 풀백으로 NFL에 진출하기까지 했지만, 데뷔 시즌 등을 크게 다치며 그대로 은퇴하게 되고 말았다.


하지만 대단한 분인 게, 좌절할 법도 한데 수술 회복 후 곧바로 이스턴 애리조나 전문대의 코치가 되었다.


보통 정신력으론 불가능한 일이다.

역시, 우리 폴리네시안들이란.

강인하기론 둘째가라면 서럽다.


나도 마찬가지고.


“캠퍼스는 어땠나?”

“넓더라고요.”

“하하. 솔직한 대답이군. 마음에 들어.”

“그게 제 최고 매력이죠.”

“좋아. 아주 좋아. 당당해.”


BYU가 학교에 따로 서신을 보낸 이유는 당연하게도 날 리쿠르팅 하기 위해서다.


물론.

난 이곳에서 뛸 생각이 없다.


종교적인 이유에서 칼같이 거절하기가 힘들어 시늉이라도 하려고 여기에 온 것뿐이다.


또 예비 연습이기도 하고.

나중에 여러 대학을 방문하게 될 테니까.

이런 걸 미리 경험해서 나쁠 건 없다.


“이만 나가지. 시설을 소개해주겠어.”


다시 사람들과 함께 밖으로 나가.

경기장 내부 곳곳을 돌아다녔다.


확실히.

D1 팀이라 그런지 시설이 엄청 좋다.


당연히 전생에서 내가 맡았었던 제츠의 홈구장에 비할 바는 되지 못했지만, 막대한 돈이 시설 곳곳에 투자되어 있다는 것은 분명했다.


매년 전 세계 모르몬교에 모금 되는 십일조 금액의 일부가 BYU로 흘러 들어오는데, 그 규모만 매년 십 수억 달러를 가볍게 넘어선다.


캠퍼스도 그렇고 스타디움도 그렇고.

십일조 금액이 엄청나단 증거들이다.


“여긴, 체육관이고.”

“워우. 잠시만 둘러봐도 되나요?”

“하하. 역시나군. 얼마든지.”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못 지나치듯.

나도 체육관을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최근에 또 카후쿠에 새로운 기구 몇 개가 들어오면서 환경이 더 좋아졌지만, 아무래도 이곳이 훨씬 크기도 크고 이것저것 해볼 것들도 많다.


프리웨이트 장소가 넓고 커서 좋네.

덤벨도 넉넉하고.

다른 대학도 아마 그렇겠지?


좋아.

여길 기준점으로 삼자.

내가 갈 곳은 어디든.

여기보다는 시설이 좋았으면 좋겠다.


이렇게 멋대로 BYU를 기준 삼은 후에야.

나는 미련 없이 체육관을 떠났다.


다음으로 향한 곳은 라커룸이다.


아직 대학이 수업에 한창일 때라 아무도 없을 줄 알았는데, 운동복을 갖춰 입은 남자 하나가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반가워. 난 태너 매그넘이야.”


워-우.

매그넘?

그거 근사한 이름일세.

무조건 샷 건이나 피스톨을 해야 할 것 같잖아?


태너 매그넘은 현재 BYU의 주장으로, 포지션은 당연하게도 쿼터백이었다.


정통 모르몬교도인가?


“응.”

“그럼, 선교도 다녀온 거야?”

“신입생 시즌에. 그레이 셔츠를 신청했지.”


BYU에 입학하는 학생들은 반드시 모르몬교도여야 한다.

하지만, 체육특기생은 꼭 그럴 필욘 없다.


그런데 태너 매그넘은 가족 전체가 모르몬교도였고, 그래서 대학을 1년 쉬고 선교 활동을 다녀왔다.


모르몬교도가 NFL에 드문 이유랄까?

이들은 대체로 나이가 1살 많다.

3학년 얼리 드래프터가 졸업반과 나이가 같다.

졸업반은 사실상 프로 1년 차고.


종교적 사명감으로 온 몸을 꽉 채운 것 같은 바른 사나이 태너 매그넘은 내게 시설을 보여주면서 굉장히 뿌듯해 했다.


우리는 마침내 필드로 나섰다.


“어때? 멋지지 않아?”

“그러네.”


경기장 내부 시설을 볼 때 이미 결정된 거지만.

필드는 완벽하게 관리되어 있었다.

앞에 펼쳐진 잔디가 정말 정말 근사했다.


양쪽 깎아 지르는 듯한 관중석 위로 보이는 하늘. 사방으로 뻥 뚫린 광경을 보고 있으면, 세상에 오직 이곳만 존재하는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아포칼립스 속 살아남은 유일한 풋볼 경기장.

종교적 색채가 더해져 더 그럴싸했다.


분명 멋진 일이 될 것 같다.

여기에서 경기를 하게 된다면.

하지만.

다른 곳이 훨씬 근사할 거다.


시설을 소개 받고 다시 감독실로 돌아왔을 때, 칼라니 시타케가 본론을 꺼내 들었다.


“어떠니? 우리 BYU에서 뛰는 건.”

“한번 생각해볼게요.”

“···.”


지금의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을 거라는 걸 안다.

실제 지금 칼라니 시타케의 표정도 그랬다.


하지만, 한편으론 궁금했다.


정말 날 설득할 수 있을 줄 알았나?

고작 이 정도의 시설로?

무엇보다, 여긴 진짜 재미없는 곳이거든?


유타는 주(州) 자체가 모르몬교가 지배하는 동네라서 주민 전체가 매우 경건한 삶을 산다.


그러면서도 꾸준히 일부다처제를 주장한다는 면은 참으로 재미있었지만, 어쨌든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야 한다면 차라리 하와이 대학으로 진학하겠다.


모르몬교라는 유대를 앞세워 나를 어떻게 해보려는 것 같았는데, 가족을 따라 종교를 가지기는 했지만 내게 딱히 중요한 부분은 아니다.


중요한 건 가족과 풋볼.

이것 딱 두 개뿐이다.


묘한 분위기 속에 나는 질문에 몇 마디를 더 대답했고, 결국 오늘 당장 사인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은 킬라니 시타케는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뻗어왔다.


그리고 그렇게 끝.

나의 BYU 방문이 끝났다.


“다음에 또 보자꾸나.”

“네. 기회가 된다면요.”


탁.


대학에서 불러준 택시를 타고.

학교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감독님께 물으니, 솔트레이크 시티에 있는 유타스 호글 동물원이라는 곳이란다.


본토까지 와서 고등학생이 동물원이라니.

진짜, 이렇게 지루한 동네도 없을 거다.


그런데.

내가 깜빡한 게 있다.


“댐-!! 저 커다란 게 코끼리 똥이란 말이야?!”

“오- 기린! 기린이다!!”

“공작아, 공작아. 날개를 펼쳐보렴-”

“누가 나 사진 좀 찍어줘!!”

“···.”


아-

지랄.


동물들에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친구들을 보게 된 순간, 나는 우리가 섬 촌놈이라는 것을 깨달아 버렸다.


그런데 그건 그렇고.

카오노히.

저 병신은 지금 뭐 하는 거야?


“고릴라랑 눈싸움.”

“··· 저거 침팬지 아냐?”

“응? 뭐가 다른 거야?”

“하아- 됐다. 됐어.”


고릴라와 침팬지가 다르다는 것도 모르는 마르커스의 어깨를 두드리며 돌아서기 무섭게, 나는 눈앞에서 펼쳐지는 풍경에 그만 말문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싼다-! 드디어 싼드아아아아-!!”

“저 큰 좆으로 오줌을 싸아아아-!!”

“아주 그냥 홍수를 내버려!!”


이건 뭐 원시인들도 아니고.

불이라도 발견했냐?


코끼리의 소변에 잔뜩 흥분한 레드 레이더스 풋볼팀 선수들이 조용해진 건, 보다 못한 동물원 직원이 조용히 하지 않으면 쫓아내겠다고 한 다음이었다.


쟤네랑 엮지 마, 씨팔.

엮지 마.

성질이 뻗쳐서, 정말.

엮지 마!


라고 외치고 싶은 기분이 드는 순간이다.


***


#. 2017년 9월 8일

#-1. 미국, 유타 솔트레이크 시티

#-2. 익스텐디드 스테이 아메리카


이틀 전 내가 BYU를 방문했다는 사실은 몇 시간 뒤에 본토 전체로 퍼져나갔다.


ABC와 NBC, CBS 그리고 Fox Sports와 같은 전국 단위의 채널들은 그들의 저녁 첫 번째 뉴스로 내가 BYU를 방문했단 사실을 알렸다.


계약을 한 것도 아니고 단순 캠퍼스 방문이 최근 화두로 떠오른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 전쟁 뉴스를 이긴 것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기분이 째졌다.


그리고 그때부터 인내심을 빠르게 바닥 낸 대학이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지금 거기에 막 UCLA가 세 번째로 이름을 올렸다.


“친애하는 모이. 오는 12월···.”

“댐-! 이거 실화야?”


어쩌다 보니.

내 이메일과 전화는 거의 반 공공재가 됐다.


부계정을 몇 개나 파서 쓰고 있긴 했지만, 그것마저도 며칠이 지나면 어느새 모(某) 대학팀에 리스트업이 됐다.


심지어는 어떻게 알았는지 내 전화번호로 메시지가 오기도 했는데, 본토로 오기 전에 번호를 바꿨는데도 어떻게 알고 UCLA가 장문을 보내왔다.


요약하자면.


@@@

12월에 우리 캠퍼스 오셈.

시설 좋고.

L.A 날씨 최고.

추신 – 예쁜 애들 짱 많음.

다 네 거가 될 것임.

@@@


대강 이런 내용이다.


굳이 추신을 가져다 붙여야 했느냐는 생각도 잠시 들었지만, 저들대로 답답할 거란 생각을 하니 무슨 짓을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것 같았다.


무엇보다.

여자는 NCAA D1 리쿠르팅과 뗄 수 없는 존재다.


전생에서도 이런 쪽으로는 워낙 유명했고, 이번 생에서도 Uconn 대학 농구팀이 전문 매춘부들을 불러 농구팀 유망주에게 잠자리를 제공해오다가 자격을 박탈당했다.


매춘은 주로 학교 외곽의 허름한 모텔에서 이뤄졌으며, 주변 경비는 무슨 51구역 저리가라할 정도로 삼엄했다고 한다.


하지만 돈이 만족스럽지 않았던 한 매춘부의 폭로로 진실이 밝혀졌고, NCAA의 추악한 일면이 다시금 세상에 드러났다.


물론, 당연한 말이지만.

사람들은 바로 관심을 거뒀다.

대중이 원하는 건 그게 아니다.


아무튼.


UCLA가 끝에 여자 이야기를 은근슬쩍 가져다 붙인 건, 내가 원한다면 그렇게 해줄 수도 있다는 뜻일 거다.


전화기를 건넨 마르커스가 내게 물었다.


“브루인스로 갈 거야?”

“뭐, 여긴 후보지 중 하나지.”

“진짜?”

“Yup.”


Pac-12 소속의 UCLA는 나름 호승심을 자극하는 대학 중에 하나다.


가진 팬덤 자체도 워낙에 컸고, 단 한 번도 D1을 지배하지 못한 팀이라는 것도 좋았다.


“미쳤냐? 그게 좋아?”

“내가 가서 우승시키면, 세상이 뒤집힐 거잖아. 안 그래?”

“니미럴. 그래 너 잘 났다.”

“나도 알아.”

“씨팔! 늘 이래! 본전도 못 찾아!”

“큭큭큭.”


삐진 척을 하는 마르커스를 달랜 후.

나는 솔직히 UCLA가 끌리는 이유를 말했다.


일단은 첫째, L.A라는 점.

날씨와 환경 모든 게 완벽하다.

그리고 풋볼에 목마른 동네다.


나름 농구나 야구에선 레이커스와 다저스라는 명문 팀을 보유했지만, L.A에 있는 두 개의 풋볼팀 램스와 차저스는 슈퍼볼과는 거리가 조금 있다.


그나마 램스가 1999년 슈퍼볼을 들어 올린 반면, 로스앤젤레스 차저스는 역사를 통틀어 슈퍼볼 우승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이런 L.A의 암울한 풋볼 역사는 NCAA도 예외는 아니어서, 캘리포니아에서 내셔널 챔피언이 나온 것 자체가 1954년이 마지막이다.


그러니, 생각해보라.

내가 UCLA를 우승으로 이끈다면?

캘리포니아가 미쳐 날뛸 거다.


물론 Pac-12가 그리 매력적인 디비전도 아니고 또 SEC의 매력에 강한 유혹을 느끼곤 있지만, 이런 상상을 하는 것만으로도 아드레날린이 샘솟는 건 분명했다.


UCLA가 후보에 있는 이유랄까.


“늘 느끼지만, 넌 진짜 돌+아이야.”

“스톤이잖아. 그건 당연한 거야.”


가족들은 당연히 스톤 가문의 장남이 석(石)이 나갔다는 소리를 들으면 좋아하지 않겠지만, 나는 나름 이것을 즐기고 있다.


“그런데.”

“응?”

“UCLA가 세 번째라고?”

“응. 미시건이랑 베일러.”

“걔네들도 메시지를 보냈어?”

“엄마한테. 캡쳐해 뒀는데 볼래?”

“오- 보자. 궁금해.”

“심심하기도 하고.”


Big Ten 소속의 미시건 울버린과 Big 12의 베일러 베어스도 나를 학교로 초대했다.


하지만 미시건은 겨울이 너무 길고 추운 동네라서 가기 싫고, 베일러는 최근 들어 리쿠르팅을 너무 못해서 학교가 잘할 의지가 있는 지가 의심됐다.


올해도 5-Star 리쿠르팅은 하나도 없고.

4-Star도 그나마 넷 뿐이다.


또 애초에 Big 12가 경쟁력이 가장 떨어지는 컨퍼런스기도 해서, 내가 베일러로 가게 되는 일은 없을 거라고 장담할 수 있다.


그럴 바엔 BYU가고 말지.

아니.

그건 또 아닌가?


“모이.”

“왜?”

“이거 진지하게 하는 말인데?”

“아- 듣기도 전에 쌉쳐. 또 헛소리 하려고?”

“아니, 진짜. 진지하게.”


진지하다는 말을 믿진 않지만.

그래도 일단 들어는 보겠다.


마르커스가 머리를 가볍게 긁적이더니 내게 이런 말을 했다.


“나중에 네 가방을 들게 해줘.”

“뭐??”

“아니면 운전이라든가.”

“좆까. 왜 그런 말을 하는 건데?”

“나 진지하다니까?”


내가 NFL에 뛰어들었을 때 매니저 비슷한 게 되고 싶다고 말하는 마르커스에게, 나는 호들갑 그만 떨고 그만 방으로 돌아가라며 발로 걷어찼다.


마르커스는 쫓겨나는 순간까지도.

“오! 나 그럼, 요리 배울까?”

“꼬추 긁은 손으로 요리하려고? 좆까!”

“손 깨끗이 씻을게!”

라는 등의 헛소리를 멈추지 않았다.


마르커스는 진짜 좋은 친구다.

그리고 쟤도 풋볼 선수로 성공할 수 있다.

좋은 재능을 가지고 있으니까.


습관적인 본인 내려치기기가 그 좋은 재능을 막고 있단 사실도 모르고, 내 친구는 자신이 NFL 선수가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조금도 하고 있지 않다.


속상하냐고?

당연히.


전생에서 감독을 했었을 때도 가장 답답했던 부분이다.

저런 식으로 본인의 가능성과 시간을 날리는 거.


과연 알는지 모르겠다.

세상엔, 돌이킬 수 없는 것들도 있다는 걸.


돌이킬 수 없는 행복과.

돌이킬 수 없는 만남.

돌이킬 수 없는 시간.


젊음은 인간에게 기회가 많을 것이라는 거짓말을 하지만, 한 개인에게 주어진 기회는 무한하지도 또 공평하지도 않다.


그러니 우린 주어진 시간을 잘 활용해야 한다.

자신이 가장 행복한 곳이 아닌.

자신이 가장 행복해질 수 있는 곳에.


두 번째 삶을 살기 시작한 후.

나는 줄곧 그렇게 해왔다.


드르륵-


저녁 9시 10분, 친구들은 모두 돌아갔다.

나는 의자를 빼고 앉아 플레이 북을 폈다.

같은 방을 쓰는 룸메이트는 만화책을 보고 있다.


비로소 찾아온 평화.

난 플레이 북을 읽으면서 내일 있을 경기를 생각했다.

다행히 우린 여전히 굶주려 있고.

내일 세상에 증명하길 원한다.


하와이의 섬 전사들이 D1에 갈 재능이라고.

그리고 난.

그런 친구들을 기꺼이 도울 생각이다.


나의 성공이.

곧 팀의 성공.

그리고 동시에.

친구들의 성공이 된다.


쿼터백이라면 당연히 짊어져야 할 이런 부담감은 절대 가볍지 않지만, 처음부터 각오를 했던 만큼 나는 평소처럼 행동하고 또 생각할 수 있다.


“챈들러 빙. 알파 30.”


내일 사용할 공격 작전 콜을 암기하며.

나는 고개를 들고 천천히 눈을 감았다.


머릿속에.

필드와 그 위에서 뛰는 동료들이 훤히 그려지고 있다.


작가의말

본문에 나온 Uconn 스캔들은 전설이었습니다.

명장 하나의 목이 댕겅 날아갔죠.


이젠 9월도 여름이네요.

내일 또 뵐게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3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미식축구가 너무 쉬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본문 진도와 함께 나아가는 풋볼 용어!! (포지션 추가/09.16) +5 24.09.15 363 0 -
공지 2017/18 카후쿠 고등학교 로스터 24.09.12 402 0 -
공지 2016/17 카후쿠 고등학교 로스터 +3 24.09.07 741 0 -
공지 연재 시간 공지(매일 오후 12시 10분) 24.09.06 239 0 -
공지 추천글 감사합니다. +1 24.09.04 347 0 -
공지 안녕하세요, 김군입니다. +8 24.09.04 1,010 0 -
공지 후원 감사합니다. 24.09.04 8,671 0 -
40 040. 우린 이 승리를 즐길 자격이 있다 NEW +26 12시간 전 4,269 299 19쪽
39 039. 오늘도 우리의 공격은 거침이 없다 +31 24.09.18 6,302 380 18쪽
38 038. 난 성인군자는 아니다 +17 24.09.17 7,315 360 19쪽
37 037. 제가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게 해주세요 +38 24.09.16 7,870 430 19쪽
» 036. 나는 줄곧 그렇게 해왔다 +33 24.09.15 8,567 402 18쪽
35 035. 그러게, 좀 더 잘하지 그랬어 +33 24.09.14 9,258 439 18쪽
34 034. 차라리 오토바이에 치이는 게 나았을 걸? +45 24.09.13 9,740 482 19쪽
33 033. 팬티를 적실 만큼 맹렬한 걸로 +82 24.09.12 10,426 492 19쪽
32 032. 우리의 이번 시즌은 정말 대단할 것 같다 +39 24.09.11 10,666 477 18쪽
31 031. Welcome! 신입생과 전학생! +33 24.09.11 11,056 528 18쪽
30 030. 야, 나한테 뛰어와야지 +69 24.09.10 11,449 708 21쪽
29 029. 터치다운 패스를 만들어야 한다 +33 24.09.09 11,392 547 19쪽
28 028. 아주 많이 즐길만했다. +30 24.09.09 11,829 510 18쪽
27 027. 제대로 된 놈이 하나도 없냐? +34 24.09.08 12,401 514 16쪽
26 026. 어떤 일이든 하는 게 옳다 +41 24.09.07 12,476 594 16쪽
25 025. 순수하게 꿈을 좇고 있을 뿐이다 +29 24.09.07 12,755 496 19쪽
24 024. 나쁠 것 하나 없는 거래다 +43 24.09.06 13,224 585 19쪽
23 023. 입맛이 그리 텁텁하지만은 않다 +35 24.09.05 13,498 601 20쪽
22 022. 엄-청 시끌벅적하겠지? +60 24.09.04 13,441 637 19쪽
21 021. 와- 오늘도 보람찬 하루였어 +28 24.09.04 13,412 521 17쪽
20 020. 역시. 키워 쓰는 맛은 각별하다 +31 24.09.03 14,068 512 19쪽
19 019. 지금 여기, 살아 있노라 외치고 싶어진다 +34 24.09.02 14,288 566 17쪽
18 018. 아무 일도 없었지만, 더럽혀진 것 같아 +25 24.09.02 14,595 505 1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