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0. 우린 이 승리를 즐길 자격이 있다
▷ 2017.10.20. GAME SET
10 17 21 10 – 58 카후쿠
00 00 03 00 – 03 캠벨
***
#. 2017년 10월 21일
#-1. 미국, 하와이 오아후
#-2. 호놀룰루 CDP
#-3. 와이나 하이나
매년 5월 말에서 6월 사이.
NCAA D1 풋볼팀은 어떤 이벤트를 주최한다.
일명 Football Prospects Camp.
전미에 있는 9학년부터 12학년들을 대상으로.
대학 방식의 훈련을 알려주는 것이다.
말이 그렇지 사실.
이건 그냥 템퍼링이다.
좋은 재능을 먼저 선점하려는.
캠프를 빙자한 리쿠르팅.
당연히 내게도 과거부터 캠프에 참석해 달라는 요청이 많이 왔는데, 그동안은 거절했으나 내년엔 참가해볼 생각이다.
그러던 중 때마침.
제안을 받게 됐다.
그것도.
“이건 리쿠르팅은 아닐세.”
“···.”
“자네에게 우리 대학을 보여주고 싶은 거야.”
하와이로 찾아온 감독으로부터 직접.
나는 눈앞에 있는 남성을 쳐다봤다.
에드 오게런(Ed Orgeron).
루이지애나 주립 대학.
약칭 LSU의 풋볼팀 감독이다.
“물론, 자네의 기량도 확인하고 싶고.”
작년 시즌 초반 내게 관심을 표현했던 대학은 NCAA D1 팀 전부였다.
그리고 그중.
58개 대학이 장학금을 제안했다.
나는 그걸 전부 거절한 상태고.
LSU는 그 58개 대학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지금도 리쿠르팅은 아니라 못을 박았다.
그럴 리가.
뻔히 다 아는데.
왜 그러셔.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건.
LSU가 꽤 성실히 조사를 해왔다는 거다.
무슨 뜻이냐고?
우리 스톤들의 환심을 사는 법을 알았거든.
초면엔 최소한의 성의만 보이는 거.
그리고 공손하고 예의 바른 거.
에드 오게런은 내게 캠프 참가 비용 150달러만 들고 오면, 비행기 표는 본인들이 끊어주겠다고 했다.
본인들은 비행기 푯값으로 성의를 보이고.
난 캠프 비용을 냄으로써.
스스로 참가했단 의지를 내비칠 수 있다.
음-
조건은 마음에 든다.
또 LSU 타이거스면 SEC에 속한 팀이라서.
뭔가 재미있는 일이 만들어질 것도 같았다.
다른 SEC 대학은 어떻게 반응할까?
다른 컨퍼런스 쪽 대학들은?
틀림없이 무언가 연쇄반응이 일어날 것이기에, 그로부터 내게 필요한 것을 얻을 수 있을 거라는 계산이 섰다.
무엇보다 터무니없는 조건을 내세워 환심을 사 족쇄를 채우려던 대학들을 엿 먹일 수 있다는 게 마음에 들었다.
어떤 대학들은 캠프 참가와 관련된 모든 비용 일체를 포함, 대학과 대학 주변의 관광지를 투어하는 비용까지 약속하는 내용이 담긴 메일을 보내어 왔다.
가족들을 전부 다 데려오라는 곳도 있었다.
그런데 그거 있잖아?
그게 다 빚이거든.
어떤 식으로든 마음의 빚을 달아두려는 거.
그런 방식으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는 게 괘씸했다.
그래서.
난 지금 이렇게 대답을 하겠다.
“좋아요. 일정이 언제죠?”
“정말인가?”
“네. 내년 LSU 캠프에 참가할게요.”
“6월 1일부터 이틀이네.”
“원데이 캠프가 아니군요.”
“SEC의 캠프는 늘 이틀이었지.”
희미하게 웃어 보인 에드 오게런이 안주머니를 뒤적여 캠프 초대장을 내게 내밀었다.
“필요한 건 거기에 다 적혀있네.”
“나중에 꼭 읽어볼게요.”
“하하. 이거 멋지군. 그럼.”
“바로 일어나시게요?”
“말하지 않았나. 이건 리쿠르팅이 아닐세. 난 이곳에 자네를 캠프에 부르러 왔고, 목적을 달성했으니 더는 토요일을 빼앗을 생각이 없네.”
젠장.
만약 내가 56살만 아니었다면.
호감지수가 천장을 뚫었을 거다.
지금 이렇게 하는 것 역시 교묘하고 장기적인 관점의 리쿠르팅이라는 걸 알았기에, 난 최대한 겉으로 고마워하며 에드 오게런을 배웅했다.
현관에서 신발을 신던 도중.
오게런이 날 보며 물었다.
“아, 한 가지.”
“Yes, Sir.”
“근처에 맛있는 음식점이 있나?”
“··· 하하. 렌트를 하셨나요?”
“택시를 탔네.”
“음- 면허는 있으시죠?”
“물론이지. 그런데, 그건 왜?”
“따라오세요. 태워드릴게요.”
하와이는 15.5세부터 면허를 딸 수 있다.
진짜 면허는 아니고 연수허가서지만.
아무튼.
보조석에 운전면허가 있는 사람이 탑승한 때에 한 해, 연수허가서 있는 사람은 운전을 할 수 있다.
“하하. 식당에 차를 두고 뛰어오면 돼요.”
“뭐?”
“할아버지 친구 분의 식당이거든요.”
“아···.”
“잠시만 밖에서 계세요.”
에드 오게런의 신발을 보니.
본토 사람이라는 게 티가 났다.
운동화라고?
물론 나도 식당에서 집까지 달릴 생각이라서 운동화를 신긴 했지만, 우리는 보통 플립-플롭스다.
차고의 문을 열어.
할머니가 선물해준 차에 올라탔다.
1985년식 중고 임팔라인데.
진짜 매력이 끝내주는 차다.
부르응-
기분 좋은 배기음을 내며.
난 오게런의 앞에 차를 세웠다.
“타세요.”
“실례하지.”
탁.
할아버지 친구분의 식당까지는 차로 12분이 걸리고.
나는 그동안 대화를 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많은 대학의 감독 혹은 리쿠르터들을 만났지만, 10분 이상을 대화해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에드 오게런의 첫인상은 좋았다.
대학을 정하는 데 영향은 없겠지만.
그래도.
좋은 게 좋은 거라고.
“LSU는 어떤 팀이예요?”
“관심이 있는 건가?”
“모든 D1 팀에 관심이 있죠. 어디가 될지는 모르지만, 나중에 제가 뛸 수도 있는 팀이니까요.”
“하하. 실은, 쿼터백 하나를 데려왔네.”
“리쿠르팅으로요?”
“아니. 전학생이야. 버카이즈 출신이지.”
“OSU군요.”
에드 오게런이 금방 말한 쿼터백 전학생의 이름은 조 버로우(Joe Burrow)다.
바로 주전을 맡길 생각이라는데.
매우 똑똑한 남자라고 했다.
OSU에서 레드셔츠 포함 3년을 보내고 LSU로 전학을 왔으며, 졸업 학점을 전부 이수해서 졸업생 편입 제도를 이용했단다.
“그거 좋네요. QB가 똑똑하면 최고죠.”
“자네도 학점이 좋지 않나?”
“Yup. 작년 3.9점이었어요.”
“환상적이군.”
실은 4.0점 만점인데.
망할 역사 시험에서 실수를 해버렸다.
전생의 기억을 써버렸지 뭐람.
선생님은 나보고 소설도 쓰냐고 했다.
그래도 인상적이라서 B+는 주겠지만, 다음부터 이러면 얄짤없이 D-라며 신경을 쓰랬다.
“말고도 좋은 선수들이 있네. 클라이드. 최고의 러닝백이지. 저스틴 제퍼슨은 NFL급 리시버고.”
“무기가 좋은가 봐요.”
“유망한 친구들도 많아. 2년 내 최고가 될.”
“흠- 공교롭게 제 졸업 시기와 겹치네요.”
“···.”
지금 내 말에.
에드 오게런의 눈빛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하고 싶은 말을 꾹 참는 듯한 모습이다.
이거 재미있네.
아까부터 계속 리쿠르팅이 아니라고 주장해왔으니, 인제 와서 미끼를 덥석 물고 LSU로 오라고 하기도 어려울 거다.
쓰-읍.
그만 놀릴까?
아쉽지만 참기로 한다.
주제를 바꿔야겠다.
“캠프는 어떤 방식이에요?”
“오. 그거라면.”
역시나.
캠프를 빙자한 콤바인이 맞다.
당연하겠지.
나 말고도 누가 오냐고 물으니.
루이지애나 출신 유망주는 거의 올 거랬다.
다른 지역 출신은 그럼 나 하나뿐인가?
“아마, 그럴 확률이 높아.”
“하와이 촌놈의 등장에 다들 긴장하겠는데요?”
“하하. 배짱 한번 두둑하군.”
“Oorah. 레드 레이더스 출신은 다 그렇죠.”
“흠- 카나이던가? 그 친구 괜찮더군.”
“넵, 넵. 괜찮은 애들 많죠.”
친구들 얘기가 나와서 신이 나.
나는 잔뜩 이름을 나열했다.
D1.
그중에서도 SEC에서 뛸 레벨들은 아니지만.
난 진정으로 동료들의 잠재력을 믿었다.
“걔네랑 전국 Top 5에 드는 게 목표에요.”
“하와이 팀으론 기록 아닌가?”
“네, 맞아요. 오, 저기예요.”
식당 주차장 한쪽에 주차한 후.
오게런과 함께 차에서 내렸다.
그러곤 그를 식당 건물로 안내했다.
와이키키 하우스
(Waikiki House).
여긴 할아버지가 매일 같이 시간을 보내는 곳으로, 우리 할아버지를 찾고 싶으면 무조건 여기로 오면 된다.
딸랑-
딸랑-
“모-이!”
“할아버지.”
“네가 이 시간에는 어쩐 일이냐?”
“손님을 데리고 왔거든요.”
“손님?”
옆으로 슬쩍 비키며 에드 오게런을 소개하자.
LSU의 감독은 모자를 벗고 공손히 인사했다.
“에드워드 오게런입니다. 에드라고 불러주시죠.”
“어서오세요. 호놀룰루 최고의 음식을 대접해드리지. 칼-!! 여기 귀한 손님이 왔어!!”
오게런을 가장 좋은 자리로 데려간 후.
난 직접 메뉴를 골라주었다.
“못 드시는 건 없죠?”
“없어서 못 먹는 편이네.”
“하하. 완벽하네요. 맥주 한잔하실래요?”
“그거 멋진 제안이군.”
“잠시 기다리세요.”
전에도 몇 번 이곳에 와본 적이 있었기에.
난 능숙하게 식당 안을 돌아다녔다.
식당의 벽 한쪽, 내 사진과 사인이 걸려있다.
“삼촌.”
“오- 모이구나. 잠시. 지금 거의 다 되어간단다.”
“아뇨, 천천히 하세요. 지금 손님이 주문한 메뉴는 여기에 적어놨어요. 그리고 제가 맥주 좀 따라드려도 되죠?”
“얼마든지.”
칼 삼촌(Uncle Karl)은 30년도 전에 본토에서 오신 분으로, 지금은 돌아가신 콜리나 여사님과 결혼을 했었다.
듣기론, 엄청 좋은 분이랬다.
남겨진 칼 삼촌처럼.
지금 우리와는 가족처럼 지낸다.
능숙하게 잔 하나에 맥주를 따른 후.
오게런 씨의 테이블에 가져다 놨다.
“그럼, 이만 가볼게요.”
“고맙다.”
“별말을요. 하와이를 즐기다 가세요. 알로하-”
할아버지에게는 차를 밖에다 뒀다고 말했다.
이러면 술을 안 드시고 오겠지.
밖으로 나와 하늘을 올려다본다.
맑고 뻥 뚫린 게 너무 좋다.
자, 그럼.
어디 달려볼까?
하와이의 10월은 겨울과 우기의 초입이라서.
한낮에도 26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달리기에 이보다 좋은 환경이 없다.
“아- 젠장. 선크림 안 발랐네.”
폴리네시안인 주제에 타는 걸 걱정하냐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난 60%는 한국인이라서 남들보다 피부가 하얀 편이다.
머리카락도 검고.
눈동자도 진한 갈색.
사실 훈련 때문에 피부는 이미 까맸지만, 어릴 때부터 선크림의 중요성을 교육받아서 어지간하면 잊지 않고 발랐다.
에라.
모르겠다.
일단 뛰자.
내년 6월에 있을 LSU 캠프.
그곳에서 보낼 시간을 즐겁게 기다려보겠다.
***
▷ 2017년 11월 4일 GAME SET
12 06 03 24 – 45 카후쿠
07 14 10 00 – 31 밀릴라니
.
.
#. 2017년 11월 4일
#-1. 미국, 하와이 오아후
#-2. 호놀룰루 CDP 아이에아
#-3. 알로하 스타디움
“COME ON!!!”
“LET`S GO!!!”
풋볼 필드에서 라커룸으로 향하는 길.
우리는 내내 괴성을 질렀다.
평소보다 우기가 이르게 시작되면서 OIA BLUE 플레이오프 결승전이 일주일이나 밀렸는데, 오늘도 아침부터 비가 와서 말 그대로 난장판에서 경기를 치렀다.
미끄러지고.
볼을 놓치고.
실수하고.
정상적인 풋볼 경기를 전혀 할 수 없었던 관계로, 첫 번째 터치다운 실점은 물론 패배 직전까지 몰렸다.
하지만.
기어코 역전을 만들었다.
우리가 누구던가.
“RED RAIDERS!!!”
“저 머더뻐꺼들을 좆바른 건 누구?!”
“RED RAIDERS!!!”
라커룸의 정 가운데에서 계속 목소리를 높은 나는 동료들의 입에서 Red Raiders란 단어가 다섯 번 정도 더 나오고야 손을 하나로 모았다.
그러자 팀 스포츠 선교사 분이 다가왔다.
“우리가 이 경기에서 이긴 건 주님의 축복이야.”
“아-멘.”
“다 같이 아멘을 외쳐!!”
“아-멘!”
“뭐라고?!”
“아-멘!!”
전에 말했지만.
하와이는 3개의 F로 살아간다.
가족.
종교.
풋볼.
굳이 하와이가 아니라도 풋볼팀이 주기도문을 외우거나 스포츠 선교사로부터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는 건 흔한 일이다.
NFL 역시 마찬가지다.
몸이 깨지고 부서지고 으스러지는 곳.
필드라는 이름의 전쟁터.
거기로 나가려면.
우린 종교 같은 것에라도 기대야 한다.
“좋아! 이제 모두 집중!!”
앞으로 나선 감독님이.
우리에게 다음 목표를 말해준다.
오늘로 플레이오프가 끝났으니.
이제부턴 오픈 디비전 토너먼트를 준비해야 한다.
상대할 팀은 와이아나에.
비라는 변수만 없다면.
손쉽게 꺾을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우기는 11월 15일 정도까지 이어질 거라서, 그날도 진흙탕 싸움이 예고되어 있다.
“나도 안다! 진흙탕에서 뒹구는 게 정말 싫겠지! 냄새도 심하게 나고 말이야. 하지만, 좆까라지. 비도 우리를 막을 순 없다! 비가 오는 날일수록, 우린 더 용감해진다! 오늘은 고생했고! 전부 깨끗하게 씻고 버스에 올라타도록! 저녁은 내가 쏜다!!”
“YEAH-!!!!”
“감독님 지갑을 털어!!”
“신용카드 한도 초과시켜!!”
“지-갑 털-어!”
“한-도 초-과!”
저쪽에서 라인맨들이 또 한 번 원시인으로 변하고 있을 무렵, 오늘 진짜 수고한 에녹이 내 곁으로 다가왔다.
난 웃으며 친구를 향해 손을 뻗었다.
“오늘 죽여줬다, 인마.”
“쌉 발랐지 내가.”
비오는 날의 풋볼은 전술이라는 게 없다.
러닝백에게 볼을 주고 돌진.
다시 볼을 주고 돌진.
때로는 내가 직접 돌진.
그나마도 미끄러지기 일쑤라서 러싱 거리도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이런 날은 우리의 발이 아닌 다른 게 야드를 벌어다 준다.
뭐냐고?
반칙.
오늘 총 40번도 넘는 플래그가 띄워졌는데.
각자 200야드 정도씩은 벌었을 거다.
그래서 난 오늘 최대한 많은 속임수 콜(Call)을 외쳤고, 상대 D-라인이 움찔하도록 만들어 전진을 이뤄냈다.
그러다 레드존으로 가면.
그냥 얘를 믿고 볼을 전달했다.
“유타 주립에서 장학금 제안이 왔어.”
“뭐--!! 진짜?!?! 그거 잘 됐잖아!”
“죽어라 뼈 빠지게 뛴 보람이 있어.”
“당연하지! 말했잖아. 넌 D1에서 뛸 재능이라니까? 에이!! 다들!! 에이!! 거기 원시인들!!”
“?”
노래를 틀고 신나가 춤을 춰대던 무리가 이쪽을 돌아보았을 때, 나는 금방 들은 사실을 팀 전체에 전했다.
“에녹이 유타 주립에 간다-!!”
“워어어어어어어-!!”
“에-녹!”
“에-녹!”
비오는 날에 거둔 짜릿한 역전승.
그리고 보태어진 좋은 소식.
잔뜩 드높아진 팀 사기는 알로하 스타디움 꼭대기까지 올라갔고, 샤워하고 옷을 갈아입는 동안에도 우린 계속해서 웃고 또 크게 소리를 질렀다.
“우리가 최고의 팀이야!!”
“존만이들 다 비켜!!”
“RED RAIDERS!!!”
“그리고 나 배고파-!!!”
잠깐.
이건 또 뭐야.
한창 뜨거웠던 분위기를 가라앉힌 미카를 빤히 쳐다보다, 우리는 녀석의 말을 받아들이며 배가 고프다고도 계속 소리쳤다.
두려움과 맞서 싸워 이겨낸 지금.
우린 이 승리를 즐길 자격이 있다.
그렇고 말고.
***
#. 2017년 11월 7일
#-1.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
#-2.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교
#-3. USC BEP 감독실
앨라배마와 함께 일찌감치 드웨인 모이 스톤 리쿠르팅에 학교의 미래를 건 USC는 최근 긴장 상태다.
프로젝트를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해줄 디펜시브 라인맨 하나가 갑자기 다른 USC로부터 제안을 받고, 그곳으로 향하기로 했단 소문이 들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늘.
USC(CA)는 그것이 사실임을 확인했다.
감독실이 아침부터 분주한 이유다.
USC(CA) 감독 클레이 헬튼.
그는 현재 전화를 붙잡고 있다.
“카나이. SEC가 매력적인 건 맞아.”
- ···.
“하지만 우리 서던 캘리포니아가 네게 가장 완벽한 선택이라 자신할 수 있어. 이곳에서 1년만 제대로 배운다면, 2학년 때부터는 주전으로 나설 수도 있고.”
현재 4-Star 등급을 받은 카후쿠의 카나이 마우가는 SEC 레벨에선 주전이 쉽지 않다.
물론 이는 Pac-12인 서던 캘리포니아에서도 마찬가지겠지만, 주전으로 도약할 가능성은 SEC보다는 Pac-12가 훨씬 더 많은 게 사실이다.
SEC는 NFL의 축약판이다.
조금만 부진해도 바로 팀에서 방출당하고.
다른 전학 갈 곳을 알아봐야 한다.
이렇게 되면 남들보다 졸업이 늦어져 자연스럽게 나이가 많아지는데, NFL 구단들은 특출나게 실력 차가 나는 게 아니면 한 살이라도 어린 선수를 선호한다.
설령 SEC에 남는다고 해도.
스페셜 팀이나.
훈련팀에서 뛸 가능성이 컸다.
당장만 본다면 USC(SC)의 제안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건 맞겠지만, 미래를 길게 볼 줄도 알아야 했다.
약 20분 동안 이어진 끈질긴 설득.
클레이 헬튼은 마침내.
- 알겠어요. 가족들과 한번 이야기를 나눠볼게요.
“환상적이군. 내게 결과를 바로 알려줄 텐가?”
- 그러죠. 그럼.
딸깍.
원하던 대답을 들었다.
전화가 끊긴 뒤.
클레이 헬튼은 한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카나이 마우가는 USC가 점찍은 4-Star 선수 중에서 가장 중요했다.
일단 실력 그 자체로도 나쁘지 않은 수비수로 클 수 있는 데다가, 드웨인 모이 스톤의 리쿠르팅에 중요한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거로 기대를 받고 있다.
“후우- 다들 미쳐 날뛰는군.”
“사우스 캐롤라이나가 그럴 줄은 몰랐네요.”
“걔들은 백이 필요하지 않잖아.”
“T.J 브런슨이 있죠.”
“미래를 대비해서 4-Star 라인배커를? 좆까라지. 녀석들도 우리와 같은 생각을 하는 거야.”
최근엔 플로리다 게이터스가 로토 후아마투에게 장학금을 제안했다는 이야기도 들렸다.
이것 역시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로컬 보이도 아닌 하와이 출신의 선수.
그것도 3-Star 선수에게.
10월에 장학금 한자리를 내어준 것이니까.
누가 봐도 드웨인 모이 스톤의 리쿠르팅을 위한 밑 작업이었는데, 플로리다 게이터스의 참가 소식은 다른 NCAA D1 팀들을 잔뜩 긴장시켰다.
그들은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대학이다.
말 그대로 무슨 짓이든.
과거 어반 마이어와 팀 티보가 가져다준 영광에 여전히 중독된 게이터스가 1/3 토막이 난 기부금을 다시 끌어 올리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그나마, 텍사스와 펜이 잠잠해서 다행이군.”
“그리고 루이지애나도요.”
“그래. 그들도 매력적이지.”
USC(CA)의 남자들이 잠잠하다고 믿는 대학들.
그러나 이들도 물밑에서 움직이고 있다.
모이를 캠프에 초대한 LSU.
조용히 힘을 비축 중인 텍사스.
그리고 총장과 감독 및 코치가 직접 모이를 찾을 예정인 펜 스테이트에 이르기까지.
몇몇 대학은 본인들이 앞서나간다고 믿고 있지만, 진짜 리쿠르팅 대전은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다.
***
▷ 2017.11.10. GAME SET
03 03 00 07 – 13 카후쿠
00 00 07 00 – 07 와이아나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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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웨인 모이 스톤의 결정적인 4쿼터 터치다운이 폭우 속에 펼쳐진 오픈 디비전 토너먼트에서 카후쿠에 승리를 안기다. - 하와이 어드버티저]
- 작가의말
명절이 진짜 빠르게 지나갔네요.
오늘부터 다시 힘을 더 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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