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배우가 작곡 능력을 숨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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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송
작품등록일 :
2024.08.19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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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 그리고 사고

DUMMY

작품의 절정.


갑작스러운 엄마의 귀향은 말기 암 선고 때문이었다. 마지막으로 아들과 시간을 보내고자 했던 절박한 소망.


아니, 어쩌면 이기심이었던가.


잠시만 아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몰래 떠나려 했건만. 점점 더 아들 곁에서 죽고 싶은 마음이 커져만 가고.


그런 자신의 이기심을 자책하며, 원래 그렇게 계획했듯 엄마는 조용히 아들의 곁을 떠나려고 한다.


이른 새벽. 아들이 잠에서 깨기 전, 엄마가 집을 나섰다.


바로 그곳에서 태훈의 연기가 시작되었다.


“지금 어디 가.”


막 대문을 나서려는 엄마의 뒤에서 잠든 줄 알았던 아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엄마 류승애가 천천히 뒤로 돌아섰다. 그녀가 떨리는 목소리를 억누르며,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말했다.


“그냥 잠시 어디 다녀올 데가 있어서.”

“어디. 병원?”


차가운 아들의 목소리. 엄마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병원이라니... 그게 무슨 말이야.”

“내가, 내가 모를 줄 알았어?”


태훈의 표정이 꿈틀거렸다.

일렁이는 감정의 파도를 꾹꾹 눌러 틀어막고 있는 얼굴의 근육들이 뒤틀린다.


순간 엄마는 아들이 모든 것을 알고 있음을 직감했다. 겨우 억눌렸던 목소리가 떨렸다.


“성호야...”


그때였다.

태훈이 가슴 속에 눌러놓았던 감정의 파도가, 그것을 막고 있던 둑에 금을 내기 시작한 것은.


“한 번이면 됐잖아.”


듣는 이의 가슴을 베어내는 듯한 떨림.


“버리는 건!”


부들부들 흔들리는 들숨 한 번에, 촬영장의 모든 공기가 태훈에게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촬영장의 모든 것이 멈춰버린 것만 같던 그 찰나.


모든 것을 단박에 무너뜨리는 가슴 아픈 절규가 둑을 허물며 터져 나왔다.


“버리는 건! 한 번이면 됐잖아!”


압도적인 표현력.


소년의 절절한 흐느낌이 모두의 가슴에 폭풍이 되어 휘몰아쳤다.


‘뭐, 뭐야! 이게!’


명선빈의 입이 떡하고 벌어졌다. 보고도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마구 비볐다.


‘동아리 오디션에서 떨어졌다면서!’


자기도 모르게 머리를 쥐어뜯고 있는 명선빈을 향해, 정신없이 태훈의 다음 대사가 몰아쳤다.


“아니야. 가 버려. 애초에 나한테 엄마가 어디 있었다고.”

“......”

“가 버려! 빨리 가 버리라고!”


태훈의 압도적인 연기에 휘말려 버린 류승애가.

실제로 가슴을 찢어내듯 솟구쳐오르는 아픈 울렁임을 꾹 눌러 삼킨 채 가까스로 입을 열었다.


“미안하다.”


그녀가 서둘러 아들로부터 돌아섰다.

그때였다. 부들부들 떨리는 태훈의 입에서 가녀린 신음이 터져 나왔다.


“가지 마.”

“......”

“가지 말라고...”


그리고.

지금까지 소년의 마음 안에 있던 모든 감정이 모인 한마디가 뱉어졌다.


“그렇게 가면 어떡해. 또 버리고 가면 어떡해!”


태훈의 눈에서 참고 참았던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


송연수가 얼굴을 감싸 쥐었다. 지금까지 가까스로 참고 있던 눈물이 걷잡을 수 없이 쏟아졌다.

다른 배우들의 형편도 마찬가지였다.


“어이구... 참...”

“허어...”


태훈의 압도적인 연기에, 촬영장에 있는 배우고 스태프고 할 것 없이 모두 울음바다가 되어버렸다.


“......”


가만히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던 김규용 피디 역시 조용히 눈가를 쓸어내렸다. 그의 주름진 손이 작게 떨렸다.


이 대본을 본 누군가는 대놓고 그렇게 말했다.


‘감독님. 이거 너무 뻔한 신파 아니에요?’


그 뒤에 따라올 말이, 김규용도 이제 다 죽었네. 늙어서 감이 완전히 떨어졌어. 라는 걸 모를 리 없었다.


하지만 이건 반드시 그의 마지막 작품이어야만 했다.

왜냐하면.

이건 김규용 자신의 이야기였으니까.


아직도 눈을 감으면 50년 전 자신이 바라보던 어머니의 등이 손에 잡힐 듯 선했다.


‘규용아. 엄마가 미안했다. 용서해라.’


그 한 마디를 남기고 돌아섰던 어머니의 뒷모습. 하지만 그의 이야기는 드라마와는 달랐다.


지금 태훈이 내뱉었던 저 한마디.


‘가지 마. 가지 말라고.’


그 한마디를 50년 전 소년 김규용은 하지 못했으니까.

그리고.

그렇게 떠난 엄마를 다시 본 건, 시체 안치실이었다. 그곳에서 그의 원망은 부스러져 버렸고, 남은 건 후회뿐이었다.


‘어머니, 죄송해요. 제가 그때 어머니를 잡았어야 했는데...’


결혼하고, 자식을 낳고, 나이가 들어가며, 더욱더 사무치는 후회.


어느 순간 그는 결심하게 되었다.

그의 마지막 드라마는 반드시 자신이 하지 못한 그 마지막 말을 담은 드라마일 것이라고.


비록 현실에서는 지나간 과거를 바꿀 수 없지만, 드라마에서는 가능했다.

그래서 드라마는 드라마였고, 그게 김규용 자신과 사람들이 드라마를 사랑하는 이유이리라.


“......”


김규용이 다시 한번 눈가를 쓸어내렸다.

그리고.

그 시절 자신이 해야 할 말을 대신 해준 그 소년을 바라보았다.


‘고맙다.’


그의 입가에 따뜻한 웃음이 피어났다.


그건 먼저, 자신의 마음을 자신보다 더 잘 이해하고 표현해준 천재적인 연기에 대한 감사였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 PD님의 마지막이, 누군가에게 시작이었으면 하는 바람. 그런 게 아닐까...


태훈의 말을 떠올렸다. 그리고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자신은 마지막 걸음은 아마도.

위대한 배우의 출발을 마중하게 된 걸지도 모르겠다고.


어쩌면 자신은 마지막이 가장 빛났던 고목으로 기억될지도 모르겠다고.


고목이 힘차게 팔을 들어 올렸다.


“컷트! 아주 좋았어!”


그의 안에 가득 들어차 있던 희열이 터져 나와 촬영장에 울렸다.


그리고.

마치 그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이.

주변에 있던 스텝과 배우들이 일제히 박수와 함성을 보냈다.


“와! 진짜 좋았다. 이건.”

“이야, 최고다. 최고야!”


몇몇 이들은 아직도 감정이 추슬러지지 않는지 눈물을 훌쩍이기도 했고.


“어우야. 화장 다 번지겠네.”


그 가운데에는 조금 종류가 다른 울음도 있었다.


“흑... 흑... 아니, 분명히 동아리... 흑... 오디션, 떨어졌다고...”


그치지 않는 눈물의 이유가 감동 때문인지, 억울함 때문인지, 알 수 없는 선빈의 훌쩍임이 한동안 계속되었다.



**



촬영 이틀 차 오전. 계곡에서의 촬영.


송연수의 사고 당일이었다.

최대한 신경을 곤두세운 채 촬영에 임하고 있는 태훈을 제외하고는 모든 게 다 순조롭고 평화로웠다.


“아함-.”


늘어지게 하품을 한 송연수 이모가 갑자기 인상을 찌푸렸다.


“어휴, 웬 벌레가.”


원피스 위에 내려앉은 작은 벌레를 살짝 집어내더니 꽉 눌러 죽인 그녀.


“인선아. 물티슈.”


그녀의 옆을 지키고 있던 로드매니저 최인선이 물티슈 한 장을 꺼내 건넸다.


“야, 나는 여기 더 못 있겠다. 연수 촬영 끝나면 데리고 와. 차에 가 있을게.”

“네. 실장님.”


주 촬영지였던 시골집 인근 계곡. 태훈과 송연수 사이에 몇 번의 조우 장면이 있는 촬영지였다.


“어휴, 이거 길이 이래서. 언제 내려가냐.”


송연수의 이모가 투덜거리며, 계곡과 이어진 작은 길을 따라 뒤뚱뒤뚱 걸음을 옮겼다.


그런 그녀를 보며, 함께 온 김성만 기자가 특유의 능글능글한 표정으로 말했다.


“우리 실장님도 참 특이해요. 뻔히 시골 촬영인 거 알면서 원피스에 구두가 웬 말이에요.”


그의 시선이 송연수의 로드매니저에게로 옮겨갔다.


“인선 씨도 쉽지 않겠어요.”

“뭐... 그냥.”


송연수의 로드매니저 최인선이 그저 덤덤한 표정으로 목덜미를 긁었다.

뭔가 초연한 듯한, 그녀의 모습에 김성만 기자가 피식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그나저나 주인공 맡은 그, 뭐라더라, 성... 아, 성태훈. 저 녀석 연기가 보통이 아니던데?”

“......”

“그 뭐랄까. 연기를 보고 있으면 쏙 빨려 들어간달까? 어제 촬영 때는 주책맞게 눈물이 다 나더라니까요.”


딱히 최인선 매니저의 반응을 기대한 대화는 아닌 모양인지, 김성만 기자가 혼자만의 감상을 한참 늘어놓았다.


그러는 사이, 계곡 한편에서는 촬영이 계속되고 있었다.


중견 연기자들의 흐뭇한 표정들, 그 사이로 비치는 태훈과 연수의 만남.


“얘.”

“......”

“여기서 물고기가 잡혀?”

“참 나. 물이 흐르는데 물고기가 없을까.”


깔끔하고 세련된 도시 소녀와 투박한 시골 소년의 만남.


얼굴을 쳐다보지도 않고 퉁명스럽게 말을 내뱉는 태훈을 향해 송연수가 새침하게 대꾸했다.


“원래 그렇게 사람을 안 쳐다보고 얘기해?”

“... 참 궁금한 것도 많네. 도시 애들은.”


분명 퉁명스러운 말투임에도, 어쩐지 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간질간질하게 하는 소년의 감정은 확실히.

옅은 분홍색이었다.


“허허.”


보는 이들이 전부 흐뭇한 미소를 머금었다.


태훈이 보여주는 연기의 진가는 이런 곳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아주 평범하고 잔잔한 장면에서도 자연스럽고 선명하게 드러나는 감정선.


두 사람의 연기에 김규용 피디의 입가에도 만족함이 담긴 미소가 그려졌다.


“커트! 아주 좋았어. 두 사람. 분위기 기가 막히다!”


단박에 터져 나오는 오케이 사인.

김규용 피디의 흡족한 표정에 그를 아는 중견 연기자들이 혀를 내둘렀다.


“이야, 이것도 한 번에 오케이야? 우리 김규용 감독님이 너그러워지신 거야. 저 녀석들이 괴물인 거야.”

“뭘, 보면서 물어요.”


태훈의 엄마 역할을 맡은 류승애가 흐뭇한 얼굴로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자, 오전 촬영 여기까지 하고, 식사하고 갑시다!”


김규용 피디의 기분 좋은 외침.

태훈과 연수를 중심으로 모여있던 배우들과 스텝들이 웃음을 머금은 채 흩어지기 시작했다.


“우리 아들! 아주 끝내줬어!”


류승애가 어느새 도시락을 들고 태훈에게 다가왔다.


“감사해요.”


태훈이 류승애에게 도시락을 받아들었다.

이제 모두가 긴장을 풀고 식사를 즐기는 시간이었건만. 태훈만은 예외였다.


오늘 사고가 일어난다.

이미 오전이 지나갔으니, 이제 남은 건 오후 시간과 저녁 시간.


송연수의 사인은 익사.

사고가 난다면 계곡 촬영이 이어지는, 오후 시간이 유력했다.


“......”


태훈의 시선이 계속 송연수를 쫓았다.

사고가 나는 게 촬영 시간인지, 휴식 시간인지 알 수 없었으니까.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되었다.


“같이 먹고 싶으면 같이 먹자고 해.”


태훈의 시선을 다른 뜻으로 오해한 류승애가 빙긋 웃었다. 그리고 태훈이 뭐라고 대꾸하기도 전에 송연수를 부르는 류승애.


“연수야! 이리 와! 밥 같이 먹자.”


막 도시락을 받아든 송연수가 류승애의 목소리를 듣고는 태훈 쪽을 바라보는가 싶더니.

이내 최인선 매니저와 함께 태훈 쪽으로 걸어왔다.


“어서 와. 너희들 서로 같은 나이인데 너무 내외하더라. 벌써 이틀 차인데. 밥 정도는 같이 먹어야지. 매니저님도 어서 오세요.”


네 사람이 그늘에 자리를 잡았다. 활기찬 류승애 덕에 식사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하여튼 우리 연수는 어릴 때부터 참 착했어. 태훈아, 우리 연수 진짜 의리 있지 않아? 이게 말이 우정 출연이지 사실 조연이나 다름없다고. 촬영도 이틀 내내 해야 하고.”


사실 송연수의 이름값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역할이었다. 우정 출연이라는 이름이 아니었다면 아예 맡지 않을 배역.


“우리 매니저님도 복 받은 거예요. 연수 같은 애랑 같이 다니는 거는. 말이 나와서 말이지. 이 바닥엔 조금만 떠도 별 짓거리 다 하는 애들 쌔고 쌨거든.”

“네.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매니저 최인선이 예의 무덤덤한 표정으로 대꾸하는가 싶더니, 이내 밥을 한가득 입안에 집어넣었다.


“......”


태훈의 시선이 최인선에서 송연수로 옮겨갔다.

식사를 시작한 후, 류승애의 말에 가끔 미소를 지을 뿐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는 그녀였다. 태훈이 먼저 입을 열었다.


“앨범 기대하고 있어요.”

“켁!”


송연수가 갑자기 사레가 들린 듯 입을 틀어막았다. 한참을 캑캑거리는가 싶더니, 찔끔 흘러나온 눈물을 닦아냈다.


“괜찮아요?”

“네. 괜찮아요. 죄송해요.”

“아뇨. 제가 죄송해요. 갑자기 앨범 얘길 꺼내서.”


태훈이 사과를 하는 사이, 겨우 사레를 수습한 송연수에게 류승애가 물을 건넸다.


“연수야. 여기 물 마셔.”

“아, 감사합니다.”


물까지 마시고 나서야 완전히 진정된 듯, 송연수가 작게 한숨을 쉬었다.


“연수는 어릴 때부터 작은 거에도 깜짝깜짝 놀라고 그러더니 여전하네. 참, 그런 애가 어떻게 카메라 앞에서는 저렇게 돌변하나 싶고.”


류승애가 딸을 바라보는 듯한 눈으로 송연수의 등을 쓰다듬어 줄 때였다.


“저기 식사 중에 죄송한데, 매니저님, 잠깐 저 좀 보실 수 있을까요?”


스텝이 최인선에게 다가와 말했다.


“감독님이 기자님하고 기사 조율 때문에 잠깐 보자시는데요. 실장님이 안 계셔가지고요.”

“아, 네. 제가 연결해 드릴게요.”


최인선이 송연수를 향해 잠깐 다녀오겠다는 제스추어를 했다. 송연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남은 세 사람. 잠시 조용히 식사를 하던 류승애가 갑자기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아휴, 그만 먹어야지. 요즈음 살이 너무 쪄서. 태훈아, 연수야. 나 요 근처 조금만 걸을게. 밥 먹고는 좀 움직여야 혈당 관리가 된다고 해서. 나이 먹으니까 힘들다.”


너스레를 떨며 자리에서 일어난 류승애가 말을 덧붙였다.


“둘이 마저 밥 먹고, 좀 친해져라. 동갑내기끼리 너무 서로 깍듯하다 너희. 말도 좀 놓고.”


빙긋 미소를 남긴 류승애가 금세 계곡 근처로 걸음을 옮겼다.


“이야, 좋다! 어떻게 이런데 이렇게 좋은 곳이 다 있데?”


류승애가 떠나고 나자, 그녀의 바람과는 달리 어쩐지 더 어색한 표정이 되어버린 송연수.

태훈이 먼저 입을 열었다.


“이제부터 우리 말 놓을까요?”

“아, 네...”


연수의 대답에 태훈이 편안한 말투로 물었다.


“근데 앨범 얘기 조금 불편해? 아까...”


송연수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아! 아니. 불편한 건 아닌데...”

“좀 부담되는구나.”

“......”

“이해돼. 첫 앨범이잖아. 누구라도 부담되지.”


게다가 송연수는 첫 앨범을 내기 전에 꽤 혹독한 악플에 시달리고 있었다.


근거 없는 가창력 논쟁부터, 좀 떴다고 가수를 우습게 본다는 둥, 뭐 뻔하디뻔한 그런 공격들.


“첫 촬영인데 부담 하나도 안 느끼는 사람도 있잖아...”


자신을 바라보는 송연수의 눈빛에 태훈이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그게. 처음은 처음인데 그게 또 처음이 아니야.


어차피 사실대로 말할 수 없는 마당에 송연수를 위해 조금의 연기 정도는 할 수 있었다.


“아니야. 나 지금 속으로는 엄청 떨려. 겨우 멘탈 잡고 있는 거야.”

“아닌데. 아닌 거 같은데.”

“지, 지, 지 진짜라니까?”


태훈이 일부러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장난을 쳤다.

그 꼴이 꽤 우스꽝스러웠는지 송연수가 진심으로 웃음을 터트렸다.


그렇게 조금씩 분위기가 풀려가고 있을 때였다.


“어?!”


태훈을 마주 보고 있던 송연수가 태훈의 뒤쪽에서 뭔가를 보았는지, 눈이 휘둥그레졌다.


“선생님!”


송연수의 짤막한 비명에 태훈이 휙 뒤를 돌아봤다.


‘이런!’


류승애가 계곡물 안에서 허우적대고 있었다.

계곡 쪽으로 들어가 보려다가 발을 헛디딘 모양이었다. 며칠 전에 내린 비로 물이 불어있는 계곡이었다.


휙!


태훈의 머리보다, 몸이 먼저 움직였다.

순식간에 다가간 태훈이 이미 한참 쓸려간 류승애를 보고 끌어낼 수 있는 지점을 가늠했다.


송연수를 구조하기 위해, 촬영 전후로 이미 계곡 상황은 다 파악한 태훈이었다.

다행히 물살이 그렇게 세지는 않은 상태.


해병대에서 복무할 당시 인명구조 자격증을 취득한 태훈.

그가 미국에서 처음 했던 일도 해양구조대원이었을 만큼 구조 수영에는 일가견이 있는 그였다.


그게 송연수의 구조를 자신한 이유이기도 했고.


태훈이 재빨리 물살을 재어 적당한 지점에서 몸을 던졌다.


하지만 태훈이 막 다가가려던 찰나, 다행히 류승애가 바위 하나를 붙잡고 몸을 지탱했다.


겨우겨우 물 밖으로 몸을 빼내는 류승애.

태훈도 접근을 멈추고, 근처 바위로 이동해 몸을 기대고는 반대쪽에 있는 그녀에게 외쳤다.


“선생님 괜찮으세요!”


정신이 없는 상황에서도 태훈의 말은 들렸는지, 완전히 물 밖으로 기어 나온 류승애가 태훈 쪽으로 괜찮다는 듯 손을 휘휘 저었다.


다만 물을 좀 들이켰는지, 연신 캑캑대느라 태훈의 말에 대답하지는 못했다.


‘다행이네.’


태훈이 한숨 놓으려던 순간이었다. 순간 태훈을 스치는 위화감.


‘송연수!’


태훈이 몸을 휙 돌려 송연수와 함께 밥을 먹던 곳을 쳐다보았다.


‘없어?!’


송연수가 보이지 않았다. 태훈이 재빨리 물 밖으로 나와 바위 위로 올라갔다.


‘......’


태훈의 눈이 침착하게, 그러나 재빠르게 계곡 곳곳을 스캔했다.

그리고 그 순간, 류승애가 쓸려간 지점과 멀지 않은 곳에서 몸부림치는 송연수를 발견했다.


류승애를 구하려고 뛰어든 모양.


물살에 깊은 곳으로 쓸려간 송연수의 몸이 순식간에 물속으로 사라졌다.


하지만 태훈은 확신했다.


‘늦지 않았다. 구할 수 있어!’


태훈의 몸이 송연수가 사라진 지점으로 바위를 타고 날렵하게 이동했다.


그리고 곧.


그의 몸이 물속으로 날아들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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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레디, 액션! +13 24.09.17 6,126 205 14쪽
30 첫 촬영 시작 +5 24.09.16 6,635 214 17쪽
29 디데이(D-day) +7 24.09.15 6,962 227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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