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배우가 작곡 능력을 숨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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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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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9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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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서 난리

DUMMY

태훈의 캐스팅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각양각색이었다.


- 그렇지! 연수를 구했는데 이 정도 상은 줘야지.

ㄴ 그만 좀 해라. 영화 배역이 무슨 선행상이냐? 이럴수록 송연수만 욕먹어.

ㄴ 상이겠냐? 한참 전에 캐스팅했을 텐데.


- 역시 감독이 천만 흥행 감독이라 그런지 확실히 버스 탈 줄 아네.

ㄴ 범죄의 시대 감독이 뭐가 아쉬워서 버스를 탐? 범죄의 시대2 개봉하면 안 볼 사람이 어디 있다고.

ㄴ 나 1편 안 봄. 근데 이번엔 본다. 연수 살려줬으니까.


- 뭐 좋은 일 했다는 건 알겠는데. 근데 연기가 되려나? 범죄의 시대 배우진이 거를 타선 없이 살벌한데.

ㄴ 야, 아역한테 무슨 많은 걸 바라겠냐. 이슈 몰이용이지.

ㄴ 주요 배역이라는데?

ㄴ 단막극 주연이라고 하지 않았나? 그럼 기본적인 연기력은 있단 얘기겠지.

ㄴ 고1 신인한테 연기력 ㅋㅋㅋ


대부분 놀라워하면서도 아역이라는 한계 때문인지 전반적으로 연기에 대한 큰 기대는 없어 보였다.


사람들의 반응을 보면서 노서현이 씩 웃었다.


“재밌네. 사람들이 태훈이 연기에 큰 기대는 없는 모양이에요.”

“기대된다. 나중에 반응 볼만하겠네.”


판덕중이 지난 연극제 때의 반응을 생각하며 킥킥댔다. 그런 덕중을 보며 김규용 피디가 인자하게 웃었다.


“다들 꽤 놀라긴 하겠지. 연극제를 본 나도 놀랐으니까.”

“태훈이 연기가 그 정도였나요? 연극제하고 비교해도요?”


덕중의 질문에 김규용 피디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중에 보면 알 거야. 허허.”


촬영장의 스텝들과 연기자들을 전부 울렸던 그 연기를.


김규용이야말로 궁금했다. 그 연기를 보면, 도대체 시청자들은 뭐라고 반응할까.


김규용이 태훈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아무튼. 제작사에서 마음이 급했네. 하긴 이 정도 이슈면 제작사 입장에서야 욕심 날 만하지.”


이 바닥의 생리를 아는 김규용 피디가 피식하고 웃었다.



**



“이거 이번에 영화가 잘 되려나 봅니다. 시작도 전에 좋은 일부터 터지는 걸 보면요. 하하하.”


[범죄의 시대2] 제작 피디가 연신 싱글벙글한 얼굴이었다.


얼마 전까지도 송연수 사건 관련 키워드가 실시간 검색 순위를 점령하더니, 캐스팅 발표 이후, [범죄의 시대2]가 실검에 붙박여 있었다.


주성찬 감독도 싫지는 않은 얼굴로 답했다.


“작품이 좋아야지요.”

“아, 그거야 믿고 보는 주성찬 감독님인데 어련하겠습니까.”


제작 피디가 엄지를 추켜세우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저희 입장에서는. 아시잖아요. 살얼음판인 거.”


무려 1,200만 관객을 동원한 전편의 후광을 입은 작품이다. 최소한의 퀄리티만 뽑아내도 망할 일이 없을 것 같은 그런 작품.


그래서 제작사가 속이 편하냐? 그건 절대로 아니었다.


전작의 히트로 대폭 뛰어버린 배우들의 개런티 포함하여, 전작보다는 더 나은 퀄리티를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제작비도 훌쩍 뛰었다.


마케팅 비용을 포함한 제작비가 260억 이상. 최소 800만 관객은 들어야 손익분기점에 도달하는 대작이었다.


1,200만이 워낙 규격 외라 그렇지, 800만 관객만 해도 일반 기준으로 대 히트작.


아무리 주성찬이고, 전작의 후광이 있다지만, 결코 쉽게 장담할 수 없는 성적이었다.


“아시다시피 저희는 이런 일 하나로도 분위기가 왔다 갔다 합니다.”


영화 투자라는 게 잘 되면 투자금의 몇 배, 몇십 배도 벌어들일 수 있었다.

하지만 망하면 한 푼도 못 가져갈 수 있는, 조금 심하게 말하면 도박과 같은 생리를 가진 사업이었다.


들고 있는 패가 나쁘지 않다면 승리의 확률이 올라가지만, 그러나 그 확률이 절대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도 도박과 비슷했다.


그러니 촬영 전에 고사를 지내는 관행은 말할 것도 없고, 이런저런 미신에도 민감한 게 이 바닥 분위기.


뭐라도 붙잡아서, 어떻게든 승리의 확률을 올려보려는 가련한 인생들의 절박함 같은 거랄까.


그런데.


비중 있는 조연에 캐스팅된 아이 하나가 전국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그것도 송연수라는 스타의 ‘생명’을 구한 일로.


조짐이 좋다. 영화가 잘 되려나 보다. 라는 신앙을 고취하기엔 부족함이 없는 큰 사건이었다.


“행운의 마스코트가 떡하니 들어왔으니, 기분이 안 좋을 수가 없죠. 게다가 마케팅적으로도 기가 막히지 않습니까.”


생명을 걸고 스타를 구한 소년 영웅.

선행으로 전국을 들썩이게 한 무명의 아역 배우가 [범죄의 시대2] 주요 조연으로 전격 캐스팅되다.


얼마나 멋진 서사인가!


“신데렐라 스토리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없잖습니까. 응원하고 싶은 선한 존재의 성공!”


대중은 그런 이들의 성공을 자신들의 성공과 동일시 한다.


“캐스팅 기사 반응 터진 것만 봐도 알 수 있잖습니까.”


제작 피디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대본 리딩 영상에 대한 기대도 상당합니다. 아직 사람들이 이 친구 연기를 본 적이 없으니까요.”


원래 예정된 대본 리딩 날짜를 2주나 당겼다.

드라마에서 태훈이 연기를 보여주기 전에, 대본 리딩 현장 선공개 영상으로, 먼저 태훈의 연기를 맛보여 주려는 의도였다.


이슈가 식기 전에 계속 땔감을 넣어주는 일.

생각해도 신이 나는지 제작 피디가 단숨에 말을 이었다.


“주 감독님이 극찬하신 그 연기가 리딩장에서 보여진다면, 저희가 화제는 먼저 가져가고, 대신 드라마는 자연스럽게 시청률에 도움이 될 테니. 윈윈 아니겠습니까.”


제작 피디의 말에 주성찬 감독이 조금 걱정이 되는 표정으로, 턱을 쓸며 말했다.


“그 아이 연기력은 말할 필요 없이 최고입니다만.”

“그러니까요! 사람들이 화제성 때문에 캐스팅했다고 생각했다가, 아주 기분 좋은 뒤통수를 맞는 거지요. 기대감이 확 올라갈 겁니다. 그리고 바로 가을 크랭크 인으로 이어지는 흐름, 좋잖습니까.”

“그건 그런데.”


주성찬 감독이 말을 이었다.


“우리 대본 리딩장 분위기 아시지 않습니까? 이 친구가 처음 선배들을 만나는 겁니다. 제 실력이 나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보통 대본 리딩장은 서로 안면 트고 인사 나누는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기대하기 마련이지만.


[범죄의 시대] 대본 리딩장은 분위기가 전혀 달랐다. 일단 주연인 황상민부터가 보통 까다로운 게 아니었다.


평소에는 유들유들하지만, 작업에만 들어가면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

오죽했으면 업계에서 암암리에 떠도는 별명이 ‘촬영장의 미친개’이겠는가.


- 야이, X새끼야. 연기가 장난이야? 우리 집 개가 똥구멍으로 연기를 해도 그거보다는 몰입감이 있겠다. 시발. 똑바로 안 할 거면 집어치워 이 새끼야.


지난 대본 리딩장에서 연기를 성의 없이 하는 후배에게 그대로 육두문자 날린 건 두고두고 회자 될 업계의 전설이었다.


“그건 그렇죠. 하나 같이 개성들이 강해서.”


단지 황상민 하나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범죄의 시대]가 정통 누아르는 아니지만, 누아르의 결을 가진 액션 활극답게, 한 성격 하는 개성파 배우들이 집결해 있는 영화였다.


배우들의 성격과 자존심이 만만치 않았다. 그런 탓에 전작의 대본 리딩장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그래도 다들 설마 애한테까지 그러겠습니까?”

“그럽니다. 특히 황상민은. 아시잖습니까. 그 친구 성격.”


다른 배우들은 몰라도, 일단 황상민은 배우 대 배우로서 작업에 들어간 이상 애라고 봐주는 성격이 아니었다.


“하. 그래도 감독님.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글 일은 아니지요. 일단 대본 리딩 메이킹 촬영하고, 정 못 쓰겠다 싶으면 잘라내더라도.”


주성찬 감독이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걱정이 된다는 것뿐입니다. 그래도... 어차피 태훈이도 겪어야 할 일을 미리 겪는 것뿐이니까요.”


걱정은 되면서도.

그래도 한편으로는 주성찬의 마음에 왠지 모를 기대감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



1980년대 초 인천.

왁자지껄한 장사꾼들의 소리가 가득한 시장통.


- 골라! 골라! 아저씨도 골라! 아줌마도 골라!

- 어허이! 그러면 밑진다니까? 50원만 더 줘. 아이고 알았어. 알았어. 30원! 에헤이, 오늘 장사도 글렀네.

- 거기 아줌마! 생선 보고가. 싱싱해. 싸게 줄게.


사람들이 분주히 오가는 시장 대로변 어귀에 구두닦이 소년의 구두통이 놓여 있었다.


지금 태훈의 눈에 보이는 광경이었다.


그리고.

태훈의 눈앞에 있는 한 남자. 태훈도 잘 아는 얼굴의 남자가 그를 보며 입꼬리를 올리고 있었다.


그의 말투는 강하지 않았다. 오히려 능글능글했다. 하지만 그건 분명한 협박.


태훈의 입꼬리가 남자의 입꼬리를 마주하며 천천히 올라갔다.


태훈의 코에 피 냄새가 스쳐 갔다.

소년이 나이에 걸맞지 않게 맡아왔던, 그를 대적했던 자들의 피 냄새가.


그리고 완전히 올라간 입꼬리 사이로 나직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아저씨.”


웃음기 섞인 그 목소리가 툭 끊어지듯 말을 뱉어냈다.


“아저씨 그러다 죽어요.”


태훈이 빙글빙글 웃었다.

하지만 그 웃음에는.

태훈의 코에 진동하는 피 냄새가 고스란히 묻어 있었다.


“오케이! 여기까지!”


강찬호 원장의 기분 좋은 목소리가 연습실에 울렸다. 태훈이 미처 몰입에서 빠져나오기 전에 여기저기서 목소리가 들렸다.


“으아아- 소름!”

“미쳤어. 미쳐버렸어. 완전히 찢어 버리네.”


도민규가 연신 팔을 문질렀고, 노서현이 머리카락을 그러쥐었다.


“헐...”


판덕중은 떡 벌어진 턱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덕중의 옆에 있던 강인성의 표정도 다르지 않았다.


태훈의 대본 리딩 연습을 응원한다고 찾아온 세 사람과 평소처럼 연습하러 온 강인성이 처음 만난 자리.


낯을 가리는 인성을 붙잡은 건 노서현이었다.


- 야, 태훈이 친구면, 우리 친구지. 나 노서현. K예고 댄스과 3학년. 이래 봬도 나름 댄스과 에이스라고 불리는 몸이야. 흐흐.


댄스과 에이스.

그 한마디에 조용히 돌아가려던 강인성이 붙들려 버렸다.

보나 마나 호시탐탐 노서현의 댄스를 볼 기회를 노렸겠지만, 인성이 봐야 했던 건 바로 저거.


태훈의 미친 연기였다.


댄스만 천잰 줄 알았는데, 연기도 천재였다. 삼촌한테 익히 듣기는 했지만, 실제 제대로 본 건 오늘이 처음이었다.


그동안은 태훈만 만나면 태훈에게 댄스 배우기에 바빴으니까.


‘와...’


놀란 강인성의 시선이 태훈을 쫓을 때였다.


“여러분! 야식이 왔습니다!”


인성에게도 익숙한 밝은 목소리가 들렸다. 윤아였다.

민규, 서현, 덕중이 옳다구나 하고 윤아 쪽으로 뛰어갔다.


“우와와-! 떡볶이다!”

“오, 마이 튀김!”


저녁 늦게까지 연습실에 있는 친구들을 위해서, 윤아 어머니가 싸준 간식.


“세희도 왔구나. 잘 왔어. 잘 왔어.”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함께 온 윤세희를 노서현이 반겨주었다.

최근에 서현이 세희에게 댄스를 가르쳐 주기 시작하면서 급격히 친해진 두 사람이었다.


“야, 조금만 일찍 왔으면, 태훈이 눈 돌아간 거 볼 수 있을 뻔했는데. 아, 연기 얘기야. 연기. 저거 연기만 하면 완전히 돌아버리거든.”


떠들썩한 서현의 수다 속에 모두가 자연스럽게 접이식 테이블을 펴고 둘러앉았다.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강찬호 원장이 말했다.


“그럼 맛있게들 먹어!”

“어? 원장님은요?”

“아이구. 나는 됐어. 집에 가서 밥 먹을라니까. 맛있게 먹고 잘 치우고 가.”

“아, 같이 드시면 좋은데...”


강찬호 원장이 웃으며 손을 휘휘 젓고는 출입문으로 향했다.


모두가 떠나는 강찬호 원장을 배웅하고.

곧 윤아와 세희가 가져온 간식을 푸짐하게 펼쳐 놓았다. 떡볶이, 순대, 튀김, 오뎅, 그리고...


“어? 음료수는?”


서현의 말에 윤아가 아차 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아, 맞다. 언니. 생각을 못 했어. 지금 나가서 사 올 게.”

“에이, 그건 아니지. 앉아 있어. 간식 가져오느라 수고했는데. 내가 사 올게. 같이 갈 사람!”


미쳐 누가 손을 들기도 전이었다. 서현이 친구 도민규를 팔꿈치로 툭 쳤다.


“놀면 뭐 해. 같이 가.”

“응? 나?”


도민규가 의아해하면서도 부스스 자리에서 일어났다. 덩달아 판덕중도 일어났다.

서현이 미간을 좁혔다.


“넌 왜?”

“아. 민규 형 가니까.”

“하. 너희 둘은 뭐 사귀냐?”


송연수 출현 이후로 급속도로 가까워진 두 사람이었다. 그러니까 덕심일체라나 뭐라나.


서현이 뭔가 못마땅한 얼굴이었지만, 더 말하기가 뭐 했는지, 손을 휘젓고는 출입문으로 걸음을 옮겼다.

민규와 덕중이 바로 서현을 뒤따랐다.


“......”


졸지에 연습실에는.


오늘 서로 처음 만난, 그리고 낯을 몹시 가리는.

강인성과 윤세희.

그리고 그 둘을 잘 아는 성태훈과 김윤아.

네 사람만 남게 되었다.


잠깐 정적이 머물렀지만, 그건 윤아의 밝은 목소리와 함께 곧 깨졌다.


“인성이하고 세희는 오늘 처음 보지?”


윤아가 환하게 웃으며 오뎅 국물용으로 챙겨왔던 숟가락을 집어 들었다.

그 숟가락을 마이크 삼은 윤아가 말했다.


“그러면 지금부터 제가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여기 강인성 군부터. 인성이로 말할 것 같으면...”


윤아의 너스레에 인성과 세희의 입가에 조금씩 미소가 걸리기 시작했다.


태훈이 빙긋 웃었다.


똑같았다.

20여 년 전, 서로 처음 만났던 그 연습실 풍경과.


눈이 조금 젖었다. 아무도 모르게 쓸어냈다.


리더 성태훈

메인보컬 윤세희

서브보컬 김윤아

메인댄서 강인성


그랬다.

오늘은 사고로 헤어진 지 15년 만에.

네 사람이 함께 모인 날이었다.



**



“휘유. 선배님, 조용히 은퇴하시기는 틀렸네요?”


김규용 피디를 누구보다 좋아하는 MBS 드라마국 CP가 싱글벙글한 얼굴로 말했다.


“허허. 생각보다는 조금 시끄러워졌구만.”

“조금이라뇨. 실시간 검색 1위를 찍은 사건인데요. 덕분에 [TV단막극장]까지 실검에 오르내리지 않았습니까. 단막극장이 마지막으로 실검에 올랐던 게 언젠지 기억도 안 납니다.”


아직 방영 날짜가 한참 남았음에도 벌써 프로그램 게시판도 난리였다.


“거기다가 [범죄의 시대2] 기사까지 터져서. 아무튼 이 판이 이렇다니까요. 되는 사람은 뭘 해도 되잖아요. 어휴, 이럴 줄 알았으면 선배님 은퇴 작은 무조건 미니시리즈로 우겼어야 했는데.”


아무리 90년대라지만, 시청률 63%가 그냥 찍힐 리는 없었다. 그건 단지 실력의 영역을 넘어서는 일이었다.


항상 그랬다. 김규용 피디가 연출하면 그게 배우든, 이슈든, 타이밍이든, 여하튼 뭔가 잘 풀렸다. 그러니까 이번에도 보라고.


CP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이참에 미니시리즈로 마지막 하나 가실까요? 단막은 은퇴작 하셨으니까. 미니시리즈 은퇴작도 하나. 딱 이잖아요. 미니시리즈의 전설이 미니시리즈로 은퇴하시는 게 맞죠.”


김규용이 손사래를 쳤다.


“됐네. 이 사람아. 그럴 거면 처음부터 그렇게 했지. 나하고 그렇게 오래 얘기해놓고는.”

“하하. 말이 그렇다는 거죠. 근데 너무 화제가 되니까. 기회가 아깝긴 하네요.”


CP의 눈에는 진심으로 아쉬움이 가득했다.

하지만 그렇게 오랫동안 김규용 피디를 설득했어도 이빨도 들어가지 않던 그였다.

CP가 아쉬움을 털어버리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나저나. 이렇게 된 김에 시청률 기록이나 시원하게 한번 찍었으면 좋겠네요.”

“어이구? 내가 마지막까지 시청률 신경 써야 되는 거야?”

“아뇨. 그게 아니라. 이거 TV단막극장 매 시즌마다 폐지 얘기가 나오니까요.”

“아직도?”

“그럼요.”


벌써 20년이 넘는 시간이 쌓여온 장수 프로그램 [TV단막극장]. 하지만 시청률 자체는 워낙 저조한 까닭에 늘 유지가 위태위태한 상태였다.


“이게 시청률만으로 생각할 프로그램이 아니라고 그렇게 얘기하는데도. 참.”

“그러니까요.”


TV단막극장은 신인 작가나 연출가들, 배우들의 아주 좋은 등용문 역할을 하고 있는 프로그램.


하지만 그건 장기적으로 한국 드라마계에 좋을 일이지, 당장에 방송국에 수익을 가져오는 건 아니었으니.


“그런 게 중요하잖아요. 이런 단막극도 시청률이 이 정도까지도 나올 수 있다. 이렇게 천장 뚫는 걸 보여주는 거.”

“......”

“그리고 시청률이 높다는 얘기는, 이번 기회에 시청자들에게 이런 프로그램도 있다. 이런 것도 확 홍보도 됐다는 거고. 전반적으로 좋아지겠죠.”


김규용 피디가 잠시 생각에 잠긴 듯하더니, 물었다.


“이거 작년, 올해 최고 시청률이 얼마나 나왔지?”

“1.8%요. 그것도 고트죠. 대체로 1%가 안 나오니까.”

“상황이 어렵긴 어렵네.”

“그렇죠.”


고개를 끄덕이던 CP가 갑자기 뭔가 생각난 듯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 시청률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요. 이번에 이거 시청자들한테 반응 좀 괜찮게 나오면요. 태훈이 그 아이한테 아마 큰 거 하나 오퍼 갈 거예요.”

“큰 거?”


김규용 감독이 궁금한 듯 되물었다.


“무슨 큰 거?”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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