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계 천연루키로 착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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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8.21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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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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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4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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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수요와 공급. 저도 너무 좋아합니다. 이사님

DUMMY

찌라시에는 박차를 가했다.

팬들은 물론 사이버렉카까지 유심히 보던 상황에 뜬 속보 하나.


-거기 있었는데 갑자기 조명이 켜지더라


녹음영상.

목격자 후기.

인터넷.


그리고 무엇보다 유출된 경기장 안 영상.


*


“지금 이게 뭐예요?”


회사는 아수라장이었다. 서 이사가 퀭한 얼굴로 회의실에서 발을 달달 떨었다. 사장이 앞에서 마른 세수를 하고 있었다.


“어쩔 거야.”

“하아.”


그녀가 눈을 질끈 감고 한숨을 내쉬었다.

주먹을 꽉 쥐었다. 뼈 마디 마디가 하얗게 내비쳤다. 꽉 쥐고 그녀가 한순간에 풀었다. 눈에 묘한 광기가 서렸다. 입가가 짜릿하게 살살 올라갔다.


사장이 그녀를 보며 오한을 느꼈다. 찡그린 눈으로 그가 응시했다.


‘이럴 때면 항상 소름이 끼친다니까.’


그녀가 고개를 들고 말했다. 그 눈이 정확히 사장을 보고 있다.

옅은 미소가 올라왔다.


“이 흐름 타고 가시죠. 판도는 뒤집으면 되는 거잖아요.”


그녀가 눈을 찡그리며 입꼬리를 올렸다. 그렇지 않냐는 듯 동의를 구하고 있었다.


“우리 이런 거 많이 해봤잖아요. 사장님.”


*


그거 핸드폰 키지 마시고 집에 계세요.


“하아아.”


나는 물을 마시고 그대로 컵을 식탁에 올려놓았다. 집은 조용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아아아아.”


낮게 신음을 내며 그대로 주저 앉았다. 흐느적거리는 내 모습이 거실 창문에 비친다.


“뭐가 맞고 뭐가 틀린 거야.”


내 얼굴을 알아본 사람들의 문자는 일단 제한다고 해도.

모르는 사람들. 그러니까 얼굴도 볼일 없는 사람들에게 갑자기 노출된 일.


-이 상황에 웃기긴 한데.


첫 댓글을 보고 말았다.

나는 팬도 아니고 솔직히 소문들 관심 없다는 말.


-이거 보고 울었으면 좀 이상한가?


재능이 두드리고 있었다.

대중들의 마음을.


“하아아아아.”


깊은 한숨을 쉬고 다시 일어났다. 그 댓글 생각을 하니 더 마음이 심란하다.

헛웃음을 지었다.


“하하.”


보통의 키.

보통의 외모.

보통의 모든 것인 그가 입고 있던 체크 셔츠를 옷걸이에 걸었다.


걸어가는 그 걸음.

컵을 잡은 손모양.

걱정에 자신도 모르게 힘을 준 이마에 인상까지.


그래도 순해보인다는 첫 인상을 많이 듣는데 거울 속 그는 차가워보였다.

그리고 그는 몰랐다.


그의 행동 하나하나. 모든 것을 사랑해 줄 누군가가 저 화면 너머에서 넘실거리고 있다는 것을.


“난 정말 평범한데.”


그가 한숨을 내쉬려다가 삼켰다. 창문을 쳐다봤다.

눈이 저 멀리 아직 꺼지지 않은 불빛들을 보고 있었다.


*


“허허. 말도 안 되는 소리지. 지한이가 뭘 해?”


아버지 옆에서 어머니가 관심 없다는 듯 숨기면서도 눈을 동그랗게 떴다.


“오디션이라니? 걔가 별 걸 다 하는구나.”

“허파에 바람 들어갈 거면 어릴 때 했어야지. 흐이그. 내가 진짜.”


아버지가 물을 벌컥벌컥 들이마셨다. 쾅 식탁에 내려놓고 그가 유 팀장을 응시했다.

그는 먼 산을 보고 소리 없이 한숨을 내쉬었다.


“소송. 건다고 하면 걸 수도 있어요. 뭐, 초상권 침해 이런 걸로.”


두 사람이 조용해졌다. 유팀장이 식탁에 시선을 고정하고 숟가락을 들었다.

그가 자연스럽게 첫 한술을 마셨다.


“회사는 소송 안 하고 싶어하지만 일반인 보호가 최우선이라고 말은 해요. 말은.”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아들을 수 있게 해야지. 유지혁.”


유팀장이 고개를 들었다. 그가 표정 변화 없이 입을 열었다.


“아버지 아들 이미 노래도 부르고 계약도 눈 앞에 두고 있다고요.”


*


“이거 노이즈마케팅이죠?”

“데뷔 날짜 나왔어요?”

“숨겨진 멤버라는 설이 있던데.”


쏟아지는 전화에 직원이 그대로 마지막 전화를 끊었다. 그의 앞에서 서 이사가 초점이 나간 눈으로 그를 보고 서있었다.


“언제부터 계셨어요?”

“아까부터요.”


그때 서 이사의 폰이 울렸다. 그녀가 손을 올리고 고개를 돌렸다.


“여보세요.”

“이사님. 나는 알 것 같아서 연락했어요. 사고 같던데?”


그녀가 전화기를 귀에서 떼고 눈을 찡그린 채로 이름을 확인했다.

성한 연예부 이현기.


억지 웃음을 지으며 그녀가 인상을 가득 썼다. 못마땅하게 대답했다.


“회사로 연락하시죠.”


끊으려는 그때 그가 다급하게 외쳤다.


“지금 기사 엄청 자극적인 거 알죠!”


서 이사가 어금니를 까득 깨물고 화를 가라앉혔다. 가식적인 웃음을 지으며 숨을 내뱉었다. 그녀가 간신히 톤을 유지하고 전화기를 들었다.


“네. 회사로 말씀하세요.”

“우리가 먼저 할게!”


뚝. 그녀가 서늘하게 폰을 응시했다.


끊긴 폰을 허탈하게 보던 이현기가 헛웃음을 내뱉었다.


“우리를 이렇게 배신해?”


뒤에서 동료들이 얼굴을 내밀었다. 그들은 하나 같이 궁금증 어린 듯 눈을 반짝였다.


“뭐래요?”

“사고 아닐텐데. 너무 완성형이잖아.”

“사고인 척 하는 마케팅인거지. 어디 끼워넣으려면 이 정도 화제성은 있어야 해.”


그들을 내려다보다가 그가 자리에 풀썩 앉았다.


“됐어. 사실이 뭔지 알 게 뭐야.”


그가 화를 삭히며 눈을 감았다. 미간을 조이고 성대를 긁으며 우뢰처럼 소리쳤다.


“인기 걸그룹이랑 남자 신인. 거기에 넣을 키워드 많잖아!”


그 소리에 모두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미어캣처럼 다들 집중했다.


“클릭률 높이라고 설정 던져줬으면. 제대로 요리해줘야지.”


이현기.

화면에 비친 그가 이를 아득 물며 타이핑을 쳐내렸다.


*

-이현기 기자


기사 스크롤을 내리던 서 이사가 그대로 멈췄다. 그녀가 헛웃음을 뱉으며 고개를 젖혔다. 머리를 헝클이며 고개를 푹 숙였다.


"하아."

"서 이사님."

"또 왜."


그녀가 화면을 보고 그대로 얼어붙었다.

재빠르게 직원이 회의실 의자에 앉아 모니터링을 시작했다.


그때였다.

문이 열리며 지한이 들어왔다.


"저 결정했어요. 이사님."


서 이사와 직원이 동시에 그를 돌아봤다.

화면은 온갖 기사로 가득 차있었고, 그 하얀 화면에 검은 글자가 지한을 집어삼키고 있었다.


지한이 고개를 들어 화면을 봤다.

서 이사가 놀라 그대로 일어났다.


"보지 마요."


그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오히려 살짝 웃었다.


"이미 봤는 걸요. 다 제 얘기던데."


미소가 서서히 사라졌다.


"첫인상과 달리 순진한 구석이 있으시네요. 서 이사님."

"이런 건 익숙해지지 않아서."


그녀가 변명하듯이 말하고 화면을 가리려고 펼친 팔을 서서히 내렸다.

눈 앞에 그를 관찰하듯 조심스럽게 뜯어봤다.


'괜찮나?'


유지한은 생각하듯 골똘하게 천장을 올려다봤다.

그가 대뜸 말을 꺼냈다.


"여기 몇 층이죠?"


직원이 눈치를 보며 서 이사와 유지한 사이를 힐끗거렸다.

몇 초 후에 직원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기 시작했다.


'몇 층?'


고층. 투신. 악플.

몇 개의 키워드가 머리에 둥둥 떠다녔다. 그가 일어나 티를 안 내려고 노력하며 커텐을 촥 내렸다.


지한이 영문을 모르고 그에게 시선을 줬다. 직원이 얼굴을 마주하며 눈을 피했다.


"그건 왜요."

"얼마나 대단한 회사인지 좀 궁금해서요."


서 이사는 이 순간을 바랬다.

회사에 관한 거라면 떵떵거릴 수 있었다.


"그게."


그녀가 말을 더듬었다. 눈을 제대로 볼 수 없다. 그녀가 시선을 돌리고 입술을 벙긋거렸다.

몸이 떨린다.


'할 수 없어. 여기서 어떻게 어필을 해.'


최악의 회사지.

보호는 커녕 아무것도 못하고 있다.


지한은 재촉하지 않고 그녀 앞에서 기다렸다. 그가 책상으로 다가와 의자를 빼고 앉았다.

창문을 보려다가 화면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렇게 괜찮은 척 안 해도 돼요. 보지 마요. 봐서 좋을 거 하나도 없어."


서 이사가 한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고개를 숙였다. 그녀가 다른 손으로 직원을 향해 휘적거렸다. 그가 재빠르게 모니터를 껐다.

지한은 별 말이 없었다.


"소송. 걸어, 걸어 볼래요?"


그녀가 고개를 팍 들고 초조하게 물었다.


'이게 뭔 말이야.'


스스로 말하고도 입술을 꽉 짓눌렀다. 얼굴이 뭉개진다.

지한이 속내를 알 수 없이 고개를 흔들었다.


그녀가 지한을 정면으로 보고 표정을 갈무리했다. 이내 차가워졌다.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고 하려고 했어요. 원래. 언론이야 흐름만 바꾸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네."


그가 차분하게 대답했다. 잘 듣고 있다는 듯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그런데 지한 씨가."


목이 매인다. 그녀가 책상 밑에서 주먹을 꽉 쥐었다.


"지한 씨 입장은 생각 안 했어요. 인정해요."

"네."


그가 순순히 대답했다.


"이 정도로 번질 줄 몰랐다, 그런 말은 안 하실 거죠?"


그가 말했다. 서 이사가 눈을 질끈 감았다. 직원의 포커페이스가 흔들렸다.

지한은 담담했다.


"이미 얼굴도 팔렸고 별 말도 안 되는 얘기도 많던데요."


그가 검지를 피고 웃으며 말했다.


"정신적 피해를 금전적 보상으로 환산하겠다, 라는 것도 순진한 얘기잖아요. 맞죠?"


서 이사가 말을 잃고 멍하니 그를 쳐다봤다.

직원은 잠시 눈을 끔벅거렸다. 그가 자신도 모르게 이 광경에서 서 이사의 얼굴을 보려고 고개를 틀었다.


꿀꺽.


"수요와 공급. 저도 너무 좋아합니다. 이사님."


유지한은 어제 계산을 끝냈다.

물 들어왔다.


"취업 해보려고요. 유엔엔터가 엔터계 1위더군요."


어제 들었던 리하의 말이 귀에 울리는 듯 했다.


-저희 곧 빌보드 갈 거 거든요!


지한은 손을 서로 겹치고 그 위로 턱을 괴었다. 검은 눈에는 어떤 두려움도 비치지 않는다.

그가 차가운 얼굴을 한순간에 바꾸었다.


웃으며 말하는 순간.


"저는 이 회사를 해외 1등으로 만들 인재가 되겠습니다. 뽑아주십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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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너무 좋은데요 24.09.10 14 1 10쪽
7 누구요? 24.09.10 15 0 9쪽
6 비공개 신인 24.09.10 21 0 11쪽
5 얘 뭐야? 24.09.04 26 1 10쪽
» 수요와 공급. 저도 너무 좋아합니다. 이사님 24.08.24 39 2 10쪽
3 오디션을 보다 24.08.23 49 2 11쪽
2 캐스팅 당하다 24.08.22 68 2 11쪽
1 오늘밤 주인공은 나야 나 24.08.21 76 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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