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계 천연루키로 착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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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8.21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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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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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0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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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요?

DUMMY

영재가 웃으며 말을 한 번 더 반복했다.


"아뇨, 그 영상 보고 연락드립니다. 그거 요새 유명한 거 있잖아요."


*


"네?"


직원이 싸하게 굳어 고개를 들었다. 옆에 서 이사가 초조하게 그를 쳐다봤다.

입모양으로 그가 뻐끔거렸다.


영재요. 그 영재.


"뭐?"


서 이사가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이내 그녀가 숨을 죽였다. 풀어진 머리칼을 위로 쓸어올리고 하나로 묶었다. 그녀가 입을 질끈 물고 목소리를 낮췄다.


"뭐래요?"

"재밌어보인데요."

"네?"


직원이 황망하게 메아리처럼 반복했다. 자신도 말하면서 이게 맞나, 싶었다.


"재밌어보여서 연락했대요."

"허참."


서 이사가 혀를 찼다. 영재, 천재 작곡가는 아니지만 세션에서 싱어송라이터로 자리 잡기까지 그 기세가 무서웠던 인물이다. 무엇보다 음악적 역량을 무시할 수 없다.


'사실 그게 다이기도 하지.'


서 이사가 초조하게 손톱을 뜯었다. 테이블 아래에서 분주하게 그녀의 긴 검은 네일이 한껏 망가지고 있었다. 그녀가 탁 테이블 위로 손을 올렸다.

눈이 총명하게 빛났다.


"우리 이거 잘해봅시다."


정적이 흘렀다. 직원이 탄식과 같은 소리를 내며 우물거렸다.


"뭘요?"

"뭐긴요. 영재 건. 잘 잡아봅시다."

"아니, 뭐. 여기도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인데요."


다른 직원이 모니터 중이었던 지한의 쇼츠들을 보다가 고개를 숙이며 헛웃음을 지었다. 서 이사의 생각은 달랐다. 그녀가 고개를 단호하게 저었다.


"의도했듯 안 했듯 적어도 바이럴 마케팅은 통한 것 같으니까요. 이러면 흐름 타고 가야죠."

"이대로 진행하시겠다고요?"


서 이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후련한 표정으로 일어났다. 민낯의 얼굴이 한층 더 맑아졌다.

근심걱정이 사라진 피부 위로 해사한 미소가 올라왔다.


"우리 아티스트는 언제 오죠?"


그녀가 잠깐 잊은 듯 발걸음을 멈추었다.


"프로듀서를 바꿔야 할 수도 있겠는데."


중얼거리며 다시 바쁘게 복도로 걸어가는 서 이사. 그 뒷모습을 보며 직원들이 서로만 쳐다봤다.


"들었어?"

"어."


과연 될까? 그 기대를 걸기도 어려운 일이다. 아무 가능성도 없어보이는, 아니, 오히려 나쁘면 나쁜 상황인데 저런 생각을 하다니.

그가 찌뿌둥한 어깨를 돌렸다.


"뭐, 이사님 촉이야 대한민국이 증명하잖아."


그가 내심 믿기지 않는 듯 읊조렸다. 믿어야지, 뭐 어떡해. 그 옆에 있던 지한과의 첫 미팅을 목격한 직원, 이성한이 고개를 비스듬히 꺾었다.


"아냐, 뭔가 좀 달라."

"왜. 안 될 것 같아?"


성한이 그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그가 무안해져 시선을 피했다.


"아니, 말을 하면 되지."

"안 될 것 같냐고?"


성한은 무표정으로 입을 움직였다.


"그런 게 아니라. 그냥 감이 안 잡힌다는 거야. 되면 얼마나 커질지. 규모 같은 거."

"쌩신인이야. 회사에서 만들어진 것도 아니고 거의 이건 길거리 캐스팅이잖아."


성한이 어깨를 으쓱 위로 올렸다.


"다 그렇지 뭐. 엔터가 하는 게 그런 사람들 모으는 거 아니겠어."


그는 말이 없었다. 성한은 그를 지나쳐 중얼거리며 지나갔다.


"직접 보면 또 생각이 바뀔 거다."

"내가 경력이 몇인데 꼭 실물로 봐야 하는 그런 거냐?"


성한이 뒤를 돌아 실없이 웃었다.


"서영화를 홀려낸 인물인데 궁금하지도 않아?"

"궁금하지도 않아."


그가 애써 오기를 부렸다. 성한은 그럴 리 없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 궁금하면서.


"아. 전화 왔다."


그가 전화를 받고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여보세요, 유지한 씨?"

"여보세요. 여기 다 왔는데요."

"밑에서 막혔어요?"

"정확해요."


성한이 올라오지 않는 엘레베이터 앞에서 숫자를 보며 말을 이었다. 초조하다.


"거기서 잠시만 기다리세요. 내려가고 있어요."

"근데 전화 한번만 바꿔주시면 안돼요?"


이건 또 뭐지. 성한이 움찔했다.


"전화요?"

"여기 자꾸 쫒아내려고 하는 분이 계셔서."


엘레베이터가 도착했다. 띵. 열린 문 안으로 그가 급박하게 뛰어들어갔다.


"지금 가요."

"빨리 오시면 좋겠는데."


지한이 팔짱을 끼고 불만스럽게 앞을 쳐다봤다. 그의 옆에는 순하게 생긴 얼굴에 선글라스를 낀 누군가가 함께 기다리고 있었다. 형원도 왼쪽에 멀대 같이 서서 차가운 겨울 공기에 코를 찡그렸다. 볼이니 코끝이니 다 얼고 있었다.


"안 추워요?"


모르는 사람이 말을 건다. 지한이 그를 슬그머니 쳐다봤다.


"추운데요."

"어디 쫒겨난 사람처럼 입고 있길래요."

"그게 반쯤 맞긴 맞아요."


차에서 쫒겨났죠, 아마.


"누구 기다려요?"

"아뇨. 아, 기다리긴 해요. 여기 아는 사람이 있어서요."


그가 허밍으로 알겠다는 듯 소리를 냈다.


"아. 여기 아는 사람 있어요? 그러면 그 사람도 아나?"

"누구요."


형원이 말 없이 지한과 모르는 사람의 대화를 방관했다. 이런 것 많이 봤다. 스몰토크라고 하나?

그는 속으로 혀를 찼다. 둘 다 과하게 친화력이 높고 경계가 적다.


정신을 반쯤 놓고 사는 사람들 같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이 의외로 굉장히 강하다.

유지한의 경우야, 몸통으로 박치기하는 유형이라면.


'저 사람은 뭔데 선글라스를 쓰고 있지.'


아니, 쓸 수 있지. 쓰고 싶으면 쓰는 거지. 형원이 코를 킁 삼키고 눈을 찌푸렸다.

어디선가 오버랩이 되는 듯 했다. 아른아른거린다.


"그 웃긴 사람 있잖아요. 아니, 그 유명한 사람. 거기도 알아요? 위에 사람들만 아나?"

"확실히 제가 윗 사람은 아니긴 해요."

"아. 아쉽네요."

"저도 아쉬운 부분입니다."


형원은 둘의 만담에 헛웃음이 나왔다.


"누구세요?"

"저요?"


선글라스를 쓴 남자가 형원을 위아래로 훑었다. 멀대 같이 크다. 모델이라고 하는 게 더 어울리는 몸이다.


"영재요."

"누구요?"

"이영재요."


동명이인이구나.


"이름을 물어본 게 아니라. 저희는 이래도 신원증명이 되거든요. 그쪽은?"

"저도 증명될텐데요."

"아니. 답답하게 하네."


성한이 나타났다.


"유지한 씨. 아, 여기 저희 회사 새로 들어오신 유지한 씨입니다. 아, 죄송해요."

"일을 참 잘하세요."


지한이 경비실에 꾸벅 고개를 숙이고 들어갔다. 형원이 그의 옆에서 영재를 흘기며 경계했다.


"저런 사람들한테 막 말 걸고 하면 안 된다고. 유지한."

"이영재 분, 되게 그 영재랑 이름 똑같다."


영재는 말 없이 둘을 보고 있었다. 성한의 얼굴만 백지장이 되었다. 그가 핏기가 싹 사라져 하얗게 질린 얼굴로 지한과 형원을 쳐다봤다.


"둘 다 입 조용히."


간신히 숨을 쉬며 그가 뛰어나갔다.


"죄송합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유엔엔터 A&R 이성한 팀장입니다."

"와아. 높은 분?"

"네?"


영재가 다크하게 웃으며 걸어들어왔다.


"이름이 유지한이구나. 안녕하세요."

"영재?"


반응한 건 형원이었다.


"영재요?"

"둘 다 민간인으로 만나는 거면 나 화 좀 내도 되나 모르겠어요."


형원이 입을 틀어막았다. 그의 얼굴에 온갖 감정이 쓸고 지나가고 있었다.

후회, 감탄, 설렘.

설렘?


지한이 눈을 찡그렸다. 형원이 매고 온 기타를 더 단단히 붙잡았다. 그가 말이 없어졌다.

그가 숨을 멈출 정도로 놀랐다. 영재가 선글라스를 반쯤 밑으로 내렸다.


순하게 생긴 눈매가 시크한 선글라스 안에 숨겨져 있었다.


"그런 것도 재미없죠. 저도 말 안 했으니까 그냥 쌤쌤으로 쳐요."

"아뇨, 저는 좀 더 얽히고 싶은데요."


형원이 홀린 채로 중얼거렸다. 지한이 그를 말 없이 쳐다봤다. 정신을 놓았군.


심란한 건 성한 뿐이었다. 이걸 어디서부터 말을 꺼내야 할까.


"지한 씨, 상황이 복잡해졌어요."

"여기서 더요?"

"저 분, 모르죠?"


나는 대답했다.


"서로 쫒겨난 신세라는 건 알고 있었어요."


멀뚱히 말하자 성한이 별 반응 없이 곧바로 경비실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작업실에 들어간 영재가 자신의 집인 것 마냥 의자에 편하게 앉았다. 형원만이 오디션이라도 보러 온 듯 굳어있었다. 기타를 품에 소중하게 안은 채로.

영재가 웃으며 입을 열었다.


"놀라셨죠. 갑자기 만나자고 해서."

"어."


나는 말을 골랐다. 성한을 올려봤다. 그가 제발제발제발, 중얼거리며 내 눈을 뚫어져라고 보고 있었다. 나는 침을 삼켰다.

웃고 있는 눈이 왜인지 교묘했다.


등에 소름이 돋는다. 아무 말이나 해버렸다.


"아뇨. 요새 다 놀라운 일이라. 이 정도는 괜찮아요."

"그래요?"


들었는지 안 들었는지 모르게 영재가 드문드문 대답했다. 그의 시선이 다시 모니터로 향했다. 그가 파일 하나를 클릭했다.

그가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의자를 돌려 나를 쳐다봤다.

아무 말 하지 않았지만 그 얼굴에서 읽힌다.


저 스피커에서 나오는 음악이 또 말을 얹어주고 있었다.


아. 이 사람 절박하구나.


"좀 도와줬으면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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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히키코모리도 이유가 있다 NEW 21시간 전 7 0 9쪽
8 너무 좋은데요 24.09.10 14 1 10쪽
» 누구요? 24.09.10 15 0 9쪽
6 비공개 신인 24.09.10 20 0 11쪽
5 얘 뭐야? 24.09.04 26 1 10쪽
4 수요와 공급. 저도 너무 좋아합니다. 이사님 24.08.24 38 2 10쪽
3 오디션을 보다 24.08.23 48 2 11쪽
2 캐스팅 당하다 24.08.22 68 2 11쪽
1 오늘밤 주인공은 나야 나 24.08.21 76 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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