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계 천연루키로 착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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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8.21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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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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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1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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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밤 주인공은 나야 나

DUMMY

“···”

“얘 데뷔조로 넣으시죠.”

“···.”

“사장님?”

“얘 직장 구한대.”


서 이사는 아무 말을 못했다. 머리 위에 큰 물음표가 떴다. 데뷔도 아니고. 직장?

눈이 찡그려졌다. 그녀가 다시 입을 열려고 할 때였다. 사장이 큰 한숨을 삼켰고 목소리가 떨렸다.


“4대 보험. 대기업. 이왕이면 연봉도 높았으면 좋겠고.”

“···?”

“뭐든 시켜주면 할테니까 일단 취업 좀 하고 싶단다.”

“일반인이에요?”


서 이사가 묻고도 믿지 못해 사장의 대답을 기다렸다. 그가 해탈한 웃음을 머금고 소리내기 시작했다.


“하하하.”


저 정신 나간 웃음에 서 이사가 조용히 고개를 천장으로 젖혔다. 눈을 질끈 감았다. 하이톤의 목소리가 방에 울러펴졌다. 날카로운 눈을 번쩍 뜨고 그녀가 사장을 노려봤다.


“이런 인재가 있으면 꼬셨어야죠! 이대로 뺏길 거 아니잖아요!”

“서 이사가 한 번 가볼래?”

“안 가고 뭐하셨어요.”


그녀가 씩씩 화를 내며 이를 까득 물었다.


“뭐, 어필할 게 없더라고.”


사장이 축 어깨를 늘어트렸다. 서 이사가 어이없이 헛웃음을 내뱉었다.

내세울 게 없어? 유엔엔터가?

저기 걸려있는 얼굴들은?


떡하니 복도에 걸려 있는 아티스트들의 전광판이 번쩍였다. 유엔엔터가 어떤 엔터인가.


"대한민국에서 BXS 모르는 사람도 있어요?"


서 이사가 어깨에 힘을 넣고 침을 떠벌였다. 사장이 고개를 축 늘어뜨렸다. 그의 중얼거림이 들렸다.


"모르는 사람도 있더라고."

"펑크블랙은요."


그녀가 재빠르게 쏘아붙였다. 그가 고개를 저었다. 서 이사의 얼굴이 하얗게 창백해졌다.

이건 엔터의 유명세가 문제가 아니다. 이 사람 도대체 무슨 삶을 살고 있는 건가.


그녀의 수심이 더 깊어졌다. 잠시 회의실에 정적이 감돌았다.

모니터에 켜진 파일 하나.


"도대체 어디서 이런 사람을 찾으신 겁니까?"

"그냥 있던데."

"예?"

"아니, 이번에 누가 아는 사람들 데려오지 않았어?"


사장이 눈을 번쩍 뜨고 혼자 놀라 일어났다. 서 이사가 그를 멍하니 올려봤다.

문 뒤에는 연습생들이 줄줄이 서서 서로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연다?"

"아, 근데 이사님도 계신 거야?"


여자 연습생들이 눈썹을 위로 올리고 잠시 입을 열었다.


"열지마. 잠만. 소리 안 들려?"

"야. 이사님. 소리지른다."


다른 연습생들이 숨을 죽이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말 그대로 문 뒤에서 커다란 비명소리가 들렸다.


"누구요?"


사장이 겁에 질려서 핸드폰을 마구마구 뒤졌다. 그가 눈을 찡그리고 힐끗 서 이사를 올려봤다. 소파에 앉은 채로 그가 조심스럽게 옆 자리를 눈짓했다.


"앉아. 서 이사."

"아니, 지금 진정하게 생겼어요? 누구? 유 팀장?"

"응. 아마 거기 손님인가봐. 녹음실도 들어간 거 보면."

"당장 팀장님 연락해주세요."


서 이사가 손톱을 조급하게 뜯었다. 그녀가 생각하다가 휙 돌아서 사장을 쳐다봤다. 그가 순진한 얼굴로 올려봤다.


"근데 내가 이미 물어봤었다니까. 절대 싫대."


그녀가 아차하는 표정으로 굳었다. 손을 들었다.


"제가 가볼게요."


입가에 여유로운 미소가 차차 돌아온다. 너무 들떴다.

내가 누구인가.


유엔엔터의 서 이사.

수많은 아티스트들을 탄생시킨 20년 경력의 프로.


*


"취업난인 거 알고는 있었거든. 근데 이렇게 어렵냐?"

"알고 있었다면서 뭘 물어."


지한이 커피에 빨대를 물고 형원을 쳐다봤다. 형원이 보지도 않고 노트북을 두드렸다.


"히익. 야 커피가 5,700원이야. 더 올랐어."


지한이 놀라 목소리를 높였다가 소리를 줄였다. 형원이 표정 하나 안 변하고 대꾸했다.


"세상이 우리를 말려죽이려는 듯."

"이제 돈 없는 대학생에서 탈출하나 했더니만. 똑같잖아."


형원이 시선을 지한에게 고정하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얼굴은 단호했다.

톤 변화 없는 목소리도 물론 단호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더 안 좋아짐."

"야. 저번주에 간 형 회사 진짜 좋더라."

"유엔엔터?"


형원이 흥미를 느끼고 시선을 주었다. 지한이 잠시 생각하더니 말을 이었다.


"솔직히 나는 거기 잘 모르거든. 근데 원래 회사가면 사장도 보고 그러는 거야?"


형원이 할 말을 잃었다. 그가 눈을 깜박이다가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질문했다.


"뭐, 사장님 면담도 했어?"


말하면서도 뭔가 이상하다. 형원은 눈 앞에 순진한 머글의 이야기를 더 들어볼 아량을 갖춰보기로 했다. 팔짱을 끼는 이 심리적인 방어는 어쩔 수 없지만.

그가 못마땅한 얼굴로 지한을 쳐다봤다.


'유엔엔터. 그렇게 작은 회사 아니지 않나?'


거기 새로운 사옥도 지었을텐데. 이번에 주식도 올랐더만.

개미는 더 흥미로운 눈으로 지한을 쳐다봤다.


"어. 야. 들어오라고 하더라?"

"어디를 들어가."

"유엔엔터."


정적이 감돈다. 형원이 싸늘하게 식은 얼굴로 지한을 봤다.

유지한, 유학파.

경영학과. 같은 학번이지만 대학이 다르다.


그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눈으로 커피를 마시다가 그를 올려다봤다.


"뭐야. 왜 그렇게 보냐."


형원이 말 없이 노트북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가 작업하던 로직 위에서 커서를 움직이다가 한숨을 터뜨렸다.

자세를 다시 잡고 지한을 응시했다.


"거짓말 하지마."

"내가 이런 걸로 왜 거짓말을 해?"

"그래서 더 거짓말이라는 거야."


속에 화가 울컥거려서 홧병날 것 같음.

형원이 재차 참을 인을 한 번 새겼다. 침착하게 말을 이었다.


"그래. 들어나보자. 뭐로 들어오라고 하던?"


지한은 그 날 이후로 받은 이메일을 생각했다. 갑자기 형이 급하게 연락이 왔었지.


-야야야야. 너 이메일 좀 보내봐라

-싫어

-장난 아니니까 빨리 보내.


앞에 앉은 형원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사실 그렇다. 자신이 아는 유지한은 이런 일로 누군가를 속일 사람이 아니었다.

특히나 최근 5년은 아예 정세에 관심도 없이 지내고 있었으니.


꿀꺽. 그가 침을 삼켰다. 설마하는 긴장감이 얼굴에 서렸다.


지한은 아무렇지 않게 입을 열었다.


"연습생으로 들어오라던데."


형원은 아무 반응도 못하고 숨을 들이켰다. 지한이 손을 휘적거리며 얼굴을 찡그렸다.


"야. 내 나이가 스물 일곱인데 무슨 아이돌이냐."


형원은 말이 없다.


"그런 일은 어릴 때 뼈를 깎는 노력과 외모로 하는 거잖아."


그가 눈을 끔벅거리다가 말을 낮췄다.


"원래 엔터는 모든 직급이 다 연습생부터 있는 건가? 그런거면 나 진짜 들어가고 싶은데."


지한은 진지하다. 그때를 생가하면 당시에는 어어가 없어서 한탄부터 한 것 같다.

뭐라고 했더라.


기억이 잘 안 난다.


오늘도 메일이 왔었다. 뭐였지? 면접 문자였던가?


"아. 아니네."


핸드폰을 꺼내 다시 확인했다. 수신자 알 수 없음.


-안녕하세요. 유엔엔터-


거기까지 읽고 폰을 껐다. 그때였다. 전화가 울렸다.


"여보세요. 형?"

"너 어디야?"

"나 형원이 학교 앞에."


형원을 응시하고 카페의 창문을 쳐다봤다. 그가 입모양으로 혀를 차며 형원을 놀렸다.

졸업 또 안 시켜주다고 그러더니 딴짓하고 있군.


"형이야?"


그가 반색하고 반응했다. 지한이 그 이중인격에 얼굴을 굳혔다.


"어어. 뭐야. 어?"


눈이 찡그려진다. 누가 온다고? 이게 뭔 소리야.


"너 있을만한 곳을 물어보시더라고. 내가 어쩔 수가 없었다."


그가 조심스럽게 존칭을 쓰는 걸 알아챘다. 지한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귀에서 그가 말을 이었다.


"너 이메일에 답장을 거지 같이 했다고 하더라. 이 자식아."

"아니, 내가 뭘 어쨌다고."


유팀장이 지끈거리는 머리를 싸매고 중얼거렸다.


"다들 좀 유난이신 거 같긴 한데. 아무튼 만나봐."

"누구?"

"아직 도착 안 하셨어?"

"형, 아무리 대기업을 다닌다지만 동생의 귀한 시간을 이렇게 뺏으면 어떡해."


그가 말 없이 전화를 끊었다. 형원이 열망어린 눈빛으로 지한을 보고 있었다.


"진짜 내 워너비."

"유세라니까 유세."


지한이 얼굴을 찌푸리고 중얼거렸다. 형원이 고개를 젓고 단언했다.


"너는 형님 말대로 해."

"뭘 형 말대로 해. 너 아주 성공에 눈이 멀어가지고."

"아니, 근데 유엔엔터 사장을 만났다는 거 진짜야?"


그때였다. 카페 2층의 계단을 올라온 누군가가 우뚝 멈춰섰다. 주변에 시선이 그쪽으로 몰렸다.


검은 하이힐.

하얀 피부.

하나로 묶은 검은 긴 생머리.

나이에 비해 젊은 얼굴.


지한은 보지 못하고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아니. 솔직히 장난 이메일인 거 같아. 계속 그쪽 이름으로 뭐가 오는데 그것도 안 보려고."

"아. 그래서였구나."


머리 위에 여자 목소리가 울렸다.


지한이 그대로 굳었다. 뒤에 누군가가 서있다. 형원은 앞에 있는 그녀를 위아래로 보다가 입을 벌렸다.


"신문에서 본 사람이다."


그에게서 말이 흘러나왔다. 서 이사가 시선을 주더니 고개를 돌리고 숨죽여 중얼거렸다.


"촌스럽게 누가 요새 신문을 봐."

"누구야?"


지한이 고개를 숙이고 간절하게 형원에게 물었다. 너 아는 분임?


"안녕하세요. 유지한 씨."


서 이사가 숨을 크게 들이키고 뱉었다.


"얼굴 보기 참 힘드네요. 녹음파일만 남겨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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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히키코모리도 이유가 있다 NEW 22시간 전 7 0 9쪽
8 너무 좋은데요 24.09.10 14 1 10쪽
7 누구요? 24.09.10 15 0 9쪽
6 비공개 신인 24.09.10 21 0 11쪽
5 얘 뭐야? 24.09.04 26 1 10쪽
4 수요와 공급. 저도 너무 좋아합니다. 이사님 24.08.24 39 2 10쪽
3 오디션을 보다 24.08.23 49 2 11쪽
2 캐스팅 당하다 24.08.22 68 2 11쪽
» 오늘밤 주인공은 나야 나 24.08.21 78 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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