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드 아이 스코프 : 18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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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밀빵
작품등록일 :
2024.08.25 03:21
최근연재일 :
2024.09.20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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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7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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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DUMMY


사냥꾼이 되고 싶어?


리암은 이른 아침 로건을 데리고 오두막을 나왔다. 그는 아무말 하지 않고 나무가 우거진 숲속으로 걸어갔다. 그의 침묵에 로건도 침묵을 지켰다. 애초에 그와 무슨 얘기를 해야할지 모르고, 또 그럴 기분도 아니었기에.

무성한 잡초와 메마른 이파리를 지르밟는 소리가 잔잔히 들려왔고 아침의 햇살이 축축한 흙길에 내리닿자 잠든 곤충들이 하나, 둘 깨어나 그들의 앞을 지나가기 시작했다.

선두로 가는 리암이 속도를 천천히 늦춘다. 그는 고개만 살짝 옆으로 틀어 로건에게 말한다.


"자, 총을 쏘는 법을 배우기 전에 한가지 짚고 가지. 너, 이름과 나이는?"


그의 얘기에 로건은 리암을 한번 바라봤다가 다시 정면을 응시하며 작은 입을 열었다.


"올해로 12살이에요. 이름은 로건 맥도어 히콕. 그냥 로건이라고 불러주시면 돼요." 로건이 대답한다.


"그러냐. 그렇다면 나도 리암이라고 부르면 된단다 꼬맹아." 리암이 콧방귀를 뀌며 말한다.


꼬맹이란 단어에 로건은 그를 한번 째려보고는 입을 삐쭉 내민다.


그렇게 몇 시간을 걸어가던 리암이 우뚝 멈춰 선다. 이미 로건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동글동글 맺혀 턱을 따라 떨어지고 있었다. 그는 손바닥으로 땀을 닦으며 주위를 살핀다.

주변의 나무들이 전부 그들을 쳐다본다. 참새의 노랫소리가 들려온다. 딱따구리가 나무를 거칠게 파먹으며 곡조의 불협화음을 더한다. 주변에 무성한 수풀에서는 다람쥐가 돌아다니고 각종 곤충이 풀잎 사이를 뛰어다녔다. 하늘은 무성한 나뭇잎으로 가득 차 간간이 빛줄기만이 땅에 내리 닿았다. 숲의 한가운데 들어 온 것이다.


리암이 주변을 둘러보며 고개를 두어번 끄덕이더니 얘기를 꺼낸다.


"꼬맹아. 이때까지 여기 유타··· 아니, 너희 마을을 벗어나 본 적은 있냐?"


"몇 번 엄마를 따라 사냥하러 조금 벗어나 본 적은 있어요."


로건의 대답에 리암이 고개를 좌우로 흔든다.


"아니. 딴 마을이나 지역을 가 본 적이 있냐고."


그의 말에 로건은 눈을 감으며 골똘히 생각한다. 5초 정도의 정적이 흐르고 그가 입을 열었다.


"없어요. 우리 엄마가 생활에 필요한 모든 건 이 주위에서 구할 수 있다고 했었어요. 가끔 도움이 필요할 땐 마을사람들도 도와주었죠."


로건의 말을 들은 리암은 자신의 턱을 쓰다듬는다. 이윽고 리암이 45구경 리볼버를 뽑아들며 로건의 머리에 겨눈다. 너무나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로건은 입을 벌린 채 눈동자를 쉴 새 없이 굴린다.


'뭐지? 날 이렇게 깊숙한 곳에 데려온 게 아무도 볼 수 없는 곳에서 죽이기 위한 거라고?'


허나 리암은 로건을 해치려는 마음은 없었다. 분명 총구를 그의 이마에 겨누곤 있었지만 리볼버의 해머는 젖혀있지 않았으니까, 그 상태로 방아쇠를 당긴다 한들 총알은 발사되지 않을 것이다. 몇 초간의 정적이 흐르고 리암이 헛기침을 하며 침묵을 깨트렸다.


"총 쏘는 법을 가르쳐 주기 전에 하나 알려줄 게 있어서 말이야. 넌 언제든지 총을 정확히, 빠르게, 확실하게 뽑을 수 있어야 해. 설령 내가 믿고 있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말이지. 너희 마을처럼 착한 사람들만 있거나 익숙한 사람만 있는 건 아니야. 언제든 싸움과 총알이 난무하고 말을 타고 가거나 역마차를 이용하는 와중에도 황야에 널리고 널린 무법자의 손에 죽을 수도 있지. 낮잠을 자고 있는데 돌턴 형제가 들이닥칠 수도 있는 거라고, 그때 넌 어떻게 할 거지? 순순히 그들의 말을 들어주며 지갑에 몇 푼 안 되는 달러를 가져다 바치며 마지막엔 네놈의 심장에 총알을 꽂아 넣는 그들을 바라보기만 할 건가?"


리암은 검지를 방아쇠울에 끼워 넣고 총을 한 바퀴 돌려 리볼버를 로건에게 건넨다. 리볼버를 건네받는 로건은 그것을 위로 들어 올리고, 아래로 내리며 구석구석 샅샅이 살펴본다. 콜트 리볼버는 피스메이커란 별칭에 맞게 굵직한 총신과 45구경 총알이 들어가는 둥그스름한 실린더 그리고 누구든지 표적으로 삼아버리겠다는 가늠쇠가 자신의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리암은 로건의 뒤로 다가가 그의 손을 감싸 쥔다.


"우선 두 손으로 손잡이를 감싸듯 쥐고 해머를 아래로 젖혀. 그럼 뭔가 걸리는 느낌과 함께 손을 떼면 고정된 걸 볼 수 있을 거야. 이게 첫 번째야. 총을 쏘기 위한 첫 번째 단계인 셈이지."


리암이 허공에 손 모양을 만들며 로건에게 보여준다. 로건은 그를 바라보며 그대로 따라 한다. 리암은 로건의 진행 상황을 지켜보며 얘기를 이어간다.


"해머가 뒤로 젖혀져 있다는 건 언제든 발사될 준비가 됐다는 거야. 그다음 팔을 뻗어 가늠쇠와 너의 눈동자를 동일 선상에 놓도록 해."


리암이 나지막하게 설명한다. 그러나 로건은 그의 말을 이해하지 못해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그가 몸을 리암 쪽으로 돌린다. 덩달아 그가 쥐고 있는 리볼버도 함께 리암을 향한다.

해머가 아래로 내려간 리볼버, 탄창에는 45구경 총알이 전부 들어가 있다. 저 상태로 방아쇠만 당기면 총알이 나간다.

리암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곤 그를 향해 소리친다.


"야!!! 뭐, 뭐해! 미쳤어?!"


리암의 호통에 로건은 깜짝 놀라며 어깨를 움찔거린다.


"네? 네?! 왜, 왜요! 뭐 잘못한 거 있어요? 죄송해요! 전 그냥 당신이 한 말이 제대로 이해가 되질 않아서..."


"돌려! 돌리라고, 총구를 돌리라고! 아니! 그냥 총을 땅바닥에 버려!"


리암은 언성을 높이는 동시에 반사적으로 허리를 숙이고 두 손을 머리 위로 든다. 아마 다른 누군가가 그들을 본다면 노상강도에게 돈을 털리는 장면이 아닐까 싶다.

리암의 말을 들은 로건은 급히 총을 반대편으로 돌린다. 그제야 리암이 위로 들었던 손을 내린다.

상황이 어느 정도 진정되자 리암은 눈동자를 좌우로 굴리곤 헛기침을 두 번 내뱉는다.


"깜빡했군. 쏘기 전에 한 가지 더 가르쳐 줄 게 있어. 가장 중요하면서, 너가 돌턴 형제처럼 총을 쏘는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쏘는지 판별할 수 있는 중요한 규칙이다. 우선 해머가 내려가 있는 이상 총구는 너가 정한 목표만을 향해 있어야 한다. 네가 몸통을 돌리든, 고개를 돌리든 총구만큼은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맨 처음 그 방향을 바라보고 있어야 한다는 거지. 그리고 총을 쏠 상황이 아닌 이상 손가락은 방아쇠울에 넣으면 안 돼. 그럼 다시 정면에 나무를 향해 조준해봐라."


리암이 박수를 두 번치고는 손가락으로 그와 조금 떨어진 축축하게 젖은 전나무 기둥을 가리킨다.

로건은 리볼버의 손잡이를 꽉 쥔다. 땀방울이 맺혀 그의 손이 축축하다.

이건 여기까지 올 때 흘렸던 땀일까? 아니면 뭔지 모를 고양감과 함께 긴장되는 기분탓일까?

그가 총구를 나무 기둥에 겨누자 리암이 계속해서 얘기를 이어간다.


"그다음 나무 기둥 어느 곳이든 좋으니 가늠쇠를 통해 조준하고 방아쇠를 당겨라."


리암은 슬며시 로건의 뒤로 다가가 두 검지 손가락으로 그의 귀를 틀어막는다. 그의 얘기가 끝나자 로건은 방아쇠에 손가락을 건다. 가늠쇠 사이로 보이는 나무 기둥이 큼지막하게 눈앞에 놓여있다.

그가 검지 손가락에 힘을 주었지만 이상하리만치 방아쇠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리볼버를 감싸 쥔 손이 양옆으로 진동하며 달달 떨린다. 침을 꼴깍 삼키는 그는 두 눈을 감고 검지에 힘을 주며 방아쇠를 당긴다.


'탕!!!'


해머가 탄약의 뇌관을 때린다. 검붉은 섬광과 함께 총알이 튀어 나가 나무 기둥의 옆을 맞춘다. 전나무 껍질이 사방에 튕긴다. 그가 질끈 감은 두 눈을 뜨자 리볼버는 회색 입김을 내뿜고 있었고 짙은 화약 냄새가 그의 콧끝을 자극한다.

뭔가 모를 고양감이 발밑에서부터 끓어오른다. 화약 냄새가 원래 이렇게 좋은 향이었나?


리암이 손뼉을 가볍게 친다.


"아주 쉽지? 총을 쏘는 법은 아마 서부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거다. 그건 상식이니까 말야. 총알을 장전하는 법도 쉬워. 손가락에 힘을 줘서 실린더 밀듯이 빼고 안에 들어 있는 탄피를 뺀 다음 거기에 새로운 총알을 집어넣으면 돼."


"하지만 리암, 원래 방아쇠가 이렇게 당기기 힘든건가요? 남들은 한손으로 잘만 쏘던데요. 혹시 제가 모르는 다른 장치라도 총에 있는걸까요?"


"아니. 그건 망설임이다. 후회없이 총을 쏘기위해선 망설임을 버리고 표적을 두 눈으로 똑똑히 봐야할거다. 어차피 곧 알게 될거야. 그나저나 꼬맹아 우리가 얼마나 걸어왔지?"


리암이 고개를 들려올려 위를 바라본다. 하지만 하늘은 조밀한 나뭇잎에 스스로를 숨기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회중시계를 꺼내었다.


"많이요. 저도 이렇게까지 깊숙이 온건 처음이에요."


로건의 대답에 리암은 입가에 미소를 자아낸다. 그가 자신의 회중시계를 로건에게 들이 내민다.


"현재 시각 오전 10시. 네가 원래 있던 집으로 오후 5시까지 도착해야 해. 꼬맹아, 네가 호랑이를 만나든 사자를 만나든 그건 내 알 바 아냐. 무조건 5시다. 그 안에만 도착하면 돼."


리암은 얘기가 끝나자 자신의 건벨트에 끼워진 45구경 탄알 하나를 로건에게 던져준다.


"네?!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에요?!"


로건은 탄알 하나를 받고선 그를 동그랗게 뜬 눈으로 쳐다본다.


"오후 5시까지 오지 않으면 난 내 마을로 돌아갈 거다. 네가 도착한다면 그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거지."


리암은 호주머니에 회중시계를 넣으며 몸을 돌린다. 로건은 그의 뒤꽁무니를 뚫어져라 쳐다본다.


리암이 무릎을 굽히고 발바닥에 힘을 준다. 그가 손가락으로 자신의 종아리에 무언갈 새겨넣곤 중얼거린다. 이윽고 그가 힘차게 도약을 하며 높이 6m 정도 높이에 위치한 굵은 나뭇가지 위로 올라간다. 그가 있던 자리의 땅이 움푹 꺼진다. 흙먼지가 사방으로 날린다. 로건은 그 상황에 놀라 뒤로 엉덩방아를 찧는다. 두 눈을 휘둥그레 뜨고 그를 쳐다본다. 리암은 입가에 주름을 자아내며 웃는다.


"나를 따라올 거면 따라와도 된다. 네가 가능하다면! 꼬맹아!"


그렇게 그는 굵은 나뭇가지를 발판 삼아 다른 곳으로 뛰며 사라졌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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