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드 아이 스코프 : 18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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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밀빵
작품등록일 :
2024.08.25 03:21
최근연재일 :
2024.09.20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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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9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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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DUMMY


세 마리의 늑대와 단 하나의 총


'탕-!'


총구에서 검붉은 화염이 뿜어져나온다. 45구경의 탄환이 고속으로 회전하며 늑대의 미간에 적중한다. 총알은 딱딱한 두개골과 뇌를 뚫고 파편이 되어 사방으로 뻗어나간다. 뒤통수에 커다란 구멍과 함께 살점 조각과 납 파편이 사방에 튀긴다.

'찰팍' 입을 벌린 채 절명한 늑대는 바닥에 힘없이 고꾸라지며 바닥에 널브러진다.


로건의 심장이 가슴을 뚫고 나올 것 처럼 급격하게 뛴다. 온몸의 혈액이 급속도로 순환한다. 그는 동그랗게 뜬 눈으로 늑대와 자기자신을 번갈아가며 쳐다본다. 두 손으로 부여잡은 리볼버가 떨린다. 이마에 땀방울이 이슬처럼 맺혀 턱을 따라 바닥으로 떨어진다. 무섭다. 그러나 싫지는 않았다.

그는 정신을 차리고선 서둘러 리볼버의 해머를 뒤로 젖힌다. 그리곤 눈동자를 굴려 다음 표적을 사냥할 준비를 한다.


'앞으로 남은 녀석은 둘...! 분명 기세가 꺽였을거야.'


고요한 바람 소리가 나무 사이를 오간다. 곧 수풀 사이로 두 마리의 늑대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들은 로건 앞에 뻗어있는 늑대 사체를 보자 자신의 뾰족한 송곳니를 드러내며 낮게 깔린 울음소리를 내뱉는다.

기세가 꺽였을 거라 생각했던 로건의 생각과는 달리 늑대들은 곧 땅을 박차며 양 옆으로 찢어진다.

늑대가 엄청난 기세로 로건을 향해 돌진하자 그는 몸을 돌려 도망친다. 그러나 얼마가지 않아 경사가 높은 비탈길을 마주한다. 그가 서 있는 곳과 아래 지면은 족히 6m는 되어 보였다. 그는 고개를 돌려 뒤를 한번 쳐다본다. 늑대들이 가까워져 오고 있다. 그러나 아직 그에게 닿기까지 약간의 시간이 남았다.


'젠장! 한번에 두 마리를 상대할 순 없을거야! 그렇다면...'


로건은 리볼버의 총구를 하늘 위로 치켜세우고 방아쇠를 당긴다.


'탕!, 탕!'


화약이 터지는 소리가 숲 전체에 울린다. 소리의 충격파가 온몸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분노로 가득 찬 늑대들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거세고 빠르게 로건을 향해 돌진한다. 곧 늑대들이 오른쪽 그리고 왼쪽에서 튀어올라 로건을 향해 달려든다.

무리다. 저걸 동시에 상대할 수 없다. 한 마리를 죽인다고 하더라도 나머지 한 마리는 어쩌잔 말인가?


로건은 총을 거두고 산 비탈길 아래로 몸을 내던진다. 가파른 경사를 미끄러지듯 내려가다가 몸의 균형을 잃는다. 딱딱한 흙바닥에 팔, 다리가 쓸린다. 데굴데굴 굴러떨어지는 와중에도 리볼버를 잡은 두 손은 꽉 잡으며 놓치지 않으려 안간힘을 쓴다. 바닥마다 툭 튀어나온 자잘한 돌멩이에 옆구리가 찔리고, 부딪히며 시퍼런 멍을 남긴다. 얇고 굵은 나뭇가지가 채찍이 되어 그를 때린다.


마침내 둔탁하게 울려 퍼지는 '쿵-!' 소리와 함께 나무 기둥에 몸을 들이박은 그는 옅은 신음을 길게 내뱉는다. 좁은 시야 사이로 늑대 두 마리가 보인다. 이윽고 로건이 몸을 내 던졌던 비탈길 위에서는 늑대가 한 마리, 두 마리, 세 마리, 더 모이더니 곧 열댓 마리 이상의 늑대무리가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로건은 어금니를 꽉 깨물며 손바닥으로 땅을 짚는다. 그러나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곧 다리와 팔에 힘이 풀리며 다시 엎드린 채로 쓰러진다. 가빠진 호흡이 천천히 되돌아오며 긴장이 풀린다. 한껏 분비되었던 아드레날린이 극심한 피로가 되어 몰려온다. 그렇게 눈꺼풀이 스스르 감기며 그는 그 자리에서 눈을 감는다.




눈을 뜬 로건이 벌떡일어나 하늘을 쳐다본다. 중천에 떠 있던 해는 어느새 산을 넘어가고 있었다. 푸르던 하늘이 벌겋게 물들어 있었고 그를 재촉하듯 점점 보라빛으로 변해갔다.

그는 주위를 두어번 둘러보어니 이내 손바닥으로 자신의 머리를 때린다.


'대체 시간이 얼마나 흐른 거야? 설마 그 잠깐 사이에 기절한 거야?! 이런 바보같은!'


로건은 자신의 손에 들린 리볼버를 움켜쥔다.


"...아직 포기할 수는 없어."


그는 두 눈을 질끈 감고선 다리와 손바닥에 온 힘을 집중한다. 뼈마디가 아려온다. 찌릿한 통증이 온몸에서 전해져 온다. 그는 무릎을 절뚝거리며 앞을 향해 한 발짝 걸어 나간다.

그의 허벅지와 종아리에 쓸린 자국이 선명하다. 복부와 팔꿈치, 무릎에는 시퍼런 멍이 한가득하다. 따끔함의 찌르는 고통이 서서히 둔기로 때리는듯한 통증으로 변한다. 그럼에도 멈출 수 없다.


30분 정도를 하염없이 걸었을까 로건의 눈 앞에 익숙한 풍경이 비추어졌다. 숲과 마을의 경계에서 맡을 수 있는 특유의 냄새가 그의 콧속에 흘러 들어왔다. 그가 고개를 돌려 주위를 둘러보자 빼곡히 자라난 숲 중심의 나무들과 다르게 전나무와 어린 나무가 듬성듬성 자라있다. 그리고 잔잔하게 들려오는 냇물 소리. 마침내 도착했다. 그러나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 하늘이라는 도화지에 어두운 보라색과 빨간색 물감이 서로 뒤섞이며 새로운 밤하늘을 그리고 있다.


'설마 오후 5시를 넘겨버린 건 아니겠지? 아닐거야. 이제 정말 얼마 안남았으니까 조금만 더 버텨...!'


로건은 절뚝거리는 다리를 억지로 부며 잡으며 한걸음, 한발, 우거진 나뭇가지와 수풀을 헤쳐나간다.


저 멀리 오두막 한 채가 보인다. 그 앞에 모닥불 하나가 밝게 피어오르며 회색연기를 내뿜고 있었다. 그 광경에 로건은 숨을 깊게 들이켜 마쉰뒤 내뱉는다. 그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빠른 걸음으로 모닥불이 타오르는 곳으로 간다.

오두막에 도착하자 그가 갈라진 목소리로 크게 말한다.


"리암! 제가, 제가 해냈다고요! 보셨죠? 전 강해요. 악마 따위 죽일 수 있다고요. 어서 다음 단계로···"


그러나 주변은 고요했다. 그저 불길에 장작이 타오르는 소리가 그의 얘기에 대신 대답할 뿐이었다.

그는 곧장 오두막 문을 열었다. 어둠이 내려앉은 집 안에는 어떤 촛불도 켜져 있지 않았다. 황량하고 아무런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는다. 모닥불의 불빛에 비추어진 로건의 그림자만 집 안에 드리웠다. 그가 집 안으로 한 걸음 내디디며 말한다.


"리암···? 있어요?"


떨리는 로건의 목소리가 무거운 정적 아래 깔려 묻힌다. 곧 그의 얼굴이 일그러지기 시작한다.


'설마!? 5시가 지났나? 이렇게나 빨리?'


로건은 그 자리에서 털썩 주저앉는다. 그는 이마를 땅에 찧으며 주먹으로 맨바닥을 내려친다.


허탈하다. 그렇게 열심히 달려왔는데 결국 늦었다. 리암이 떠나갔다는 사실보다 그는 제시간 안에 도착하지 못했다는, 그런 나약함이 싫었다.

그의 눈에서 눈물이 글썽인다. 다시 한번 주먹으로 땅을 내려친다. 손바닥에 작은 돌멩이가 박혀 작은 핏방울이 떨어진다. 그가 다시 한번 주먹을 내려치려고 할 때 누군가 그의 손목을 붙잡는다.


"여기서 뭐 하냐, 왜? 주먹 자랑이라도 하는 거야?"


리암이 나지막이 말한다. 그는 자신의 목에 걸린 회중시계를 꺼낸다.


"됐어요! 약속은 약속이에요. 전 당신이 말한 시간에 도착하지 못했어요. 그걸로 이미 끝이라고요!"


로건은 그의 손을 뿌리치며 소리친다. 그의 말에 리암은 한숨을 길게 내쉬며 회중시계를 그의 눈앞에 보여준다.


"현재 시각은 오후 4시 58분."


하지만 로건은 회중시계를 어떻게 보는지 몰랐다. 그저 어리둥절 눈을 멀뚱히 뜨며 시계와 리암을 번갈아 쳐다본다.

회중시계를 거둔 리암이 입꼬리를 올린다.


"뭐··· 넌 내가 말한 시간에 제대로 도착했어. 약 2분 정도 더 빨리 말이야. 사실 10분 정도는 더 기다려 주려고 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어졌군."


리암은 로건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 그의 말에 로건은 글썽이던 눈물을 터트린다.


"저, 저는... 당신이 간 줄 알았어요. 전 혼자 남았다고 생각했다고요!"


로건은 불규칙 적인 숨을 몰아쉬며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손등으로 닦는다. 리암은 로건의 어깨를 토닥인다.


"너 자신을 지킬 수 있을 만큼의 힘이 있을 때 비로소 남을 구할 수 있다. 그리고 아무것도, 아무도 없는 곳에서 널 지켜주는 건 남이 아니라 너가 들고 있는 바로 이 보잘것없는 총이다. 고생했다. 로건."


리암이 처음으로 그를 이름으로 불렀다. 항상 꼬맹이라고 불려 오던 로건이 그에게 마침내 이름으로 불렸다.

리암은 로건의 오른손을 들어 올리며 검지에 동색으로 도금된 망원경 문양이 박힌 반지를 끼워준다.


"시험을 통과했으니 넌 '데드 아이 스코프'의 일원이 될 자격을 내가 보증하도록 하지. 이 반지가 그 증표다. 앞으로 몇년은 더 훈련해야겠지만 말이다."


리암은 무릎을 털고 일어나 모닥불이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긴다. 그는 주저앉아있는 로건을 바라보며 고개를 까닥인다.


"뭐해? 언제까지 주저앉아 있을 거야? 밥은 먹어야지. 오늘은 저녁 식사는 신선한 늑대고기다. 누군지 몰라도 아주 깔끔하게 죽여놓았더군!"


로건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리암을 앞질러 모닥불을 향해 달려간다. 리암이 그의 뒤통수를 보며 입가에 미소를 은은하게 띄운다. 그는 회중시계의 시침을 6시로 돌려놓으며 뒤따라 걸음을 옮긴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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