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드 아이 스코프 : 18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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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밀빵
작품등록일 :
2024.08.25 03:21
최근연재일 :
2024.09.20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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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0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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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DUMMY


똑같은 나날


45구경 리볼버의 총구가 사슴의 가슴을 향한다. 로건은 숨을 짧게 들이켜 마신 뒤 호흡을 멈추고 심장 박동수를 천천히 늦춘다.

바람이 갑작스레 불어와 그의 뺨을 훑고 지나간다. 아직은 때가 아니다. 사슴이 땅에 고개를 떨구곤 풀을 뜯어 먹는다. 여전히 기다린다.

곧 바람이 멎고 사슴이 고개를 들어 올린다. 지금이다. 그가 방아쇠울에 넣은 검지손가락을 굽힌다.


'탕-!'


매캐한 화약 냄새가 그의 콧속으로 흘러들어온다. 총이 내뿜는 파열음에도, 화약이 터져 일으키는 반동에도 로건은 눈을 감지 않고 똑바로 사슴을 응시한다.

총알에 간을 뚫린 사슴은 일순간 경직되어 바닥에 고꾸라진다. 사슴의 다리가 미약하게 흔들리지만 곧 움직임이 멈춘다. 사체가 되어버린 사슴의 검고 동그란 눈에 한 사내가 비친다. 리볼버를 든 사내의 모습이.

로건은 리볼버의 해머를 원위치시키고 권총집에 넣는다. 이윽고 날카로운 단검 하나를 허리춤에 빼 사슴의 목에 쑤셔 넣는다.


로건은 두 달 가까이 똑같은 생활을 반복하고 있다. 체력 단련, 사냥, 짐승 해체, 요리 등 하지만 지겹지는 않다. 그가 총의 방아쇠를 당길 때, 화약 냄새가 총 끝에서 올라올 때, 총소리가 자신의 온몸을 두드릴 때, 특히 총알이 표적에 적중하고 짧고 강한 희열이 전신에 느껴질 때, 비로소 그는 살아있음을 느낀다. 로건은 죽은 사슴을 바라보며 옅은 미소를 입가에 띄운다.

사슴의 두 다리를 밧줄로 묶자 곧 발걸음 소리가 그의 뒤에서 들려왔다. 리암이 가볍게 손을 흔들며 입을 열었다.


"좋아, 방아쇠를 당길 때 망설임이 없어졌군. 총알도 사슴의 간을 정확하게 직격했고 말이야. 하지만 사슴 한 마리를 잡기 위해 20분 정도가 걸렸어. 그것도 가만히 풀을 뜯어 먹는 사슴을."


"그, 그야 당신이 저에게 총알을 한 발 밖에 안줬잖아요... 당연히 신중해질 수밖에 없죠. 그래도 이젠 조금 익숙해진 것 같아요."


"뭐, 확실히 일전에 비하면 좋아지긴 했어. 이제는 기회만 주어진다면 일발에 사냥감을 끝장낼 수 있게 됐으니까. 슬슬 다음 훈련을 해도 되겠어."


리암이 사슴을 둘러메며 얘기를 계속해서 이어간다.


"사슴은 비교적 온순한 동물이기에 시간만 있다면 언제든 기회를 노릴 수 있지. 즉, 전형적인 사냥감이다. 하지만 널 공격하려는 동물은 다르지. 이때까지 너가 사냥꾼이었다면 이젠 서로가 사냥감이 되어 사냥하는 거지."


"그렇다면 다음 훈련은 지금보다 훨씬 위험하겠네요."


"왜, 이제와서 무섭기라도 하냐?"


그의 질문에 로건이 고개를 좌우로 흔든다. 로건은 고개를 들어 올려 하늘을 잠깐 쳐다본다.


"아뇨, 짐승을 잡는 것도 좋지만... 악마는 언제쯤 잡으러 갈 수 있을까요?"


그의 얘기에 리암은 미간을 찌푸리며 혀를 찬다.


"쯧, 멍청한 꼬맹이 같으니라고. 너 같은 건 타락한 마을에 던져두면 정확히 8 초안에 죽는다. 넌 이제 겨우 방아쇠를 당기는 망설임을 버린 거야. 사슴을 몇 번 죽여보더니 너가 무슨 아라사카를 붙잡은 현상금 사냥꾼이라도 되는 줄 알아?"


"...그렇지만 그게 제 목표인걸요. 당신도 알잖아요. 제가 살아있는 이유가 뭔지."


"꼬맹아, 사냥꾼은 제각각 때를 노린다. 너가 이 사슴을 사냥하기 위해 찰나의 순간을 노린 것처럼 말이지. 너가 복수심에 앞서가려는 것은 이해한다만, 아직은 때가 아니야. 다음 훈련에 대한건 점심을 먹고 난 이후에 자세히 말하도록 하지."


오두막으로 돌아온 그들은 각자 역할에 맞게 움직였다. 리암은 둘러메고 온 사슴을 나무로 만든 고기 걸이 거치대에 걸어놓는다. 그리곤 주먹을 쥐며 자신의 허리를 가볍게 두들기더니 이내 자리를 떠버렸다.


로건은 숫돌에 칼을 간다. 짐승의 가죽은 유연하면서도 단단하다. 날카롭게 벼린 칼이 아니라면 쉽사리 들어가지 않는다.

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사슴의 목에 칼을 쑤셔 넣는다. 하지만 깊지는 않게, 근육이 칼끝에 닿은 느낌이 들면 그제야 손을 멈춘다. 그리곤 힘을 줘 가죽을 벗긴다. 벌거벗은 사슴의 근육과 피하조직이 그대로 드러난다. 그는 사슴의 배를 갈라 내장과 피를 모조리 빼낸다. 그들이 당장 먹을 다리 부위를 도끼로 찍어 토막 낸 후 나머지는 소금에 절여놓는다.

로건은 뺨에 묻은 핏방울을 손바닥으로 닦는다. 그는 자신의 손과 팔뚝에 묻힌 피를 바라보며 두 달 전 자신을 떠올린다. 처음에 그가 시체를 해체할 땐 헛구역질을 연신 했었다. 피비린내와 기이하게 생긴 짐승의 내장들 그리고 칼이 가죽과 근육을 뚫는 그 감촉이 견딜 수 없을 만큼 역겨웠다. 그럼에도 리암은 그에게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내장은 꼭 제거하라는 말만 할 뿐 그저 지켜보기만 했다. 당장에 먹을 것이 없어져 배가 고파진 로건이 헛구역질을 할 기운도 없을 지경에 이르러서야 겨우 짐승의 내장을 빼내고 시체를 토막 낼 수 있었다.

이제 요리는 로건의 취미 중 하나가 되어가고 있었다. 처음에는 토막 낸 생고기를 불에 그을려 먹었다면 이제는 리암이 가져온 각종 향신료를 뿌린 뒤 고기를 굽는다. 거기에 고기의 기름진 맛을 잡아줄 각종 열매와 야채들도 숲에서 따와 함께 구성한다. 이렇듯 로건이 자신의 역할에 대한 본부를 다할 때 리암 또한 바삐 움직인다.


리암은 손바닥으로 햇빛을 가리며 하늘을 쳐다본다. 그러고는 그늘진 곳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햇빛이 들어오지 않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그의 쉼터이자 침대이다. 그는 자신의 중절모를 얼굴에 덮어쓰고 나무 기둥에 등을 기댄 채 잠을 청한다.

항상 똑같은 로건과 리암의 점심 식사 전의 시간이다.




식사를 마친 그들은 빛줄기가 듬성듬성 들어오는 숲의 심장부로 걸음을 옮긴다. 참새의 곡조가 선명하게 들려오고 솟아난 전나무들이 그들을 쳐다본다. 땅에서 올라오는 흙 내음에 리암이 숨을 한번 크게 들이켜 내쉬더니 로건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이번에 사냥할 건 늑대다. 네 녀석이 두 달 전 마주했던 그 녀석들 말이지. 사냥꾼에게 필요한 건 여러 가지가 있지만 상황에 대한 대응과 임기응변도 중요하지. 마치 네가 산 비탈길에 몸을 내던진 것처럼 말이야. 안타깝지만 이런 능력은 오직 경험으로만 숙달할 수 있다는 거다. 특히 여기 숲에 사는 늑대들은 사냥감을 잘 구분하지 않을뿐더러 공격성이 굉장히 짙은 짐승들이지."


"아무리 공격성이 짙고 빠른 늑대라고 해도 결국엔 짐승일 뿐이에요. 이 총으로 다 죽일 수 있어요."


"하, 그러냐. 어찌 됐든 당분간 네놈에게 귀한 경험을 느끼게 해줄 고마운 녀석들이니까 어디 한번 잘 버텨보라고"


로건의 대답에 리암은 두 어깨를 으쓱인다. 리암은 검지 손가락을 치켜올리며 자기 다리에 상형문자를 그려 넣고는 혼잣말로 중얼거린다.


"「맹수의 표식 : 괴력」"


이윽고 두 다리로 땅을 박차더니 6m 높이의 굵은 전나무 가지에 안착한다. 땅에서 올라오는 흙먼지와 바스러진 잎사귀를 두 손으로 휘젓는 로건이 그를 노려본다.


"또 치사하게 혼자만 올라가는 거예요?!"


"뭐, 그럼 내가 너랑 같이 늑대사냥이나 할까? 중요한 건 깨달음이야. 백 마디 아니, 천 마디의 말보다 한 번의 깨우침이 너의 경험 속 습관처럼 박히게 될 거다. 특히 너 같은 꼬맹이들은 뭐 하나 배우면 자기가 돌턴 형제의 오른팔쯤으로 생각하니까 말이야. 이 기회에 호되게 혼나봐야 정신 차리지. 그래도 너무 걱정하지는 마. 죽기 직전에는 내가 나설 거야. 근데 다리 한 짝 잃는 수준으로는... 고민 좀 해봐야겠어."


얘기를 끝마친 리암은 자신의 안주머니에 손을 넣는다. 곧 작은 유리병 하나를 꺼내어 로건의 머리 위로 뿌린다.

로건이 두 눈을 질끈 감는다. 검붉은 끈적한 액체가 로건의 머리카락과 뺨, 어깨에 눌어붙는다. 그가 코를 벌렁거리며 냄새를 맡는다. 그 냄새는 마치 어제 먹다 남긴 생선과 사슴 고기를 따뜻한 햇볕 아래 28시간 방치해두고 그 위에 신선한 짐승의 피를 뿌린 것과 비슷했다.

냄새의 톡 쏘임이 로건의 목구멍으로 넘어가자, 그가 기침을 연신 해된다. 침이 자연스레 분비된다. 두 눈에서 눈물이 나와 앞을 가린다. 그가 리암을 향해 소리친다.


"도대체 나한테 뭘 뿌린 거예요?!"


"먹지만 않는다면 몸에 해롭진 않을 거다. 그냥 늑대들이 환장하는 향수 정도로만 알아둬. 30년 전에 내 교관이 가르쳐 준 레시피야. 효과는 확실하지. 아, 저기 오네."


그의 얘기가 끝나기 무섭게 한 마리의 늑대가 로건에게 달려왔다. 늑대는 두 눈으로 로건을 응시하더니 이내 사라졌다.

잠깐의 정적이 들려오고 곧 땅에 내려앉은 잎사귀들이 지르밟기는 소리가 들려오며 정적을 깬다. 하나, 둘, 셋···. 다섯. 로건의 눈앞에 선 다섯 마리의 늑대가 그를 바라보며 침을 뚝뚝 떨어트린다. 그들은 로건을 향해 울부짖더니 곧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작가의말

통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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