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드 아이 스코프 : 18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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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밀빵
작품등록일 :
2024.08.25 03:21
최근연재일 :
2024.09.20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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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4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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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DUMMY

수싸움


석 달이 지났다. 늑대와 결전에서 패배하고 돌아오고 상처가 낫기를 기다리고 또 그것들을 상대하기를 어느덧 석 달. 오늘도 로건은 항상 똑같은 숲으로 걸어간다. 그가 고개를 들어 올려 하늘을 쳐다본다. 하늘을 빼곡히 메운 나뭇잎 사이로 빛 한 줌이 겨우 들어온다. 그제야 그는 걸음을 멈추고 허리춤에 찬 작은 가죽 배낭을 열어 빨간 액체가 담긴 유리병을 꺼낸다. 그는 자신의 어깨와 팔 그리고 다리에 고약한 냄새가 나는 액체를 묻힌다. 액체 속 섞은 고기와 비릿한 냄새도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로건은 리볼버를 들고 검지손가락으로 실린더를 밀어내 총알을 확인한다. 6개의 구멍에 들어가 있는 6개의 총알.

그가 실린더를 다시 제자리로 위치 시키고 해머를 뒤로 젖히자 익숙한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늑대들의 하울링, 땅을 박차고 달려오는 소리, 목을 긁는 그들의 소리.


로건이 두 눈을 치켜뜨며 늑대들을 쳐다본다.

이번에는 네 마리다. 로건은 눈동자를 좌우로 굴려 주변을 살펴본다. 전나무가 빼곡히 둘러싸여 있다. 수풀은 나무와 나무 사이 우거져있고 메마른 흙바닥은 울퉁불퉁하다.

그는 곧바로 등을 돌려 늑대에게서 도망친다. 로건의 발걸음 소리 뒤에 울려 퍼지는 늑대들의 발소리가 그의 귓바퀴를 타고 들어온다. 제아무리 그가 재빨리 도망친다고 해도 결국에는 따라잡힐 것이다.

늑대들이 일렬로 그를 쫓더니 이내 사방으로 한 마리씩 흩어져 넓게 포위망을 펼친다.

늑대들의 발걸음 소리가 한곳에서 퍼져나가 뒤통수가 아닌 양, 옆에서도 들려왔다. 하지만 멀다. 마치 안개 속 유영하는 나무배처럼 희미하다. 그것과는 대비되는 또 하나의 소리. 그것은 선명했다. 아마도 그의 등 뒤를 쫓고 있던 늑대일 것이다.


로건은 발걸음을 멈추고 총을 들어 늑대에게 겨눈다. 하지만 늑대의 몸통이 아닌 코앞 바닥을 겨눈 채 방아쇠를 당긴다.


'탕-!'


찢어질 듯한 파열음이 고요한 숲 전역에 메아리치며 울려 퍼진다. 바닥에 박힌 총알이 빙그르르 회전하며 헛바퀴를 돈다. 그 광경에 늑대는 짧은 울음소리를 내며 자연스레 걸음을 멈추고 몸을 돌려 다른 방향으로 도망친다. 그리고 로건도 다시 발걸음을 분주하게 옮긴다. 그는 고개를 돌려가며 빛을 찾는다. 유난히도 빛이 많이 들어오는 광경에 몸을 돌려 그곳으로 향한다. 금세 좌우로 나뉜 늑대가 그를 향해 따라붙는다.

하지만 아직은 괜찮다. 소리는 여전히 멀었다.


로건이 빛이 있는 곳에 도달하자 광활한 공터가 나왔다. 그리고 몇 발짝 더 가 몸통을 돌려 리볼버를 겨눈다.

수풀에서 튀어나온 한 마리의 늑대가 땅을 박차고 로건을 향해 달려간다. 로건은 해머를 젖히고 가늠쇠에 늑대를 놓고 방아쇠를 당긴다.


'탕!'


총알이 늑대의 왼쪽 앞다리에 직격한다. 늑대는 몸의 중심을 잃고 바닥에 쓸려나가듯 고꾸라진다. 로건은 다시금 엄지손가락으로 해머를 젖힌다. 그리고 눈동자를 굴려 주변을 살펴보더니 이내 쓰러진 늑대의 정수리를 향해 총구를 겨누어 방아쇠를 당겼다. 총소리와 함께 늑대의 구슬픈 울음소리도 끊겼다.


이제부터는 로건의 전장이다. 울퉁불퉁한 지형과 더불어 시야를 가리는 나무도 수풀도 이 공터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지근거리까지 늑대가 다가온다면 무조건 총알을 욱여 넣을 수 있다.

늑대들의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는가 싶더니 이내 멈추었다. 하지만 수풀이 흔들리고 잎사귀가 흩날린다. 땅을 지르밟는 소리가 한곳에서 멈춘다. 저들의 다음 수는 동시 협공.

로건은 숨을 길게 내뱉고선 리볼버를 허리춤에 놓는다. 한 손은 방아쇠를 또 다른 한 손은 리볼버의 해머에 슬며시 놓는다.

싱글 액션 리볼버를 가장 빠르게 장전하며 상대에게 총알을 박아 넣을 수 있는 기술인 '패닝'의 자세다.


로건은 숨을 몰아쉰다. 손바닥에 땀이 곰팡이처럼 번져나간다. 이미 이마에 땀방울이 맺혀 그의 턱을 따라 바닥으로 뚝뚝 떨어지고 있다. 심장이 밖으로 삐져나올 것처럼 쿵쾅댄다. 그는 숨을 뱉고 내쉬며 천천히 호흡을 되돌린다. 미칠 듯이 뛰던 심장박동이 조금은 누그러진다.

마침내 늑대들이 수풀에 감추었던 몸을 드러낸다. 정면에서 달려오는 세 마리의 늑대가 분노에 찬 눈동자로 로건을 향해 달려든다.

로건은 몸통을 오른쪽으로 살짝 기울여 리볼버의 방아쇠를 당긴다.


'탕!, 탕!, 탕!'


총소리가 몇 번 들렸는지도 모른다. 방아쇠를 당기고 해머가 손바닥에 닿으면 곧바로 강하게 내리치며 다시 뒤로 젖힌다. 총알이 늑대에게 맞았는지는 알 수 없다. 지금 중요한 건 속도다.

좌우에 있던 늑대가 앞으로 몸을 구르며 쓰러진다. 하지만 정면의 늑대는 매서운 송곳니를 드러내며 로건에게 튀어 오른다.

그가 한 손으로 잡았던 리볼버를 다시금 양손으로 잡는다. 가늠쇠에 회색빛 털이 흩날린다. 늑대의 머리가 온전하게 눈에 들어온다.


그 광경을 나무 위에서 지켜보고 있던 리암이 오른손으로 권총집의 리볼버를 꺼내어 총구를 로건에게 겨눈다. 그는 짧은 숨을 들이켠다.


'안되지. 이미 네 실린더엔 탄피밖에 없는걸. 싱글 액션 리볼버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패닝을 한 건 아주 좋은 전략이었지만 그 기술은 단점도 아주 뚜렷하지. 강력하지만 낮은 정확도 그리고...'


로건이 방아쇠를 당긴다. 젖힌 해머가 실린더 속 총알을 강하게 때린다.


'틱.'


그러나 허무맹랑한 소리와 함께 총알은 발사되지 않았다. 공기 중에 흩날리는 흑색화약의 냄새만 로건의 콧속으로 들어왔다.


'...빠른 연사력 때문에 자신이 몇 발을 쏘았는지 쉽게 망각한다는 점.'


하지만 로건은 리볼버를 거두지 않았다. 그는 어금니를 꽉 깨물며 자기 왼팔을 늑대의 입속에 쑤셔 넣는다. 그는 늑대의 몸무게에 뒤로 넘어지며 엉덩방아를 찧는다. 그 기세를 몰아 늑대는 로건의 왼팔을 물고 고개를 좌우로 거세게 흔든다. 왼팔이 뜯겨 나갈 것 같다. 그의 몸뚱어리가 늑대가 흔드는 고개 방향으로 같이 흔들려진다.


로건은 오른손으로 칼집에서 단검을 꺼낸다. 이윽고 정확히 늑대의 경추에 꽂아 넣는다. 방금까지 강렬히 움직이던 하나의 생명이 바람에 흩날려 꺼진 촛불처럼 멈추었다. 그는 늑대의 움직임을 멈춘 것을 보고 하늘을 쳐다보며 숨을 크고 길게 내뱉는다. 그리고선 자기 왼팔을 물고서 죽은 늑대를 떨쳐내 보려 하지만 죽은 늑대는 고개만 좌우로 흔들 뿐 꿈쩍하지 않았다. 피가 늑대의 송곳니를 타고 밖으로 서서히 삐져나온다.

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강하게 늑대의 턱을 뽑아내 보려 하지만 오히려 박힌 이빨이 더욱 강하게 그의 왼 팔뚝에 쑤셔 들어간다.

리암이 그에게 다가오며 말한다.


"늑대의 송곳니가 휘어져 있는데 그렇게 무식하게 빼려고 하니 오히려 살이 들리고 잘 빠지지 않지. 잘 봐."


리암은 늑대의 머리통을 잡더니 위가 아닌 로건의 방향 쪽으로 천천히 들어 올린다. 그렇게 늑대의 송곳니가 빠지자, 봇물 터지듯 핏물이 살을 타고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리암은 어깨를 들썩이곤 얘기를 이어간다.


"가르쳐 준 대로 천천히 해봐."


로건이 자신의 허리춤 배낭에 두꺼운 천을 꺼내어 피가 난 부위를 덮어 강하게 누른다. 그리고 피가 조금 멎자 곧바로 페놀액이 든 유리병을 꺼내어 상처위에 들이붓는다. 맨살을 불로 지지는 것처럼 상처 부위가 화끈거리며 아파져 온다. 피부가 두근거리며 떨려온다. 그는 어금니를 꽉 깨물며 얇은 천을 꺼낸다. 그러자 리암이 그의 오른손을 붙잡는다.


"거기까지. 잘했어. 이번에는 왼팔을 들어 올려봐."


그의 말에 로건이 고개를 끄덕이며 왼팔을 들어 올려 본다. 하지만 들어 올려지지 않았다. 로건은 자신의 왼쪽 어깨를 뺨까지 당겨보지만, 팔뚝은 올라오지 않고 축 늘어져 바닥을 향했다.

리암이 그 모습에 혀를 두어 번 차며 입을 열었다.


"인대와 힘줄이 끊어졌을 거야. 내가 의사는 아니지만 기가 막힌 만병통치약 하나를 알고 있지."


리암은 그의 왼팔에 상형문자를 그려 넣는다.


"「맹수의 표식 : 재생」"


그러자 그가 그린 상형문자가 밝은 초록빛을 스스로 발하더니 곧 분해되어 공중으로 흩날렸다.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화끈거리는 아픔은 여전했고 찢어진 상처에서 핏방울이 살을 타고 바닥에 뚝뚝 떨어진다.


"리암, 아무일도..."


"내가 이전에도 말하지 않았나? 표식은 만능이 아니라고."


리암은 로건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의 오른손에 쥐고 있던 얇은 천을 빼앗는다. 이후 상처 난 왼팔에 천을 둘둘 감으며 매듭을 지어준다.


"네가 기본을 다 끝마칠 때까지 '표식'에 대한 건 알려줄 생각은 없다. 그러니 지금 당장은 궁금해도 참아. 그리고 알려준다고 해도 그걸 터득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리암은 검지와 엄지로 자신의 턱수염을 한 두어 번 어루만지더니 얘기를 이어갔다.


"...그리고 네가 사용한 '패닝' 나름 괜찮더군. 물론 정확도는 더 끌어올려야겠지만 말이다."


작가의말

통밀빠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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