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드 아이 스코프 : 18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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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밀빵
작품등록일 :
2024.08.25 03:21
최근연재일 :
2024.09.20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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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0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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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화

DUMMY

유타를 떠나 유타로 가다.


"잠깐만요 리암! 저건 뭐예요?! 혹시··· 악마 아니에요?!"


로건이 리암의 옷소매를 잡아당기며 말한다. 그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건 수평선을 철도 삼아 달리고 있는 증기기관차였다.

기차는 거친 배기음과 회색 먹구름을 잔뜩 뿜어내며 우직하게 거친 황야를 향해 내달리고 있었다. 로건이 옅은 미소를 띄우며 입을 열었다.


"저건 기차라고 하지. 처음 보나 봐?"


리암의 대답에 로건은 고개를 끄덕인다. 발걸음은 정면을 향해 있지만, 그의 고개는 기차를 따라간다. 그 덕에 로건은 돌부리에 발이 걸려 넘어진다. 옅은 신음을 내뱉는 그는 황급히 손바닥을 털고 일어선다.

리암이 로건의 옷에 묻은 흙을 털어내며 그의 어깨를 두들긴다.


"로건, 앞으로 네 두 눈으로 봐야 할 건 산더미처럼 남았다고. 저런 시답잖은 것에 시선을 뺏길 정도로 경험이 없으면 안 되지."


"그, 그럼요! 당연하죠!"


그러나 로건은 증기기관차가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아무 말 없이 그것을 쳐다본다.


그들은 메마른 황무지를 오직 배낭 하나와 양가죽 물통에 의지한 체 걸어간다. 하늘은 유난히도 맑았다. 듬성듬성 퍼트려진 구름은 햇빛을 가릴 기색 하나 보이지 않았고 대지에서 치고 올라오는 뜨거운 열기는 그들의 신발과 구두를 달구었다.

리암은 중절모를 푹 눌러쓰며 한탄이 섞인 욕을 내뱉었다. 최소한 로건이 듣기엔 그랬을 것이다. 그도 겉으로는 리암의 뒤를 제대로 따라가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반쯤 풀린 동공으로 아무 생각 없이 모기처럼 비틀비틀 쫓아가고 있었다.


리암이 양가죽 물통을 입에 가져다 대고 물을 벌컥 들이켠다. 그가 손등으로 입 주위를 닦고선 사방을 가리킨다.


"주위를 둘러봐. 풍경은 얼추 비슷한데 나무나 숲이 우거진 곳이 하나도 없지? 이젠 완전히 네바다에 들어온 거야. 여기서부턴 걸어도 걸어도 끝이 보이지 않는 풍경을 매시간 봐야 해. 이 빌어먹을 열기와 함께 말이야. 미치지 않고서야 못 지나가는 곳이야."


리암의 얘기에 로건은 주위를 넓게 둘러본다. 우뚝 솟아오른 적황색의 절벽과 깊은 골짜기가 우렁차게 뻗어나 있다. 메마른 땅에는 낙타풀과 선인장, 그리고 갈색의 먼짓덩어리로 위장한 회전초가 바람을 타고 굴러다닌다. 그 외에는 어떠한 식물도 보이지 않았다.

드넓은 네바다의 황야는 멀리서 보면 정말 광활하고 아름답지만, 거기에 현혹되어 발을 들이는 순간 달군 쇳덩이 위를 걸어 다니는 듯한 열기를 만나게 된다. 거기에 땡볕 온도와 건조한 공기는 땀이 울컥 쏟아져 내리게 하고 목구멍을 찢어놓는 듯한 갈증이 사람을 미치게 한다.


리암이 잠깐 멈춰 서더니 눈을 감고 귀를 쫑긋 세운다.


"그러나 여긴 특히 조심해야 돼. 주변에 철도가 있다는 뜻은 노상강도나 갱들이 판을 치고 다닌다는 거야. 그거 알아?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사람은 총을 든 사람이고 가장 약한 사람은 총을 들지 않은 사람이란 것 말이다."


리암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황야의 수평선 너머에서 먼지구름이 서서히 일어난다. 멀리서 말들의 땅을 박차는 발굽 소리가 점점 선명히 들려왔다. 리암은 입꼬리를 올리며 얘기를 이어간다.


"총을 든 녀석을 마주쳤다고 해서 당황하지는 말고, 만약 네가 정말 상대할 수 없다고 판단되면 최대한 눈을 내리깔고 상대방의 요구를 들어주면 돼. 난 절대 너에게 총질이나 칼질을 할 생각이 없다고 보여주면서 말이야."


리암은 등에 짊어진 총을 앞으로 멘다. 그는 햇빛을 가리기 위해 눈썹 밑까지 짓눌려 쓴 중절모를 벗어 던진다.


"물론, 난 그럴 생각 따윈 없어."


그는 자신의 44구경 윈체스터를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겨눈다. 시간이 지나자 먼지구름 사이로 수십 마리의 말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맨 처음 보이는 것은 그들이 둘러맨 시뻘건 판초가 보였고 그다음에는 그들이 앞으로 매고 있는 장총이었다.


선두에 있는 말을 필두로 좌우로 일정한 간격으로 열을 맞추며 달려온다. 그 수는 대략 15마리 정도. 검은색 천을 둘러 입과 코를 가리고 있는 그들은 저돌적으로 앞을 향해 내달린다.

곧 로건과 리암을 발견한 그 사내들은 장총을 어깨에 견착하고 그들을 겨냥한다.


'탕!' 총소리가 들려오기도 전에 총알이 날아와 로건의 발 앞에 박힌다. 곧이어 무수히 많은 탄환이 허공을 가르며 그들을 향해 날아간다.


"로건! 주위에 바위를 향해 뛰어가! 어서!"


리암이 다급하게 외친다. 그의 외침에 로건은 고개를 끄덕이곤 곧장 큼지막한 바위 뒤로 달려간다.

로건은 뒤늦게 자신의 장총을 꺼낸다. 그가 바위 사이로 고개를 조금 내밀어 갱들의 동태를 살핀다. 15마리 말들이 일제히 달려오더니 5마리는 오른쪽으로 우회하고, 또 다른 5마리는 왼쪽으로 방향을 튼다.


점점 빠른 속도로 돌격하는 갱들과의 거리는 어느새 오백 걸음 정도로 좁혀진다. 그들 중 몇몇은 한 손에 리볼버를 든 체 리암과 로건을 표적 삼아 신나게 방아쇠를 갈겨대고 있었다.

대부분 총알은 로건의 10m 반경 안에도 들어오지 못했지만 한두 발이 그가 숨어 있는 바위에 박혔다. 그런 한 두 발의 총알은 로건의 숨통을 조이기에는 충분했다. 그는 자신의 강력한 30구경 레밍턴 소총을 손에 쥐고 있었지만, 그것을 갱들에게 겨누지 못했다.

화약이 터지는 소리가 이토록 귓가에 생생히 울려와 로건의 심장을 때리게 만든 건 처음이다. 바위에 박히는 총알이 납 파편이 되는 소리에 로건의 등골이 서늘해진다.


"로건! 200야드다. 200야드까지 왔을 때 쏴야 한다. 우선은 왼쪽, 오른쪽 새끼들부터 노리는 거다! 정면은 그다음이야!"


리암은 크게 고함을 지른다. 로건은 눈을 질끈 감은 채 고개를 연신 끄덕인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말발굽 소리가 가까워져 오면 올수록, 넓게 빗나가던 그들의 총알은 리암과 로건이 숨어있는 바위를 더욱더 거세게 맞추기 시작했다.

그때 웅크려 떨고 있는 로건의 귓가에 색다른 파열음이 전해진다.


'타-앙!'


엄청 묵직한 파열음이 황야에 울려 퍼진다. 그 소리에 로건은 어깨를 움찔하며 고개를 돌린다. 리암은 며칠을 굶주린 호랑이가 사냥에 성공한 것처럼 웃고 있었다.

그가 총의 레버를 아래로 내리며 총알을 장전한다. 굵직한 44구경 탄피가 밖으로 떨어진다. 그가 들고 있는 윈체스터의 총몸이 햇빛에 반사되어 황금빛으로 반짝인다. 기다랗고 굵직한 총신에서 회색 연기가 허공을 타고 올라간다. 그가 다시 한번 총을 겨누고 방아쇠를 당긴다.


'탕!, 탕!, 탕!, 탕!'


그는 총의 가늠쇠에 눈을 떼지 않고 총구의 방향만 바꾸며 연사를 한다. 한 발을 쏘고 레버를 당겨 총알을 장전하고 곧바로 다시 방아쇠를 당긴다. 검붉은 화염이 뿜어져 나오고 한발, 한발 정확히 말을 타고 있는 갱들의 심장과 머리통을 으깨 버린다. 주인을 잃은 말들은 방향을 정하지 못해 주위를 난잡하게 돌아다닌다.


로건은 총을 움켜쥐고는 심호흡을 가다듬는다. 그는 지난 2년간 했던 훈련을 떠올린다. 이제까지 무엇을 위해 그런 훈련을 했던 것인가? 그걸 견뎌온 순간은 지금 이럴 때를 위한 것이 아니었던가?!

그는 숨을 참았다가 내쉰다. 목을 매오는 긴장감에 심장이 터질 것 같다.


"젠장···! 까짓거!"


로건은 바위 사이로 몸을 내민다. 전방에 갈색 말들이 고개를 주억거리며 그를 향해 달려온다. 그는 장총의 해머를 내리고 선두에 있는 갱의 머리를 노린다. 위아래로 흔들리는 그들의 움직임에 맞춰 총구의 방향을 시시각각 조정한다. 가늠자와 가늠쇠 위에 갱의 머리통이 놓인다. 그리고 방아쇠를 당긴다.


'투-쾅!'


굵직한 파열음과 함께 탄환이 날카롭게 갱의 카우보이모자를 스쳐 지나간다.

로건은 느낄 수 있었다. 이 느낌이 아니라는 것을, 총을 쏘기 전에, 방아쇠를 당기기 전에 자신만이 느낄 수 있는 특별한 느낌이 없다면 총알은 무조건 빗나간다는 것을 말이다.


"빌어먹을, 빌어먹을, 빌어먹을!"


로건은 레밍턴 롤링블럭 소총의 해머를 뒤로 젖히고 약실 레버를 당겨 탄피를 빼낸다. 그의 장총은 한 발, 한 발이 강력하고 정확한 대신 그만큼 재장전이 느리다는 것이다. 남들이 레버를 당겨 총알을 장전하고 바로 방아쇠를 당길 때 그는 여전히 탄피를 빼내고 있을 정도니까 말이다.


그가 총알을 장전할 땐, 이미 갱들은 100m 앞까지 와 있었다. 결코 가까운 거리는 아니었지만, 양방향에서 그들이 달려왔기에 그 압박감은 등골을 너머서 뼛속을 망치로 두들긴 느낌이었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총을 들고 다시 한번 바위 사이로 고개를 내민다. 그 순간 총알이 그의 머리카락을 스쳐 지나간다. 공기를 찢고 가는 소리에 뼈와 살이 분리되는 느낌이 그를 덮친다. 소름이 끼쳐 팔뚝에 닭살이 올라온다. 조금만 더 옆으로 내뺐으면 죽었다. 하지만 그런 상황이 왠지 모르게 그의 잠재된 무언가를 끌어올려 주었다. 당장에라도 죽을 수 있지만 고양되는 무언가, 그것이 무엇인지는 모른다.


로건은 숨을 참고 내뱉으며 총의 가늠자와 표적에 온 정신을 집중한다. 말을 타고 위아래로 흔들리는 사내의 모습이 점점 느리게 보인다. 곧, 모든 사물이 사라지고 텅 빈 흰색 공간 안에 오직 로건과 그 사내만이 놓인다. 다른 사람도, 말들도, 하늘도, 땅도 없다. 그저 고요할 뿐이다.


'그래, 이 느낌이야!'


마침내 로건이 방아쇠를 당긴다.


'투-쾅!'


총알이 기다란 총신을 벗어나 회전하며 사선을 향해 뻗어 간다. 표적의 앞 통수에 총알이 관통하며 엄청난 살점과 함께 뒤통수가 터져나갔다.


작가의말

통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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