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벽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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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좋아
작품등록일 :
2024.08.25 14:54
최근연재일 :
2024.09.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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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5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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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대질서(大秩序)

DUMMY

“산문 이휘종 도전하겠습니다.”

“산문 정두문 도전을 거절하겠습니다.”


그 이후로도 창정로는 계속해서 감독관 역할을 맡으며 결투를 중재했다. 하지만 첫 번째 결투만큼 싸움에 자부심이 있는 사람들끼리 서로를 얕봐 도전하는 일은 없었다. 창정로는 도전을 거절한 정두문에게 경고를 주었다.


“앞서 두 번 거절했으니 이번까지 합하면 세 번 거절하셨습니다. 더는 거절하지 못하고 누가 도전하든 받아야 합니다.”


그래도 결국에는 시간 문제였다. 도전을 거절할 수 있는 횟수는 정해져 있었고 아예 도전이 발생하지 않으면 전쟁을 감독하던 특수 영근자들이 직접 도전했다. 특수 영근자들은 모두 그 힘에 걸맞은 금제를 몸에 건 채 수행하며 천축누각 소속에서 벗어날 수 없었지만, 대신 좋은 스승과 적절한 지원이 있었다. 거기에 다른 영근자들을 접할 기회가 많은 천축누각 소속 관료들과는 달리 일반적인 수도자는 특수 영근자와 겨룰 일이 없었으니 기본적인 상성과 전투 감각의 깊이가 달랐다. 그러니 감독관들이 한 명씩 붙잡고 강제로 도전하게 하니 이에 겁먹은 수도자들이 차라리 다른 수도자와 겨뤄보는 게 승산이 더 높다며 도전하기 시작했다. 전쟁은 순식간에 끝이 났다. 적막과 기다림의 시간이 대부분이었다. 패배한 이들을 운영근자에게 맡기고 현장을 마무리하려는데 결정경 구역을 맡았던 벽아운이 나타나 말했다.


“여기는 내게 맡기고 너는 사부님께 가보거라. 대질서를 처음부터 끝까지 볼 수 있는 일을 준다고 하셨다.”


이때 벽아운의 말을 들은 운청동자가 자신의 구름을 탈것으로 내주었다. 창정로가 감사를 표하자 운청동자는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에이 아닐세. 운영근자가 구름 만드는 게 뭐 어렵다고. 아예 가지게나. 그보다 자네는 나와 경지도 같고 나이도 비슷한데 말을 놓지 않겠나? 그건 친구 먹는 기념일세 하하.”


“그럼 일단 고맙게 받지. 내가 나중에 법구를 만들 생각인데 적당한 것을 보답으로 주겠네.”


“에이, 적당한 거 말고 엄청 좋은 거.”


“하하, 생각해 보지.”


“꼭 생각해 보게나!”


창정로가 운청동자에게서 받은 구름을 타고 천축누각 일 층으로 향했다. 대질서를 진행하기 위해 모든 가게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대신 두 개의 제단만이 일 층의 거대한 출입구 앞에 있었다. 제단이 밖에 있었다. 지축국의 모든 관료는 특정 역할을 맡은 일부를 제외하면 모두 일 층 내부에서 기도를 올렸다. 그곳에 가니 이곳저곳에서 구름들이 제물로 발탁된 이들을 싣고 왔다. 그곳에서 창문운은 평소와 다른 매서운 눈초리로 사내인 제물들을 살피고 있었다. 선광존자 취소호는 바로 옆에서 여인 제물들을 살피고 있었다. 창정로가 말했다.


“화신으로 선발할 자가 영 보이지 않나 봅니다?”


“그래 맞다. 어째 이리 늙거나 못생긴 놈들만 보이는지 원.”


“만약 제물 중에 재목이 없으면 어떡합니까?”


“그러면 수도자가 아니어도 범인 중에서 재목이 될 만한 자를 가족에게 영석을 주고 데려온다. 여기 사는 범인들이 대부분 힘든 생활을 하고 있긴 하나 결국 사생계가 만들어진 덕에 생명을 받은 것은 맞으니 문제 될 건 없다.”


“범인은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 짧으니 그래도 없을 수 있지 않습니까?”


“그만큼 세대교체가 빠르지 않으냐. 그리고 수도자 중에는 범인을 가축처럼 기르고 교배해서 외모가 빼어난 이들만을 양산하는 이도 있다. 정 없으면 그런 놈들에게서 산다.”


“문파에 속한 이는 아니겠군요.”


“뭐... 그렇지. 보통 산문이지만, 끼리끼리 모여서 문파를 만들 수도 있고. 만약 바란다면 정도일 수도 있겠구나. 다른 열도나 대륙에 그런 문파가 있다면 파견 나갈 관료만 고역이겠군. 그나저나 그럴 일은 없겠다.”


창문운이 한 수도자를 번쩍 들어 올리더니 물건을 보듯 평가하기 시작했다.


“이 정도면 용모는 차려 입히면 단정하겠구나. 구강을 포함해서 외관으로 보이는 흠집은 없고, 조금 말랐군. 근육을 붙여야겠다. 치아는 가지런하고 하얗구나. 손가락도 가늘어 전체적인 몸의 비율은 적당하다. 좋다. 발언을 허락하마. 자신을 소개하며 목소리를 내보거라.”


“사도 화봉파의 묵염이라고 합니다.”


“목소리가 좀 얇구나. 몸집이 좀 커져도 목소리가 그대로라면 낮게 내는 법을 익혀야겠다. 다시 묻겠다. 네 이름이 무어냐?”


“묵염입니다...”


“틀렸다. 너의 이름은 이제부터 존재하지 않으며 내가 인정할 때까지 새로이 지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너는 그저 온전히 너이며 신을 받을 그릇이다. 알겠느냐?”


“예.”


“이 아이는 따로 빼거라!”


창문운이 명하자 구름 하나가 제물을 데리고 다른 곳으로 사라졌다. 창문운은 한 명의 화신 후보를 결정하고 다른 이들을 계속 살폈으나 두 번째 후보는 나타나지 않았다.


“한 명만 필요하긴 하나 그래도 혹시 모르니 두 명까지 선발하는 게 나은데 아쉽구나.”


그때 갑자기 바람이 제물들의 등을 떠밀며 나아가야 할 방향을 알려주었다. 누각 근처 상공에서는 탈것을 타고 있는 전쟁의 승리자들이 경건한 자세로 이 광경을 지켜보았다. 그 수가 수만을 넘어갔으며 제물들의 수도 그만큼은 되었다. 열도의 모든 문파와 산문이 참가하나 수가 수만밖에 되지 않는 건 문파는 일부만 참가하고 산문은 수가 별로 없으며 수도자들보다는 범인들이 더 많이 태어나는 까닭이었다.


하늘에는 해와 달이 떴다. 천축누각은 이 해와 달의 주기를 계산해 정확한 날짜에 제물을 바쳤다. 왼쪽 제단 왼쪽에는 태양이 있었고 오른쪽 제단 오른쪽에는 달이 있었다. 사제들이 향을 들고 제물들을 맞이하여 줄을 세웠다. 제물들은 사내가 왼쪽에, 여인이 오른쪽에 섰다. 두 제단 사이에는 온몸에 금제가 드러날 정도로 많은 금제가 걸려 있는 뚱뚱한 사내가 후광을 발하고 있었다. 그는 겉으로 드러나는 금제와 그 금제들을 유지하는 영기 때문에 얼굴은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몸은 아랫배가 나오고 팔다리가 손가락마저 통통한 것이 아기의 몸이 그대로 커진 것만 같았다. 사람들은 그를 호령 열도 천축누각의 호령천사라 불렀다. 호령천사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으나 입을 열었는지 말이 들려왔다.


“삼존은 나의 호법을 서고 창정로와 금민은 각각의 제단에 서라. 대질서는 일 년 동안 벌어지며 지금만큼 규모가 큰 공양은 첫날뿐이다. 또한 가장 중요한 날이기도 하다. 너희 수도자들은 듣거라. 이는 천마와 온마께서 사생계를 만들기 위해 희생하신 역사의 재현이며 너희들이 지금 이 자리에서 흘리는 피는 숭고한 것이다.”


호령천사가 말을 마치고 다리를 들어 그대로 떠올랐다. 허공에서 가부좌를 튼 것이었다. 세 명의 존자는 호령천사의 좌우, 그리고 위에서 같은 자세를 취했다. 따로 손갖춤은 없었으며 그저 경건하게 두 손을 포개어 다리 위에 두었다. 창정로는 왼쪽 제단에 선 채로, 금민은 오른쪽 제단에 선 채로 단약이 가득 들어있는 단지를 들었다. 그렇게 구색을 갖추자 뒤에서 기도하던 사제들의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 그 광경은 비장하다 못해 웅장했으며 승자나 패자 중에는 같이 기도를 올리는 이도 있었다.


하지만 오른쪽 제단에 선 어떤 수도자가 커져가는 기도 소리와 번져가는 향의 그윽한 내음에 죽음의 공포를 느껴 울음을 터트렸다. 그 울음소리가 사방으로 뻗어나갔고 다른 이들에게까지 전염되어 사람들의 눈시울을 붉게 만들었다. 선광존자는 아무 말 없이 풍영술을 써 그녀의 울음소리를 차단함과 동시에 질식시켰다. 숨이 막혀오는 끔찍한 고통에 수도자는 울기보다는 발작했고 질식해 죽기 직전, 선광존자가 영술을 거두었다. 그녀는 더 이상 울지 않았다.


“풉”


가까운 사람도 잘 듣지 못했을 미세한 소리였다. 허공에서 발원한 그 소리는 승자가 패자를 비웃는 것이었다. 이 작은 소리를 감지한 벽사존자는 그대로 제물을 비웃은 수도자를 향해 벽력을 일으켰다. 웃음소리를 낸 수도자는 원영경 강자가 내뿜은 벽력에 곧바로 재가 되었다. 벽력을 맞은 수도자 근처에 있던 다른 수도자들은 그 갑작스럽고도 가공할 일격에 자신을 대입해 보며 몸을 떨었다. 벽사존자가 무덤덤한 표정으로 모두에게 말했다.


“너희들은 분명 각자의 전쟁에서 승자와 패자를 정하고 서로를 부자, 혹은 모녀 사이로 정의했을 것이다. 그것은 잠깐의 형색 갖추기를 위한 단순한 맹세가 아니다. 자식이 죽는데 비웃는 부모가 어디 있느냐. 설령 있다고 한들 대질서에서는 없다.”


잡음이 사라지고 고요해지자 다시 대질서가 진행되었다. 호령천사가 손짓하자 제물들이 한 명씩 앞으로 나왔다. 그러면 사내는 창정로가, 여인은 금민이 맞으며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이 말로 당신에게 경의를 표하고 당신의 죽음을 위로합니다. 당신은 필멸이나, 당신의 희생은 불멸할 것입니다. 이 단약은 진정 효과가 있는 영초로 만든 것입니다. 한 알을 먹으면 두려움과 불안이 사라지고, 두 알을 먹으면 고통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모두에게 같은 말과 같은 단약을 건네는데도 죽음 앞에서 인간의 반응은 다양했다. 대부분은 한 알씩만을 먹고 제단 위를 올라갔다. 가끔씩 두 알을 먹고 가는 인간이 있었으며 가끔씩 아예 먹지 않는 이도 있었다. 창정로는 금민이 맞이하는 제물들을 포함해 단약을 아예 먹지 않는 이들을 유심히 바라봤다. 그런 이들은 대부분 경건한 태도로 이 자리에 임했으며 지축국의 국교를 믿는 자들이었다. 하지만 온전히 믿는다는 이유 하나만은 아니었다.


“저는 단약을 먹지 않겠습니다. 천마와 온마께서 희생으로 세상을 만드셨고 이 자리는 보답하기 위한 자리입니다. 천마와 온마께서는 지금도 윤회하시며 죽음을 겪고 계시는데 제가 어찌 그 단약을 먹겠습니까?”


“저의 믿음은 그리 뛰어나지 않으나 그저 사내로서 죽음과 고통을 회피하고 싶지 않습니다.”


“제 자식은 이번 전쟁에서 승자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어미가 죽는 걸 보고 있는데 제가 여기서 고통스러워하면 아이가 고통스러울 것이고 단약을 먹는다면 이 어미의 두려움을 읽어내 그것 역시 고통이 될 것입니다. 사제님, 이 세상은 너무도 혼란하고 고통스러워 이런 죽음은 안식으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제가 저희 문파 대표로 나왔는데 성적이 좋지 않아 부끄럽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갈 때라도 자랑스럽게 갈 겁니다. 문파의 후배들이 제 이름을 노래할 것입니다.”


“일평생 문파들 사이에서 고통만 받다가 이리 가는군요. 제게 단약을 권유하지 마세요. 그 단약을 먹고 죽었다가는 신께서 제 삶을 받아주지 않으실 거 같습니다.”


그들의 음성과 몸짓 하나하나가 눈과 귀에 박혀오는 듯했다. 이때 창정로는 괴뢰로 태어나 처음으로 아름다움을 느꼈다. 눈과 귀에 박혀온 그 광경이 창정로의 몸에 새겨지는 듯했다. 처음으로 아름다움을 느꼈기에 아름다운 것을 제외한 모든 것이 전부 추악하고 불결해 보였다. 창정로는 심지어 자신의 의부, 사형과 사저, 천축누각, 수도자들 전원이 그렇게 보였다. 그들이 아름다운 이들을 죽였다. 꽃이 아름답다며 뿌리까지 파헤쳐 모든 것을 본 것 같았다.


제단에 오른 이들의 최후는 한결같았다. 호령천사의 손짓에 사내는 심장이 뽑혀 피와 살점이 거세게 부는 바람에 날아갔고 여인은 목이 떨어져 피가 땅을 적셨다. 이러한 제의는 나흘 동안 이어졌다. 결국 팔만하고도 사백 명의 제물이 전부 바쳐졌다. 하지만 아직도 남은 게 있었다. 심장이 뽑혀 죽은 시체는 다시 제단에 올려져 목이 잘렸고, 참수당한 시체는 다시 제단에 올려져 심장이 뽑혔다. 이 과정이 또 나흘 동안 이어졌다. 마침내 공양 제의가 끝나자 호령천사가 두 번의 전쟁 동안 네 명 이상의 제물을 사로잡는 일에 성공한 이들의 이름을 호명했다. 이번 대질서에는 성공자가 세 명이었다.


정도 어검종(御劍宗)의 신진

사도 낙금파(烙金派)의 송지약

정도 장교종(藏嬌宗)의 목화운


이들이 앞으로 나오자 각자의 경지에 맞는 단약과 법구가 주어졌다. 그것과 창정로와 금민이 들고 온 것이 또 하나 있었다. 신진은 사내였으므로 창정로가 들었고 송지약과 목화운은 여인이었으므로 금민이 들고 있었다. 그것은 국이었다. 밥그릇 정도 크기의 그릇에 고기 한 조각과 영초가 푹 고아져 있었다. 영초는 모두 해독작용을 하는 종이었다. 수도자나 요수처럼 수행하는 존재의 고기에는 강한 독성이 있기 때문이었다. 신진은 국을 거절했다. 그러자 호령천사가 거절한 이유를 물었다. 신진이 답했다.


“비록 신이 된 이의 일부를 공유하는 영광이긴 하나 부자 관계를 맺었는데 어찌 부모 된 자로서 자식의 고기를 먹겠습니까.”


호령천사는 이 답변에 거절을 허락했다.


“옳다. 망자를 존중하고 그 관계를 고심한 결정이구나.”


목화운도 신진과 같은 대답을 해서 거절했다. 하지만 송지약은 갑자기 눈시울이 붉히고 목소리를 떨었다.


“천사님, 저 고기는 먹지 않으면 어찌 됩니까?”


“사내의 경우 불에 태우지만, 여인이니 땅에 묻는다.”


“땅에 묻으면 벌레들이 먹을 거 아닙니까!”


“그럴 수도 있겠지.”


“제 어미의 살점일지도 모르는데 벌레가 먹게 둘 수는 없습니다. 저는 먹겠습니다.”


송지약은 국물을 마시면서 고기도 같이 목으로 넘겨버렸다. 그릇에는 푹 고아진 영초만이 남고 송지약의 얼굴에는 눈물만이 남았다. 호령천사는 그런 그녀에게 위로의 말을 들려주었다.


“네 어미 송씨는 인간으로서 당연히 죽음과 고통을 두려워했으나 이를 드러내지 않은 진정한 여장부였다.”


“천사께 묻습니다. 혹시라도 제가 제 어미를 위해 복수해야 할 대상이 있을는지요?”


“나는 천사로서 제의가 벌어지면 모든 이들을 지켜본단다. 네 어미는 명예로운 결투를 했으며 그 상대 역시 네 어미를 존중했다. 애초에 부정이 있었다면 내가 상대의 몸을 태웠을 거다.”


“감사합니다.”


허공에 자리 잡고 있던 수도자들은 어디 문파의 누가 상을 받았는지까지 보고 사방으로 흩어졌다. 지축국의 관료들과 무수한 시체들만이 천축눈각 앞에 쌓여 있었다. 팔 일간 향을 피우고 기도만 올리던 관료들은 이제 시체를 치우기 시작했다. 운영근자들이 거대한 구름을 만들면 뇌영근자들이 그곳에 뇌기를 불어넣어 먹구름으로 만들었다. 풍영근자들이 풍영술로 시체를 조금씩 먹구름까지 날리면 시체는 먹구름 안에서 재가 되었다. 그러면 또 풍영근자들이 그 재를 사방에 흩뿌렸다.


이때 팔 일간 제단 앞에서 일한 창정로와 금민은 독한 향을 피우고 사방으로 날아가는 재를 향해 절을 올렸다. 절을 올릴 때마다 조금씩 뒷걸음질을 쳐 천축누각의 대문에까지 다다르면 문을 닫고 향은 문 양쪽에 꽂아두었다. 이때 피우는 향은 대질서 직전 금민과 창정로의 피를 사혈해 놓은 것에 귀회초(鬼賄草) 달인 것을 섞은 뒤 돼지의 지방을 발라 말린 것이었다. 창정로는 피를 낼 수가 없는 몸인 데다 피가 있는 몸인지도 알 수가 없어 벽사존자가 준비한 메추라기의 목을 꺾은 뒤 매달아 사혈한 것을 대신 썼다. 들어가는 피의 양은 그 정도였다. 어찌 되었든 망자의 입장에서 마지막으로 보는 얼굴이 이 둘이었으니 혹여나 원귀로부터 해를 입지 않기 위해 바치는 것이었다. 금민이 말했다.


“수고했어, 나랑 사형은 이제부터 화신제까지 수행할 건데 너는 또 맡은 게 있어?”


“제가 화신제 준비를 맡았습니다. 그리고 화신제가 끝나면 호령천사께서 만나자고 하셨습니다?”


“그분이? 제의 때나 위급한 상황을 제외하면 존자가 아닌 사람과 만날 수 없으실 텐데?”


“저는 그 규율에 걸리지 않는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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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대질서(大秩序) 24.09.16 9 2 8쪽
15 대질서(大秩序) 24.09.10 12 2 13쪽
14 대질서(大秩序) 24.09.08 21 2 15쪽
13 대질서(大秩序) 24.09.04 20 2 11쪽
12 대질서(大秩序) 24.09.02 21 3 12쪽
11 대질서(大秩序) 24.08.28 22 3 17쪽
» 대질서(大秩序) 24.08.25 21 3 16쪽
9 대질서(大秩序) 24.08.25 35 3 13쪽
8 입문(入門) +1 24.08.25 33 5 16쪽
7 입문(入門) +1 24.08.25 26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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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입문(入門) +1 24.08.25 29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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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입문(入門) +1 24.08.25 51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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