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벽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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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좋아
작품등록일 :
2024.08.25 14:54
최근연재일 :
2024.09.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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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5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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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입문(入門)

DUMMY

“아버지, 저는 어떤 힘을 익힐 수 있습니까?”


“의부(義父)라고 해라.”


“의부님, 저는 어떤 힘을 익힐 수 있습니까? 영기를 못 느끼는데요?”


“괴뢰가 원래 그렇지 뭐. 이걸 먹어보거라. 내 보검에서 영기를 흡수했다고 했었지?”


창문운은 창정로에게 주먹 만한 구체 형태의 검은 돌을 내밀었다. 그 돌의 표면은 온도가 방금 끓인 차 정도였고 한 손으로 감싸 잡지 않으면 미끄러질 정도로 매끈했다. 창문운이 말했다.


“그건 영석이라는 거다. 영맥에서 곧 기화될 것을 채굴한 것인데 지금 준 것은 가공한 상품(上品) 영석이지. 먹어보거라.”


창정로가 영석을 삼키자 혼이 곧바로 말하기를.


“대량의 영기를 감지했습니다. 체내에 저장합니다.”


혼이 말한 것을 들은 창정로는 이걸 창문운에게 전했다.


“체내에 담겼습니다.”


“그래? 그걸 신체 외부로 운용할 수 있겠느냐?”


“그건...”


혼이 말했다.


“불가능합니다.”


백이 창문운에게 말했다.


“안 됩니다. 그냥 담겨지기만 합니다.”


“허어. 손끝에 담기라도 하면 되는데... 혹시 다시 뱉어낼 수 있느냐?”


혼이 말했다.


“영기를 방출합니다.”


창정로는 입에서 증기와 같은 영기를 뿜어내었고 이를 본 창문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신체를 단련하지 못하고, 단단하기만 한 몸은 범계의 무사보다는 강하나 역사에 비하면 근본적으로 발하는 힘이 약하고, 영기를 두르지도 못하니 역사나 술사는 하지 못하겠구나. 그래, 너는 연사를 하면 되겠다.”


“연사 중에서 어떤 걸 하면 좋겠습니까?”


“일단은 영기를 어떻게 불어넣느냐에 따라 불길이 이는 단로(丹爐)가 있다. 여기서 단약과 법구를 만들 수 있고, 영력을 담아내는 종이와 붓과 주사(朱砂: 황화 광물로 만든 붉은 염료)에 같은 양의 영기를 불어넣으면 지필묵(紙筆墨)을 하나로 만들 수 있다. 그러면 부적을 쓸 수 있지. 언어와 말에도 영력을 넣는 게 가능하다면 금제도 가능하긴 한데...”


“문제가 있습니까?”


“법구를 만들고 부적을 만든다 한들 네가 그걸 발동시키려면 역시나 영기를 불어넣어야 한다. 그런데 그 세밀한 조정을 입김으로만 하기는 힘들지. 법구는 늘 영기를 불어넣어야 하니 법구를 네 입김이 닿는 곳에만 둘 수 있다는 뜻이며 부적을 네가 원하는 곳에 날리기도 힘들 것이다. 부적이 편리한 이유는 보통 영술로 마음대로 움직이다가 영기를 불어넣어 아무 때, 아무 장소에서나 저장된 영술을 발동시켜 유용한 것이거늘. 종이라 던지기도 힘들 텐데... 생각해 보니 부적도 못 만들겠구나. 쓰기만 하는 경우면 몰라도 만드는 경우는 자기가 할 줄 아는 영술을 담거나 타인에게 빌리는 것인데 빌리는 것조차 영술이 필요하니 글렀다! 글렀어!”


“다른 괴뢰들은 그럼 어떻게 싸웁니까?”


“처음부터 전투를 상정한 채 설계하거나 아예 개조하거나 하지. 그마저도 멀리 있는 적을 공격하기 위한 괴뢰는 화포를 다는 게 일반적이다. 쏘는 포탄이 특수한 것이지 거기에 괴뢰가 개입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네 육체는 내 공격을 버틸 정도로 강인하지 않더냐. 그러면 불에도 녹지 않을 텐데 내 영역 밖에 일이다. 혹시 입으로 방출할 때 그 세기를 조절할 수 있느냐?”


혼이 말했다.


“불가능합니다. 제가 하는 일은 그저 영기를 몸에 가두었다가 통로를 열어주는 것뿐입니다.”


창정로가 창문운에게 답했다.


“안 됩니다.”


“그러면 금제가 간신히 될지, 아니면 안 될지도 모르겠구나. 방어는 완벽한데 공격이 문제라니! 뇌영근자들의 문제를 반대로 보는 거 같군. 뇌영근자들은 뇌기의 특성상 한곳에 기운을 두지 못해 영술로는 얇은 막 하나 만들지 못하거든. 그래서 방어는 전부 법구에 의지한다. 공격은 문제가 되지 않으니 공격 법구를 하나도 쓰지 않고, 방어 법구만 쓰는데 너는 그 반대구나.”


“그때 검을 쓰지 않으셨습니까?”


“그건 내 별호를 딴 벽사검(辟邪劍)이다. 원래는 검진(劍陳)을 이뤄 범위가 큰 공격을 막아내는 용도지. 시험 삼아 너한테 날려본 것일 뿐 본래 용도는 다르다. 공격이라고 해 봤자 그때 쓴 청파경(淸把鏡)이 다인데 비춘 대상을 속박하거나 거울 안에 가두는 법구라 상대를 직접적으로 해하는 법구는 거의 없지.”


“제일 명령권자께서 의도하신 걸까요?”


“날 운조부라던 놈이 믿던 부처 말이냐? 나는 범계의 신을 몰라 모르겠구나. 이곳에는 이곳의 신이 있지 부처고 뭐고는 몰라. 밖에서 그런 말은 하지 말거라. 문파에 속하든 아니든, 그 문파가 정도든 사도든 범인도 아닌 수도자가 다른 신을 믿는 건 중범죄다. 물론 나야 네가 괴뢰인 걸 알지만 어쩌겠느냐. 호령천사께서도 너를 수도자로 위장시킨 뒤 관찰하라 하셨다.”


창정로가 계속해서 질문하려는데 창문운은 저물대를 털어 상품 영석을 십수 개 꺼내더니 창정로의 입에 쑤셔 넣었다. 창정로는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고 창문운은 영석을 창정로의 입에 쑤셔 넣으면서도 품에서 작은 새 형태의 요수가 나오게 해 자신의 말을 전하게 했다.


“거리가 멀어서 괴뢰들에게 새롭게 명령할 수 없으니 너는 먼저 날아가 내 괴뢰들한테 혼원성곤(混元聖鮌)을 준비하라 이르거라. 이 영패를 목에 걸고 가거라.”


새 요수가 영패를 목에 건 채로 날아갔다. 영석을 창정로의 입에 전부 넣은 창문운도 창정로를 들고 나섰다. 어둠 속을 걷다가 계단을 내려가자 전체가 밝아 어두운 구석이라곤 없는 곳이 나왔다. 그곳에서는 벽아운이 다른 수도자들을 진두지휘하여 각지에서 몰려든 소식들을 취합하고 정리 중이었다. 그러고는 필사하는데 딱히 붓이나 먹이 없었다. 수도자들이 머릿속에 정보를 정리하고 종이를 쥐면 종이가 알아서 적당히 그을려 글자를 썼다. 그것을 날리면 각 연도와 날짜가 적힌 서랍장에 들어가고 그 날아가는 과정을 보던 수도자는 어떤 정보가 어떤 서랍장에 들어갔는지를 정리한 목록을 작성했다. 창문운이 빠르게 날면서 말했다.


“여기는 하늘까지 닿도록 지어 천축누각이라 부른다. 지축국은 각각의 대륙이나 열도를 통제할 중앙이 없어 그저 대륙과 열도마다 천축누각이 하나씩 있을 뿐이다. 국가로서의 일은 각 천축누각의 관료들이 하며, 그 관료들은 나와 같은 존자나 천사로부터 금제를 받아 통제된다. 경지가 높은 천사라고 해도 전임자로부터 금제를 물려받기에 경지가 높을수록 자유로운 문파들과는 달리 천축누각에서는 경지가 높을수록 금제에 얽매여 자유롭지 못하다. 천축누각의 층 하나하나가 성 하나와 맞먹는데 이만한 건물은 또 없으니 잘 지내보거라. 건물을 아예 허공에 띄우면 모를까 이거보다 거대하게 지으면 다른 신을 믿는 것과 마찬가지로 중범죄다.”


그보다 밑층에는 단약과 법구를 만드는 연사들이 보였다. 그보다 밑층에는 부적을 제작하는 연사들과 괴뢰에게 금제를 걸고 있는 연사들이 보였다. 아이들이 모여서 수련하는 층이 있었고 어른들이 모여서 수련하는 층도 있었다. 영기를 담은 술을 빚는 층, 요수를 해체하고 각 층에 분배하는 층, 한참을 지나고 나서야 온갖 것을 파는 가게들이 늘어서고 안과 밖을 잇는 거대한 통로가 있는 층이 보였다. 창문운이 말했다.


“여기가 일 층이다. 다른 층에 있는 안과 밖으로 통하는 통로는 작고 협소하며 외부인에게 알리지 않지만, 이곳만은 개방적이다. 대륙을 담당하는 누각은 면적이 이보다 훨씬 크다. 거기는 성 하나 정도 면적이 아니라 지역 크기지.”


“그럼 여기에 오려고 하신 겁니까?”


“아니? 그냥 보여준 거다. 지하도 있다.”


더 내려가 멈춘 곳은 아무것도 없었지만, 다른 층보다 천장이 낮고 바닥에 둥근 문을 끼워 맞춘 것처럼 묘한 이음새들이 있었다. 그곳에는 이전에 봤던 창문운의 괴뢰, 동남동녀 외에도 다른 괴뢰들이 있었다. 드러나는 살 하나 없이 중갑을 입은 사람의 형상에 손에는 거대한 도를 든 괴뢰, 채찍을 들고 팔다리가 다른 괴뢰의 키보다 긴 원숭이 형상의 괴뢰, 하반신은 물고기에 등에는 잠자리 날개가 달린 인어 형상의 괴뢰, 이렇게 다섯이 있었다. 창정로가 말했다.


“괴뢰가 많으십니다.”


“원영 후기면 이게 보통이다. 다른 놈들은 방부 처리를 한 요수나 사람 시체를 쓰기도 하는데 그건 내가 꺼림직해서 나는 다 괴뢰로 했다.”


창문운이 고갯짓하자 채찍을 든 원숭이 괴뢰가 둥근 이음새가 바닥에 있는 곳 중 이음새가 가장 거대한 곳까지 긴 다리를 뻗었다. 발을 구르자 그 이음새 하나만이 흔들렸다. 긴 팔로 채찍을 휘둘러 흔들리는 바닥을 타격하자 결국은 그 이음새가 완전히 뜯어져 둥근 통로가 생겼다. 원숭이 괴뢰는 채찍으로 통로를 덮고 있던 뚜껑을 휘감고 잡아당겨 자신의 옆에 두었다. 통로는 물로 가득했고 뚜껑이 열리자 돼지나 소가 우는 듯한 소리도 들렸다. 창문운이 말했다.


“저기에 내가 길들여 보려고 잡아놓은 혼원성곤이 있다. 좀 거대한 결정경 고래 요수인데 힘은 좀 빼놨다. 다만 굶주려서 포악하긴 할 텐데 뭔 상관이겠냐. 너는 단단한데. 가서 금제를 걸어보거라.”


“왜 직접 안 하시고요?”


창문운이 인어 괴뢰를 보면서 말했다.


“수중 전문 괴뢰를 만들었는데 얘로 금제를 걸어 길들이자니 내가 직접 하는 것만 못해서 안 길들여지고. 내가 직접 길들이자니 공격을 버텨야 하는데 법구만으로는 수개월씩 버티기가 쉽지 않고... 또 조금 공격해서 지치게 하자니 뇌영술은 하나같이 치명상을 입힐 공격뿐이라 적당히가 없다. 더군다나 요수의 경지도 나보다 낮으니 더 그렇지.”


“어떻게 해야 금제가 걸립니까?”


“길들인다는 행위가 무엇인지 진지하게 생각하면서 그 정의를 반복해서 말하거라. 아 영기를 입에 계속 머금고 말해야 한다.”


“이 정도 영기로 될까요?”


“이놈아! 먹인 게 얼만데 그런 소리를 해! 양만 따지면 아까 일 층에서 본 사람들 전원한테 더 살지 말라는 금제를 걸고도 남아!”


“아, 그 정도입니까?”


“그래! 아무리 우둔해도 너와 같은 조건에서 금제를 깨우치지 못할 수가 없다.”


“그럼 길들인다는 의미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창정로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뒤에 서 있던 중갑을 입은 괴뢰가 창정로를 들고 통로로 던져버렸다. 창문운이 말했다.


“거추장스러운 고민은 필요 없다. 중요한 건 진심이니 어떤 헛소리도 진정성이 있다면 금제가 될 수 있다. 고민은 실행만 늦출 뿐! 사십 년 후 다시 꺼내주마.”


그때 인어 괴뢰가 통로를 계속 보더니 말했다.


“먹혔는데요?”


“걔는 소화 못 해.”


“혼원성곤은 거대한 입으로 사냥감을 삼키고 뱃속을 벗어나지 못하게 영술을 펼치는 요수라 혼원성곤의 뱃속에는 잡아먹힌 이들의 원혼이 있습니다. 저 괴뢰가 원귀들한테도 괜찮나요?”


“......설마 귀신 들려 오지는 않겠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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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입문(入門) +1 24.08.25 31 5 11쪽
» 입문(入門) +1 24.08.25 28 5 11쪽
4 입문(入門) +1 24.08.25 33 5 12쪽
3 입문(入門) +1 24.08.25 46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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