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벽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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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좋아
작품등록일 :
2024.08.25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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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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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8 0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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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대질서(大秩序)

DUMMY

화신제란 윤회하고 있는 천마와 온마의 화신(化身)을 모시는 제의를 뜻했다. 외관이 빼어난 남녀 둘을 선발해 화신으로 만들고 팔 개월간 모셨다. 오랜 기간 모시기에 앞서 넉 달간의 준비기간이 있었는데 여기서 창정로는 벽사존자와 함께 천마를 모셨다. 천마의 역할을 부여받은 이는 화봉파의 묵염이라는 사내로 그 역시 패배자 중 하나였다. 벽사존자 창문운이 말했다.


“너는 넉 달 안에 천마님의 화신이 되어야 한다. 화신이란 말 그대로 변화무쌍하신 신께서 변화하신 모습으로 인간의 모습으로 드러나는 신의 표상이며 지상에 강림한 신이다. 나는 네가 그분의 화신을 하길 바란다. 하겠느냐?”


묵염이 두려운 눈빛으로 되물었다.


“거절하면 어찌 됩니까?”


“후보가 둘이었다면 나머지를 쓰고 너는 제물로 바쳤겠지. 하지만 너 하나이니 네가 거절하면 내 제자인 창정로가 너에게 수많은 금제를 걸어 화신처럼 행동하도록 만들거다. 당연히 네 자유의지 따위는 없겠지.”


“이러나저러나군요... 하겠습니다.”


“그래, 장생하든 단명하든 결국 죽는 것이 인생 아니겠느냐. 화신이라는 영예를 누리고 간다면 더없이 좋지. 정로야, 화신 후보로 하여금 천마님에 대해 빠짐없이 외우게 하고 말투를 고풍스럽게 고치거라. 글을 아느냐? 글을 모른다면 통달해야 한다.”


창정로가 화신 후보의 옆에 붙어 그를 가르쳤다. 천마에 대해 가르쳤는데 그들의 경전인 다섯 권의 목독(木簡: 문서나 편지 등의 글을 일정한 모양으로 깎아 만든 나무 조각에 적은 것)이 가르침의 배경이었다. 목간은 사람 얼굴 정도 크기의 나무토막을 기름에 불리고 굳힌 뒤 사슴의 가죽이나 회향나무 껍질을 덮어 보관에 용이하게 만들었다. 나무토막은 일정한 부분마다 구멍을 내었는데 여기에는 강철도 악력으로 부술 만큼 힘이 드센 역사(力士)가 줄기를 따라 뜯어낸 나무의 속살로 새끼줄을 꼬아 만든 밧줄이 쓰였다. 그렇게 엮어낸 다섯 권의 목독이 지축국의 경전이었다. 각자 한 권씩이 네 명의 魔에게 바쳐지고 나머지 한 권은 공통의 이야기를 엮어냈다. 창정로가 말했다.


“사마(四魔)인 천마, 온마, 번뇌마, 사마는 본래 범계의 요괴들로 신앙의 근간을 미륵신앙에 두고 있다. 너는 미륵불을 아느냐?”


“처음 듣습니다. 범계에서 섬기는 부처는 압니다만... 부처님은 다 같은 분 아닙니까?”


“그럴 테지. 나야 근간을 파고드는 일에 관심이 많아 다섯 권의 목독에도 한 문단 나오는 ‘사마가 범계의 창조신으로부터 창조를 배워 사생계를 만들었다.’라는 부분과 사마님들의 창조 방식을 보고 유추한 것이다. 그분들은 한 번도 윤회하지 않은 깨끗한 육신을 어머니로 두고 구원의 의지를 왕으로 두었다.”


“그렇다면 아직 불확실한 게 아닙니까?”


“맞다, 하지만 그게 뭔 상관이겠느냐? 그걸 증명하거나 따질 필요 없다. 누가 감히 물어볼 일은 더더욱 없지. 이건 그냥 절차와도 같은데 곧 죽을 네가 더 따져 무엇하겠느냐? 내가 말하는 대로의 화신이 되어보거라.”


“......알겠습니다.”


“화신은 말할 때 자신감이 없어선 안 된다. 너의 모습은 이 제의에 참가하는 수도자뿐만이 아니라 범인들도 본다. 그런데 자신감이 없어서야 신의 얼굴에 먹칠만 할 테지.”


“알겠습니다!”


창정로는 자신의 고향인 백련교의 교리를 알고 있었으며 믿음 또한 대단했다. 그야 그에게 있어서 미륵불은 괴뢰인 창정로의 제일 명령권자로서 거역할 생각조차 하지 못할 존재였기 때문이었다. 세상을 어떤 식으로 바라보고 해석하든 창정로에게 들이밀면 그 관점과 의견에 바탕이 되는 근본에는 미륵불이 있다고 보았다. 그렇게 보아야 했다. 창정로는 계속해서 가르쳤다.


“사마님들께서 본래 범계의 요괴였듯이 신은 좋은 점만을 타고나는 게 아니다. 사마님들께서는 사생계를 창조하셨으나 그 대가로 우리가 모르는 세상을 파괴했다. 신께서 그러하시듯 세상의 모든 게 양가적이다. 하지만 그것이 단순히 좋고 나쁨으로 나누어지는 게 아님을 알아야 한다. 음(陰)과 양(陽), 남(男)과 여(女), 일(日)과 월(月), 광(光)과 영(影), 사(謝)와 원(怨), 언뜻 보기엔 선과 악으로 나뉜다고 착각할 수 있겠으나 건강한 인간과 병에 걸린 인간이 있다고 해서 병에 걸린 인간이 악인이 아니듯 이 세상은 자유라는 혼돈 속에서 선악을 구분하지 않는다. 알겠느냐?”


“사마님들께 감히 원한을 품는 자들이 있습니까?”


“삶이 고통이니 이미 수많은 원한을 사고 계시지. 생명은 축복이나 자살하는 이도 많다. 너 역시 지금은 삶을 저주하고 있을 수도 있지.”


“아... 아닙니다.”


“그런가... 안 그러는 이유는 뭐지? 아니면 겉치레뿐인 말인가?”


“예?”


“아무것도 아니다.”


창정로가 화제를 돌려 사방위와 사방색, 사방신에 대해 말했다.


“四는 신성한 숫자로 총 네 분의 마가 계시며 네 개의 방위가 있다. 마찬가지로 사생계에서 인간이 거주하는 대륙은 네 개이며 열도는 열여섯, 모든 섬의 개수는 팔만사백 개이다. 대질서는 백육십 년마다 벌어지니 가히 모든 중차대한 수들이 사의 배수로 있지. 수도자들의 수명도 이와 같다. 북방은 사마(死魔)님의 방위로 그분이 다스리시는 저승이 있고 육도윤회(六道輪回)에 든 천마와 온마님은 그곳에서 고통으로써 기억을 씻어낸다. 하지만 제의에서 제물로 바쳐진 자들은 신의 일부가 된다고는 하지만 모두 죽음이라는 사마님의 그물에 걸려 윤회하지는 않는다. 너는 천마님의 화신으로 죽겠으나 윤회하여 삶의 고통을 다시 겪을 일은 없다. 그것은 온전히 사마님의 축복이며, 천축누각의 제의 자체가 사마님께 바쳐지는 것이기에 그렇다. 상징색은 흑(黑)이다.”


묵염은 자신에 관한 얘기가 나오자 눈은 빛냈다.


“남방은 번뇌마(煩惱魔)님의 방위로 그분이 정하신 법칙에 따라 운행하는 태양과 달이 있다. 태양은 동방에서 떠올라 서방에서 지긴 하나 그 궤도 자체가 남방에 치우쳐 있다. 사생계의 모든 자연법칙이 번뇌마님의 계산에 달려 있으며 그분이 휴식하시면 세상 역시 활력을 잃고 침묵한다. 그러니 대질서 때는 먼 곳에 계신 사마님을 가장 상석에 모시고 그다음으로 돌아가신 천마와 온마님을 모시나 번뇌마님은 대질서 때 모시지 않는다. 대신 일상적으로 꾸준히 모셔 그분의 노고와 공을 기린다. 상징색은 청(靑)이다.”


창정로는 괴뢰인지라 기억을 잃는 일이 없었다. 그러니 고작해야 다섯 권의 목독을 가르치는 일은 쉬운 일이었다.


“서방은 천마님의 방위로 이성을 잃고 저승으로 가지 않은 원혼들만이 이르는 곳이다. 홀로 비어 있기에 이 세상의 영기 자체가 순환하는 곳이기도 하다. 천마님은 돌아가셨으니 영기와 원혼을 제외하면 빈 땅이지. 상징색은 백(白)이다. 동방은 온마님의 방위로 감정적으로 굴며 이성에 현혹되어 이성적인 사고를 하지 못하는 어리석은 이들이나, 사람의 감정을 무시하며 이성만이 옳다고 여기는 비이성자들이 이르는 곳이다. 이 때문에 창관이나 주루 따위는 서쪽에 대문을 지어 동쪽으로 향하는 이들을 받는다. 반대로 손님을 가려받는 곳은 문을 반대로 내어 진상이 오지 않기를 기원하지. 상징색은 적(赤)이다.”


“천마님은 어떤 분이십니까?”


“삶을 두려워하신 분이다.”


“신께서요?”


“모든 것의 근본을 따지자면 초목부터 벌레, 짐승, 요괴, 정령, 인간, 하물며 신까지 다른 것이 없다. 다만 시간의 차이가 있지. 벌레와 짐승, 인간은 수명이 짧으며 우리 같은 요괴나 특정한 초목들은 수명이 길다. 신은 영생할 뿐이다.”


“하지만 신마저도 삶이 두려워 영생을 포기하신 것 아닙니까? 천마님은 어쩌다 삶을 두려워 하신 겁니까?”


“그냥 살다 보니 두려워하셨다.”


“살다 보니......”


“천마님은 영생의 삶에서 극도의 혼란을 겪으신 분이다. 천마께서 혼란을 겪으셨기에 그 혼란을 사랑으로 극복하고자 범계에 있는 별인 금성의 힘을 빌려 온마님을 만드셨으며 온마님과 교합하여 아들이신 번뇌마님을 낳았다. 그다음으로는 자신의 가정을 제외하고 모두 죽여 안정을 찾으려다 사마님께 저지당했는데 이 과정에서 사마님은 목이 잘렸다. 불멸자이지 불사자는 아니었기에 소멸하신 분은 없었으나 자신의 목을 자른 천마님께 노한 사마님은 천마님의 심장을 뽑고 온마님의 목을 자른 뒤, 천마님의 목을 자르고 온마님의 심장을 뽑아 죽음의 형태를 완성하셨다. 이후 사마께서는 훗날 천마께서 온마님과 함께 자신들의 죽음으로 세상을 창조하였을 때 힘을 보태셨다. 두 분의 활력과 이전 세상의 동력을 끌어다가 영기를 창조하셨지.”


“참... 신들의 이야기인데도 어딘가 안타깝군요. 이전 세상은 범계입니까?”


“범계가 아니다. 어떤 방식으로든 우리는 알 수 없다. 이미 멸망한 세상이니까 말이다. 지금은 그저 상고 시대라 부른다.”


수업이 진행 중인데 밖에서는 아직 연기경이라 창정로보다도 품계가 낮은 관료 두 명이 식사를 들고 왔다. 이곳의 품계는 곧 수행과 직결되었다. 아무리 요직을 맡았다고 해도 연기경은 축기경보다 낮고 축기경은 결정경보다 낮았다. 식사는 호사스러웠다. 수행하는 생명의 고기는 영기에 물들어 독을 품기 때문에 사생계에서도 범계의 짐승이나 작물을 데려다가 키웠다. 그래서 범계나 사생계나 기본적으로 식사에 쓰는 재료는 같으나 호사스러울수록 내용물이 달랐다. 영초 한 뿌리를 먹어도 영기가 독으로 작용하게 하지 않기 위해 명상하여 기를 순환하거나 달여서 진액을 취한 뒤 그 부산물을 단약으로 만들어 먹었다. 식물의 고기도 이렇게 먹기가 고될 진데 지금 나온 식사에는 총 열여섯 가지의 영초와 네 가지의 요수, 여덟 가지의 향신료가 쓰였다. 창정로가 말했다.


“벌써 시간이 되었나. 식사가 왔으니 들고 하지. 옷을 갈아입고 예의에 맞게 먹어야 한다. 천마께서는 귀공자의 모습을 하셨으며 삶에 회한이 들어 저주를 퍼붓고 개떼를 부려 사람들을 공격할 때도 품위만은 잃지 않으셨다. 목이 잘린 사내의 모습으로 묘사되기도 하나 그건 창조주로서의 모습이 아니라 재앙으로서의 모습이다.”


음식의 양은 많았으나 모든 음식이 온전하게 화신 후보를 하고 있는 한 사람의 것이었다. 배가 고팠던 화신 후보는 영술로 순식간에 옷을 교체하고는 자리에 앉아 먹기 시작했다. 식사를 들고 온 두 관료는 한 명이 시중을 들며 한 명이 음식에 대한 설명을 곁들였다.


“본격적인 식사에 앞서 드신 죽은, 전복에 영기가 거의 없는 안안초(安眼草)를 넣어 만든 것으로 더위와 불쾌감을 물리쳐 낯선 곳에 적응할 때 효과가 좋습니다. 후보님께서는 처음 이곳에 지내시니 신경을 써 만들어봤습니다. 또한 지금 드시고 계신 생선은 얼마 전에 벽사존자께서 잡으신 혼원성곤이라는 요수의 고기로 그 맛이 범계의 고래와 비슷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여 고래의 요리법을 따라 하였는데 어떠십니까?”


“맛있습니다! 살짝 매우면서도 달콤한 양념은 어찌 만드셨습니까?”


맛있다는 화신 후보의 말에 요리를 한 두 관료는 웃으면서 답했다.


“그것은 독한 화기를 뿜는 초신초(焦晨草)에 고추와 마늘을 넣고 볶은 기름으로 향을 내고 금영근자들의 명문가인 금가에서 단맛을 내는 광석인 납을 받아와 기름에다 담가놨습니다. 범인에게는 너무 독하여 죽을 수도 있으나 수도자에게는 듣지 않아 온전히 맛만을 취할 수 있습니다. 더군다나 화영근자에게는 더없이 좋은 양념이 되지요.”


“어쩐지! 왠지 기운이 나고 활력이 돈다 했습니다! 두 분 덕분이었군요.”


창정로는 화신 후보가 요리에 대한 얘기를 하며 사람들과 어울려 지내는 것을 보고는 관료와 화신 후보의 대화가 끝날 때까지 기다린 뒤 이렇게 말했다.


“앞으로도 그렇게 해야 한다.”


“네? 뭐가요?”


“보통의 경우 적응하지 못하면 타인과 대화도 일절 하지 않지. 하지만 화신 후보는 사람과 어울려야 한다. 심지어는 평상시 쳐다보지도 않았을 범인들과도 어울려야 하니 만약 끝까지 사람과 어울리지 못했다면 금제를 걸었을 거다.”


“하하 그렇군요. 그냥 맛있는 걸 먹으니 기분이 좋아서요.”


“식사가 끝나면 자유시간이다. 지축국의 관료에게는 화신 후보라는 사실을 밝혀도 좋으나 다른 이에게는 밝히면 안 된다. 열도를 자유롭게 돌아다녀도 좋고, 밤이 늦게까지 돌아오지 않으면 나를 비롯한 교육을 맡은 이들이 네가 있는 곳으로 가 함께 할 것이다. 다른 지역에서 수업을 받을 수도 있겠지.”


“다른 수업은 어떤 수업입니까?”


“검무와 시가, 비파 또한 다룰 줄 알아야 하며 너는 근육을 더 붙여야 하니 관련된 관료도 배정될 것이다. 거기다 밖을 돌아다닌다니 치장을 해줄 관료도 붙겠지.”


“그렇게 주렁주렁 달고 다녀야 한다니 저는 그냥 여기 있으렵니다.”


“그래도 된다. 또한 지금 이 두 아이는 화신제 기간 동안 너를 시중들 아이들이니 앞으로도 계속 볼 거다.”


창정로의 말에 두 관료와 화신 후보는 고개를 숙이며 다시 서로에게 인사했다. 식사를 시작한 지가 꽤 되어 화신 후보가 밥을 다 먹었을 때쯤에는 기운이 넘쳐 배울 의욕도 다시금 생겨났다. 화신 후보가 물었다.


“천마님은 귀공자의 모습이라 하셨는데 다른 분들은 어떤 모습이십니까?”


“온마님은 아름다운 여인의 형상으로 귀공녀보다는 행실이 가볍고 매력이 뛰어난 창부의 모습이시다. 물론 지식과 지혜를 둘 다 겸비하셨기에 행실이 가벼워도 매력이 있는 것이지. 유일하게 창조주로서의 모습과 재앙이실 적의 모습이 같은 분이다. 그분이 천마님으로부터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는 사내들을 유혹해 그 정기를 빨아먹었다. 그런데도 정기를 먹힌 사내들이 다시 온마님을 찾았지. 이번 화신제 때는 천마님의 화신이 될 너뿐만이 아니라 온마님의 화신이 될 후보도 있다.”


“그분과 저는 화신제 때 무슨 일을 합니까?”


“낮에는 거리를 돌아다니며 신의 모습을 보이고 밤에는 화신들끼리 교합하여 신화를 재현한다.”


“예? 그런 일도 합니까?”


“천마님과 온마님은 부부이시니 당연한 일이다.”


화신 후보는 창정로의 말에 여러 생각을 하는 듯이 시선이 자꾸만 위를 향했고 귀가 붉어졌다. 입가에 침이 흐르지는 않았으나 침을 다시 목구멍에 넘기는 소리를 자꾸만 내었다. 화신 후보가 말했다.


“아... 알겠습니다. 번뇌마님은 어떤 모습이십니까?”


“번뇌마님은 나이 든 상인의 모습으로 고약하고 괴팍한 모습이시다. 사마님은 목이 잘린 여인의 시신이 아기를 안고 있는 형상이시지.”


“음 다른 두 분하고는 아주 다르네요.”


“그분들은 살아계시기에 험악하고 천마님과 온마님은 돌아가셨기에 아름답다.”


“...어찌 그렇습니까?”


“삶이 아주 험하고 악독해도 망자의 삶을 평가하는 입장이라면 언제든 좋게 평가할 여지가 있지. 하지만 내 눈앞에 있는 철없는 아이는 참아주지 못하는 게 인간이다.”


“그럼 두 분의 다른 모습은 어떻습니까?”


“그건 알지 못한다.”


“어째서 알지 못합니까?”


“두 분은 세상에 기여하며 살아가고 계실 뿐이다. 그러니 변모하신 적이 없다. 창조주의 모습이든, 재앙의 모습이든, 아직 되신 적이 없다.”


한창 얘기하고 있을 때였다. 밖에 있던 두 관료가 다른 이가 왔음을 알렸다. 온 이는 손님이 아니라 화신 후보를 교육하는 일을 맡은 관료였고 운영근자이자 천축누각의 존자 중 한 명인 은하존자(銀河尊者)의 제자, 운양소(雲陽昭)였다.


“운청동자님 드십니다.”


“정로야! 화신 후보님도 안녕! 저번에 친구 먹기로 했으니까 친한 척 좀 해도 되지? 난 어색한 게 제일 싫어!”


“너는 무슨 역할을 맡았어?”


“후보님 근육을 키우라고 하길래 왔지.”


“네가? 근육을?”


그도 그럴 것이 운청동자는 그야말로 동자라는 별호와 걸맞게 체구가 작고 살이 말랑해 보였다. 살이 찐 것은 아니었지만, 멀어 보이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운양소만의 방법이 있었다.


“자 화신 후보님!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하나는 제가 맡고 다른 하나는 목영근자가 맡을 텐데 고르시면 됩니다. 아주 아플래요? 아니면 조금 아플래요?”


“...조금”


“그럼 저랑 하시면 되겠네요!”


순식간에 운양소의 입에서 뿜어져 나온 구름이 화신 후보의 얼굴을 제외한 몸을 전부 덮어버렸다. 처음에는 방을 가득 채울 만큼 거대했던 것이 점차 쪼그라들어 비단보다도 얇아졌다. 하지만 그 압력과 무게는 온전히 화신 후보의 몸에 가해져 실제로 그리된 것은 아니었지만, 겉으로 보기에 몸이 근육질로 된 것처럼 보였다. 운양소가 화신 후보의 입에 단약을 넣으며 말했다.


“근육이 빠르게 자랄 수 있도록 돕는 성근단(成根丹)입니다! 그렇게 불어난 살과 근육은 제가 운영술로 압축해서 예쁜 근육이 될 수 있게 도와드릴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그렇게 안 보이겠지만, 저도 역사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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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대질서(大秩序) 24.09.08 20 2 15쪽
13 대질서(大秩序) 24.09.04 20 2 11쪽
12 대질서(大秩序) 24.09.02 21 3 12쪽
» 대질서(大秩序) 24.08.28 21 3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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