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벽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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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좋아
작품등록일 :
2024.08.25 14:54
최근연재일 :
2024.09.18 00:00
연재수 :
17 회
조회수 :
516
추천수 :
62
글자수 :
96,747

작성
24.09.16 00:00
조회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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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8쪽

대질서(大秩序)

DUMMY

창정로와 전가인의 대화는 전가인의 동부 깊숙한 곳에서 이루어졌다. 구조 자체는 창정로 자신의 동부와 크게 다르지 않은 터라 낯설지 않고 익숙함마저 느껴졌다. 그녀는 동부의 여러 방 중에서 가장 아무것도 없이 밋밋한 돌뿐인 방으로 창정로를 안내했다. 방에는 자색으로 발광하는 부적들이 동서남북, 사방에 있었고 피가 흘렀다가 말라붙은 흔적이 있긴 했으나 그것이 무엇인지는 알기 힘들었다. 하지만 이내 곧 알게 되었다.


“너! 그 법구는 무슨 재료로 만든 것이야?”


“그야 천축누각으로 들어오는 요수의 뼈와...”


“허튼소리! 내가 사업으로 취급하는 게 요수의 가공이다! 내가 이 누각의 수량과 쓰임은 전부 꿰고 있다! 천사께서 쓰는 것도 내가 알고 있거늘!”


“대단하시군요.”


“바른대로 말하지 못할까 이놈!”


“저는 싸우기 싫습니다.”


“이실직고한다면 싸울 일이 없겠지.”


“동부 앞에서부터 저를 시험하고자 영력을 계속 쓰셨지요. 그게 그 잘난 여율령령 아닙니까? 제가 간신히 버티고 있다고 생각하셨을 수도 있지만, 저는 저의 정신을 흐리거나 감각을 속이는 류에는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진법에서처럼 가짜라도 형상을 만들어 속이는 거라면 저도 속을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 속지도, 매혹되지도 않았고, 영력은 많이 쓰신 상태입니다.”


“네놈이 감히 나를 겁박하는구나! 그래봤자 축기경 아니더냐? 벽사존자님으로부터 얼마나 좋은 것을 받아 기고만장한지 모르나 어디 해보거라!”


창정로는 전가인과 대화하면서 동시에 혼과도 대화를 나눴다.


“혼, 저번에 의부님으로부터 받은 영석이 얼마나 남았습니까?”


“이길 수는 있겠지만, 금제는 힘들 수도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창정로가 법구를 꺼냈다. 차례대로 차륜, 바라가 나왔는데 싸우기에 앞서 전가인이 창정로가 선물한 비수 법구를 버려 창정로가 이를 회수했다. 창정로가 말했다.


“쓰셔도 됩니다.”


“네놈이 무슨 짓을 했을 줄 알고?”


“영석을 아낄 수 있었는데 아쉽습니다.”


창정로가 입으로 대량의 영기를 뿜고 차륜이 돌아 허공에 퍼진 영기를 순환시켰다. 쓰이기 좋게 옅게 퍼진 영기를 창정로의 몸에 깃든 다섯 원혼 중 뇌영근을 지닌 원혼이 뇌영술을, 차륜에 기령으로서 깃든 원혼이 풍영술을 써서 서로 협력했다.


‘취풍신뢰趣風迅雷’


바람이 먼저 길을 뚫더니 벽력이 바람길을 따라 흘렀다. 처음에는 바람이 먼저 느껴져 회피하기 쉬웠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벽력의 수가 많아졌고 벽력이 바람길을 따라 곡선으로 휘어 측면을 공격하기도 했으니 술법이 과연 절묘한지라 결국 전가인이 진지하게 싸움에 임하게 되었다. 방에 있는 네 개의 부적이 더욱 발광하고 말라붙어 있던 피가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전가인이 외쳤다.


“어디 아직도 기세등등한지 보자! 내가 진법을 쓰지 못할 거라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다. 스승님께 부탁해 예외적인 공간을 만들었으니 그곳이 바로 이곳! 네놈의 무덤이다!”


창정로가 다시 보니 각 부적에는 글자 마방진이 적혀 있었다. 네 개의 부적에 네 개의 진법이 담겨 있었다. 네 개의 진법이 동시에 가동되자 전가인의 영기가 다시 회복되는 것이 눈으로도 보였고 부적이 내뿜는 빛에 차륜 법구가 힘을 잃고 있다는 것도 느껴졌다. 창정로의 취풍신뢰는 전가인을 향해 날아가다 여율령령에 매료되어 통제를 잃고 창정로를 향해 날뛰었다. 하지만 벽력조차 창정로의 몸을 벽으로 밀어낼 뿐 손상을 입히진 못했다. 전가인이 말했다.


“튼튼한 몸이구나. 역사라서 그리 기세등등했던 게야?”

전가인은 승기를 잡고 당당했지만, 창정로는 여유를 잃지 않고 있었다. 그는 벽력은 얼마든지 맞아도 된다는 듯이 어떠한 방비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전가인은 차륜을 향해 벽력이 날뛰도록 했으나 곧 바라가 열렸다가 차륜을 안에 넣은 뒤 닫혀 법구를 보호했다. 전가인은 빠르게 목표를 바꾸었다. 창정로가 밟고 있는 돌, 바위, 암석, 뭐든 매혹한 뒤에 움직여 묶으려 했다. 창정로의 저물대가 열리고 그가 타고 다니던 구름이 나왔다. 운청동자에게서 받은 구름은 운영근을 가진 원혼에 의해 흰 전포(戰袍: 장수가 입던 웃옷)가 되어 창정로에게 입혔다. 그리고 그 옷을 움직여 창정로에게 달려드는 바위와 암석들을 모두 분쇄했다. 전가인이 말했다.


“너! 그건 은하존자님의 비술이잖아! 운양소 이놈이!!”


“제가 튼튼하기만 하고 근력이 부족하다 보니 빌리게 되었습니다.”


운양소가 보여준 비술은 창정로의 근육이 되어 그의 몸을 움직였다. 다급해진 전가인이 돌이 나무껍질처럼 붙어 있는 손가락으로 달려들었다. 지법을 이용해 창정로의 몸을 몇 번이고 찔러댔으나 그때마다 구름으로 만든 비단옷이 벗겨져 맨몸에 공격을 맞은 뒤 다시 입혀져 뒤로 밀려나는 창정로를 버티게 해주었다. 공격에 지친 전가인이 물었다.


“너, 그 비단옷 말고 원래부터 입고 있던 백의도 법구였나? 내 공격에 흠집도 안 나다니.”


“이 백의는 제 몸이나 다름없으니 사실 옷을 입은 것처럼 보이나 알몸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네놈이 끝까지 나를 능멸하려 하는구나!”


전가인이 다시 진법들을 이용해 공격하려는데 창정로의 몸에서 빛이 발하자 주변의 영기가 모조리 소멸하고 진법의 힘이 눈에 띄게 약해졌다. 방바닥을 채울 만큼 흐르던 전가인의 정혈 역시 생기를 잃고 고이기 시작했다. 창정로가 말했다.


“진법은 진법으로 상대해야 하지요. 부적에 담길 만큼 약한 진법들은 영맥과 연결된 상태라고 한들 네 개가 아니라 수백 개가 덤벼도 강한 진법 하나를 못 이깁니다. 더 강한 진법이 영맥과의 연결을 독점하고 다른 진법을 제거할 테니까요.”


“너... 어떻게 진법을...? 진법이 담긴 부적을 쓰는 모습도 못 보았는데?”


“알 거 없습니다. 저는 별로 영향이 없지만, 듣기로는 수도자에게 이 상황은 엄청난 부담이라던데 본인의 몸부터 챙기시지요.”


창정로의 말에 전가인은 자신의 몸을 살폈다. 영기가 무서운 속도로 자신의 몸에서 빠져나가 그대로 소멸하고 있었다. 부적과 정혈도 영기를 잃고 평범한 종이와 피가 되고 있었다. 전가인은 이러한 감각을 알고 있었다. 그 감각은 예전에 자신이 범계에서 느꼈던 것과 너무나도 닮아 있었다.


“법구의 재료를 어디에서 구했냐고 물으셨었지요. 거기에 대한 답입니다. 일 층에서 구했습니다.”


“일 층...? 다툼이 금지된 곳이라 존자님들의 진법이 있어 술법을 썼다면 반드시 걸릴 수밖에 없는데?”


“범계에는 술법도 없고 진법도 없습니다. 애초에 영기도 없지요.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그러니 범계를 재현한 공간에서 제가 무엇을 하든...”


창정로가 전가인의 귓가에 대고 말했다.


“자취가 없습니다.”


창정로는 전가인이 내려놓았던 비수 법구를 움직여 비파골(琵琶骨), 그러니까 목과 어깨 사이의 쇄골을 꿰뚫었다. 비수에 담긴 기령이 몸에서 날뛰니 안 그래도 영기가 빠지던 전가인은 술법마저 쓰기 어려워졌다.


전가인은 곧바로 자신의 혼백을 몸에서 힘껏 발하여 동부 밖으로 쏘았지만, 차륜을 보호하고 있던 바라가 다시 열린 뒤 날아가 전가인의 혼백을 가두었다. 이 때문에 전가인의 혼백은 동부의 입구조차 벗어나지 못하고 바라에 갇혀 창정로의 손아귀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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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대질서(大秩序) 24.08.28 22 3 17쪽
10 대질서(大秩序) 24.08.25 20 3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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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입문(入門) +1 24.08.25 31 5 11쪽
5 입문(入門) +1 24.08.25 28 5 11쪽
4 입문(入門) +1 24.08.25 33 5 12쪽
3 입문(入門) +1 24.08.25 47 6 12쪽
2 입문(入門) +1 24.08.25 50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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