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출 후 천재 코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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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몸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8.27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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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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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9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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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빛 (1)

DUMMY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선수들에게서 보이는 빛이 변하다니.

비단 신건우뿐만이 아니었다.


“글러브 확실하게 펼쳐라.”

“스텝을 그렇게 하면 안 되지! 던져야 하는 방향으로 가란 말이야!”

“누가 점프 캐치할 때 머리를 아래로 숙여! 그러면 더 높이 뛸 것도 못 뛰겠다!”


김 코치님이 선수들을 지적할 때마다 모든 선수가 그랬다.

특정 부위에서 빛나던 노란빛이 일순간 초록색으로 변하는 모습.

덕분에 나는 확신할 수 있었다.

내 눈에 보이는 빛은 단순한 섬광 따위가 아니라는 것을.


‘설마 선수의 자세와 관련이 있었을 줄이야.’


노란색 빛은 선수의 폼에 문제가 있다는 뜻이고 초록색은 반대로 좋다는 뜻.

실제로 초록색이 많이 보이는 선수일수록 수비할 때 자세가 깔끔한 것은 물론이고, 스텝이나 송구에도 문제가 없었다.


재밌는 건, 김 코치님에게 지적을 받고 초록색 빛으로 바뀌었던 선수들 대부분이 다시 노란빛을 띄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게 된 이유는 어렵지 않게 유추가 가능했다.


‘원래 안 좋은 자세란 게 한 번에 고쳐지는 건 아니니까.’


지적받은 순간엔 괜찮았을지 몰라도, 깜빡하면 다시 나오는 게 습관이다.

괜히 습관이 가장 무섭다는 말이 있는 게 아니다. 그거 하나 고치려면 프로 선수들조차 수백, 수천 번은 노력해야 고쳐지니.


하나 궁금한 게 있다면 아무런 빛도 보이지 않는 선수와 초록빛을 띄는 선수와의 차이점이다.


‘가령 신건우의 어깨와 같은.’


아까도 봐서 알겠지만, 신건우의 송구 능력은 이미 충분히 좋다.

던지는 자세도 크게 나무랄 데가 없고.

그러면 초록빛이 보여야 하는데 그의 어깨에선 아무런 빛도 보이지 않는다.

반면에 신건우와 마찬가지로 송구가 좋은 심준현의 어깨에선 초록색 빛이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다.


‘내가 모르는 무언가가 또 있나?’


아마 그럴 가능성이 높았다.

아직 내 눈에 보이는 빛에 대해 모든 걸 아는 건 아니니까.

시간을 갖고 지켜보다 보면 어느 순간 깨달을 수 있겠지.

그건 그렇고··· 대박이긴 하네.


“송구 똑바로 안 해? 여기서도 실수가 나오면 시합 땐 어쩌자는 거야?”

“죄송합니다!”

“죄송하면 다시 해.”


따악!


나는 굵은 땀방울을 흘리는 학생들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솔직히 말해 보고 있는 지금도 믿기진 않지만, 내가 보는 빛이 내가 추측한 대로의 의미를 갖고 있다면 선수들을 더욱 빨리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을 터였다.

문제점을 바로바로 짚어 줄 수 있는 것은 물론, 무엇보다 선수가 지금 잘하고 있는 건지 객관적으로 알 수 있을 테니.


이는 지금껏 단 한 번도 누군가를 가르쳐 본 경험이 없는 내게 반가울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왜 흔히 아는 거랑 가르치는 거랑은 다르다고 하지 않던가?

내가 이런저런 이론들은 다 알아도 그게 누구한테 효과적인지는 모른다.

사람 몸이 다 다른 만큼 각자에게 잘 맞는 폼과 훈련법이 있거든.

생각이 거기까지 닿았을 무렵이었다.


“박 코치.”


김 코치님이 나를 불렀다.

아직 3월이라 제법 쌀쌀할 텐데도, 그 또한 땀을 흘리는 중이었다.


“네 코치님.”

“이제 외야수 빠지고 내야수 애들 연습시킬 건데 펑고 한 번 쳐봐.”

“알겠습니다.”


나는 김 코치님이 넘겨준 펑고 배트를 받고는 홈플레이트 쪽으로 이동했다.

그러자 그곳에 있던 포수 김우현이 꾸벅 인사했다.


“잘 부탁드립니다 코치님.”

“그래. 나도 잘 부탁한다.”


나는 그렇게 말하며 선수들을 훑었다.

그들의 몸에서 빛나는 형형색색의 빛들이 내 시야에 들어왔다.



***



“내야 퍼스트(잡고 1루로 송구).”

“내야 퍼스트!”


성우의 말에 학생들이 복명복창하며 내야 수비 연습이 시작됐다.


“···.”


김대한은 팔짱을 낀 채 바로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봤다.

원래 대로라면 첫날부터 바로 펑고 시킬 생각은 없었다.

괜히 펑고도 칠 줄 모르는 코치가 훈련을 주도하게 된다면 선수들에게 오히려 마이너스가 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조금 전 확인한 바.

성우 정도라면 간단한 내야 펑고는 충분히 가능하다 판단했고, 일찍이 그를 투입해 본 것이었다.


‘그럼 어디 애들은 얼마나 잘 가르치나 볼까?’


사실 다른 것보다 이게 핵심이었다.

펑고 따위야 기본 소양이고.

코치로서의 자질은 선수의 문제점을 얼마나 잘 파악하고 올바른 해결책을 제시해 주느냐.

물론 성우의 경력이 전무한 만큼 큰 기대는 하고 있지 않지만 최소한 어느 정도인지는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그렇게 지켜본 김대한의 소감은···.


“너 이름이 뭐였지?”

“윤효빈입니다!”

“방금 공 잡을 때 몸이 먼저 일어나잖아. 확실하게 잡고 나서 움직여야지.”

“알겠습니다.”


“네가 백현진이었나?”

“맞습니다!”

“넌 땅볼 포구할 때 글러브로 잡는 습관 좀 고쳐야겠다. 오른손으로 덮으면서 잡아야지. 안 그러면 공 빼는 게 늦는단 말이야.”

“감사합니다! 다시 해보겠습니다!”


“넌 쓸데없는 잔발이 너무 많아. 그럴 시간에 앞으로 달려와서 타구 빨리 처리하는 게 나아.”

“예 알겠습니다!”


···잘 하는데?

의외의 모습에, 김대한의 얼굴에 짐짓 감탄한 표정이 드러났다.

펑고 칠 때도 그랬지만 일반적인 초보 코치가 보여주는 모습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었다.


‘보통은 펑고 치기도 바빠 애들 문제점 짚어 주는 것도 어려워하는데 말이야.’


성우는 핵심만 딱딱 짚어 선수들에게 전달하는 중이었다.

하지만 그의 눈썰미는 김대한이 생각한 것보다 훨씬 좋았다.


“공이 제대로 안 잡혔는데 급하게 던질 필요 있어 없어.”

“없습니다!”

“그럴 땐 그냥 스텝 한 번 더 밟으면서 고쳐 잡으면 돼. 그게 훨씬 더 안정적이지 않겠어?”


송구가 정확했음에도, 선수가 공을 제대로 잡지 못했다는 사실을 눈치챈 모습.

이건 김대한 조차 놓친 부분이었다.

그렇다 보니 이런 생각이 들지 않을 수가 없었다.


‘진짜 처음인 거 맞아?’


물론 아직 자신만큼 정밀한 펑고를 칠 수 없긴 하나.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만 보면 어디서 경력 좀 쌓고 온 코치라 해도 믿을 정도다.


‘외국 논문을 직접 번역해 볼 정도로 열심히 공부했다더니.’


확실히 지금까지 노력한 흔적이 엿보인다.


“오, 이렇게 보니까 성우 좀 코치 같아 보이는데요?”


최윤철이 다가온 건 그때였다.

그의 바로 뒤엔 투수조 애들이 땀범벅인 채로 있었다.

오늘도 어디서 빡세게 뛰다 온 모양이다.


“너희들은 언더셔츠 갈아입고 피칭 준비해. 야수조 수비 훈련 끝나면 바로 들어갈 거니까.”

“예 알겠습니다!”


최윤철은 투수들에게 지시를 내리곤 김대한에게 물었다.


“성우 좀 어때요?”

“코치 같아 보이는 게 아니라 진짜 코치 같던데. 최 코치 솔직히 말해봐.”

“뭘요?”

“저 친구 코치 처음인 거 맞아? 어디서 좀 하다 온 거 아니고?”

“당연하죠. 쟤 이력서 보셨잖습니까. 신고 선수로 드래곤즈 들어가서 어제 방출된 거.”

“그렇긴 한데···.”


김대한이 괜히 제 턱을 문지르며 말끝을 흐렸다.


“하는 거 보면 전혀 그런 것 같지 않아서 말이야. 펑고는 확실히 좀 미숙한데. 애들 문제점 짚은 건 기가 막히더라.”


그 말에 최윤철의 입꼬리가 위로 쭉 말려 올라갔다.


“누가 추천했는데 당연하죠. 제가 괜히 데려왔겠습니까?”

“그래도 저렇게까지 잘할 줄은 몰랐지.”


선수들 타격은 또 어떻게 봐줄 지는 모르겠지만 사실 지금은 이 정도만 해도 합격이었다.

지금 상태에서 경험치를 충분히 먹는다면 분명 괜찮은 코치가 될 수 있을 거란 확신이 선 상태니까.


‘가뜩이나 시즌 시작해서 정신 없었는데 다행이네.’


3월이 되며 황금사자기 전국대회의 예선인 전반기 주말 리그가 당장 저번 주부터 시작한 상황.

이번 주를 비롯해, 앞으로 거의 매주 시합이 잡혀 있는 와중에 새로운 코치를 가르치라 해서 걱정이 됐으나, 오늘 성우가 하늘 걸 보니 기우인 듯싶었다.


“박 코치, 거기까지만 해. 마무리는 내가 할 테니까.”

“알겠습니다.”



***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선수들의 훈련이 종료됐다.

코치실로 돌아오자, 긴장이 풀리며 팔이 뻐근한 것이 느껴졌다.


“힘들지?”


어느새 씻고 온 윤철이 형이 툭 말을 걸었다.

나는 팔을 붕붕 돌리며 대꾸했다.


“막 힘든 건 아닌데. 오랜만에 배팅볼 던지려니까 팔이 엄청 무겁네요.”


수비 훈련이 끝나고 시작된 배팅 연습.

가장 먼저 배팅볼을 던진 건 나였다.

물론 첫날부터 무리하면 안 된다고 중간에 선수들이 대신 돌아가며 던지긴 했으나, 그땐 이미 공 한 박스는 넘게 던진 후였다.

그 정도면 한 200개 정도는 되려나.

보통 한 박스라 하면 이삼백 개라 얘기하긴 하는데 정확하게 세어본 적이 없으니 원.


“딱 일주일만 참아봐. 그때 지나면 괜찮아지니까. 솔직히 말해서 선수 때보다는 안 힘들잖아.”

“그건 그렇긴 하죠.”


서 있는 시간만 좀 많아서 그렇지.

옛날처럼 하루종일 뛰어다니는 일도 없다.

단지 낯선 환경에 몸이 적응되지 않았을 뿐.


“그런데 넌 안 씻냐?”


그가 선풍기 앞에서 머리를 털며 물었다.


“씻긴요. 하우스(실내 연습장) 들어가서 펑고 연습 해야죠.”


김 코치님이 내야 펑고 치는 모습을 보고 새삼 또 느꼈다.

내 펑고 실력이 지금 얼마나 형편 없는지.

빠른 템포를 유지하면서도 선수 개개인에게 맞춰 타구를 보내는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반면 나는 애들 앞이나 양옆으로 타구를 보내는 것이 전부다.

계속 이 팀에 남아 애들을 훈련 시키려면 지금 같은 실력으론 턱도 없다.

애초에 궂은 일 하려고 왔는데 말이야.

아무리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지만, 내 실력을 뻔히 알고도 마냥 쉬기엔 내 마음이 편치 않았다.


“어후 독한 놈. 넌 코치가 돼서도 그러냐.”


내 말에 윤철이 형이 혀를 내둘렀다.


“이제 선수도 아닌데 좀 쉬엄쉬엄 해. 그러다가 몸 상한다.”

“제 몸 튼튼한 거 아시잖아요. 지금까지 어디 하나 아파 본 적이 없구만.”

“하긴. 지금까지 야구하면서 너 아픈 걸 본 적이 없긴 하다.”

“그리고 형이 소개해 줬는데, 형 얼굴에 먹칠해서 되겠어요? 하루빨리 코치로서 1인 분은 해야지.”

“이제 출근 첫날이다 이 독종아. 너 또 ‘하나만 더’ 반복하면서 늦게까지 훈련할 거지?”

“에이 제가 이제 선수도 아닌데 그렇겠습니까.”


시키는 거면 모를까.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너무 무리하지 말라는 윤철이 형의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나는 숙소를 나와 실내 연습장으로 향했다.

그런데···.

도착하니 선객이 있었다.

내부에서 켜진 불이 밖으로 어슴푸레 비치고 있는 모습.


따악, 따악!


더불어 타격음이 들려온다.


‘이 시간에 누구지?’


휴대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해 보니 어느덧 오후 11시가 다 된 시간.

훈련이 10시 좀 넘어서 끝났으니 어지간한 애들은 다 집에 돌아갔을 시간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아무래도 숙소 생활하는 학생이 남아서 개인 훈련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누구인지 도통 감이 오질 않았다.

어지간한 애들은 본 훈련 때 체력이 다 빠져 진작에 곯아떨어진 걸로 기억하거든.

김 코치님 훈련이 좀 힘들어야지.

아주 애들 체력을 쫙쫙 뽑아버리니 원.


“···.”


혹시라도 훈련에 방해될까.

나는 숨을 죽인 채 살짝 열린 문틈으로 안을 살폈다.


‘건우였구나.’


오늘 수비 훈련 때 글러브로 지적받은 선수.

3학년인데도 주전 경쟁에서 밀렸다 보니 그만큼 심적으로 많이 몰린 모양이었다.

얼굴에 지친 기색이 역력한데도 이 악물고 배트를 돌리는 것을 보면.

그 모습을 보니 괜히 나를 보는 것 같다.


‘많이 답답하겠지.’


못하고 싶어서 못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야.

다행인 점은 내게 확실하게 보인다는 것이다.


그에게서 뚜렷하게 빛나는 노란색 빛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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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검은색 (1) +3 24.09.04 3,459 74 13쪽
9 기회는 잡는 것 (3) +2 24.09.03 3,477 79 12쪽
8 기회는 잡는 것 (2) +3 24.09.02 3,541 72 14쪽
7 기회는 잡는 것 (1) +1 24.09.01 3,619 73 13쪽
6 빛 (3) +3 24.08.31 3,621 75 14쪽
5 빛 (2) +2 24.08.30 3,574 81 12쪽
» 빛 (1) +2 24.08.29 3,659 70 12쪽
3 제2의 인생 (3) +2 24.08.28 3,659 66 12쪽
2 제2의 인생 (2) +2 24.08.27 3,726 66 13쪽
1 제2의 인생 (1) +5 24.08.27 4,200 6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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