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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몸 아카데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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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7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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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1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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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한 장 차이 (2)

DUMMY

기본적으로 지도자가 선수에게 무언가를 가르칠 땐 한 번에 여러 개를 알려주진 않는다.

간단한 거야 상관없는데, 자칫 너무 많은 것을 머릿속에 주입하려 하다 과부하가 올 수 있기 때문이다.

흔히 말하는 뇌정지 상태가 되는 것이다.


‘그러면 기존에 잘하던 것도 못하게 될 수 있지.’


더 나은 폼으로 탈바꿈하려다 도리어 뒤로 가게 되는 셈이다.

그래서 보통 하나를 알려준 뒤 상태를 지켜본다.

그래야 선수도 버릇을 고치는 데 훨씬 더 집중하기도 편하니.

그러다 자세가 나아지고 안 좋은 습관이 고쳐진다 싶으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식이다.


하지만 체형이나 운동 신경처럼 사람마다 타고난 게 다른 만큼 언제나 예외는 존재한다.

다양한 지식을 단숨에 소화해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선수들.

이제 보니 이태완이 그런 선수 중 한 명이었다.


“···방금 되게 좋았어. 그 느낌 잊지 말고 계속해 보자.”


혹시 몰라 다시 확인해 봐도 마찬가지.

한 번에 세 군데의 신체 부위를 신경 써야 하는 와중에도, 이태완은 금방 초록빛을 띄우는 데 성공했다.

달리 말해 그만큼 운동 신경이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이건 타고난 감각이나 센스가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니까.’


의문인 건 왜 이런 선수가 지금까지 야구를 못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냐는 것이다.

정작 똑같은 빛의 개수를 띄운 봉호연은 한 학교의 에이스로서 활약하고 있을 정도인데 말이야.

그런 걸 생각하면 이태완은 진작에 대학 진학에 성공하고도 남았어야 했다.

그런데도 계속 실력이 늘지 않았다는 건···.


‘설마 이것도 멘탈이 관련이 있는 건가?’


확신할 순 없지만, 이미 검은빛을 띄운 전적이 있는 이태완이기에 그럴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실제로 심적인 문제로 자신이 가진 능력을 100% 발휘하지 못하는 선수들이 수두룩하다.

가령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나, 실수하면 안 된다는 압박감에서 자유롭지 못한 선수들.


‘2군에서도 많이 봤지.’


왜 그런 선수들 있지 않은가.

2군에서는 펄펄 날아다니는데 1군만 올라가면 꼭 못하는.

1군과 2군의 실력 차이가 있기도 하지만, 심적인 요소도 절대 무시할 수 없다.


다행인 건 현재 이태완의 멘탈이 많이 회복된 상태라는 사실.

과거엔 아무리 좋은 말을 해줘도 스스로가 받아들이지 못했을 테지만, 지금은 다르다.


‘멘탈 관리 해주면서 자신감 있게 플레이하게 하면 대학 스카우터들 눈엔 무조건 띌 수 있겠어.’


그리고 만약 내 생각보다 더 잠재력이 있다면 프로도 노려볼 법한데···.

이건 그냥 내 개인적인 바람이다.

애초에 이태완의 목표는 대학이라고 했으니.



***



‘왜 갑자기 멈춘 거지?’


이태완은 잠깐 생각할 게 있다고 말한 성우를 빤히 바라봤다.

분명 조금 전까지만 해도 자세가 좋다며 칭찬했는데 갑자기 훈련을 중단하니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다.

동시에 습관적으로 부정적인 생각이 떠올랐다.


‘설마 막상 시켜봤는데 가망이 없어 보이는 건 아니겠지?’


칭찬은 단지 빈말로 해준 것일 뿐이고.

하지만 이러한 망상은 오래 가지 않았다.


“무슨 안 좋은 생각을 그렇게 해?”


성우가 귀신 같이 자신의 속마음을 꿰뚫어 보듯 말한 탓이었다.

대체 어떻게···?


“네 얼굴에 다 쓰여있어 인마.”

“아, 티가 납니까?”

“그럼 안 나겠냐. 훈련할 때랑 눈빛이 완전히 달라졌는데.”


그가 픽 웃으며 말을 이었다.


“보니까, 너 재능 있어.”

“제가 말입니까?”


이태완이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껏 재능 있다는 말을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못한다고 욕을 먹었으면 모를까.


“그러니까 부정적인 생각 하지 마. 너 지금보다 훨씬 나아질 수 있으니까.”


그렇다 보니 이태완은 다른 것보다 의심부터 들었다.

대체 눈앞의 코치는 뭘 보고 이리 확신에 가득 찬 투로 말할 수 있단 말인가?


“나한텐 보이거든. 네 잠재력이.”

“아니, 코치님. 아까부터 무슨 독심술이라도 쓰십니까?”


소름이 확 끼쳤는지, 이태완이 제 팔을 문지르며 물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성우는 입가에 머금은 미소를 유지할 뿐이었다.


“뭐, 비슷한 거 쓰는 거 같긴 한데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고. 내 말 한 번만 믿어 봐. 정 못 믿겠으면 그냥 뇌 빼고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해봐도 되고.”

“아뇨 믿습니다.”


어찌 믿지 않을 수 있을까.

코치가 된 지 한 달도 되지 않았음에도 며칠 만에 신건우를 완전히 다른 선수로 만든 사람이 바로 성우다.

애초에 이태완 또한 그것을 알기에 슬쩍 개인 훈련을 하러 나온 것이었다.

이러면 성우가 자신도 봐주지 않을까 하는 은근한 기대감이 있었으니.


“좋네. 앞으로도 할 수 있다는 마음 절대 잊지 마.”

“알겠습니다.”

“그럼 계속 연습하자. 오늘은 시합도 했으니까 간단하게.”

“넵!”


우렁찬 목소리와 함께 재개된 훈련.

하지만.


“좋아. 하나만 더.”

“허억, 허억!”

“어어? 힘들다고 자세 무너지는 거야?”

“허억, 아닙니다!”

“계속 자세 낮추고 공에 시선 고정해.”

“···예!”

“그렇지. 그렇게 계속하는 거야.”

“코치님. 아까 분명 간단하게 한다고···.”

“하나만 더!”

“···?”


금방 끝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훈련은 얼굴에서 땀이 뚝뚝 떨어질 때까지 끝나지 않았다.


“딱 하나만 더 하고 마무리 하자.”


쉴 새 없이 들려오는 ‘하나만 더’의 목소리.

그 탓에 훈련이 종료됐을 무렵에, 이태완은 다리에 힘이 풀려 제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입이 떡 벌어진 멍한 표정을 한 채.

그렇다 보니 신건우 생각이 나지 않을 수 없었다.


‘건우는 이보다 더 한 걸 매일매일 했다고?’


감탄과 동시에 새삼 자신의 훈련량이 얼마나 적었는지 느껴졌다.


“쉬다가 들어가. 나는 펑고 연습 좀 하고 들어가련다.”

“알겠습니다···.”

“생각해 보니까 월요일··· 아니 화요일부터는 야외에서 내야 외야 펑고를 동시에 연습할 수 있겠네.”


좋다 좋아.

혼자 중얼거리는 성우의 모습.

이를 본 이태완의 등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나··· 괜찮은 거 맞겠지?’



***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고여덟.”

“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고여덟.”


짧은 휴일이 끝나고 찾아온 화요일.

김대한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몸 푸는 선수들을 지켜봤다.


‘음. 오늘은 나사 빠진 애들이 없네.’


쉬고 왔음에도 하나 같이 훈련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

확실히 저번 주에 애들을 꽉 잡은 보람이 있다.

그럼 오늘은 굳이 자신이 나서지 않아도 될 듯싶었다.


“오늘은 박 코치가 펑고 좀 치자.”

“알겠습니다.”


몸풀기가 끝나고 시작된 수비 훈련.

성우가 펑고 배트를 들고 오자, 선수들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수고하십니다 박 코치님!”

“사랑합니다 코치님!”


몇몇은 아예 소리까지 지르는 모습.

녀석들도 아는 것이었다.

김대한이 시작부터 펑고 배트를 잡으면 무슨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어째 자신이 꼭 나쁜 사람이 된 것 같았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나도 저런 시절 다 있었는데 뭐.’


훈련 힘들다고 투정 부리고, 동기들과 코치 욕하기도 하고.

선수 생활하며 그러지 않은 사람 한 명도 없을 걸?


“오늘 시작부터 파이팅 넘치네. 지금처럼 웃으면서 하자. 안 그러면 펑고 배트 넘긴다.”


성우 또한 그 사실을 알고 선수들에게 농담을 던졌다.

주어는 없었지만 넘긴다는 대상이 누구인지는 자명했다.

슬쩍 김대한의 눈치를 본 선수들이 아까보다 더 큰 소리를 내지르며 훈련에 임했다.


‘보기 좋네.’


김대한은 팔짱을 낀 채 선글라스 너머로 훈련 풍경을 지켜봤다.


“그걸 놓치면 안 되지!”

“죄송합니다!”

“내가 말했지. 처음부터 글러브 들고 있으면 시야 가린다고.”

“예!”

“너 다음에 또 똑같은 실수하면 팀원들한테 간식 사라.”

“예?”

“오오 대박! 야 잘 먹을게!”

“난 두게더 아이스크림 한 통만 사줘!”

“나는 아겐다즈 아이스크림!”

“지랄하네. 내가 똑같은 실수 할 거 같아?”

“응!”


성격 상 자신은 딱딱한 분위기밖에 조성하지 못하는데, 성우가 이를 중화해 줘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선수들을 꽉 잡아야 하긴 해도, 어느 정도 풀어주는 것도 중요한지라.

보통 초보 코치는 선수들에게 끌려다니기 바쁜 걸 생각하면 칭찬받아 마땅한 일이다.


‘내가 처음 코치했을 때만 해도 한 달 정도는 분위기 파악하는데 시간 다 썼는데 말이야.’


확실히 성우는 코치로서 능력이 좋은 것 같다.

아는 것도 많고, 무엇보다 선수들의 문제점을 확실하게 짚어낸다.

그러니 저렇게 자신 있게 훈련을 주도할 수 있는 거겠지.

그리고 역시 신건우를 성장 시킨 게 가장 놀랍다.


타닥, 쇄애애액!


지금도 큰 실수 없이 깔끔하게 홈으로 송구하는 모습.

유일하게 시합에 뛰지 못하는 3학년이라 계속 마음에 걸렸는데 이제는 좀 안심이 된다.

하지만 놀랄 만한 일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외야 펑고 다음으로 시작된 내야 수비 훈련.

평소와 다를 것 없이 진행되는 것 같았으나, 김대한으로선 도무지 믿기 힘든 일이 일어났다.


“태완아. 첫발이 늦어. 지금보다 더 빨리 움직여야 해.”

“넵! 한 번만 더 쳐주십시오. 다시 한번 해보겠습니다.”


지금까지 설렁설렁 훈련하던 이태완이···.

자신해서 펑고를 쳐 달라고 말한 것이었다.

심지어는 전과 달리 이 악물고 뛰는 모습.


“으, 응···?”


오죽하면 자신이 잘못 봤나 싶어 반사적으로 눈을 끔뻑였다.

제대로 본 게 맞았다.

워낙 훈련 분위기가 좋아 눈치채지 못했을 뿐, 이태완 또한 파이팅을 내지르며 훈련에 임하는 중이었다.

대체 언제부터 마음을 먹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이번에도 성우와 관련이 있다는 것을.



***



똑똑.


“감독님 저예요. 상진이 엄마.”


[아, 네 들어오세요.]


신성훈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김은혜가 문을 열고 감독실로 들어갔다.


“안녕하세요 어머니.”


그가 곧장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에게 인사했다.


“여기 소파에 편하게 앉으시면 됩니다.”

“감사해요.”

“상진이 때문에 면담할게 있어서 오셨다고 했죠?”


신성훈이 김은혜와 마주 보고 앉으며 물었다.

김은혜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꾸했다.


“네. 집에 오면 별 얘길 안 하고 잠만 자니 잘 하고 있는지 모르겠어서요. 엄마가 돼서 좀 알고 싶은데 사춘기라 그런지 물어봐도 영 말이 없네요.”

“하하하. 이 나이 때 남자애들이 다 그렇죠 뭐.”


그는 테이블에 놓인 종이 중 한 장을 꺼내 보며 말을 이었다.


“보자··· 그래도 걱정하실 게 없는 게. 2학년인데도 아주 잘하고 있습니다. 동기들이랑 트러블도 없고. 훈련 때도 성실하고. 발도 빠른 편이라 잘 다듬으면 좋은 선수 될 수 있을 겁니다.”

“타격은요? 경기 때 보면 영 약한 거 같던데.”

“아 그거.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신성훈이 자신감 넘치는 투로 말했다.


“기존 코치들도 잘 가르치는데. 새로 온 박 코치가 야구에 관해선 아주 박학다식해요. 최근 건우 잘 치는 거 보셨죠.”


신건우란 이름이 나오자 김은혜의 얼굴이 일순간 일그러졌다.

하지만 그녀는 순식간에 표정을 가다듬고는 아무렇지 않은 듯 답했다.


“그럼요. 저번에 홈런도 치던데.”

“그것도 박 코치가 만든 겁니다. 상진이도 그렇게 좋아질 수 있어요.”


이후에도 김은혜는 이것저것을 더 물어보고 나서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감독님.”

“언제든 괜찮습니다. 그럼 조심히 들어가세요.”

“네.”


그렇게 몸을 돌려 나가려는 순간이었다.

김은혜가 우뚝 서더니 툭 물었다.


“참. 그런데 혹시 박 코치님도 잠깐 뵐 수 있을까요?”

“음? 박 코치는 어떤 일 때문에요?”

“부임하고 제대로 인사 못 드린 거 같아서요. 온 김에 짧게라도 인사 좀 드리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아 네 그럼요. 마침 수비 훈련도 끝났네요. 잠깐 시간 있을 테니 불러오겠습니다.”


신성훈은 말을 마치곤 성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 사이.


“···.”


김은혜는 가방 속을 슬쩍 바라보며 그 안에 든 봉투를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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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검은색 (1) +3 24.09.04 3,458 7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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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기회는 잡는 것 (2) +3 24.09.02 3,541 7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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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빛 (3) +3 24.08.31 3,621 75 14쪽
5 빛 (2) +2 24.08.30 3,574 8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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