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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몸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8.27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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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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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6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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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마음가짐 (1)

DUMMY

“아니야?”


배현수의 엄마는 아들의 반응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그럼 당연히 아니지!”


이게 이 정도까지 예민하게 반응할 일인지 전혀 몰랐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어진 얘길 들을수록 배현수가 왜 이런 모습을 보였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나 아까 위기 때 1실점으로 막을 수 있던 것도 다 박 코치님 덕분이야.”

“어머, 그래? 난 그냥 흐름 끊으려고 나온 줄 알았는데.”

“원래 목적은 그거였겠지. 그런데 박 코치님이 해준 조언 아니었으면 나 그대로 무너졌을 걸?”


배현수는 아직도 그때의 감각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첫 피안타를 2루타로 내어주고 다음 타자에게 볼넷을 준 순간, 그때부터 괜히 불길한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아씨. 왜 갑자기 제구가 안 되지?’

‘그냥 가운데에 넣어? 그러다가 또 안타 맞으면?’

‘···아, 오늘 경기 무조건 이겨야 하는데.’

‘이러다가 괜히 나 때문에 지면···.’


그 탓에 그다음 타자를 상대할 때도 도통 공이 원하는 곳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스스로에 대한 분노와 답답함, 그리고 팀원들에 대한 미안함 등.

복합적인 감정이 뒤엉켜 가슴을 짓누르니 부정적인 생각이 배가 되며 눈앞이 캄캄해지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그러한 잡념들을 떨쳐내게 해준 것이 바로 성우의 말들이었다.

처음엔 왜 그런 말을 하나 알 수 없었으나, 그가 마운드를 내려가고 나서야 그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아주 잠깐이나마 야구와 동 떨어진 대화를 한 덕분에 머릿속이 맑아진 것이었다.


무엇보다 디딤발만 살짝 옮기라는 간단한 조언이 가장 큰 도움이 되었다.

바로 다음 타자를 상대할 때부터 제구가 잡혀 좋은 결과를 끌어낼 수 있었으니.


때문에, 배현수는 어느 때보다 성우에게 큰 감사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런 마당에 성우에 대해 이상한 얘기가 들려오니 당연히 욱하는 감정이 들 수밖에.


“아이고. 나는 그런 줄도 몰랐네.”

“그리고 비단 나만 이렇게 느끼는 거 아닐걸? 박 코치님이 애들 훈련 시켜주는 거 보면 ‘박 코치님이 악영향을 끼치네’라는 소리 절대 못 할 텐데.”


아무리 투수조와 야수조가 나뉘어서 훈련한다고 해도 다 안다. 성우가 야수조 애들을 어떻게 대하는지.

퇴근 시간을 한참이나 넘기고도 선수들을 봐주는데 어떻게 몰라.

대표적으로 신건우와 이태완이 있지 않은가?

그리고 이는 배현수의 말대로였다.


“네? 박 코치님이 애들을 이상하게 가르친다고요? 누가 그래요?”

“무슨 소리야 엄마. 내가 지금까지 본 코치님 중에 박 코치님처럼 열정 넘치고 친절한 사람 못 봤어.”

“와, 그 사람도 웃긴다. 누군지 모르겠지만 박 코치님이 우리 훈련시키는 거 한 번이라도 봤대? 학년 상관없이 애들 한명 한명 문제점 짚어주는 거 보면 그런 말 못할 텐데.”

“우리 훈련 잘 시켜주고 싶다고 따로 개인 훈련까지 하시는 코치님이야. 이미 본인부터 모범을 보이고 있는데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자신의 부모님으로부터 비슷한 얘기를 들은 선수들이 하나 같이 같은 반응을 보인 것이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학부모들의 시선은 자연스레 김은혜에게 향할 수밖에 없었다.


“젊은 코치가 잘생기기 까지 하니 얼굴값 할 것 같지 않아? 애들 더 봐줘도 모자랄 판에 여자들 만나는 거···.”


그때까지도 아무런 근거 없는 말을 내뱉던 김은혜는 주변의 시선을 느끼곤 말을 멈추었다.


“응? 어머님 아버님들 갑자기 저를 왜···.”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되묻기를 잠시.

김은혜는 뒤늦게 그들의 눈빛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고.

무언가 잘못 됐다는 사실을 알게 될 때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



“고생하셨습니다, 감독님.”

“그리고 본선 진출 축하드립니다.”


경기 종료 후.

경지고 코치들이 신성훈에게 축하의 말을 전했다.


“에헤이 고생은 무슨. 다 애들이 잘한 거고 코치들이 수고한 거지 뭐.”


신성훈은 그러지 말라는 듯 손을 휘저었다.

물론 그렇게 말했음에도 그의 입가엔 선명한 호선이 그려진 상태였다.

전국대회 8강 진출이라는 목표를 생각하면 이제 시작이긴 하지만, 그래도 일단 출발선에 섰다는 것만으로도 기뻐할 이유는 충분했다.


“보자··· 김 코치. 다음 한양고와의 시합이 2주 뒤던가?”

“맞습니다.”

“시간 넉넉하네. 이참에 애들 화요일까지 쉬게 좀 해주자. 이왕 여기까지 온 거 푹 쉬고 조 1위까진 노려봐야 하지 않겠어?”


그래봤자 서울시의, 그것도 5개 팀이 모인 조에서의 우승밖에 되지 않기에 어떻게 보면 큰 의미 없는 우승이라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게 어디인가.

아무리 그래도 이런 기회는 흔히 오지 않는다.

서울시에서의 우승조차 한 번 하지 못하고 졸업하는 선수가 어디 한둘인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이러한 경험은 선수들에게 상당한 도움이 된다.

한 걸음 더 위로 올라가 봄으로써 자신감을 얻는 것은 물론이고, 일종의 동기부여 또한 가능한 덕분이었다.


상대가 하필 한양고라 이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긴 하나, 최근 1패 후 3연승을 달린 경지고의 추세만 놓고 보면 어떻게 한 번 해볼 만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나저나···.’


신성훈의 눈동자가 성우에게 향했다.

그를 바라보자 조금 전, 배현수가 흔들리던 순간이 떠올랐다.

원래는 단순히 시간만 끌게 하려고 보낸 것인데, 그 짧은 시간에 배현수가 원래의 실력을 끌어낼 수 있도록 만들었다.


-별 얘기는 안 하고 긴장한 것 같아서 잡담하면서 조금 풀어줬습니다.

-제가 봤을 때 문제인 부분도 하나 지적 해주고요.


경기가 끝날 무렵 무슨 얘기를 했냐고 물었을 때 돌아온 답.


‘설마 투수도 잘 봐줄 줄은 몰랐는데.’


솔직히 말해 이쪽은 아예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성우의 투수 경력은 고작 1년 반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무리 2군에서 배웠다고 해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엔 터무니 없이 짧은 시간.


그런데··· 오늘 일을 보니 훗날 최윤철과 함께 투수들을 봐주게 해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신건우와 이태완에게 한 것처럼 투수들의 기량도 끌어올릴 수 있다면 경지고가 강팀이 되는 발판을 마련하는 셈이기도 하니.


‘하지만 지금은 아니야.’


만약 그가 투수까지 봐주게 되면 사실상 경지고의 모든 선수를 케어하게 되는 셈이다.

베테랑 코치들에게도 결코 쉽지 않은 일.

그런데 그걸 부임한 지 이제 막 한 달 정도밖에 안 된 코치에게 시킨다?

당연히 여러모로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경지고가 투수 문제로 허덕이고 있는 것도 아닌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나.’


그랬다간 괜히 잘하고 있는 코치 컨디션만 떨어뜨리지.


“저··· 감독님?”


생각이 거기까지 닿았을 무렵이었다.

누군가 조심스레 신성훈을 불렀다.

고개를 돌려보니 총무인 이수현이었다.


“총무님 안녕하세요. 무슨 일이세요?”

“다름이 아니라 감독님께서 좀 아셔야 할 거 같아서요.”

“제가요?”


신성훈의 고개가 절로 갸웃거려졌다.

이수현이 코치들의 눈치를 살피며 고개를 끄덕였다.


“···김 코치. 잠시만 여기 있어.”


무언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눈치챈 그는 그렇게만 말하곤 코치들과의 거리를 벌렸다.


“대체 어떤 일이길레···.”

“그게요···.”


그리고 그 총무의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뭐라고요?”


신성훈의 얼굴이 점점 일그러졌다.


“상진이 어머님 지금 어디 계십니까?”



***



“무슨 일이지?”

“글쎄요.”


나와 윤철이 형은 총무님이 감독님을 부른 이유를 나름대로 추측하려 했지만 도통 알 수가 없었다.

총무님 표정만 보면 안 좋은 일인 건 확실한데 말이야.


“뭐, 중요한 일이면 우리한테도 알려주시겠지.”


윤철이 형이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그건 그렇고. 코치 되고 첫 휴가인데 뭐 할 거야?”


휴가라···.

사실상 일요일 포함해서 3일 쉬는 거긴 한데, 한창 대회가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생각하면 나름 파격적이긴 하다.

내가 학생 때 본 코치님들도 이렇게 쉬는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거든.

아무래도 직업 특성상 오래 쉴 수가 없다 보니 원···.


‘학교 선생님들처럼 방학이 있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겨울 방학 땐 전지훈련이라는 장기 출장이 우릴 기다리고 있다.


“저는 부모님한테 갈까 생각 중이에요. 방출된 이후에 한 번도 찾아뵙질 못했거든요.”


내 말을 들은 윤철이 형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어후. 그래. 잘 생각했다. 난 또 네가 휴가 중에도 펑고 연습한다고 할까 봐 얼마나 가슴 졸였는지 알아?”

“에이 형. 저도 사람이에요. 쉴 땐 쉰다고요.”

“네가?”


윤철이 형이 의심 가득한 눈초리로 날 쏘아보는 순간이었다.


우웅-!


휴대폰이 울렸다.

화면을 확인해 보니 김인건 스카우터님이었다.

나는 윤철이 형과 김 코치님께 양해를 구하곤 살짝 떨어져 전화를 받았다.


“네 스카우터님.”

[어 성우야. 오늘 경기 이긴 거 축하 한다.]

“감사합니다.”

[신이고 제법 까다로웠을 텐데 어떻게 이겼대. 그럼 황금사자기도 출전하는 거지?]

“네.”

[잘됐네. 다름이 아니라 하나 물어볼게 있어서.]

“물어볼 거요?”


내 머릿속에 물음표가 띄워졌다.

스카우터님이 나한테 물어볼 만한 게 뭐가 있지?


[너희 팀에 이태완. 걔도 네가 만든 거냐?]

“아아. 태완이요? 제가 최근에 많이 봐주긴 했는데 왜요? 혹시 애한테 무슨 문제라도···.”

[문제는 무슨. 오늘 나 대신해서 우리 팀 후배가 경기 보러 갔단 말이야. 그런데 갑자기 난생처음 들어보는 선수 이름을 언급하데. 그런데 마침 또 학교가 경지고야.]

“그래서 저한테 전화하신 거고요?”

[바로 그거야. 너 주특기잖아. 무명 선수 주목 받게 하는 거.]


그 말에 괜히 피식하고 웃음이 나왔다.


“에이, 주특기는 무슨. 그래봤자 신건우 한 명 운 좋게 한 건데요 뭐.”

[한 명이 아니라 이제 둘이지. 이태완은 왜 빼?]

“네? 설마 이름 언급했다는 게 드래곤즈에서 관심 갖기 시작했다는 거예요?”


나는 짐짓 놀란 투로 물었다.


[당연하지. 그럼 뭐라 생각했는데?]

“그냥 뭐··· 스카우터들끼리 이야기 하다가 툭 나온 줄 알았죠.”

[툭은 무슨. 영상 보니까 이태완 수비 좀 하드만. 바로 옆에 심준현이 있는데 엄청 꿀리지도 않고. 이대로만 잘 성장하면 뽑힐 수 있겠더라.]


이건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애초에 대학 감독 눈에 드는 것만 신경 썼던지라.

당장 이태완 본인도 프로 생각이 없기도 하고.


물론 스카우터님 말을 들어보면 아직 100% 뽑힌다고 확신하는 건 아니다.

어디까지나 눈여겨 보기 시작했다는 정도.

아무래도 신건우와 마찬가지로 정보가 전무하다 보니 지켜볼 시간이 필요할 것이었다.


하지만 그 사실만으로도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라는 것만큼은 부정할 수 없었다.

이태완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학 진학 할 수 있을지 없을지 고민하던 처지였으니까.


[그러니까 네가 잘 키워 봐. 키 작아도 뭐 잘 치고 잘 잡으면 장땡 아니겠어?]

“그거야 그렇긴 하죠.”

[아무튼 수고해라. 참고로 너도 계속 지켜보는 중이다.]

“엥?”


갑자기 소름 끼치게 그게 무슨 소리람.


“절 왜 봐요. 저 말고 경지고 애들을 봐줘야지.”

[그런 게 있어 인마. 네가 뭘 알아. 끊는다.]


툭.


이게 대체 무슨 말이지?

순간 머릿속이 하얘진 나는, 전화가 끊기고도 잠시 휴대폰 화면을 멍하니 바라봤다.

그런데 이해하지 못할 일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잠시 뒤 돌아온 학교.

애들을 다 해산시키고 코치실에서 쉬고 있었는데 감독님이 나를 따로 불렀다.

그리고 감독실에 도착하자마자.


“코, 코치님 정말 죄송해요! 제가 정말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눈물을 뚝뚝 흘리며 울먹이는 상진이 어머님이 대뜸 고개를 숙이면서까지 내게 사과의 말을 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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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검은색 (1) +3 24.09.04 3,460 7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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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기회는 잡는 것 (2) +3 24.09.02 3,541 72 14쪽
7 기회는 잡는 것 (1) +1 24.09.01 3,621 73 13쪽
6 빛 (3) +3 24.08.31 3,622 75 14쪽
5 빛 (2) +2 24.08.30 3,578 81 12쪽
4 빛 (1) +2 24.08.29 3,662 7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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