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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몸 아카데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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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7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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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0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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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빛 (2)

DUMMY

“흐읍!”


따아악!


신건우가 힘차게 배트를 돌리자, 그의 얼굴에서 땀이 비처럼 쏟아졌다.

아직 겨울의 추위가 가시지 않은 3월.

그럼에도 실내 연습장 내부는 그의 열기로 가득 찬 상태였다.


그는 티볼대에 공을 올리기 위해 기계적으로 볼 박스에 손을 뻗었다.

하지만 그의 손에 걸리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어느새 한 통을 다 친 것이었다.

결국 신건우는 배트를 내려놓곤 바닥에 흩어진 공들을 주워 다시 박스에 채워넣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입에서 탄식이 튀어나왔다.


“하아··· 이렇게까지 하는데 대체 왜 시합 땐 안 되는 거냐···.”


비단 시합뿐이 아니다.

요즘엔 연습 때도 타격폼이 제대로 안 나오는 느낌이었다.

자신이 보기에도 타구의 질이 좋지 못하고 원하는 곳으로 보내기가 어려웠다.


‘이대로면 대학 진학도 못할 것 같은데.’


어느덧 19살의 나이.

올해를 잘 넘겨야 어떻게든 대학을 갈 수 있겠지만, 정작 현실은 같은 포지션인 2학년 후배에게도 밀리는 중이다.

당장 저번 주에 있던 시합 때도 주전으로 나서질 못했으니 더 말할 것도 없었다.


진학 때문에 어지간해선 3학년에게 기회 주는 것을 생각하면 자존심이 상당히 상할 만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 또한 아주 잘 알고 있었다.

키 189cm에 몸무게 97kg. 타고난 신체에서 나오는 폭발력은 상당하나, 컨택이나 수비 능력이 너무 떨어진다는 사실을.

괜히 별명이 대형 선풍기인 게 아니다.

맞으면 어지간해선 펜스 앞까지 타구가 날아가는데 정작 시합 땐 공을 맞히질 못하니···.

그렇다 보니 그의 머릿속엔 자연스레 이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아, 1년 꿇어야 하나.’


진학 문제로 운동선수들이 유급하는 건 흔한 일이다.

문제는 그런다고 해도 가망이 없을 것 같다는 사실이다.

지금 자신을 밀어낸 후배는 그대로 있을 거고, 1년 더 한다고 실력이 눈에 띄게 늘 것 같지도 않았다.


‘그런다고 이제 와 다른 일을 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초등학교 3학년부터 지금까지 해온 게 야구밖에 없는데 뭘 한단 말인가.

공부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야구를 그만둘 거면 최소한 대학까지는 가고 그만둬야 했다.


“암울하네.”


한숨이 절로 나온다.

하지만 생각은 거기까지.

이런 식으로 안 좋은 감정이 이어지면 끝도 없다.

때마침 공도 다 주웠겠다.

다시 연습을 이어가려는 순간이었다.


드르륵!


미닫이로 된 실내 연습장의 문이 열리며 누군가 들어왔다.

설마 이 늦은 시간에 누가 올 것이라고는 생각 못한 신건우가 흠칫 놀라곤 입구를 바라봤다.

오늘 새로 합류한 박성우 코치였다.

눈에 띄는 건 한 손에 펑고 배트를 들고 있는 모습.


‘왜지?’


의문을 품은 찰나.

성우가 웃는 얼굴로 다가왔다.


“어후 밖엔 추웠는데 여긴 좀 따뜻하네.”


그는 들고 있던 펑고 배트를 연습장 벽면에 세운 뒤 툭 물었다.


“이름이 건우였지?”

“예, 맞습니다.”

“미안하다. 내가 한 번에 서른 명 정도를 외우려고 하다 보니까 긴가민가해서.”

“괜찮습니다. 그런데 여긴 어쩐 일로···.”

“원래는 내 연습하려고 왔는데 네 타격폼 좀 봐주려고.”

“?”


그 말에 신건우의 머릿속에 물음표가 띄워졌다.

코치가 연습? 무슨 연습?

지금까지 여러 코치를 봐왔지만 코치가 연습한다고 이 시간에 나오는 건 또 처음이었다.


“마침 공 다 모았네. 내가 공 올려줄 테니까. 쳐봐.”


토스 배팅을 하겠다는 뜻이었다.


“···알겠습니다.”


일단 대답을 하긴 했지만 신건우는 그리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 또한 성우가 코치로서의 경력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경력 많은 김대한조차 해결하지 못한 게 자신인데, 신입 코치가 어떻게 제대로 된 코칭을 하겠는가?

그래도 혼자 티배팅 치는 것보다 나으니까 그냥 하는 거지.


‘적당히만 치고 오늘 개인 훈련은 끝내야겠네.’


그러한 생각 속에서 성우와의 훈련이 시작됐다.



***



하루 동안 관찰한 바.

나는 선수들에게서 보이는 빛에 대한 결론을 어느 정도 내릴 수 있었다.


일단 빛이 선수들의 자세와 관련된 건 맞는 듯했다.

솔직히 지금도 그게 어떻게 가능한 건지 모르겠는데···.

애들 펑고 쳐주면서 다시 확인해 보니 확실히 올바른 자세로 수비할 때마다 초록빛으로 색이 변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 명도 아니고 여러 명이 그런 거니 확실할 터였다.


그리고 빛은 선수들이 훈련할 때만 나타난다.

훈련이 종료되니 귀신 같이 싹 사라지더라.

너무 칼 같이 사라져서 내가 지금까지 헛것을 봤나 싶은 착각이 들 정도.


그 탓에 살짝 당황스럽긴 했지만 나로선 다행인 일이었다.

만약 24시간 내내 빛이 보였다면 그건 그거대로 문제였을 것 같은지라.


하지만 다른 것보다 신기한 건, 어떤 훈련을 진행 중이냐에 따라 빛이 보이는 위치가 바뀐다는 점이었다.


“흡!”


따악!


지금 내가 토스해 준 공을 치는 신건우 또한 마찬가지.

분명 수비 훈련을 하고 있을 땐 왼손에서만 빛이 보였으나.

배트를 쥔 지금은 양팔에서 노란빛이 뿜어지고 있었다.

자세를 수정해야 한다는 의미.


따악, 따악, 따악!


나는 잠시 신건우가 치는 것을 지켜보다 이내 공을 토스해 주는 것을 멈췄다.

그러한 내 행동에 의문을 품은 듯, 녀석의 얼굴에 물음표가 떠올랐다.


“건우야.”


나는 볼 박스 위에 앉으며 말을 이었다.


“지금 무슨 생각하면서 치고 있어.”

“오늘 지적받은 부분 계속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떤?”

“제가 컨택 능력이 안 좋으니, 배트를 위에서 아래로 찍듯이 스윙하는 거요.”


답을 함과 동시에 신건우가 배트를 휘둘렀다.

배트가 전형적인 다운 스윙의 궤적을 그리며 돌아갔다.


“이래야 배트가 빨리 앞으로 나와 공을 맞히기 좋지 않습니까?”

“뭐··· 아주 틀린 말은 아니야.”


그렇다고 그게 정답인 것도 아니었다.

아니, 최소한 지금은 오답이 확실하지.

만약 지금 스윙이 건우에게 잘 맞았다면 노란색 빛이 보일 리 없으니까.


실제로 신건우는 오후에 진행된 배팅 훈련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초록색 빛을 띄운 적이 없었다.


“그런데 내가 봤을 땐 오히려 반대로 스윙해야 할 거 같은데?”

“설마 어퍼 스윙 말씀하시는 겁니까?”

“응.”


현재 신건우의 스윙을 비유하자면, 내 앞을 일직선으로 지나가는 파리를 잡기 위해 파리채를 수직으로 휘두르는 것과 같다.

타이밍을 정확하게 맞춘다면 파리를 잡을 수 있겠지만, 조금이라도 어긋난다면?


‘그대로 헛스윙하는 거지.’


하지만 만약 파리가 날아오는 방향과 마주 보도록 파리채를 직선으로 휘두르면 어떨까?

타이밍이 늦든 빠르든 파리는 맞을 수밖에 없다.

파리가 이동하는 궤적에 파리채가 들어갔는데 빗나갈 수가 있나.


야구공도 똑같다.

위에서 아래로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오는 공.

그럼 위에서 찍을 게 아니라, 아래에서 위로 향하는 어퍼 스윙을 구사하는 것이 배트에 공이 맞을 확률이 높아진다.


“눈으로 직접 봐봐.”


나는 아예 배트를 넘겨 받아 직접 스윙을 보여주며 설명을 보충했다.

방출되기 전까지 연습하던 거라 큰 어려움은 없었다.


“아···!”


그 모습을 보여주니 신건우는 무언가 깨달은 듯 눈을 크게 떴다.


“무슨 말인지 알겠어?”

“머리로는 이해했습니다.”

“그럼 바로 해보자. 일단 스윙부터.”


고개를 끄덕인 신건우가 힘차게 배트를 돌렸다.

지금까지 다운 스윙만 연습한 탓인지, 여전히 이전의 습관이 엿보였다.


“지금은 아예 극단적으로 골프 스윙한다고 생각해 봐.”


부웅!


“좀 더.”


부웅!


“어퍼 스윙이라고 몸이 위로 들리면 안 돼. 그러면 배트도 같이 들려서 공 윗부분 때린다.”


부웅!


“아까보다 낫다.”


부웅!


“팔꿈치를 몸에 더 붙어서 앞으로 돌려.”


그 조언을 마지막으로 신건우가 배트를 돌린 순간.


“!”


마침내 그의 팔에서 보이던 빛이 초록색으로 바뀌었다.

물론 다시 노란색으로 돌아오긴 했는데, 아주 잠깐이라도 변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고무적이었다.

최소한 내가 제시한 방향이 틀리지 않았다는 뜻이었으니까.

이대로 꾸준히 연습한다면 언젠가 온전한 초록빛을 볼 수 있을 것이었다.


“허억, 허억, 코치님 방금···!”


신건우 또한 스윙 과정에서 무언가를 느낀 모양이다.

연이은 스윙에 숨을 헐떡이면서도 나보다 훨씬 더 놀란 모습.

나는 웃으며 녀석에게 대꾸해 주었다.


“그 느낌 잊지 마.”

“알겠습니다.”

“그럼 이어서 배팅 한 번 해보자. 배팅볼 던져줄 테니까 준비해.”

“넵!”



***



따악!


확실히 다르다.


따악!


공을 때린 순간 들어가는 힘이며, 모든 것이 달랐다.


‘스윙 하나 바꿨다고 이렇게 바로 달라진다고?’


신건우는 본인이 직접 경험하고 있음에도 도무지 믿기 힘들었다.

물론 실제 투수를 상대하면 또 어떨지 모르겠지만, 최소한 배팅볼을 치는 지금은 어느 때보다 공이 잘 맞았다.

성우의 말대로 타이밍이 조금 어긋나도 타구가 앞쪽으로 향하는 모습.

실내 연습장이라 파울 라인은 없지만, 그는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만약 야외 훈련이었다면 타구들이 전부 그라운드 안쪽으로 들어갔을 거란 사실을.

지금까지 헛스윙만 돌리던 전과는 확실히 비교되는 일이었다.


따아아악!


제대로 맞은 타구가 엄청난 속도로 쏘아져 실내 연습장 벽을 두들겼다.


“어후, 타구 속도 봐. 진짜 힘은 장사네. 네가 어지간한 프로 선수들보다 좋다.”

“감사합니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진짜로. 점점 나아지고 있으니까 계속 지금처럼만 집중해.”

“예!”


시간이 제법 늦어 피곤할 법한 데도 신건우는 몸에서 힘이 절로 나는 기분이었다.

적어도 지금 만큼은 혈이 뚫린 기분이었으니까.

정말 간만에 야구가 재밌다고 느껴지고 있었다.

동시에 희망도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어쩌면 주전으로 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진짜 대단하시네. 어떻게 한 번에 내 문제를 해결한 거지?’


그렇다 보니 성우에 대한 감탄이 나오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어떻게 학교에 온 지 하루 만에 자신에게 딱 맞는 코칭을 해준단 말인가?

신입 코치라고 색안경을 쓰고 봤던 자신이 부끄러워질 지경이었다.

그건 그렇고···.


‘이제 슬슬 힘든데?’


정신 없이 타격하다 보니 어느덧 자정을 넘기는 중이었다.

원래는 11시쯤에 끝내려 했는데 예상보다 훈련이 길어진 상황.

결국 신건우는 성우가 던진 배팅볼 하나를 그냥 흘려보냈다.


“뭐야. 잘 하다가 갑자기 왜 멈춰?”

“후우··· 코치님 오늘 훈련은 여기까지 해야 할 거 같습니다. 이제 힘이 좀 부쳐서요.”


본 훈련이면 모를까 개인 훈련이니 성우 또한 고개를 끄덕이며 넘어갈 것이라 생각했다.

애초에 이렇게 학생들을 봐준다고 코치들에게 야근 수당이 더 나오는 것도 아닌데 말이야.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신건우의 생각이었다.


“건우야. 원래 그럴 때 더 연습해야 타격폼이 네 것이 되는 거야. 알잖아?”

“어··· 그건 그렇긴 하죠?”

“그리고 지금 페이스 되게 좋아. 지금처럼 좋을 때 최대한 많이 해야 하지 않겠어?”

“그···.”

“1학년도 아니고 3학년이잖아. 젊어서 체력도 넘치겠다. 여유가 있는 것도 아닌데 이 악물고 해야지.”

“···.”

“배트 들고 자세 잡아.”


그 말에 신건우는 자신도 모르게 타격 자세를 취하고 말았다.

성우는 분위기를 풀어주려는 듯 사람 좋아 보이는 미소와 함께 말했다.


“딱 30분만 더 하자. 그 전에 초록색··· 아니 좋은 스윙 연속으로 3번 나오면 바로 보내줄게.”

“후우··· 알겠습니다. 까짓거 해보죠.”


하지만.


“어우 지금 좋다. 하나만 더.”


따악!


“그렇지. 하나만 더.”


따악!


“크으, 타구 좋다. 하나만 더.”

“허억, 코치님 잠시만···!”


따악!


“하나만 더!”

“···!”


30분이 지났음에도 성우의 ‘하나만 더’는 도통 끝날 줄을 몰랐다.

.

.

.


“가, 감사합니다 코치님···!”

“그래 수고했다. 들어가.”


마침내 종료된 신건우의 훈련.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훈련에 그도 성우도 땀범벅이 되었지만, 숙소로 돌아가는 건 신건우 한 명뿐이었다.


“그럼 이제 내 차례인가?”


성우가 벽면에 세워뒀던 펑고 배트를 집었다.

그리고.


따악, 따악, 따악!


실내 연습장의 불빛은 그 뒤로도 한참 동안 꺼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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