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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몸 아카데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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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7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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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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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0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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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종이 한 장 차이 (1)

DUMMY

“김 코치. 애들 갈 준비 다 했어?”


신 감독님이 자인고 감독님과의 대화를 마치고 우리들이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그런 그의 표정은 평소보다 훨씬 밝아 보였다.


당연한 일이었다.

오늘 경기로 경지고는 2승 1패를 기록.

앞으로 1승만 더 챙기면 황금사자기 본선 진출을 확정 지을 수 있으니 당연히 기분이 좋을 수밖에.


“예, 다 했습니다.”

“그래. 오늘도 모두 수고했고, 내일까지 푹 쉬어.”


그는 학생들에게 짧게 한 마디 해주고는 다시 나를 비롯한 코치진이 있는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럼 난 여기서 바로 퇴근할게. 코치들도 애들 일찍 보내고 쉬어.”

“알겠습니다. 들어가십쇼.”

“그래. 화요일에 보자고. 참.”


등을 돌렸던 신 감독님이 무언가 떠올랐다는 듯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곤 내게 뜬금없는 말을 툭 뱉었다.


“박 코치.”

“예 감독님.”

“혹시라도 모르는 번호로 연락 오면 받지 마.”

“모르는 번호 말입니까? 갑자기 그건 왜···.”

“···그런 게 있어.”


신 감독님이 잠시 뜸을 들이곤 말을 이었다.


“그리고 내가 박 코치 고생하는 거 아주 잘 알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 나중에 고생한 만큼 다 챙겨줄게.”

“어··· 알겠습니다.”


이것도 갑자기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지만, 일단 알았다고 답했다.

뭐든 더 받으면 좋은 거 아니겠는가?


“별일이네. 신 감독님이 대놓고 챙겨주려 하고.”


애들을 데리고 버스로 이동하는 도중, 윤철이 형이 내 옆에 다가와 말했다.


“원래는 안 그러세요?”

“아무래도 그렇지? 애초에 코치가 더 받을 게 뭐가 있냐. 끽해야 좋은 성적 거뒀을 때가 전부지.”


단지 근 몇 년 동안 받지 못했을 뿐.

그가 씁쓸하다는 표정으로 덧붙였다.


“그런데 너는 좀 다르지. 매일 밤새 애들 봐주잖아.”

“그래봤자 신건우 한 명인데요 뭐.”


다른 애들은 아직 많이 힘들어서 그런지 도통 나올 기미가 안 보이더라.


“한 명이어도 인마. 내가 얼마나 노심초사 하는지 알아? 너 이대로 가다가 지쳐서 그만둘까 봐? 그래도 감독님이 좀 챙겨주려 해서 그나마 안심이다.”


음, 그래서 나한테 갑자기 보상해 준다는 말을 한 건가?

딱히 뭘 바라고 했다기 보단 순수하게 책임감 때문에 한 일이라 여전히 얼떨떨한 감이 없지 않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둘이서 한 잔?”


윤철이 형이 내 어깨에 팔을 두르며 물었다.

당연히 선수들 가장 뒤에서 따라오고 있는 김 코치님은 들을 수 없을 정도의 목소리였다.

평소라면 바로 승낙했겠지만···.


“죄송해요 형. 오늘은 안 될 거 같은데요.”

“어, 왜? 설마 또 펑고 훈련은 아니지?”

“훈련이라기보단··· 선약이 있어서요.”


나는 그렇게 말하며 한 선수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어느덧 그에게서 빛나던 검은빛은 처음 봤을 때보다 많이 작아져 있었다.

의식해서 보지 않으면 모르고 지나칠 정도로.



***



당연한 얘기지만 유급하면 불편한 게 한둘이 아니다.

일단 작년까지만 해도 마음대로 부리던 후배들이 동기가 된다.

그래도 일단 나이는 한 살 더 많기에 형이라 부르며 존대를 하긴 하지만, 예전과 같은 분위기일 수가 없다.


이걸 뭐라고 비유해야 하려나···.

말년 병장이 하루아침에 상병이 된 느낌?

지금까지 선임 대접한 게 있어 갑자기 동기처럼 지내기도 뭐하고, 그렇다고 완전히 선임 취급하자니 개족보가 되고.

한 마디로 이도 저도 못하는 애매한 사이라는 뜻이다.


그나마 친했던 후배들과는 적당히 대화를 나누곤 하나, 아무래도 완전히 동화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이태완 같은 경우 자신의 처지를 비관적으로 생각하면서부터 말수가 준 탓에 더욱 그랬다.

괜히 학교로 돌아가는 버스에서 가만히 입을 다물고 있는 게 아니다.


반면, 다른 선수들은 옆자리에 앉은 동기 후배들과 잡담을 나누는 모습.

저번 주에 이어 오늘도 승리한 덕분에 분위기는 더욱 좋아 보였다.


“···.”


나름 익숙한 일이었기에, 이태완은 별다른 반응 없이 스마트폰을 꺼내 코톡을 확인했다.

별다른 연락은 없고, 두 개의 단톡방이 활발하게 대화를 나누는 중이었다.

하나는 현재 동기들.


[오늘 건우 송구 살벌하더라. 받는데 손바닥 터지는 줄.]

[말도 마라. 난 3루에서 보는데 그대로 바지에 지릴 뻔했다니까.]

[넌 좀 지리고 빠져라. 정타 하나 안 나온 거 실화냐?]

[응, 그래도 니보다 타율 높아. 아가리 해.]

[타율 높아도 영양가 하나도 없쥬? 똑딱이쥬? 내야 안타가 더 많쥬?]

[ㅅㅂ 너 지금 어디 앉아 있냐.]

[왜, 찾아오려고? 이동 중에 자리에서 일어났다가 김 코치님한테 걸려서 죽고 싶으면 와라. 어차피 혼나는 건 너다.]

[ㅋㅋㅋㅋㅋㅋㅋ]

[얘들 매일 이러는 거 볼 때마다 꿀잼이네ㅋㅋㅋ]


여느 고등학생들답게 유치하게 싸우는 모습.

이태완은 적당히 대화를 지켜보다 다음 단톡방을 확인했다.

이번엔··· 과거 동기들이었다.

고등학교에 남은 자신과 달리 대부분이 대학에 진학한.


[아··· 어제 너무 달렸나 보다. 속에 빵꾸 뚫리겠어···.]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님.]

[아니 지금 친구가 아프다는데 그게 할 소리냐?]

[나 어제 과팅한 애한테 선톡 옴!!]

[예쁘냐?]

[예쁘냐?]

[예쁘냐?]


입을 맞추기라도 한 것처럼 똑같은 물음이 주르륵 올라왔다.

이태완은 이번에도 별다른 연락을 보내지 않고 그대로 스마트폰을 꺼버렸다.

어느 한 곳에도 도통 낄 수가 없는데 뭐 하러 계속 본단 말인가?

이는 숙소에 도착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이야, 아직도 2시야?”

“아침 경기가 좀 피곤하긴 해도 이건 좋네. 시간 많이 남고.”

“바로 피방 고?”

“무조건이지.”


누구는 집에, 누구는 놀러 나가는 와중에도 이태완은 홀로 숙소를 지켰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는 간단한 운동복으로 갈아입은 뒤 장비를 챙겨 실내 연습장으로 향했다.


‘나도 건우처럼 노력하면···.’


‘그라운드에서 주목 받을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예전이었다면 곧바로 부정적인 생각이 튀어나왔을 터.

그러나 그 신건우의 수비가 나아진 것을 본 이상 더는 그렇게 생각할 수 없었다.

최소한 신건우가 하는 것 이상의 노력은 하고 포기해야 할 것 아닌가?

다만, 문제가 하나 있었다.


“···뭐부터 해야 하지?”


일단 개인 훈련을 하러 나오긴 나왔는데···.

뭐부터 시작해야 할지 감이 잡히질 않았다.

지금껏 시키는 것만 대충대충 해왔지, 스스로 무언갈 찾아서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 탓에 자신의 장점이 무엇인지 단점이 무엇인지조차 체대로 파악이 안 된 상황.

그렇게 잠시 멍을 때리고 있을 때였다.


드르륵!


닫혀 있던 연습장의 문이 열리며 성우가 모습을 드러냈다.


“확실히 검은빛 없어지니까 훨씬 보기 좋네.”


···알 수 없는 말과 함께.



***



“검은빛이라니. 그게 무슨 말이십니까?”


이태완이 의문이 가득한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별거 아니야. 불과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너한테서 검은빛이 보였거든.”

“저한테요?”


녀석이 짐짓 놀라며 제 몸을 훑는다.

···당연히 안 믿을 줄 알고 그냥 내뱉은 말인데 설마 이리저리 살펴볼 줄이야.

남들보다 한 살 더 많아서 그러지 않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순수한 구석이 있다.

어쨌거나.


“오늘부터 다시 열심히 해보려고 나온 거지?”

“···예.”

“그럼 더 얘기할 것도 없네. 내가 훈련 도와줄 테니까 바로 시작하자. 하지만 그 전에··· 딱 하나만 물어보자.”


말을 마치자, 이태완의 얼굴에 물음표가 떠올랐다.


“대학과 프로. 둘 중 네 목표는 어디야?”


내가 굳이 이 질문을 하는 이유는 다름이 아니다.

선수 스스로가 자신의 목적을 명확하게 하기 위해서.


아직 3월이 채 지나지 않았다.

앞으로 이태완의 졸업까지 갈 길은 한참이나 남은 상황.

그런 마당에 목표가 없다?

자칫 시즌 중에 다시 의욕을 잃을 가능성이 높았다.

내가 2군에서 7년을 버틸 수 있던 것도 1군 진입이라는 뚜렷한 기준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기껏 검은빛 사라지게 했는데 또다시 내 눈에 띄게 할 순 없지.’


잠시 침묵하던 이태완의 입이 열렸다.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전 솔직히 프로보단 대학에 가고 싶습니다.”

“어떤 대학.”

“어느 정도 이름 있는 대학이요. 그래야 훗날 취업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겠습니까?”


확실히. 남들보다 1년을 더 고민해서 그런지 나름 성숙한 대답이 나왔다.


“그래 그거면 됐어.”


나는 만족스럽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 그게 끝입니까?”

“그럼 끝이지. 뭐 더 바라는 대답이라도 있어?”

“아뇨. 그런 건 아니고 보통 이런 얘길 하면 눈 낮추라는 얘길 많이 들었거든요.”


대충 무슨 말인지 알겠다.

아마 유급을 선택하기 전에 들었던 말일 것이다.

내가 직접 보진 못했지만, 멘탈이 무너지기 전의 이태완이라 해도 실력이 눈에 띄게 좋진 않았을 테니까.

하지만 내겐 보인다.

세 개의 노란빛, 즉 녀석의 가능성이.

그런데 그것도 수비에서만 보이는 게 그 정도다.

타격 때 보이는 건 초록빛 하나와 노란빛 하나.


“장담하는데. 명문대까지는 아니더라도 너 중위권 대학까진 충분히 가능해.”


지금이야 특출나게 잘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 못하지만, 모든 노란빛을 초록색으로 바꾼다면 분명 지금보다는 훨씬 나아질 것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벌써 설레네.’


하루빨리 달라진 이태완의 모습을 보고 싶어서.

아무래도 빛이 세 개나 돼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그부분은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그만큼 내가 고생 하면 그만큼 시간이 더 단축될 테니까.



***



이태완과의 첫 개인 훈련은 수비 연습부터.

아무래도 수비가 가장 기본이기도 하고, 가장 많은 노란빛을 띄고 있기 때문이다.


위치는 각각 허리, 손목, 발 총 세 군데.


그리고 그곳의 문제점은 이미 파악한 상태다.

지금까지 이태완이 별다른 의욕을 보이지 않아 집중적으로 코칭만 하지 않았을 뿐, 단체 훈련을 진행하며 이미 다 확인했으니.


허리는 자세가 높기 때문이고, 손목은 핸들링이 약한 탓, 발은 타구를 쫓기 위한 첫발 스타트가 느린 게 빛이 보이는 이유다.


다만, 여전히 의문인 건 대체 왜 선수마다 나타나는 빛의 개수가 다르냐는 것이다.


‘봉호연도 분명 세 개가 보였지.’


하지만 그렇게 많은 빛을 보이는 건 소수다.

대부분은 하나밖에 나타나지 않는다.

줄곧 고민해 봤지만 마땅한 답은 찾지 못했다.

여러 개의 빛을 보이는 선수끼리의 공통점이 하나로 있어야 말이지.


에이 됐다.

어차피 지금 중요한 것도 아닌 거.

나는 상념을 치우곤 훈련을 시작했다.


“일단 핸들링 연습부터 하자. 내가 왼쪽 오른쪽 중 랜덤으로 공 굴려줄 거야. 너는 제자리에서 타구 판단해서 백핸드로 잡을지 포핸드로 잡을지 결정하면 돼.”

“알겠습니다.”


말을 마치자 이태완이 자세를 낮추고 수비 자세를 취했다.

그와 동시에 허리 부근에서 보이던 빛의 색이 변했다.

그 부분은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지금이 제대로 스텝해서 타구를 받는 것도 아니고.

미리 낮은 자세를 유지한 채 굴려주는 공을 받는 것이니 색이 변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지금보단 실전 때 초록빛을 보이는 게 중요하지.’


하지만 어느 정도 훈련이 진행됐을 무렵이었다.


“아니야. 바운드가 애매할 거 같으면 손을 앞으로 내밀어야 해.”

“이번 거는 몸이랑 가까우니까 글러브를 살짝 뒤로 빼면서 잡아야지. 그래야 나중에 제대로 수비할 때 바로 송구할 수 있어.”

“내가 전에도 말했지? 양옆에서 잡는 타구는 손바닥으로 잡으려 하다간 튕겨 나가는 거? 웹으로 잡아봐.”

“그렇지! 지금 좋··· 어?”


이태완의 핸들링이 순간 초록빛으로 바뀐 순간.

두 개의 초록빛이 내 시야에 들어왔고, 그와 동시에 한 가지 생각이 내 머릿속을 스쳤다.


‘둘 이상의 빛이 보이는 거 설마··· 한 번에 여러 개를 배울 수 있다는 뜻인가?’


달리 말해 내 예상보다 훨씬 더 빠른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는 의미.

생각이 거기까지 닿은 이상 망설일 건 없었다.

나는 곧장 훈련에 변화를 줬다

이번엔 발도 신경 쓸 수 있게끔.


“태완아. 이젠 가만히 있는 게 아니라 계속 잔발 치다가, 공이 오는 방향으로 발을 뻗으면서 잡아봐.”

“넵!”


그리고.

나는 볼 수 있었다.


몇 번의 시도 끝에 이태완이 완벽한 자세로 공을 잡는 순간, 세 개의 빛 모두 초록색으로 변하는 풍경을.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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