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출 후 천재 코치가 되었다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스포츠, 현대판타지

새글

유리몸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8.27 10:17
최근연재일 :
2024.09.19 13:20
연재수 :
25 회
조회수 :
82,047
추천수 :
1,884
글자수 :
141,188

작성
24.09.13 13:20
조회
3,184
추천
78
글자
12쪽

쉽게 쉽게 (1)

DUMMY

본훈련이 끝난 늦은 저녁의 운동장.


“어후 추워. 오후 날씨만 보면 봄이 좀 오나 싶더니 저녁은 아직도 겨울이네.”


나는 겉옷의 지퍼를 끝까지 올리곤, 늘 그랬듯 개인 훈련을 시작했다.

전과 차이점이 있다면 오늘부턴 한 명이 아닌 두 명과 함께 한다는 것.


따악!


“건우야 지금 잘하고 있어. 계속 그렇게만 해.”

“태완아 내가 말했지? 망설이지 말고 네 판단을 믿어. 앞으로 달려와서 잡을 거면 확실하게 하란 말이야.”


물론 그 탓에 외야로 공 띄우랴, 내야로 공 굴리랴, 두 배로 정신이 없긴 한데 애들 훈련시켜 주는 건데 이 정도쯤이야.

선수 시절 때 하던 훈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무엇보다 펑고 연습이 훨씬 더 잘 되는 느낌이 들어 더 좋다.


“그렇지 태완아! 방금 되게 좋았어.”


특히 오늘 같은 경우는 신건우보다도 이태완에게 조금 더 신경 썼다.

당장은 괜찮을지 몰라도 언제 갑자기 또 멘탈이 무너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게 녀석의 성장을 방해하는 가장 큰 문제점이기도 하고.


“감사합니다.”

“대답만 하지 말고 한 번 웃어 봐. 이제 보니까 넌 좀 웃으면서 야구해야겠다.”

“웃으라고요?”

“어. 계속 웃어. 잘해도 웃고, 실수해도 웃고.”


간혹 프로 경기를 보다 보면 이런 선수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경기 중에 실수를 저질러도 그냥 웃어버리는.

사람마다 이유가 다 다르긴 한데, 그중 하나는 일부러 미소를 머금음으로써 부정적인 감정을 떨쳐내기 위함이다.

‘나는 아무렇지 않다’, ‘괜찮다’, ‘뭘 겨우 이런 거 가지고’라는 식으로 말이다.


‘어떻게 보면 자기최면 같은 거지.’


이태완 같이 비관적으로 생각하는 습관이 있는 선수에게 딱 알맞은 처방이다.

부작용이 있다면 이 사실을 모르는 팬들한테 욕을 한 바가지로 먹을 수 있다는 거?


-저, 저, 저 빌어먹을 새끼 실수하고 이빨 쳐 보이는 거 봐! 뭘 잘 했다고 처웃는 건데!

-밀어내기 볼넷으로 동점을 만들어? 장난하냐? 네가 그러고도 마무리야아아악!!

-네모. 안에. 공을. 좀. 쳐. 넣으라고!


하지만 그건 나중에나 고민할 일이다.

하물며 이태완은 프로 생각이 없으니 더더욱.

대신 지금은 그것보다 더 큰 문제가 있었다.


“사진 찍는다 생각하고 하나, 둘.”


씨익.


···거 되게 어색하네.

그래도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다.

예전부터 야구로 인한 스트레스가 심해 제대로 웃어 본 적이 없겠지.

심지어 유급하면서 친구들도 사라져 더 우울했을 테니 웃는 게 어색한 건 당연한 일이다.


“괜찮아. 이제부터라도 계속 그렇게 웃으려고 해 봐.”

“알겠습니다.”


대답은 자신 있게 했지만 녀석도 쉬울 것 같지 않다는 직감이 드는 모양이다. 고개를 갸웃거리는 걸 보면.

그래도 금방 나아질 거라고 생각한다.

웃는 것만 안 되지 수비는 잘하고 있거든.


‘본훈련 때부터 지금까지 몇 번이고 초록빛을 띄우고 있으니 말 다 했지.’


당연히 세 개 전부 초록빛이다.

내가 녀석의 자세를 봐준 게 이틀 전이라는 사실을 생각하면 이는 어마어마한 습득 속도였다.

새삼 느끼는 거지만 확실히 재능이 있다.

단지 본인이 그 사실을 모르고 있을 뿐, 지금처럼만 하다 보면 자신감이 붙고 하다 보면 언젠가 자연스럽게 웃을 수 있을 것이었다.



***



“크크큭.”

“뭐가 그렇게 재밌어서 웃냐.”

“아니 이거 봐봐. 오늘 너튜브 올라온 건데 대박이야 진짜.”


훈련이 끝난 뒤.

선수들은 세안을 마친 뒤 휴식을 취하며 자율시간을 가졌다.


“이런 거 말고 우리 시영 누나나 봐라. 세상에서 제일 고우시다.”

“그게 누군데?”

“미친. 넌 야구도 안 보냐? 그리핀즈의 간판 치어리더 시영 누나를 모른다고?”

“아이 미친. 그럼 처음부터 그렇게 말해야지. 누가 보면 친한 지인인 줄 알겠네. 그리고 넌 야구한다는 녀석이 야구 볼 때 치어리더만 보냐.”

“응!”

“솔직히 나도.”


태양 빛에 검게 탄 사내들이 휴대폰 하나를 사이에 두고 낄낄거렸다.


따악!


밖에서 펑고 소리가 들려온 건 그때였다.

자연스레 선수들의 시선이 그곳으로 옮겨졌다.

그중 한 명이 혀를 내두르며 말했다.


“아니 저 둘은 안 지치나.”

“내 말이. 본훈련 끝나면 바로 침대에 눕고 싶어 죽겠는데 어떻게 저러냐.”

“난 특히 태완이 형이 제일 신기해. 건우 따라서 하루 이틀 하다가 말 줄 알았는데 말이야.”


그들 또한 아는 것이었다.

그동안 이태완이 훈련 때 어떻게 임했었는지.

하지만 언제부턴가 이태완은 묵묵히 신건우와 함께 그라운드로 나가더니, 어느덧 며칠 째 개인 훈련을 진행하는 중이었다.


“진짜 열심히 하네.”

“그래봤자지 뭐. 저런다고 갑자기 뭐 프로를 갈 거야 명문대를 갈 거야.”

“그렇긴 해. 태완이 형 작년 때도 썩 잘하진 않았었잖아.”

“괜히 유급했겠냐. 안 될 사람은 노력해도 안 돼. 박 코치님만 고생이라니까.”

“박 코치님도 참 대단해. 어떻게 하루도 안 빠지고 저러지? 하루 정도는 쉴 법도 한데.”


선수 한 명 감탄하듯이 한 말에, 주변에 있던 이들 또한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가만 보면 우리보다 체력이 더 좋은 거 같더라니까? 매일 저렇게 본훈련이랑 개인 훈련 봐주면서도 지치질 않아.”

“최 코치님한테 들었는데, 프로 있을 때부터 훈련량 많기로 유명했다더라. 그래서 그런 거 같기도 하고?”

“우리도 나가볼까?”


누군가 그렇게 툭 뱉은 건 그때였다.

그 말에 주변 선수들이 강하게 손사래 치며 말했다.


“힘들어 죽겠는데 나가긴 뭘 나가.”

“그냥 쉬어. 원래 쉬는 것까지가 운동이야.”

“그러냐. 건우 갑자기 잘하는 거 보면 괜찮을 거 같은데.”

“에이. 건우야 원래 포텐 있는 애고.”

“그런가?”

“그래. 차라리 이렇게 해. 태완이 형 실력 오르면 그때 나가는 걸로.”


말을 마치자, 주변에 있던 모두가 파안대소를 터뜨렸다.


“와, 이거 개인 훈련 안 하겠다는 소리를 아주 참신하게 하네.”

“인정. 이건 좀 웃겼다.”



***



처음 주말 리그가 도입됐을 때만 해도 선수들 사이에선 불만이 가득했다.

당연한 일이었다.

평일 내내 힘들게 훈련하고 그나마 쉬는 날이 주말이었는데, 그때도 쉬지 못하게 된 탓이다.

지금이야 주말에 경기가 있으면 월요일에 좀 쉬고 그러는데 나 때는 그런 거 없었거든.

전날에 시합을 했든 말든 그냥 평일=훈련하는 날이다.


그런 마당에 일요일에 경기가 잡힌다?

그 주는 그냥 못 쉰다고 보면 된다.

감각 떨어지지 말라고 토요일에도 학교 와서 훈련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도자가 돼서 보니 단점만 있는 건 아니더라.

일주일에 한 번씩 경기가 잡힌 덕분에 매주 팀 에이스를 선발로 내세울 수 있어 편하게 경기 운영이 가능했다.

본격적으로 전국대회가 시작되며 평일에도 경기가 잡히면 그때부턴 또 머리가 복잡해지겠지만, 그거야 그때 가서 생각할 일.


어쨌거나, 그 덕분에 오늘 라인업은 저번 주와 큰 차이가 없었다.

이번에도 선발 투수는 봉호연.

하나 달라진 게 있다면 하위 타순이었던 신건우가 3번으로 배치됐다는 점이다.


그래서 그런가.

야구장으로 출발하기 전에 조금 긴장한 것처럼 보였는데, 지금은 많이 나아진 모습이다.

동기들과 웃으면서 떠드는 모습.

반면에 이태완은···.


‘아직도 무표정이네.’


딱히 누군가와 어울릴 생각도 없는지 가만히 앉아 앞서 진행 중인 ‘한양고 대 자인고’의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요즘엔 훈련 때도 제법 잘해서 표정이 좀 풀어질 법도 한데 말이야.


아쉽긴 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강제로 웃게 만들 수도 없는 노릇이고.

일단은 계속 기다려주는 수밖에.


“다들 주목.”


그때, 김 코치님이 우리가 앉아 있는 관중석으로 올라왔다.

그의 등장에 말소리가 사라지고 수십 개의 눈동자가 오롯이 그에게 향했다.


“오늘 경기 중요한 거 다들 알지? 이기면 황금사자기 본선 진출하는 거야. 떠들지 말고 오늘 내가 어떻게 플레이할까 생각해.”

““예 알겠습니다!””


김 코치님의 말대로 앞으로 본선 진출 확정까지 남은 승수는 단 하나.

그리고 오늘 상대할 신이고등학교 또한 2승 1패를 기록하며 우리처럼 단 1승만을 남겨두고 있다.


다만, 그렇다고 똑같은 2승 1패는 아니었다.

신이고의 1패는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인 한양고가 안겨준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실상 저쪽은 본선 진출이 확정됐다고 봐야지.’


신이고도 강팀인 만큼, 한양고를 제외하면 나머지 <서울A>조들의 학교는 전부 신이고보다 전력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 중이니.

그래서 그런가.

신이고가 있는 반대편 관중석을 보니, 확실히 이쪽 보다는 여유가 넘치는 듯했다.


반면, 우리는 신이고를 비롯해 한양고와의 경기가 남은 상황.

이대로 2연패를 기록하면 본선 진출을 목전에 두고 탈락할 수 있기에 마냥 마음은 편하게 먹을 수 없다.

괜히 경기 전부터 김 코치님이 선수들의 집중력을 끌어올리려는 게 아니다.


“한양고도 다음 주에 붙을 팀이니 경기 잘 지켜보고.”


퍼어어엉!


김 코치님이 말을 마치기 무섭게 우렁찬 포구음이 들려왔다.

한양고의 선발 투수가 던진 공이었는데, 사방에서 터지는 감탄사는 덤이었다.


“이야. 쟤는 진짜 미쳤네. 내 평생 쟤처럼 딱 한 번만 던져보면 소원이 없겠다.”


내 옆에 앉은 윤철이 형 또한 입을 쩍 벌리며 말할 정도.

그도 그럴 것이, 이번 공의 구속이 무려 시속 156km나 나온 탓이었다.


“1라운드 1차 지명으로 유력하다고 하더니.”


한양고의 선발 투수 김서진.

윤철이 형 말대로 상위 라운드 지명은 이미 확정이며, 구위 하나 만큼은 즉전감이라 평가 받는 선수였다.

제구는 조금 다듬을 필요가 있다고는 하는데 저 정도 구속이면 일단 무조건 뽑고 보는 거지 뭐.


“저거 보면 신이고랑 먼저 하는 게 그나마 낫긴 해. 안 그래?”

“아무래도 그렇죠. 상대적으로 한양고보단 상대하기 편하니까요.”


나는 그렇게 말하며 전광판으로 시선을 돌렸다.

스코어는 7대2.

당연히 한양고가 7이었다.


‘자인고를 상대로 7점이나 뽑아내다니.’


우리가 자인고를 상대로 1점밖에 내지 못했다는 걸 생각하면, 한양고가 왜 강력한 우승 후보인지 체감할 수 있었다.

저런 말도 안 되는 투수를 데리고 있는 것도 모자라 타선도 준수하면 게임 끝이지.


“아웃!”


생각이 거기까지 닿았을 무렵, 6회의 마지막 아웃카운트가 올라가며 7회가 시작되었다.

내가 자리에서 일어난 것도 그쯤이었다.


“얘들아. 우리도 이제 슬슬 몸 풀러 가자.”



***



앞선 경기의 결과는 모두의 예상대로 한양고의 승리.

이로써 한양고는 4승 0패를 기록하며 <서울A>조의 1위 자리를 더욱 굳건히 지킬 수 있게 됐다.


지나간 팀들은 이제 머릿속에 잊고.

오늘 상대할 신이고에 대해 한 마디로 설명하자면 우리 조에서 가장 타격이 좋은 팀이라 할 수 있다.

어느 정도냐면 지금까지 3경기를 치르면서 5득점 이하를 기록한 적이 없을 정도.

반면 투수진은 의외로 약하다고 하니, 오늘 경기는 공격 때 누가 더 기회를 잘 잡느냐로 승패가 갈릴 것으로 예상됐다.


“자. 모자 벗고. 상호 간에 인사.”

““잘 부탁드립니다!””


오늘은 이쪽이 선공.

상대 팀과의 인사 후, 경지고 선수들이 더그아웃 앞에서 둥글게 모여 섰다.

심준현이 동료 선수들을 쭉 훑어보며 말했다.


“오늘 꼭 이겨서 황금사자기 진출하자. 알았지?”

““예!!””

“자 간다. 경지고!”

““파이팅!!””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방출 후 천재 코치가 되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제목 변경 안내 NEW 8시간 전 308 0 -
25 멈춰야 할 때 (1) NEW +3 5시간 전 1,166 62 13쪽
24 마음가짐 (3) +4 24.09.18 2,460 91 12쪽
23 마음가짐 (2) +5 24.09.17 2,832 84 12쪽
22 마음가짐 (1) +4 24.09.16 2,987 86 12쪽
21 쉽게 쉽게 (3) +5 24.09.15 3,053 91 14쪽
20 쉽게 쉽게 (2) +2 24.09.14 3,092 80 12쪽
» 쉽게 쉽게 (1) +1 24.09.13 3,185 78 12쪽
18 종이 한 장 차이 (3) +7 24.09.12 3,220 71 12쪽
17 종이 한 장 차이 (2) +2 24.09.11 3,292 77 12쪽
16 종이 한 장 차이 (1) +5 24.09.10 3,321 79 13쪽
15 가능성 (3) +4 24.09.09 3,329 75 12쪽
14 가능성 (2) +1 24.09.08 3,333 75 13쪽
13 가능성 (1) +1 24.09.07 3,388 70 12쪽
12 검은색 (3) +1 24.09.06 3,427 71 13쪽
11 검은색 (2) +2 24.09.05 3,420 76 12쪽
10 검은색 (1) +3 24.09.04 3,458 74 13쪽
9 기회는 잡는 것 (3) +2 24.09.03 3,477 79 12쪽
8 기회는 잡는 것 (2) +3 24.09.02 3,540 72 14쪽
7 기회는 잡는 것 (1) +1 24.09.01 3,619 73 13쪽
6 빛 (3) +3 24.08.31 3,621 75 14쪽
5 빛 (2) +2 24.08.30 3,574 81 12쪽
4 빛 (1) +2 24.08.29 3,658 70 12쪽
3 제2의 인생 (3) +2 24.08.28 3,658 66 12쪽
2 제2의 인생 (2) +2 24.08.27 3,726 65 13쪽
1 제2의 인생 (1) +5 24.08.27 4,198 63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