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누군가를 지키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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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새는참쌔
작품등록일 :
2024.08.27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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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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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9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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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김칫국

DUMMY

4화 김칫국


고블린에게 쫓기는 꿈을 꾸었다.


“헉..! 하아... 꿈이었군.”


꿈 속에서 고블린은 더욱 더 거대했고, 나는 더욱 더 초라했다.


’정신 차리자.‘


꿈에 허우적 대고 있을 수만은 없다.


피곤한 몸을 일으킨 나는 시간을 확인하였다.


‘새벽 3시...’


탑 등반을 시작한게 약 오후2시였고, 탑 1층에서 약 5분의 시간을 보냈다.


즉, 거의 13시간을 잤다는 말이다.


‘이럴 때가 아니지.’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지났음을 인지한 나는 우선 일어나 내 몸부터 확인하였다.


’2m에 육박하는 괴물에게 두들겨 맞았는데 부러진 곳 하나 없다고?‘


몸은 피로감만 조금 느껴질 뿐 이렇다 할 상처는 보이지 않았다.


’탑에서 나오면서 회복이 되는 건가...‘


일단 몸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나는 인터넷을 살펴봤다.


당연하게도 인터넷에는 탑에 다녀온 선수들의 수많은 경험담과 탑이 솟아오르며 발생한 피해로 도배가 되어있었다.


그 중 가장 충격적인 사실은 북한이다.


미국 정보부에 따르면 북한은 강력한 독재체제를 기반으로 24시간 안에 모든 선수의 신병을 국가가 확보하였고, 또 다른 권력의 탄생을 견제 한 독재자에 의해 모든 선수들은 탑에 입장을 제한 당했다.


북한의 어느 선수도 탑에 입장하지 못 하였다는 소리이다.


그 결과 북한의 탑 1층은 등반되지 못 하였고, 탑이 개방 된 당일 24시, 즉 지금으로부터 약 3시간 전 북한의 탑 근방에서 ‘고블린’ 수백마리가 출현하여 인근 주민들을 학살 한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의 지도부는 즉시 군 병력을 파견하여 대대적인 고블린 섬멸에 나섰고 약 2시간이 지난 오늘 오전 2시경 모든 고블린을 섬멸하는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미국 정보부와 북한이 발표한 자료들에 따르면 고블린의 평균키는 약150cm, 성인 남성보다 약간 못 미치는 근력 수준에 낮은 지능으로 고블린 섬멸 작전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고 한다.


‘고블린이 작고 귀여운 150cm라고? 하...’


나는 내가 탑에서 만난 2m에 육박하는 초대형 고블린을 떠올리며 몸서리쳤다.


‘탑 안에서의 고블린과 바깥의 고블린은 다른건가.’


아무튼 이 사건을 계기로 북한을 포함한 모든 국가들은 탑을 위험시설로 지정하고 탑의 공략에 필수적인 선수들의 중요도를 최고 등급으로 격상시켰다고 한다.


‘나한테는 잘 된 일인가...’


북한 소식을 다 읽어 본 나는 곧바로 다른 선수들의 탑 등반 경험담을 찾아 읽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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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 길잡이 탑 등반 후기 써봅니다.


임무 내용은 고블린을 피해 안전지대로 탈출하라였습니다.


고블린은 한 마리였고, 북한이 발표한 자료에 있듯 전형적인 고블린이었습니다.


안전지대도 한 눈에 보여서 어렵지 않게 등반 성공했고 등반 보상으로 약간의 신체 능력 향상이 있었으나 미미하여 체감은 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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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투사인데 탑 등반 재밌던데?


우리 임무는 고블린을 처치하라였음


뭐 우리도 맨손이긴 했지만 근력 보정까지 받았는데 고블린한테 못 이길 검투사는 없을 것 같고


너무 압도적인 차이라서 고블린 잡기 미안할 정도;


우리도 보상으로 신체 능력 향상이라는데 체감은 안 되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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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격수 탑 등반 후기


고블린에게 잡히지 않고 돌멩이로 고블린 15번 맞히는게 임무였음.


바닥에 깔린게 건물 잔해 돌멩이들이었고 고블린도 느려서 뭐 별 문제 없이 등반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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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자다. 특성 잘못 받은 것 같다.


고블린 상대로 5분 살아남으라는게 임무 내용이었다.


보호막때문에 나는 고블린 때리지도 못 하고 그냥 맞기만 해야됐다.


뭐 수호자 특성때문에 맷집도 좋아져서 아프진 않았는데 아무것도 못 하고 맞기만 하니까 기분 나쁘더라.


수호자 망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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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이상하다‘


분명 내가 마주한 것은 2m의 고블린.


그것도 근육질의 무시무시한 고블린이었다.


그래서 죽기 살기로 도망쳤고, 주먹 한 방 한 방에 골이 울리고 뼈가 부러지는 줄 알았다.


’다들 쉬웠다고...?‘


모두가 쉬웠다고하니 허세를 부리는 것도 아닌 것 같고 다른 선수들이 묘사하는 고블린은 키가 150-160의 작고 소중한 고블린이었다.


’북한에 출현했다는 고블린정도의 스펙이다.‘


그럼 나는 재수 없게 정말 고블린계의 최홍만을 만난 것인가.


너무나 억울하다.


“하...”


탑이 고블린을 제작한 것인지 채용을 한 것인지 몰라도 적어도 일관성 있게 표준 규격의 고블린만 사용해야 하는 것 아닐까?


공정거래위원회나 소비자보호센터에 제보를 할 수도 없고, 내 속만 답답하다.


“정보나 더 찾아보자...”


나는 마음을 다잡으며 정보 찾기를 이어나갔고, 꽤나 흥미로운 정보들도 많이 접할 수 있었다.


실수로 고블린에게 잡힌 저격수, 마음이 약해 고블린을 처치하지 못 한 검투사, 겁을 먹어 안전지대에 들어가지 못 한 길잡이처럼 의외로 1층 등반에 실패한 선수들도 많았다.


실패한 즉시 선수들은 탑에 입장하기 전에 있던 장소로 돌아왔고, 어떠한 패널티도 없었다고 한다.


“실패한 수호자는 왜 없어?”


수호자는 고블린에게 살아남는게 임무인데, 고블린에게는 죽고싶어도 죽을 수 없는 내구도를 가진 몸뚱이들 덕분에 실패 한 수호자가 없다는게 정설이다.


“하 진짜 나 참...”


탑에서 마주했던 거대 고블린이 떠오를때마다 억울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내가 고민해야 할 일은 한 가지.


‘탑 등반을 계속 해야하나...’


1층을 등반하면서 다시는 탑에 들어오지 않겠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막상 등반을 성공하고 휴식을 취하니 성취감과 아쉬움이 밀려왔다.


스스로를 지켜냈다는 성취감, 그리고 조금 더 잘 하지 못 했다는 아쉬움.


‘그래. 실패한 선수들도 복귀 한 걸 보니 나름 안전한 시스템인 것 같아. 일단 계속 해 보자.’


나에게 살아남기 위한 격렬한 저항은 오랜만에 느껴보는 커다란 자극이었고, 쉽게 놓기에는 아쉬웠다.


‘그런데 다들 탑 보상이 체감이 안 된다고?’


의문이었다.


딱 보기에도 조금 더 두꺼워진 몸, 약간이나마 더 느껴지는 몸 속의 활기.


마치 피곤 할 때 링거를 맞은 것 처럼 컨디션의 차이가 확연하게 느껴진다.


‘시간 날 때 마다 정보도 찾고 그만뒀던 운동도 다시 시작하다보면 1주일은 금방 가겠네.’


글씨는 분명 탑의 2층은 7일 후 등반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렇다면 나는 다음 등반을 대비 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고, 등반까지 남은 시간은 체력 운동과 정보수집을 반복하며 보냈다.



***



”하아... 하아...“


심장이 터질 것 같고 거친 숨이 몰아뱉어진다.


집 근처 운동장에서 러닝을 시작 한 지 5일 차.


‘내일이다.’


탑 2층 개방까지 단 하루가 남은 시점이다.


‘10km에 53분... 나쁘지 않아.’


예전 기록보다는 아니지만 꽤나 페이스를 끌어올린 나는 지난 시간을 되돌아봤다.


규칙적인 휴식과 식습관, 그리고 운동.


신체를 최고의 컨디션으로 유지하기 위한 노력들.


그리고 최근 내 관심을 크게 끌은 글 하나.


‘분명 나와 비슷한 경우야. 생각 해 볼 필요가 있어.’


나는 여느 때 처럼 취침 전 탑과 선수들에 관한 글들을 읽어내려갔고, 글 하나를 발견했다.


글쓴이는 본인이 길잡이라고 밝혔고, 탑의 임무는 다른 길잡이와 마찬가지로 고블린을 피해 안전지대를 밟는 것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다른 선수들의 경험담과 다르게 더 커다랗고 흉폭한 고블린을 마주쳤고, 거의 죽기 직전까지 몰려서야 겨우 임무를 성공했다는 글이었다.


‘글쓴이의 말에 따르면 고블린은 평균적인 성인 남성의 키를 가졌고 근력은 웬만한 성인 남성보다 강했다고 했어.’


나한테만 벌어진 일이 아니었다.


물론 내 우람한 고블린은 더 크고 거대했지만 다른 선수에게도 다른 크기의 고블린이 나타났다는 걸 알게 된 점은 의미있었다.


’나한테만 벌어진 일시적인 오류가 아니야. 2층 등반 때도 비슷한 일이 일어 날 수 있어. 정신 바짝 차리자.‘


-딸랑.


나는 탑 등반에대해 고민하며 편의점 문을 열었다.


“어서오세요~”


“예. 안녕하ㅅ...“


”어!? 아저씨!!“


김현아다.


저번 선발전도 이 시간대였으니까 아마 김현아의 근무가 지금 시간대인가보다.


”아저씨 오랜만이네요~! 안 보이셔서 무슨 일 있나했어요~“


”오래간만입니다. 올 때마다 안 계시더라고요.“


나는 적당히 둘러대며 이온 음료와 초콜릿을 골랐다.


”잘 지내시죠? 아저씨가 편의점 다시 안 오시는 줄 알고 기다렸다니까요?“


”...네?“


인사라도 하며 지내자고 말하면서 헤어지긴 했지만 우리가 기다릴 정도로 긴밀한 사이는 아니지 않나싶어 당황스러워 말도 잘 안 나왔다.


”그대로 사라지시면 어쩌나 걱정했어요... 다시 와주셔서 감사해요!!“


김현아는 나를 기다렸다는 말이 진심이었는지 환하게 웃으며 정말 반갑다는 말투로 이야기했다.


’이대로 말리면 피곤해진다. 확실히 선을 그어야겠어.‘


강아지같이 사람을 좋아하는 김현아의 모습에 약간 마음이 아팠지만 다른 사람과 깊게 엮일 필요는 없었다.


애매한 태도보다는 확실히 관계를 정리 해 주는게 김현아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


“아, 현아씨 죄송하지만 확실하게 말ㅎ...”


“저번에 창고에서 사용하신 상품들, 점장님이 꼭 정산 받으라고 했어요! 헤헤, 잘못하면 점장님한테 혼날 뻔 했는데 다시 오셔서 다행이네요. 도망치신 줄 알았어요!”


“네 카드 여깄습니다. 계산 해 주세요.”


“카드 앞 쪽에 꽂아주세요~”


나는 도망치듯 편의점을 빠져나왔다.


’김현아는 고블린보다 무섭다. 조심해야겠어.‘


빠른 걸음으로 집까지 걸어가며 생각했다.


’나 아저씨 아니다.‘



***



시간은 금방 흘렀고, 나는 침대위에 경건하게 앉아있었다.


[탑이 개방 되었습니다.]


[탑에 입장하시겠습니까?

등반 층 수 : 2층]


할까 말까 고민하던 나는 조심스레 입 밖으로 하고싶던 말을 내뱉었다.


“저에게 고난을 극복 할 용기를 주시옵고, 포기하지 않을 끈기를 주시옵소서.”


아무 말 안 하고 탑에 들어가기에는 밋밋했기에 괜히 가슴이 웅장해지는 대사를 내뱉고 나는 탑에 입장했다.


‘이 맛이지.’


만족스로운 입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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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어셈블 24.09.18 5 0 12쪽
24 분홍 머리 루루(3) 24.09.17 5 0 12쪽
23 분홍 머리 루루(2) 24.09.16 8 0 12쪽
22 분홍 머리 루루(1) 24.09.15 10 0 12쪽
21 저울질 24.09.14 11 0 12쪽
20 대련 24.09.13 13 0 12쪽
19 멋쟁이 변호사(3) 24.09.12 11 0 12쪽
18 멋쟁이 변호사(2) 24.09.11 12 0 12쪽
17 멋쟁이 변호사(1) 24.09.10 11 0 12쪽
16 정리 24.09.09 12 0 12쪽
15 벤스턴 지키기(4) 24.09.08 15 0 14쪽
14 벤스턴 지키기(3) 24.09.07 13 0 14쪽
13 벤스턴 지키기(2) 24.09.07 14 0 14쪽
12 벤스턴 지키기(1) 24.09.06 15 0 14쪽
11 세미나 24.09.05 18 0 13쪽
10 자격 24.09.04 19 0 13쪽
9 가입 24.09.03 23 0 13쪽
8 벽 부수기 24.09.02 24 0 13쪽
7 죄책감 24.09.01 25 0 14쪽
6 눈치 싸움 24.08.31 27 0 14쪽
5 맞기 싫어 막기 좋아 24.08.30 27 0 10쪽
» 김칫국 24.08.29 35 0 11쪽
3 고블린 24.08.28 41 0 12쪽
2 간보기 24.08.27 50 0 14쪽
1 프롤로그 24.08.27 6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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