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누군가를 지키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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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새는참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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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7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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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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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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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 머리 루루(3)

DUMMY

24화 분홍 머리 루루(3)


우람한 체격을 가진 사내는 한 손으로 도끼를 돌리며 말했다.


“분홍 머리의 루루... 감히 그림자단을 입에 올리다니, 오늘이 너의 제삿날이다.”


주위를 둘러봤던 사내와 눈이 마주친 나는 공손한 목소리로 얘기했다.


“분홍 머리통의 머시기라면 2층에 있는걸 봤습니다요.”


내 말을 들은 그림자단은 2층으로 우루루 몰려 올라갔다.


“저희는 이 틈에 빠져나갑시다.”


그림자단에게 사람들의 이목이 쏠린 틈을 이용해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여관 건물을 빠져나갈 수 있었다.


“현주씨, 그림자단의 본거지라는 그 술집으로 갑시다. 루루씨가 시간을 오래 끌지는 못 할겁니다. 빠르게 이동하죠.“


“크크크, 좋아요. 어서 가보자고요.”


왠지 기분이 좋아보이는 유현주는 능숙하게 길을 찾으며 우리를 그림자단의 본거지로 이끌었다.



*



”후우... 여기예요.“


그림자단의 본거지 앞이 도착한 우리는 짐시 멈춰서서 호흡을 가다듬었다.


“후욱.. 후욱.. 러닝을 연습 한 보람이... 후우... 있군, 크크크. 후우...”


하성태는 땀을 뻘뻘 흘리며 힘들어했지만, 저번보다는 많이 발전한 체력을 보여줬다.


“성태야, 괜찮냐?“


”예, 형님. 후욱... 예전의 하성태가 아닙니다. 크하하, 날 죽이지 못 하는 고통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든다...“


어느정도 호흡이 돌아온 나는 그림자단의 본거지 주변을 살폈다. 그림자단은 불 타고 있는 해골이 그려진 ‘여명‘ 이라는 간판을 달고있는 술집을 본거지로 삼고 있었다.


대부분의 단원들이 루루를 잡으러 갔는지 ‘여명’의 주변은 한산했고, 정문에는 문지기로 보이는 근육질의 사내가 하나 서있었다.


“루루에게 간 단원들이 돌아오기전에 부단주를 제압해야 합니다. 다른 단원들은 제압을 우선으로 하되,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사살하여도 괜찮습니다.“


‘여명’ 안에 얼마나 많은 단원들이 있을진 모르지만, 몇 명이 됐든간에 남은 놈들은 우리가 감당해야 하는 일이었다.


”지금 진입하시죠.“


내 신호와 함께 우리 셋은 저벅저벅 걸어서 ‘여명’의 정문 앞까지 다가갔고, 문지기가 우리를 막아섰다.


”지금은 장사 안 해. 다음에 다시 와.“


문지기는 귀찮다는 듯 우리에게 저리 가라는 손짓을 했고, 나는 혹시 부단주에게 순순히 안내 해 줄까 싶은 마음에 한 번 찔러봤다.


“부단주를 만나러 왔다.”


문지기는 나를 위아래로 한 번 훑어보더니 순식간에 들고 있던 도끼로 나를 내려쳤다.


피슉-.


도끼는 힘 없이 내 방패에 막혔고, 언제든 사살 할 수 있게 준비해놨던 하성태의 어둠 구슬이 문지기의 머리를 꿰뚫었다.


“도끼를 휘두를 때 망설임이 없는 걸 보니, 사람을 한 둘 해쳐 본 솜씨가 아닙니다. 질이 나쁜 놈들이에요.”


우리는 바닥에 쓰러진 문지기였던 시체를 넘어서 ‘여명’에 들어갔다.


“웬 놈이냐!”


문지기의 말대로 정말 오늘은 장사를 안 하는지 모든 테이블들이 치워져 있었고, 술집 내부는 그림자단 단원들로 보이는 스무명 정도의 사내들로 채워져 있었다.


견적을 낸 나는 하성태에게 몰래 신호를 주며 자연스럽게 대화를 시도했다.


“그림자단에 가입하러 왔습니다.”


내 말을 들은 꽁지머리의 사내는 크게 웃으며 나를 반겨줬지만, 끝까지 말을 내뱉지도 못 한 채 절명했다.


”크하하, 뭐야! 신입이었나! 환영...”


피슉-.


내 신호를 이해한 하성태는 주저없이 꽁지머리의 심장을 어둠 구슬로 꿰뚫었고, 그것을 신호로 전투는 시작됐다.


우리는 숫자의 불리함을 극복하기 위해서 술집 구석에 뭉쳐서 항전했다.


내가 맨 앞에서 방패로 벽을 만들었고, 그 사이로 유현주의 검은 적의 머리, 가슴, 배, 팔다리를 가리지 않고 모든 걸 찢어발겼다.


하성태의 활약도 컸다. 전투가 시작되자 나와 유현주의 뒤에 숨어서 주변에 어둠을 뿌려 적의 시야를 한정시켰고, 시야의 사각을 노리고 날려지는 어둠 구슬은 착실하게 놈들의 숫자를 줄여나갔다.


‘생각보다 너무 쉬운데?’


예상보다 상당히 낮은 적들의 수준에 내가 의아해 하고 있을 때 ‘여명’에 있던 마지막 적이 쓰러지며 소리를 질렀다.


“크흐윽, 분홍 머리 루루를 잡으러 간 행동대장님만 있었어도 너희 따위는...”


그 말을 마지막으로 놈은 기절했고, 나는 대충 상황을 이해 할 수 있었다.


“여관으로 생각보다 많은 그림자단의 전력이 몰렸나봅니다.”


“루루는 살아 있을까요?”


“알아서 잘 버텨주길 바래야죠.”


나는 루루에 대한 걱정은 미뤄두고, 술집 ’여명‘의 안쪽을 살펴봤다.


“부단주는 어디에 있는걸까요.“


그 때 유현주가 나섰다.


“싸우기 전부터 수상했습니다.”


유현주는 술집의 깊숙한 안쪽 벽을 가리켰다.


“놈들은 마치 저 곳을 지키듯 서 있었습니다. 전투중에도 힐끗힐끗 저 곳을 쳐다봤고요.”


말을 들은 나는 수상한 벽 앞에 섰고, 망설임 없이 나의 워해머를 번쩍 들어올렸다.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라.”


콰-앙!


나는 그대로 벽을 내려쳤고, 나무로 지어져있던 벽은 그대로 허물어졌다. 벽의 뒤에는 탁자와 의자가 있는 사무실로 보이는 공간이 있었고, 그 의자에는 한 여성이 앉아있었다.


“결국 찾아내셨군요. 당신들은 루루의 부하인가요?”


양 갈래 머리를 한 여성은 다리를 꼬고 팔짱을 낀 상태로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여성의 말을 무시하며 워해머를 들이밀고 용건을 말했다.


“어이, 부단장. 너희 단장은 어디있지?”


하지만 여성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으며 내게 미소를 건냈다.


“저는 크롤이라고 해요. 단장님의 위치는 저도 정말 몰라요. 그런 크고 우람한걸 들이민다고 해도, 알려 줄 수 없는걸요? 호호.“


콰-앙!


나는 워해머로 크롤 앞에 있던 탁자를 내려쳤고, 단 한 방에 탁자는 두 동강이 났다.


“장난 할 시간 없으니까 어서 말하는게 좋을거야. 다음은 탁자가 아니라 니 머리통이 될거니까.”


탁자의 파편이 튀었으나, 크롤은 눈 한 번 깜빡이지 않고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머, 성격도 급하셔라. 아주 사달을 내 놓으셨네요, 후훗.“


크롤은 부숴진 벽 너머로 쓰러져있는 자신의 단원들을 살피며 말했다.


“과연 제가 믿는 것도 없이 이 자리에 혼자 남아 있었을까요? 그리고 그 루루라는 사람이 과연 혼자 그렇게 오랜 시간을 버틸 수 있을까요?“


내가 이번에는 정말 크롤의 어깨를 부숴버릴 생각으로 워해머를 들어올린 순간, 크롤은 의자에서 일어나며 손을 뻗어서 내 가슴팍을 짚었다. 그녀의 손은 아주 천천히 뻗어졌지만, 피할 수도 막을 수도 없었다.


“...!”


내 몸은 워해머를 들어올린 자세 그대로 굳었고,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었다. 뒤에서 대기하던 유현주가 뛰어들고, 하성태의 어둠 구슬이 쏘아지려 할 때 크롤은 다시 입을 열었다.


“이 남자를 이 자리에서 죽이기 싫다면, 당장 멈추세요.”


유현주는 달려들던 자세 그대로 멈춰서 나와 크롤의 눈치을 봤고, 하성태는 갑자기 눈을 크게 뜨며 크게 놀랐다.


“형님 말.. 말도 안 돼요. 저런 강렬한 기운이라니... 저 여자는 우리가 감당 할 수준이 아니예요.”


크롤은 나와 눈을 마주쳤다.


“다시 우리 둘의 오붓한 대화를 시작해 볼게요. 이름이 뭐죠?“


그녀의 단 한 번의 손짓에 나는 깨달았다. 크롤은 리자드 워리어나 리자드 하우스의 주인장의 수준이 아니었다.


지금 내 상태로는 죽었다 깨어나도 이길 수 없는 격차가 존재했다.


따라서, 일단 대화에 응하는게 옳다고 판단한 나는 순순히 대답했다.


“강예담이다.”


“흐음... 발음하기 어려운 이름이네요. 다른 이름은 없나요?”


하지만 나는 여기서 주도권을 뺏기면 끝도 없다고 판단했다.


“질문은 돌아가면서 하나씩 하는걸로 하지. 너는 정말 그림자단의 부단장이 맞나?“


크롤은 나를 빤히 쳐다보더니, 흥미롭다는 듯이 웃었다.


“후훗... 재밌네요. 좋아요, 일단 지금은 그림자단의 부단장이 맞아요. 대답이 됐나요? 이제 제 차례네요.”


크롤은 다시 의자에 앉으며 나를 올려다봤다.


“당신들은 탑을 통해서 -- --- -- - --- ---이겠죠. 탑은 당신들에게 임무를 줬을 것이고요. 그렇다면 지금 당신들의 임무는 무엇이죠?”


크롤은 분명히 또박또박 말을 했지만, 마치 노이즈가 낀 것 처럼 그녀의 말 일부분이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표정을 보아하니 말이 잘 안 들렸나 보네요. 탑이 개입을 한 모양이에요.”


“임무가 무엇이냐는 말은 똑바로 들었다. 우리 임무는 그림자단 단주 아크네 살타를 처치하고 마물 암시장을 와해시켜서 네퍼스를 지키는 것이다.“


”후훗... 마물 암시장이요?“


그 때 ’여명‘의 바깥이 소란스러워졌다.


“다들 비켜라!”


일련의 무리가 ‘여명’ 안으로 들어왔다.


‘기사...?’


고급진 느낌을 풍기는 사내가 날카로운 기운을 뿜어내는 기사 다섯의 호위를 받으며 등장했다. 사내의 우측에 있던 기사가 사내에게 고개를 숙이며 보고를 올렸다.


“도착했습니다, 영주님.”


영주라는 말을 듣고도 나는 상황파악이 되지 않았다.


’영주가 왜 기사들을 데리고 이곳에...?‘


내가 상황 파악을 마치기도 전에, 믿을 수 없는 일이 또 벌어졌다.


”크롤 양, 나를 불렀다고 들었오.“


영주는 크롤에게 하오체를 쓰며 말을 아주 높이진 않았지만, 정황상 크롤이 앉은 자리에서 영주를 불렀고 영주는 크롤의 부름에 응해서 ‘여명’까지 행차 한 것으로 보였다.


‘한낱 뒷골목 왈패들의 부단장이 성의 영주를 부린다고?‘


크롤은 익숙한 상황인 듯 자연스럽게 영주에게 지시를 내렸다.


“예, 영주님. 이제 마물 암시장은 폐쇄해야 될 것 같아요. 그리고 아크네 살타는 독살당한 것으로 처리하죠.”


“알겠오. 그런데 갑자기 무슨 연유로 그런 결정을...?”


영주의 물음에 크롤은 나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내 작은 씨앗에게 주는 선물이에요. 후훗”


”무슨 영문인지는 모르겠네만, 크롤 양이 그리하라니까 그렇게 하도록 하겠네.“


나는 설명을 요구하듯 크롤을 쳐다봤고, 친절한 크롤은 나에게 설명을 해줬다.


”당신의 임무는 마물 암시장을 폐쇄하고 아크네 살타를 처리하는 것이라고 했죠? 방금 마물 암시장은 폐쇄가 됐고 아크네 살타도 처리가 됐어요. 축하해요, 임무 완수예요.“


아직 많은 의문이 남아있었지만, 어디서부터 물어봐야 할 지 감이 잡히지 않아서 나는 가만히 입을 다물고 있었다.


”그리고 이건 서비스 정보인데, 아크네 살타는 처음부터 실존하지 않는 인물이었어요. 후훗,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인물이었죠. 하지만 걱정마요, 서류상으로 아크네 살타는 죽은걸로 확실하게 처리 될 테니까요.“


그리고 다시 ’여명‘의 바깥이 소란스러워졌고, 그림자단 단원들에게 루루가 붙잡혀왔다.


”이거 놔! 나는 그림자단이 뭔지도 모른다고!“


크롤은 단원들을 시켜 루루를 우리쪽으로 던져줬다.


“이건 선물이에요. 당신들, 아직 탑 안에서는 죽어도 탑 밖으로 나가면 안전하다고 생각하고 있겠죠? 사실은 탑 안에서도 --- ----- ---- ---. 뭐, 이건 제가 알려주지 않아도 곧 알게 되겠지만요.”


그 때, 내 몸의 마비가 풀리면서 눈 앞이 환해지기 시작했다. 임무를 완료하고 탑 밖으로 나갈 때의 전조증상이었다.


“잠깐! 이제 내 질문 차례다.“


나는 다급하게 크롤을 불렀고, 크롤은 미소를 띈 얼굴로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크롤, 너의 진짜 이름은 뭐지?“


”하핫, 마지막으로 궁금한게 그거예요? 귀여우시네요.“


크롤은 내 귀에 입술을 대고 속삭였다.


“제 진짜 이름은...”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료했습니다.]


내 귀에 닿여있는 크롤의 입술은 분명히 움직였지만,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8층 등반 성공.]


나에게 손을 흔들어주는 크롤의 마지막 모습을 끝으로 우리는 무사히 탑에서 빠져나왔고,


[보상으로 강예담 선수가 대폭 성장합니다.]


나는 오늘의 무력감을 잊지 않을 것이다.


[다음 층은 7일 후 등반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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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불타는 숲(1) NEW 5시간 전 4 0 13쪽
25 어셈블 24.09.18 5 0 12쪽
» 분홍 머리 루루(3) 24.09.17 5 0 12쪽
23 분홍 머리 루루(2) 24.09.16 8 0 12쪽
22 분홍 머리 루루(1) 24.09.15 10 0 12쪽
21 저울질 24.09.14 11 0 12쪽
20 대련 24.09.13 13 0 12쪽
19 멋쟁이 변호사(3) 24.09.12 11 0 12쪽
18 멋쟁이 변호사(2) 24.09.11 13 0 12쪽
17 멋쟁이 변호사(1) 24.09.10 11 0 12쪽
16 정리 24.09.09 12 0 12쪽
15 벤스턴 지키기(4) 24.09.08 16 0 14쪽
14 벤스턴 지키기(3) 24.09.07 13 0 14쪽
13 벤스턴 지키기(2) 24.09.07 14 0 14쪽
12 벤스턴 지키기(1) 24.09.06 15 0 14쪽
11 세미나 24.09.05 18 0 13쪽
10 자격 24.09.04 19 0 13쪽
9 가입 24.09.03 23 0 13쪽
8 벽 부수기 24.09.02 24 0 13쪽
7 죄책감 24.09.01 25 0 14쪽
6 눈치 싸움 24.08.31 27 0 14쪽
5 맞기 싫어 막기 좋아 24.08.30 27 0 10쪽
4 김칫국 24.08.29 35 0 11쪽
3 고블린 24.08.28 42 0 12쪽
2 간보기 24.08.27 50 0 14쪽
1 프롤로그 24.08.27 6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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